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7화 (7/137)

7. 보시면 아시겠죠? (2)

따아아악-!

따악-!

시원하게 홈플레이트 위를 가른 배트가 공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고양 세오레즈 2군 연습경기장. 무더위를 식히는 듯한 타자들의 속 시원해지는 배팅을 보면서도 조대욱 감독은 속병이라도 앓듯이 신음성을 흘렸다.

"으음......"

"?"

"...으음...음.."

그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2군 타격 코치 김한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감독님,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으, 으음?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조대욱 감독은 말과는 달리 무언가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어 보였다. 덕분에 조대욱 감독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김한륜 코치를 애써 무시하며 어젯밤 해준의 변화를 떠올렸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그 정도로 한 번에 달라질까?'

어젯밤 보았던 강해준의 타격.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 충격이었다.

'그건 완전히 메이저리그식 스윙이지... 아마추어 시절에도, 프로에서도 배운 폼이 아니야. 완전히 새로운... 그런 자세다.'

불과 이틀 전 시합만 해도 해준의 스윙은 엉망진창,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남들이 그저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그 스윙의 이유를 조대욱 감독은 잘 알고 있었지만 여태껏 개선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공이 보이질 않으면 타격폼이고 뭐고 백약이 무효니까.

'그래서 꼰대 소리 들으면서도 컨택 위주 폼을 갈고 닦은 건데..'

팬들과 몇몇 전문가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타격 자세라 꼬집어도, 해준의 타격 자세를 잡아준 조대욱 감독이 그것만을 고집한 이유가 있었다.

'해준이 그 녀석이야 타석에서는 장님이나 다름없으니 컨택 위주보다는 홈런 스윙으로 일관하는 것도 좋았겠지. 어차피 맞을 확률이 똑같다면, 크고, 속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는 메이저리그식 스윙. 나라고 그걸 몰랐을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평생을 한국 야구계에 몸담아온 조대욱 감독은 그것을 잘 알고, 몸으로 깨닫기까지 했다. 한국 야구계에 흐르는, 아니 한국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뿌리 깊은 편견.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치열한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지.'

일 처리 능력 자체는 뛰어나지 못해도 근태가 성실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사원. 능력 자체는 꿀리진 않지만, 그저 그런 자세를 보여주는 사원. 이 둘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누굴 고를까?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후자를 고를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고리타분한 사회에서는 아직 겉으로 보여주는 치열한 노력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부류들이 많았다.

'홈런 스윙?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몰라도 컨택율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해준이에게 있어서는 독이다.'

홈런을 몇 개 더 쳐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평가가 안 좋아지는 것이 문제였다.

'홈런 스윙으로 일관하다 아웃을 당하면 영웅 스윙이라며 욕을 먹지만..'

배트를 짧게 잡고, 스윙 각도를 줄이고, 컴팩트하게 휘두르며 팀배팅을 강조한다면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인상을 준다.

거기에 더해 땅볼이라도 나올 시 이를 악물고 뛴다면 금상첨화. 이렇게 한다면 아웃을 당해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그것은 사람들의 잘못된 편견을 이용한 일종의 생존 방식이었다.

물론 보통 선수가 그렇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냉정한 프로야구판에서 낙오된다. 어디까지나 다른 야수들과는 비교 불가 수준의 수비가 받쳐주는 강해준만이 가능한 생존 방식이었다.

'본인도 답답했겠지.'

해준 또한 그 사실을 알고는 지난 6년간 맞지도 않는 타격폼을 감내해왔다. 탄력이 넘치는 근육, 뛰어난 동체 시력, 야수적 감각으로 생각되는 순간순간의 센스까지. 모든 것을 타고난 아이가 단 한 번의 사고로 답답한 감옥 속에서 조롱과 비난을 감수한 채 살아왔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해준이 어렸을 적부터 옆에서 보아온 조대욱 감독조차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란 놈은 어쩔 수 없다.

결과를 낼 수 없다면, 치열하게라도 보여서 선택을 받는 수밖에.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어젯밤 해준의 배팅을 본 순간, 조대욱 감독은 생각했다.

'웃기지도 않은 타격폼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어.'

조대욱 감독의 귓가에 호기롭게 소리친 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바로 미국식 스윙입니다, 영감님!'

