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21화 (121/127)

< [62장] 칠흑의 검은 날개 (2) >

‘흑익비행!’

상혁은 칠흑의 검은 날개를 소환한 후 곧장 흑익비행을 사용했다. 그러자 상혁의 등 뒤에서 커다란 검은 날개가 펼쳐지며 상혁의 몸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흑익비행은 상혁을 날 수 있게 해줬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날아오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상으로부터 50m까지. 모든 비행 관련 기술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매개체가 존재하면 더 높은 곳에서도 비행할 순 있었지만, 그 매개체로부터 50m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똑같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벗어날 순 있었다. 하지만 50m 이상으로 상승하면 그 즉시 생명력과 활력이 1초에 2%씩 하락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사망할 수가 있었다.

적당히 하늘로 날아오른 상혁은 지상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언 골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날 수 없으면서 원거리 공격까지 할 수 없는 몬스터들 같은 경우 이런 식으로 자신과 싸우던 대상이 하늘 위로 날아서 도망가버리면 상대를 공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이 상태가 정확히 10초 동안 유지되면 전투가 풀리면서 아이언 골렘의 체력은 100%까지 즉시 회복되었다.

즉, 하늘로 날아올라 안전하게 아이언 골렘을 사냥하는 건 불가능하단 뜻이었다.

그런데도 상혁이 아이언 골렘을 사냥하던 도중에 흑익비행을 사용한 건 전투 중 비행 스킬이 얼마나 빠르게 발동되는지 감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상혁은 아이언 골렘을 사냥하며 칠흑의 검은 날개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네.’

이 정도라면 전투 중에 연결 동작으로 활용해도 될 정도일 것 같았다.

‘날개를 펴고 접는 동작이 조금만 숙달돼서 1초 안에 이뤄질 수만 있으면 점프 대신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상혁은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하며 다시 날개를 접고 흑익비행을 해제했다.

늘 강조하는 얘기지만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그걸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면 말짱 꽝이었다.

특히 마갑은 기존이 무기들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지닌 물건이었기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유저일 경우 최소 몇 달은 열심히 다뤄봐야 제대로 적응을 할 수가 있었다.

물론 상혁은 전생의 경험 덕분에 몇 달이 아니라 며칠 만에 간단하게 적응했지만 이건 상혁의 회귀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요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거 같은데 슬슬 사자왕의 분노를 팔아볼까?’

마갑은 99%의 유저들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최상위 1%의 유저들은 이미 마갑을 제작하고 그것을 사용까지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로부터 흘러나오는 마갑에 대한 정보는 수많은 유저들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특히 증폭이란 개념은 지금까진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었고 그 증폭 능력을 활용하면 기존엔 절대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도 가능해질 수가 있었다.

가장 등급이 낮은 1등급 마갑만 해도 30%의 증폭률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실제로는 단순히 힘이 30% 강해지는 게 아니라 거의 50% 이상 강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마갑만 몇 개 가지고 있어도 기존에 실패하던 레이드를 가볍게 성공할 수도 있었고 또는 기존엔 절대 이기지 못하던 상대를 이길 수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마갑의 값어치는 계속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마갑을 만들면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이게 유저들의 생각이었다.

‘지금 1등급 마갑만 해도 현실에서 거의 몇억 수준에 팔리고 있지? 확실히 너무 과하게 과열이 되어 있긴 하네.’

상혁의 기억으론 이런 마갑 열풍은 조만간 꺼졌다. 사실 숨겨져 있던 정보를 얻어서 마갑을 제작하는 요령만 알게 되면 마갑을 제작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재료가 부실하면 1등급이 아니라 0.5등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0등급 마갑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쓰레기 같은 마갑도 증폭률을 10% 달고 있긴 했다.

아무리 쓰레기라고 해도 증폭률이 달린 이상 사용하는 사람들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0등급이나 0.5등급의 마갑들이 등장하고 1등급 마갑의 공급도 늘어나면 열풍은 당연히 식을 수밖에 없었다.

‘열풍이 끝나기 전에 사자왕의 분노를 팔아먹어야 한다.’

열풍은 곧 왜곡된 시세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지금 시점에서 사자왕의 분노는 한 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수 있었다.

상혁은 그렇게 거품이 꺼지기 전에······ 세상에서 가장 큰 거품을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 * * *

상혁이 선택한 판매 방법은 전에 ‘와이번 블러드’를 팔았을 때와 거의 비슷했다.

