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25화 (125/127)

< [64장] 하늘 고래 (2) >

하삼계가 세 개의 대륙이라면 중간계는 거대한 하늘의 바다였다.

유저들은 중간계를 하늘 바다라고 불렀는데 이 하늘 바다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살고 있었다.

거대 비행 마물.

이것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레이드 몬스터들이었다. 하삼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드 몬스터라 할 수 있는 히드라도 하늘 고래들과 비교하면 별것이 아녔다.

하늘 고래들도 등급이 존재했는데 가장 등급이 낮은 9등급 하늘 고래가 대략 히드라와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상 하늘 바다에 널리고 널린 게 9등급 하늘 고래라는 걸 고려하면 하늘 바다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알 수 있었다.

하삼계로 떨어질 예정인 하늘 고래는 무려 2등급 하늘 고래였다. 지금 시점에서 2등급 하늘 고래는 세상을 파멸(破滅)시킬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놈이었는데 다행인 건 놈이 막혀 있던 하늘 벽(壁)을 뚫으며 아주 큰 데미지를 입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것이란 점이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서 다시 날아오를 수도 없었음에도 엄청난 숫자의 유저가 놈에게 당했었지.’

정확히 집계된 건 아니었지만, 최소 90만 명 이상의 유저가 놈에게 당했다고 알려졌었다.

당시 놈을 잡기 위해 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유저가 달려들었었던 걸 고려하면 달려든 대부분의 유저가 죽은 것이었다.

하늘 고래가 추락하며 시작된 이벤트.

그 이벤트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고레벨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사실상 당시 영웅의 대지에 있던 거의 모든 유저가 몰려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놈이 떨어진 장소는 영웅의 대지에서 가장 큰 대도시인 튠이었다.

“네 겹의 거대한 날개와 지네를 닮은 머리. 그리고 뱀처럼 미끈하고 길쭉한 몸통. 놈의 이름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모습은 정확하게 생각나네.”

상혁은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특히 놈은 하삼계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거대 몬스터를 가볍게 압살할 정도로 엄청나게 컸었다.

너무 커서 제대로 공격을 맞춰도 이게 데미지가 들어간 건지 아닌지조차 확인하기가 힘들 정도였었다.

당시 상혁은 놈이 쓰러지기 직전에 전장에 합류했었기 때문에 죽진 않았었다. 하지만 대신 이벤트에도 참여하질 못했었다.

‘그때 이벤트에 참여하질 못했었던 게 그렇게 억울했었는데······ 그 억울함을 이번 생에 확실히 풀겠네.’

중간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게 2등급 하늘 고래였다. 사실 2등급 하늘 고래는 여러 가지 제약까지 고려하면 최강의 레이드 몬스터라고 불리게 될 드래곤보다도 더 강력한 놈이었다.

또한, 놈이 추락하는 모습은 따로 여러 각도에서 촬영된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 정도로 스케일과 효과가 대단했다.

상혁은 이번 생에서만큼은 그 장관을 꼭 실시간으로 지켜볼 생각이었다.

[하늘 배] 이름을 등록해주세요. [천(天) ☆]

- 최초로 만들어진 천급 하늘 배. 여러모로 특별함이 깃든 이 배에는 ‘☆’이 하나 추가됩니다.

[분류] 쾌속선(快速船)[★★★☆]

[기본 성능] 내구력 477000 / [내부 장갑 98400] / [외부 장갑 169000]

[장착 무장] 함포[★☆] / 작살포[★☆] / 부스터[★★★☆]

[추가 무장] 잠행(潛行)[★☆]

[기본 속성] 쾌속(S), 카르마 회복(B+), 보호막(B+)

[고유 속성] 칠흑

[최소 탑승 인원] 2명.

[권장 탑승 인원] 4명.

[최대 탑승 인원] 12명.

