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22화 (122/127)

< [63장] 하계, 중간계 그리고 천상계 (1) >

@ 하계, 중간계 그리고 천상계.

거래를 끝내고 헤어진 상혁은 곧장 열쇠를 허공에 꽂고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문이 나타나며 자연스럽게 열렸다.

상혁이 열린 문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사라진 영웅들의 보물 창고’였다.

이 창고는 영웅의 대지에서 마왕의 군단과 싸우다 쓰러진 영웅들이 남긴 보물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이 창고에는 수많은 보물이 모여 있었는데 전부 유일 등급 이상 그리고 전설 등급 이하의 아이템들이었다.

상혁의 전생엔 이 열쇠를 사용해 아이템을 얻었다고 알려진 이들이 네 명 정도 있었다. 물론 알려진 것만 네 명일 것이고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유저들이 이 열쇠를 사용해서 아이템을 얻었을 게 분명했다.

확실한 건 이 열쇠를 사용해 얻은 아이템이라고 알려진 물건들은 전부 대단한 성능을 자랑했다는 점이었다.

‘어벤져스 애들도 들어와 보긴 했었겠지?’

열쇠의 사용 횟수는 ‘2/2’로 되어 있지만, 아이템을 들고 나가지 않는 이상 사용 횟수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 한 번 이상 이곳에 들어와 살펴봤을 가능성이 컸다.

‘아마 충분히 살펴보고 사자왕의 분노보단 못하다고 결론을 내렸을 거야.’

어벤져스가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적어도 현시점에선 전설 등급 아이템을 가져와도 더블 플러스 2.5등급 마갑인 사자왕의 분노보단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었다.

‘지금 시점에선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겠지. 덕분에 나만 대박이 났네.’

상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게 뻗은 길을 따라 좌우에 여러 아이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쉬운 점은 놓여 있는 아이템을 만져서 상세 정보를 볼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상세 정보는 아이템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서만 볼 수가 있었다. 창고 안에서 볼 수 있는 정보는 외형과 등급 그리고 아이템 이름 정도뿐이었다.

어벤져스가 이 열쇠를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이템의 정확한 상제 정보만 확인할 수 있었다면 좀 더 확실하게 비교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이번 교환을 제시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등급과 이름 그리고 외형만 보고 아이템의 성능을 판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그들은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복권을 긁기보단 긁어져 있는 당첨된 복권을 선택한 것이었다.

‘분명 어벤져스의 판단은 일리가 있어. 하지만 난······ 긁지 않고도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상혁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이 열쇠를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상혁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며 좌우를 살폈다.

물론 상혁이라고 해서 이 보물 창고 안에 있는 모든 복권, 아니 아이템의 성능을 알고 있진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유저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회귀자의 안목. 이건 상혁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기도 했다.

상혁은 보물 창고 안에 있는 아이템은 전부 다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앞으로 걸어가며 한 개의 아이템도 놓치지 않고 모두 살펴보았다.

물건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등급과 이름 그리고 외형만 봤을 뿐인데도 4시간을 꼬박 창고 안에서 보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네 가지 물건을 선택할 수가 있었다.

세 가지 아이템 전설 등급이었고 한 가지는 유일 등급 아이템이었다.

황금용의 주화(鑄貨), 얼굴 없는 자의 가면(假面), 대장군의 깃발, 적룡의 광혈(2개).

일단 적룡의 광혈은 유일 등급 아이템이었지만 무조건 선택을 할 생각이었다. 상혁은 창고에서 적룡의 광혈을 발견한 순간 만세를 불렀다.

그것도 무려 두 개가 한 세트로 묶여 있었다.

아무리 적룡의 광혈이라고 해도 한 개였다면 살짝 고민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두 개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건 등급에 상관없이 무조건 가지고 나가는 게 맞았다.

적룡의 광혈을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세 개가 남았는데······. 이 세 개 중에 대충이라도 성능을 알고 있는 건 대장군의 깃발과 얼굴 없는 자의 가면이었다.

‘얼굴 없는 자의 가면은 대도(大盜) 혹은 닌자의 왕이라 불렸던 한조의 것이라고 소문났던 아이템이고 대장군의 깃발은 어벤져스 길드의 메인 탱커이자 최고의 탱커 중 한 명으로 손꼽혔던 아이언맨 디프롬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다.’

얼굴 없는 자의 가면은 환술(幻術) 관련 아이템이란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한조는 이 아이템을 이용해 특유의 전투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알려졌었는데······ 상혁도 정확한 성능을 알진 못했다.

그에 반면 대장군의 깃발은 비교적 정확하게 성능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강력한 파티 버프를 걸어주는 장신구 아이템이었다.