그 타격 자세라면 가능하다.

'누가 키웠는지 몰라도 참 건방지단 말이야...'

조대욱 감독의 입가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미묘한 각도.

'에잉, 그나저나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자식. 그렇게 다른 사람 앞에서는 감독님이라 부르라 해도.'

탁-

무릎 위에 올려져 있던 라인업 서류철을 닫은 조대욱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경기 시작이 1시인가?"

"네, 늘 그렇죠."

"좋아, 이대로 가자고."

김한륜 타격 코치는 조대욱 감독이 내민 라인업 서류철을 열어보았다.

"음?"

그곳에는 통산 타율 0.063, 백한타 강해준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소속 4위 인천 플레인즈 측 더그아웃.

"그 이야기 들었어?"

오늘의 선발 투수 이정한은 스파이크 끈을 묶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네?"

선배이자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 포수 우요한이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무뚝뚝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오늘 라인업에 강해준이 있단다."

"강해준 선배가요? 1군에 계셨던 거로 알았는데..."

"기사 좀 챙겨봐. 어제 포털 사이트 메인에 크게 걸렸었어."

"죄송합니다. 선발 하루 전날부터는 스마트폰 보는 걸 피해서요."

"아, 징크스."

우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1군 백업 포수였던 그는 부상으로 2군에 내려 와있는 상태였기에 아직 팀 투수들을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상당했다.

"...그럼 어디로 던져야 할지도 모르겠네."

우요한의 말에 이정한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한가운데부터 몸쪽 깊숙이까지 프리패스 존. 맞죠?"

"그건 또 안다?"

"워낙 유명하니까요."

하긴... 그 강해준이 보통 유명한가. 우요한은 곧바로 납득하며 수긍했다. 아마 야구 좀 본다 하는 사람이면 강해준의 삼진 패턴은 4가지쯤 꿰뚫고 있을 거다.

"긴장하지 말고. 바깥쪽만 조심하면 돼. 이상하게 그쪽으로만 공이 빠지면 귀신같이 쳐낸단 말이야."

"넵, 알겠습니다."

이정한은 여전히 스파이크 끈을 묶던 자세에서 말을 잘 듣는 강아지처럼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한차례 내려다본 우요한은 피식- 작게 웃으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곧 경기 시작이다. 어깨마저 풀자."

"네!"

이정한 빠른 손놀림으로 스파이크 끈을 마저 묶으며 생각했다.

'바깥쪽? 변화구라면 몰라도 그 선배는 직구만 던져도 삼진... 그럼 간단하지. 한가운데에만 박아버려도 꽁아웃이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예상했을 때 야구란 놈은 청개구리처럼 오히려 그 반대로 흘러간다. 이정한은 그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

이럴 줄 알았다. 난 어느 정도 이 사태를 예상했다.

"흐음.. 그래, 흥미로워."

그래, 야구는 어렵기 때문에 재밌는 스포츠다. 10번 중 3번만 공을 쳐 내도 최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축구에서 페널티킥 성공률이 30%라면? 나가 죽어야지 뭐.

그때 내 옆을 지나가던 카일과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 눈빛이 왜 저래. 헤이, 카일 에버리지 씨, 사람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실례인 거 아십니까?

"해준. 부들부들한다. 이 악물고. 몸에 있습니까, any problem?"

카일은 육성형 용병으로 고양 세오레즈에 입단한 친구인데, 한국에 온 지 3년이나 됐음에도 한국어 문법에 미숙하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한국말 느는 솜씨도 딱 그 정도인 것 같다.

내가 부들거린다니. 뜻을 반대로 알고 있잖아. 이건 여유가 깃든 표정이다.

"해준아. 형 가방에 마그네슘 영양제 좋은 거 있는데 좀 줄까? 눈 주위에 왠 경련이... 1군 생활이 많이 힘들었구나. 표정은 또 왜 그래, 똥 씹은 얼굴... 음, 아닌가. 2군에 내려와서 기분이 나쁜 거구나!"

옆에서 유심히 이 광경을 지켜보던 종덕이 형까지 합세했다.

제길. 그래, 저 똥 씹은 표정입니다. 됐습니까. 이게 잠시나마 날 기대하게 했던 아웃라이어 머시기 시스템 탓이다.

