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30화 (30/137)

30. 별이 빛나는 밤에 (3)

프로야구 올스타전.

그곳은 야구를 했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곤 했던 꿈의 제전이다. 아마추어 선수 중 상위 1%. 그중에서도 상위 1%에 드는 선수들만이 출전할 수 있는, 프로야구의 정점들이 모이는 곳.

2026 올스타전이 열리는 올림픽 돔은 그런 선수들을 보기 위한 팬들의 행렬로 가득했다.

"와.. 조병민이다."

"TV로 보던 것보다 덩치가 큰데?"

"야구 선수들은 다 그래."

"아빠, 아빠! 저기 이신우! 이신우!"

"어 정말? 어디, 어디야?"

KBO 2군 언더독 리그의 올스타전이 끝난 뒤, 관객석의 분위기는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올스타전의 메인이벤트 중 하나, 홈런레이스 예선이 시작된 것.

홈런왕 조병민, 한국프로야구의 전설 이신우, 유격수 최다 홈런 유장천 등. 수많은 선수가 홈런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그라운드 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스타들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띤 목소리로 환호했다.

"아무래도 조병민이겠지? 전반기에만 32홈런이잖아."

"무슨 소리야. 당연히 이신우지. 저번 5연타석 홈런 못 봤어? 와, 그건 진짜 역대급.."

"자자, 다들 헛소리는 그만하시고. 당연히 유장천 아니겠어? 부상으로 빠져서 그렇지 타석당 홈런 수치만 본다면 가장 높다고. 이는 홈런레이스에 가장 유리하다는 소리지."

당연히 홈런레이스 우승자에 대한 예측들도 여기저기서 난무하기 시작한 지 오래. 그 이름으로 조병민, 이신우, 유장천 등 전통적인 강호들의 이름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반면 몇몇 사람들은 색다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강해준, 강해준이 될 거야."

"1군 복귀 후 6경기 6홈런. 이칼코메드와의 2차전을 제외하면 모두 홈런을 만들어냈어. 이 선수가 아니라면 누가 홈런레이스를 우승하겠어?"

우승자가 누구냐, 아니. 가장 압도적으로 예선전을 통과할 선수가 누구냐. 그렇게 수많은 예측들에 둘러싸인 홈런레이스.

"어? 시작한다."

그 막이 올랐을 때까지만 해도 경기장의 분위기는 여느 올스타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2026 KBO 올스타전, 그 홈런레이스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시작에 앞서 설명을 먼저 드리자면, 예선에서는 각 타자에게 7개의 아웃이 주어지며, 그 안에 가장 많은 홈런을 만들어내는 선수 2명을 가려 결승에 진출하게 됩니다.]

[네, 설명해 드리는 사이 타석에 타자가 들어서는군요. 소산팀에서 가장 먼저 나선 타자는... 강해준 선수! 최근 세오레즈를 구원한 더 비스트 강해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올 시즌 타율 0.115 출루율 0.208 장타율 0.321로 OPS 또한 0.528에 불과하지만, 이 선수의 진짜 가치는 이런 식으로는 알 수 없죠. 최근 6경기에 한해서는 정말 그 별명인 더 비스트, 야수처럼 쳐내지 않았습니까?]

[그라운드 위의 야수 같은 야수..라는 의미였습니다만 2군에서 복귀한 이후 타석에서도 야수처럼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팬분들이 이 모습을 기대하고 이런 별명을 지어주신 걸까요?]

모두의 기대 어린 시선을 받으며 타석에 들어선 해준.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자신이 선택한 배팅볼 투수 조병민을 바라보았다.

'경쟁자이긴 하지만... 이 선배만큼 치기 좋은 공을 던져주는 사람도 없지.'

공 끝이 살짝살짝 휘거나 떨어지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조병민은 그 성격같이 공이 우직한 궤적을 그린다. 포심 패스트볼에 자신이 있는 자신으로서는 최상의 파트너.

한편, 홈런레이스 참가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나열해 앉아 웃음을 띤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해준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도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쟤가 그렇게 달라졌다고?'

'아무리 그래도 홈런레이스에서까지 우승하겠어?'

'이번 우승은 당연히 나지. 해준이가 아무리 잘 친다고 해도 파워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더..'

'음.. 이번엔 내가 우승할 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 잘 치면 타격감 망가지니까 적당히 칠까?'