이 장신구를 가지고 있는 아이언맨 디프롬 덕분에 어벤져스는 레이드 쪽에선 늘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길드로 인정받곤 했었다.

‘원래대로라면 정확한 성능과 위력을 알고 있는 이 두 가지 아이템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상혁은 무척 고민되는 표정으로 마지막으로 선택한 황금용의 주화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건 상혁도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그런데도 이 아이템을 마지막 후보로 고른 이유는 이름에 붙어있는 ‘황금용’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그림자 왕을 믿어준 세 명의 진짜 영웅······. 높은 확률로 사방수호좌(四方守護座)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황금용······. 도박인 건 아는데 자꾸 끌리네.’

복권을 긁지 않고 당첨 여부를 알 수 있어서 선택한 열쇠였는데 정작 상혁은 그 열쇠를 사용하고 나서 복권을 긁고 싶어졌다.

아이러니한 상황이긴 했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복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상혁은 이미 ‘적룡의 광혈(2개)’이라는 확실한 보상을 하나 뽑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머지 하나는 도박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였다.

‘대장군의 깃발은 사실 나한테 크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니까 패스. 그리고 얼굴 없는 자의 가면은 솔직히 나한테도 굉장히 쓸만한 물건일 것 같긴 한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상혁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심판의 투구도 어디 가서 빠지는 아이템은 아니잖아? 그냥 복권을 한 번 긁어보자.’

남자라면 도전······은 아니었고 상혁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고려한 후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만약 여기서 도박이 성공해 진짜로 아이템 이름에 붙어있는 황금용이 상혁이 예상하는 그 황금용이라면 상혁은 여러 가지 이득을 볼 가능성이 매우 컸다.

더욱이 이어지는 맥락들을 살펴보면 상혁의 예상이 맞을 가능성이 더 큰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과감히 황금용의 주화를 선택했다.

끼이이익, 철커덩!

보물 창고의 문이 닫히는 순간 상혁이 들고 있던 열쇠도 사라졌다.

대신 그의 가상가방엔 두 가지 아이템이 추가되어 있었다.

적룡의 광혈(2개)와 황금용의 주화.

우선 상혁은 적룡의 광혈을 꺼내서 플러스가 얼마나 붙어있는지 살펴보았다. 적룡의 광혈은 플러스 하나당 사용 횟수가 2회씩 늘어났기 때문에 사실상 플러스가 하나가 붙을 때마다 아이템이 하나씩 늘어난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그만큼 플러스 붙는 게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더블 플러스와 꽝인가. 쩝, 아쉽네······ 두 번째 것에 플러스가 하나라도 붙었으면 진짜 대박이었을 텐데.’

첫 번째 것은 더블 플러스로 대박이 터졌는데 두 번째 것은 아무것도 붙지 않은 꽝이었다.

적룡의 광혈 2개를 합쳐서 총 사용 횟수는 8회.

최초 얻었던 트리플 플러스 적룡의 광혈 하나와 똑같은 사용 횟수였다.

‘뭐, 그래도 이것까지 합쳐서 총 15회가 된 것이니까 충분히 만족스럽네.’

사실 15회만 되어도 엄청난 것이었다.

보장되었던 대박을 확인한 상혁은 잠시 숨을 고른 후 황금용의 주화를 꺼냈다.

‘이게 터져줘야 할 텐데······.’

상혁은 떨리는 마음으로 긁지 않은 복권인 주화의 상세 정보창을 띄웠다.

황금용의 주화 [전설(Legend) ++]

- 북쪽의 현명한 황금용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드래곤 하트 한 조각을 꺼내 특별한 동전을 만들었다. 이 동전은 여러 가지 의미로 세상의 빛이 될 것이다.

[기본 능력치] 모든 능력치 +70(+14)

[특수 능력치] 가장 높은 기본 능력치 +70(+14)

[특수 효과] <용의 가호(S+) : 죽음을 이르게 하는 공격을 받았을 때 주화가 던져져 황금용(앞면)이 나오면 죽음을 피하며 생명력과 활력을 20% 회복합니다. 하지만 암흑용(뒷면)이 나오면 죽음을 피하진 못하지만 대신 죽음을 잠시 유예하여 1분 동안 체력과 활력이 0%지만 대신 공격력이 20% 상승한 상태로 존재할 수가 있습니다. 1분이 지나면 무조건 죽습니다. 이 능력은 4시간에 한 번씩만 발동됩니다.>

[아이템 스킬] <대운(大運) (A+) : 자신과 관련된 모든 선택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동안 효과가 상시지속됩니다.>

[보너스 효과] 지혜 +10, 지능 +15

“오오!”

아이템 창을 차분히 살펴본 상혁은 급격히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용의 주화는 예상대로 장신구였는데 성능이 엄청나게 좋았다.