"훠이훠이, 저리 가세요. 구경 난 거 아닙니다. 저 멀쩡해요."

나는 손을 휘저으며 오늘의 배터리 콤비를 피해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벤치 한 곳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푹 쉬고는 시스템 창을 불러들였다. 잠들기 직전까지 미친놈처럼 이것저것 불러보며 사용법은 완벽히 익혔다.

'링크 리스트 확인.'

[1개의 링크가 활성화 중입니다.]

[링크 #1 더 패스트볼 긱The Fastball Geek]

-대상: 토니 디에고 블랑코

-활성화율: 83%(143.42km)

143.42km.

그래, 이걸 본 순간부터 조금 불안했다.

'너무 날로 먹으려고 들었나?'

심상치 않은 이 숫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오전부터 피칭머신을 상대로 실험해본 결과, 딱 저 정도 속도의 패스트볼까지가 마지노선이라는 걸 깨달았다. 구속이 그 이상을 넘어서면 조금씩 배트 끝이 밀리기 시작하더라.

'애매한데.'

당연히 현 1군 투수들의 평균 구속인 144.2km에 못 미친다. 내가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142.1km 정도였으니 괜찮았겠지만, 6년 사이에 2km나 넘게 올라버렸다는 게 문제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소리긴 했다. 똑같은 타격 자세와 어프로치, 감각을 지니고 있어도 결국 배트를 휘두르는 건 사람의 몸. 몸이 다르면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100% 한계치까지 타격 자세를 못 끌어낸 만큼 변화구에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정도? 적어도 블랑코라는 양반처럼 앞뒤 구분 안 하고 휘두르지는 않는다.

"해준아, 가야지? 2군이 마음에 안 들어도 경기는 나가야 해. 그것도 알지?"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갑니다. 가요, 넵."

더그아웃 한 곳에서 카일과 대화를 끝낸 종덕이 형이 내 등 뒤를 툭 치며 지나갔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아무튼 열심히 패스트볼만 후려쳐서 메이저리그로 훌쩍 떠나려던 내 계획이 이렇게 좌절될 줄이야. 아무리 KBO라지만 패스트볼만 5할을 때려대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 같았는데. 어젯밤에 이 문제를 실감했지 못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공을 던졌던 정현이가 똥볼러인 탓이다.

그리고 2군에는 정현이 같은 똥볼러들이 널리고 깔렸다.

'뭐, 그래도 2군까지는 괜찮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 그래도 예전보단 나으니까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적어도 공이 날아오는 걸 볼 수 있으니.

투수가 몸을 푸는 사이, 나는 그라운드로 나가 다른 야수들과 공 좀 주고받으며 이것저것 물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타자들의 성향이라던가, 선호하는 구종, 타구는 주로 어느 쪽으로 보내는지. 상세한 자료수집이 사실상 불가능한 2군의 경우 이런 식으로 선수들끼리 상대에 대한 느낌이나 경험을 교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록지 정도? 그나마 이것도 그 날 경기가 없는 선수들이 기록하는 수준이라 타율이나 장타율 같은 기본 스탯만 알 수 있지, 기계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이터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플레이볼..!"

잠시 뒤, 다소 숨이 찬 듯한 심판의 게임 시작 콜이 울려 퍼졌다. 하긴, 이런 날씨에 마스크와 보호 장구들을 끼고 있는 것만큼 고역도 없다.

인천 플레인즈 2군의 1번 타자가 숨을 고르며 타석에 들어섰다.

"음... 풀스윙을 선호하고 절대적인 컨택율이 다소 떨어지는 타입. 초구를 노리고 휘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나는 다시 한번 검토하듯 상대 타자의 자료를 중얼거리며 온몸에 힘을 풀고 팔을 축 늘어트렸다.

데이터에 의한 예측보다는 오로지 반사신경에 의존할 때 이런 자세를 취하곤 했다. 어느 한 곳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역방향으로 공이 향할 시에 방해가 되곤 했으니까.

준비를 마친 투구판을 박찬 투수가 팔을 휘두르고, 공이 대포알처럼 쏘아져 나간다.