[크기] 듀얼 등급

역시 최초 제작이라 ☆이 추가로 붙었다. 이 별은 간단히 얘기하자면 아이템에 붙는 플러스(+)와 비슷한 것이었다.

플러스처럼 막 3개씩 붙진 않고 오로지 하나만 붙는데······ 사실상 이게 붙을 확률은 트리플 플러스가 붙을 확률보다 훨씬 낮았다.

별이 붙은 이상 모든 성능이 강화되었다고 보면 되었다.

즉, 상혁이 선택한 쾌속선, 부스터, 함포, 작살포, 잠행이 전부 강화된 효과로 붙었단 뜻이었다.

이걸 포인트로 환산하면 상혁은 이 별 하나로 거의 400~500포인트를 추가로 얻은 게 되었다.

별이 붙는 순간 하늘 배는 원래 등급보다 한 등급에서 두 등급 정도 윗급으로 취급받았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만들긴 했지만······ 이렇게 괴물 하늘 배가 탄생할 줄은 몰랐네.’

하늘 배의 상세 정보창을 확인한 상혁은 자신이 의도한 것 이상의 괴물 배가 된 하늘 배를 바라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미묘한 미소를 지은 이유는 탑승 인원 때문이었다.

원래 그가 계획한 대로라면 최소 탑승 인원이 1명이 나와야 했고 권장 탑승 인원은 2명이 나와야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게 2명, 4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듀얼 등급이라고 해도 크기를 최대한 작게 제작하면 최소와 권장 탑승 인원이 1명, 2명이 나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분명 최소 크기로 만들었음에도 2명, 4명으로 되어 있었다.

‘이건 좀 골치가 아프네.’

정확한 건 실제로 하늘 배를 띄우고 시험 운행을 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이 부분은 확실히 상혁의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상혁은 우선 하늘 배의 이름을 등록했다. 하늘 배의 이름은 이미 한 달 전부터 고민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배가 만들어지기 전에 결정해놓은 상태였다.

“이름 등록 ‘묵룡(墨龍)’.”

상혁은 단순하면서 부르기 좋은 이름을 선택했다. 거기에 하늘 배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렸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이름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름을 얻으며 완전무결해진 묵룡.

이제 하늘길이 열리고 하늘 바다가 공개되면 이 묵룡은 하늘 바다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다.

호칭 - ‘하늘 바다의 왕’

등급 – 전설(Legend)

설명 – 최초로 천급 하늘 배를 제작한 당신은 하늘 바다로 나갈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천급 하늘 배를 타고 하늘 바다를 정복하세요!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하늘 배 전투 준비(SS) : 비전투 중일 땐 하늘 배의 내구도가 천천히 회복됩니다. 또한, 비전투 중일 땐 이동속도가 10% 상승합니다. 마지막으로 보호막의 효율이 높아져 보호막의 위력이 100% 증가합니다.>

전설 등급 타이틀은 역시나 전설 등급에 어울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살짝 카르마 회복 특성이 붕 뜬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버려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이걸로 진짜 모든 준비가 끝났구나!’

타이틀 확인까지 끝낸 상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남은 건 하나······.

하늘 고래가 하계로 추락하는 일뿐이었다.

* * * *

하늘 고래의 추락 지점인 튠은 지금까진 커다란 대도시였지만 하늘 고래가 추락한 후에는 많은 게 달라질 예정이었다.

상혁의 전생엔 하늘 고래의 추락으로 대도시 튠이 거의 초토화 되었다. 그때 생긴 거대한 구덩이가 변형 지형으로 인정받아 계속 유지가 되었는데 나중엔 그 구덩이에서 고래의 기생충이란 몬스터들이 생성되어 튠은 도시가 아닌 사냥터가 되었다.

진짜 일이 터질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상혁은 튠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상혁은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NPC는 모조리 튠에서 떠나게 했다. 그걸 마지막으로 상혁이 하삼계에서 해야 할 일들은 모두 정리되었다.