절반의 확률로 죽음을 피하게 해주는 용의 가호는 설사 죽음을 피하지 못하더라도 미친 뒤끝을 보여줄 수 있었고 패시브 아이템 스킬로 붙어있는 대운은 그 하나만으로 전설 등급의 값어치를 다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상혁은 전생에 대운과 유사한 패시브 능력 하나를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팀에 소속되어 있던 한 선수가 영혼 스킬로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는데 그 능력의 이름은 ‘행운(幸運)’이었다.

당시 그 행운은 B급 능력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있던 선수의 말에 따르면 이 능력 덕분에 공격 시 남들보다 치명타가 더 자주 터지고 반대로 방어 시엔 상대방의 공격이 치명타가 덜 터진다고 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강화를 해도 좀 더 잘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게임 속에선 가위바위보 같은 것도 평소보다 더 잘 이긴다고 했었다.

B급 능력인 행운으로도 그런 걸 충분히 느꼈으니 A+급 능력인 대운으로는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쓸만한 장신구를 구하지 못해서 좀 답답했는데······ 이렇게 완벽한 장신구를 구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였나 보네.’

상혁은 크게 만족하며 곧장 황금용의 주화를 착용했다.

‘그나저나 아이템 설명에 북쪽의 황금용이라고 나와 있는 것으로 봐서는 황금용은 사방수호좌 중 북방현좌(北方賢座)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인 게 확실해.’

황금용이 북방현좌로 확정되면 나머지 그림자 왕과 하이엘프 스텔라 그리고 불의 왕 토츈도 한 자리씩 확실히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대략 사방수호좌가 완성되었다.

물론 현재 사방수호좌를 이어받은 것으로 네 존재 중 상혁이 알고 있는 존재는 ‘붉은 망치 토칸’밖에 없었다.

‘확실한 건 내가 만약 그림자 왕의 모든 걸 승계받을 수만 있다면······ 사방수호좌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겠지?’

사방수호좌와 그 네 자리의 대표격인 천원좌.

이건 훗날 대격돌(大激突) 때를 대비해 무조건 차지해놔야 하는 것이었다.

좋은 아이템도 얻고 쓸만한 정보도 얻었다.

이 정도라면 ‘사자왕의 분노’정도는 몇 개를 줘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 * * *

어벤져스에게 아다만티움 500Kg을 받고 아이언 골렘을 사냥하며 모은 170kg 정도를 더한 후 금산상단을 통해 무한매입한 490kg을 더하자 아다만티움이 1톤을 훌쩍 넘어갔다.

상혁은 일단 하늘 배의 성능은 천 급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크기는 듀얼 등급 정도로만 만들 생각이었다.

하늘 배의 크기는 제일 작은 ‘솔로’ 등급부터 듀얼, 트리플, 쿼드라플 등급까지 존재했다.

물론 단순히 배의 크기가 크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작은 건 작은 것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고 큰 건 큰 것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성능이 동급이라면 서로 충돌했을 땐 아무래도 크기가 큰 쪽이 유리한 게 사실이었다.

상혁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크기를 키울 순 없었다. 크기가 커지면 당연히 그 배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인원도 늘어났다.

혼자서 조종할 수 있는 한계 크기가 듀얼 등급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혁은 듀얼 등급의 크기를 선택했다.

어쨌든 듀얼 등급의 기준에서도 가장 작은 크기로 하늘 배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하늘 배를 만드는 데 대략 1.5톤의 금속류 재료가 필요했다.

그 얘긴 상혁이 조금만 더 아다만티움을 모으면 아다만티움만으로 만들어진 말도 안 되는 하늘 배를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참고로 아다만티움의 시세는 아직 본격적으로 가격이 상승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도 이미 10kg에 10만 골드를 찍고 있었다.

나중에 유저들이 하늘 배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아다만티움은 10kg당 50만 골드 정도를 줘야 할 정도로 가격이 올라갈 예정이었다.

‘내부의 중요하지 않은 몇 군데만 적당히 강철로 채우면 한 아다만티움 100kg 정도만 모으면 되겠는걸? 이 정도는 금산상단에서 돈에 상관없이 긁어모으면 금방 모을 수 있어!’

상혁은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나중에 중간계에서 확실히 버틸 수가 있었다.

현재 상혁이 있는 곳은 하계였다.

정확히는 하삼계(下三界)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리고 상혁이 하늘 배를 만든 후 그 배를 띄울 곳은 중간계(中間界)라 불렸고 지옥과 같은 중간계를 뚫고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천상계(天上界)라 불리는 태양의 대륙이었다.

< [63장] 하계, 중간계 그리고 천상계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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