나는 내심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휘유, 2군 자원이라도 용병은 용병이라는 건가?

퍼어어엉-! 소리와 함께 심판의 힘찬 콜이 울려 퍼졌다.

"스트라이크!"

'150km는 넘으려나? 살벌하네.'

그리고 기세를 몰아 곧바로 공을 던지려는 카일.

"타임!"

하지만 플레인즈의 1번 타자는 재빨리 타임을 부르고는 타석에서 벗어났다. 예상보다 빨라 보인다는 떪떠름한 표정. 그리고는...

'짧게 잡았네?'

곧바로 타격 전략을 수정했다. 그리고는 다시 타석에 들어서며 최대한 홈플레이트에 붙어섰다.

'어떤 경우에도 풀스윙 타입이라고 했을 텐데. 음, 잠시만.'

150 강속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저렇게까지? 나는 타자의 타격 자세를 천천히 훑어봤다.

'짧게 잡는다고 이득을 볼 만한 타격 자세가 전혀 아닌데..'

컨택보다는, 온전히 힘을 실는데 집중한 폼. 저런 경우 짧게 치겠다고 배트를 저런 식으로 잡아버리면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타자가 배트를 짧게 잡는 것을 확인한 종덕이 형과 카일이 사인을 다시 주고받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잔재주를 부리네.'

마침내 의견 정리가 됐는지 카일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격수의 자리에 서 있던 나는 카일이 잡는 공의 그립을 확인했다.

'슬라이더.'

아마 안쪽에서 바깥으로 달아나는 공을 던져 스윙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일테지만...

'내 생각이 맞는다면.'

저거, 페이크다.

"악!"

투구판을 있는 힘껏 밀어낸 카일이 특유의 기합 소리와 함께 공을 뿌렸다. 동시에 타자에게 집중하고 있던 내 시선에는 어깨에 걸쳐 아래쪽으로 쳐져 있던 배트가 살짝 스르르 움직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역시!'

짧게 잡는 척하며 헐겁게 배트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카일이 투구폼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손에 힘을 풀었고, 어깨에 걸쳐진 채로 헤드가 바닥을 보고 있던 배트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노브가 자연스럽게 타자의 왼손 아래에 밀착된다.

즉, 풀스윙을 위한 본래 타격 그립으로 돌아온 것.

'외야인가?'

저 타자가 이 모든 걸 유도했고, 카일의 슬라이더가 그곳으로 향했다면 아마 꽤 큰 타구가 나왔을 것이고 나는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하더라도 타구의 방향까지 내가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야구란 놈은 늘 그러듯, 변수과 변덕의 덩어리다.

따아아악-!

날카로운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흐읍!"

카일이 있는 힘껏 던진 슬라이더는 회전이 풀려버리며 한가운데로 말려 들어갔고, 그에 타자는 있는 힘껏 공을 후리는 데 성공했지만, 궤도가 틀어졌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있는 힘껏 몸을 던졌다.

퍽-!

곧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글러브 끝에 공이 걸려들었다.

머리 좀 굴린 인천 플레인즈 1번 타자 씨, 당신은 라인드라이브 유격수 직선타로 아웃 되었습니다. 인정?

"Oh my godness...! fucking great job, dude!"

기뻐하며 파이팅 넘치는 소리를 질러오는 카일.

나는 피식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 이런 타구는 이 형님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라고. 그새 안 봤다고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카일?

대충 이런 말을 해주려고 했는데..

"..."

자리를 털고 일어난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글러브를 내려다보았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는 내가 자신도 공을 잡아낸 게 믿기지 않아서 글러브 속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이려나?

하지만 아니다. 남들에겐 호수비이지만, 나에게는 평범하다.

'이건 또 뭐야?'

내가 정신을 팔린 것은 공을 잡은 글러브 위로 떠 오른 글자들이었다.

수많은 글자와 숫자들이 게임 속 괴물을 때리면 그 위에 표시되는 데미지 수치처럼 떠올랐다가 스르르 사라졌다.

[UNLIKELY LEVEL CATCHING!]

[타구질 분류 Hard 판명]

[속도 149km/h]

[발사 각도 2˚, 라인드라이브 판명]

[캐치 확률 27%]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메세지가 떠올랐다.

[4point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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