물론 그들 모두 스타 플레이어인만큼, 강해준에게 진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이 우승할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을 뿐.

이들은 KBO 역사상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고투저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었고, 당연하게도 홈런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번 홈런레이스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죠. 세오레즈의 1루수 조병민 선수. 강해준 선수의 배팅볼 투수로 나섰습니다.]

[하하, 서로 던져주기로 한 게 아닐까요? 강해준 선수의 송구는 정확하기로 유명하니까요. 게다가 배팅볼을 던지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지 않습니까?]

해설위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해준은 3번의 올스타전을 참가했는데, 그때마다 배팅볼 투수로 나서서 상대 타자를 우승시킨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 또한 강해준의 우승 가능성보다는 조병민을 더 높게 쳐주는 것에 대해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우승을 위해서는 강해준을 잡아라! 선수들 사이에는 유명한 이야기죠. 조병민 선수의 파워 또한 두말하면 입이 아파집니다. 3시즌 연속 50홈런, 이미 검증된 타자죠. 이 조합이라면 높은 확률로 조병민 선수가 우승한다... 저는 그렇게 예측해봅니다.]

해설이 이어지는 사이, 두 번 주어진 연습 타격이 끝났다.

[자아, 이제 시작합니다. 강해준 선수, 과연 7개의 아웃을 당하는 동안 몇 개의 홈런을 기록 할지 궁금하군요.]

그리고.

따아아아악-!

[갑니다! 갑니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깁니다!]

첫 타구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하지만 아직은, 야구장의 그 누구도 잠시 뒤 일어날 이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따아아아악-!

[또 갑니다! 시원하게 넘어가는군요. 이거 참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두 번째 넘어갈 때 또한 마찬가지. 해설들의 시선은 홈런공을 두고 다투는 관중들에게 쏠려있었다.

따아아아악-!

[3구 연속 홈런! 기세가 정말 제대로 붙었는데요?]

그렇게 4구, 5구.

중간중간 빠지는 볼을 치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고, 구장을 울리는 경쾌한 파열음이 끊길 기미가 보이질 않자.

따아아아아악-!

[...어, 이거. 심상치 않습니다. 강해준 선수. 홈런 페이스가..]

어느 순간부터.

---터엉!

멘트보다는 감탄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아아. 강해준 선수, 전광판을 맞춥니다. 이번이..]

그렇게 관중들도, 방송사 관계자들도, 선수들까지도.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

다음 날.

올스타전의 백미, 소산팀 대 OG팀의 경기가 막을 올리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팬들 사이에서는 경악과 감탄사로 물들었던 홈런레이스 예선에 대한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었다.

"...어제 결국 몇 개 쳤더라?"

"말해줘도 안 믿을걸. 난 직접 봐도 못 믿었는데..."

"기록이 깨지기나 할까?"

"KBO가 망해 사라지는 순간까지 안 깨질 것 같은데.."

평생을 살며 다시는 보지 못할 광경에 여전히 감탄하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장에 입장하는 팬들.

선수들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사람이 그렇게 달라지는 게 가능한가?"

"아니, 애초에 그게 사람인지 의심해봐야지. 결국 마지막에는 대충 휘두르다 들어갔잖아.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치고 있을걸? 보는 사람이 다 지치더라."

"확실히 더 치려면 칠 수 있는 느낌이었지. 진짜 기계더라 기계. 어떻게 폼이 그렇게 일정하지? 비법이라도 물어볼까."

"그쯤 치면 어딘가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게 정상이야. 그런데 멀쩡해 보인다? 사람이 아니란 소리지."

이야기를 나누던 OG팀 소속 선수들. 그들은 경악, 감탄, 궁금증 어린 시선으로 건너편 소산 팀 측 더그아웃을 바라보았다.

강해준은 벤치에 앉아 글러브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쟤 수비에서도 미친놈이잖아?'

'오늘은 사람들한테 관심받기 글렀네.'

'사인회에서도 쟤한테만 팬들이 몰렸지... 나도 사인 할 줄 아는데.'

'아씨, 쟤 때문에 일단 한 순위 밀리는 건가.'

작년 같았다면 경악스럽긴 하지만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렸을 강해준의 활약.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오랜 기간 이벤트성으로만 여겨지던 KBO의 올스타전이 올해를 기점으로 확 변해버린 것. 며칠 전 발표된 새로운 보상 방안들이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9위 안에는 어떻게든 든다.'