정리를 끝낸 상혁은 독고불패의 신분으로 검투의 전당이나 필멸의 전당만 돌며 매일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정확히 열흘이 흘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노천카페에 앉아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던 상혁은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떨어질 때가······ 어?’

오늘도 하늘 고래가 떨어지길 기다리던 상혁의 두 눈에 뭔가특이한 현상이 포착되었다.

‘붉다.’

미세하게 하늘이 붉었다. 지금 시각이 아침이란 걸 고려하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상혁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좀 더 집중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스으으으으으.

몇 분이 지났을까? 하늘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붉어지기 시작했다.

‘시작되었다!’

붉어지는 하늘은 추락의 징조가 분명했다.

‘우선 추락을 직격으로 맞을 순 없으니까······.’

상혁은 재빨리 튠의 북쪽을 향해 달렸다. 상혁이 알기엔 놈은 튠의 남쪽에 떨어졌었다.

상혁이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그 순간.

드디어 공식 이벤트 알림이 영웅의 대지에 접속해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전달되었다.

긴급 이벤트 발생입니다.

하늘 벽에 생긴 미세한 균열을 뚫은 한 마리의 거대 비행 마물이 튠 지역으로 추락 중입니다.

하늘 벽을 뚫을 때 받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지만 여전히 놈은 살아 있습니다.

놈은 2등급 거대 비행 마물입니다.

2등급 거대 비행 마물은 ‘재앙(災殃)’ 판정을 받을 수 있는 마물입니다. 만약 놈이 정신을 차리면 이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차원여행자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튠에 추락한 놈은 힘이 많이 약해져 있을 겁니다.

놈이 몸을 회복하고 원래 가지고 있는 멸망의 힘을 되찾기 전에 차원여행자분들이 힘을 합쳐 놈을 쓰러트려야 합니다.

이번 이벤트엔 참여 제한이 없습니다.

놈을 쓰러트리는데 도움을 주신 분들은 자신이 활약한 만큼 정확하게 공적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그 공적 포인트에 따라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하셨던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서두르세요!

알림은 제법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니 그 괴물이 떨어진 직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릴 때 힘을 합쳐서 쓰러트려라. 그러면 대단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워낙 갑작스러운 이벤트 알림이라 많은 유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나마 눈치가 빠른 이들은 고개를 들어 재빨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

이벤트 알림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 위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었다.

마치 피에 물들듯이 붉게 변해가던 하늘에 커다란 균열이 생겨나며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균열에서 하나의 커다란 불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커다란 불덩어리 주변으로 작은 불똥들이 마구 쏟아지며 허공에 흩날렸는데 그 모습은 마치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불꽃놀이를 하늘 꼭대기에서 터트린 것처럼 보였다.

‘캬······ 이래서 사람들이 이 이벤트를 세상에 두 번 다시 없을 불꽃놀이라고 불렀구나.’

상혁은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당연히 가장 좋은 각도에서 촬영까지 하고 있었다.

불꽃놀이(?)는 강렬하고 화려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화려한 불꽃놀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커다란 불덩어리였다.

그 불덩어리는 빠른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유저들도 이젠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상황을 인지한 이상 멍청하게 튠을 향해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하늘 고래를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유저들은 최대한 추락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이리저리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몇몇 눈치 빠르고 실력 좋은 유저들은 이게 보통 이벤트가 아니란 걸 눈치채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당연히 상혁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 와라!”

상혁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불꽃놀이의 대미이자 백미라 할 수 있는 추락한 하늘 고래가 대도시 튠에 떨어지며 튠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순간을 제자리에 꼿꼿이 서서 똑똑히 지켜봤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쿵!

뒤흔들리는 세상.

무너져 내리는 수많은 건물.

천지가 개벽 될 것 같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훗날 ‘재앙의 날’이라 불리게 될 대규모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 [64장] 하늘 고래 (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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