'대충 경쟁자가 이신우 선배, 조병민이, 유장천. 투수로는... 아, 이거 힘들겠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경기 종료 후, 현장 관계자들과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스타전에서 활약한 베스트9을 선정하는 것.

베스트9에 선정된 선수들에게는 특별출전수당 2500만 원이 지급되며, 더군다나 우승팀에게는 6억의 우승상금을 따로 수여한다.

당연하게도 고액연봉자라도 쉽게 넘길 수 없는 규모에 선수들의 눈빛은 의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베스트9에 경기까지 이긴다면.. 대충 5천만 원?'

신인급 선수들에게는 1년 치 연봉을 한 번 더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보상.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MVP! MVP! 그건 무조건 내가 가져간다.'

'이런 돌아버린 수준의 보상이라면 내년에는 폐지될 가능성도 있어. 무조건 이번 기회에 가져가야 해.'

바로 올스타전의 백미,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된다면.

'소산 전자의 광고 모델... 일단 반응만 좋으면 전속 모델이 될지도 몰라.'

굴지의 대그룹 소산 그룹. 그곳의 주력 계열사인 소산 전자의 광고 모델로 발탁된다. 거기에 더해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번 광고에 국내 최고의 탑스타, 청설하와 동반 출현을 한다는 소문이 은밀히 돌고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혜택이 앞선 보상들에도 심드렁했던 몇몇 선수들의 가슴 속에 불을 질렀다.

'청설하 팬클럽 1기 회원 출신으로서 도저히 질 수가 없다.'

'이건 말이 광고 모델이지 로또 맞는 거나 다름없지. 목숨을 건다.'

'청설하는 실물이 더 예쁘다던데... 그럼 여신인가?'

'미스터 올스타 한 번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런 기회를 살면서 다시 보기도 힘들어. 죽어라 뛴다!'

당연하게도 이보다 더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었다.

그 덕분에 올림픽 돔에서 열린 소산 팀 대 OG 팀의 경기는 어느 때보다 불타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시작은 대구 더히트의 1선발이자 OG 팀의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배성환.

쿠우우웅-!

[153.5km/h]

와아아아아아아-!

스스로 자신의 최고 구속을 2km/h나 뛰어넘으며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아니, 이 인간이 미쳤나. 진짜 목숨 거네?'

'작년에 FA 대박 터트린 인간이 이러기 있기 없기?'

'안 그래도 돌덩인데 저건 무슨 쇳덩이 같냐..'

전의를 다지고 있던 소산 팀 타자들은 입을 떡 벌리며 경악에 빠져들었다. 평소에도 구속에 비해 어마어마한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짓누르던 배성환. 그런 그가 쾌조의 컨디션을 넘어 아예 스텝업을 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소산 팀의 1번 타자 해준은 고개를 한차례 흔들었다.

'아주 작정을 하고 나왔네.'

이를 악물고 던지는 것을 본 순간 배트를 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저 돌덩어리에 배트를 가져가봤자 손아귀만 울려올 것이 뻔했으니까.

지금의 상태로는 커트해내기도 조차 힘든 구속.

마운드의 배성환은 그런 해준을 보고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쳐볼 테면 쳐보라는 듯이.

'...아니, 이제까지의 나라면 모르겠지만.'

그리고 해준은 마주 웃어줬다.

'그렇게 그치기엔 모아둔 포인트가 충분하거든.'

지난 6경기.

타율 0.720 출루율 0.759.

그리고 18할을 넘기는 장타율.

이를 악물고 휘두른 것에 더해, 자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상대 팀들의 미숙한 대처, 그리고 다소 운까지 따라줬다.

덕분에 말 그대로 쳤다 하면 이어지는 장타 행진.

물론 남들의 눈에는 그저 경악스러운 성적,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그 모든 것은.

'링크 활성화율을 끌어올린다.'

포인트를 모으고, 강해지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다.

[64포인트가 소모됩니다.]

[링크 활성화율이 증가합니다!]

*87% -> 88%

*150.34km/h -> 152.06km/h

[128포인트가 소모됩니다.]

*88% -> 89%

*152.06km/h -> 153.79km/h

[포심 패스트볼 대응 능력이 조정됩니다.]

*포심 패스트볼 60 -> 70

미스터 올스타를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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