다만 마지막만 좀 달랐다. 온라인으로 받은 견적서를 통해 최종적으로 다섯을 선별한 후 그 다섯 명(?)만 따로 초대해 VIP 경매를 열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시켜 물건을 최대한 비싸게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상혁은 일단 각종 커뮤니티에 골드 마운틴의 이름으로 경매 공지를 하나 작성해서 올렸다. 이번에도 역시 유저들이 먼저 골드마운틴을 알아보고 그 글에 추천을 몰아줘서 너무나 쉽게 화제의 글에 올라갈 수가 있었다.

당연히 경매 공지에는 ‘사자왕의 분노’의 상세 정보가 나와 있는 이미지 파일들도 첨부해주었기 때문에 유저들의 반응은 와이번 블러드 때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2.5등급 마갑? 와, 이런 미친 아이템을 누가 만든 거야?]

[이게 뭐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진짜 게임 속에 존재하는 아이템이라고? 와······. 2.5등급에 플러스가 두 개나 붙었어. 이건 사기야!]

[또 골드마운틴이 파네. 도대체 얘들은 어디서 이런 미친 아이템들을 구해오는 거야?]

[이런 건 얼마나 지르면 살 수 있는 거야?]

[글쎄······ 현금으로 최소 200만 달러 정도는 내야 하지 않을까?]

[무슨 게임 아이템 하나가 200만 달러나 해. 말도 안 돼.]

[말 되는데? 너희들이 모르는 엄청난 세상이 저 꼭대기 위해 펼쳐져 있어. 그들은 200만 달러가 아니라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서라도 저 아이템을 소유하려고 할 거야.]

[시발 졸라 부럽네.]

[여기 드레이크 블러드가 동력원으로 쓰였다고 나와 있는데······ 드레이크 블러드만 따로 팔아도 십억 원은 우습게 받을걸?]

[내가 장담하는 데 현존하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 비싸게 팔릴 아이템이야. 증폭률이 플러스 효과까지 합쳐서 96%잖아. 이런 사기 아이템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진심 가지고 싶다.]

[우리 집을 팔아도 못 사네. 에휴, 내가 재벌 집 아들로 태어났으면 당장에 샀을 텐데.]

[돈이 있어도 사기가 힘들걸? 이거 결국 비공개 경매로 판다는 건데······ 저기 기름 부자님들이 참전하시면 최종 경매에서 이기기가 힘들 거야.]

······

······

일반 유저들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이미지 파일만 계속 바라보며 침만 흘렸다.

그들이 그러고 있을 때 실제로 사자왕의 분노를 살 능력이 되는 이들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플러스가 하나도 붙지 않은 2등급 마갑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더블 플러스의 2.5등급 마갑이 튀어나왔다.

이 정도라면 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등장한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존에 마갑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사자왕의 분노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아이템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물론 진짜 괴물은 상혁의 등에 새겨져 있었지만 이건 판매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도 존재를 알 수 없는 물건이었고 판매가 가능한 마갑 중엔 사자왕의 분노를 따라올 물건이 없었다.

대략 2주 전에 플러스가 하나도 달리지 않은 2등급 마갑이 비공식 거래를 통해 150만 달러에 팔렸었다. 심지어 그 마갑의 옵션은 사자왕의 분노와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빈약했었다.

이 정보는 최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정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사자왕의 분노가 튀어나왔으니 당연히 최상위권 유저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이것을 얻으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마갑의 거품이 한계까지 차올라 있는 지금······ 사자왕의 분노는 그 거품의 정점을 찍을만한 성능을 지닌 아이템이었다.

“아무래도 돈만 받는 것보다는 현물(現物)과 함께 받는 게 좋은데······.”

상혁은 우편함에 가득 쌓여 있는 경매 견적서를 하나씩 살펴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아이템을 엄청난 거액의 현금에 팔아먹을 생각부터 하겠지만 상혁은 현금이 아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얼마 전 현실에서의 투자로 제법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었다.

‘200만 달러······ 250만 달러······. 오호, 300만 달러까지 있네.’

상혁은 견적서에 적혀 있는 무시무시한 가격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절묘한 시점에 사자왕의 분노를 내놓았는지 실감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

적혀 있는 가격들은 죄다 엄청났지만 정작 상혁의 마음엔 들지가 않았다.

상혁이 원하는 건 현물이었다.

확실한 게임 속 아이템. 실제로 상혁은 경매 공지에도 현금보다 게임 속 아이템이 훨씬 인정받을 것이라고 적어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게임 속 아이템은 귀했다.

진짜 돈이 많은 부자 유저들은 현금은 내놓아도 좋은 아이템은 내놓고 싶어하질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혁은 몇 시간 동안 계속 쌓여 있는 견적서들을 살펴보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조건을 제시한 곳을 찾고 또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략 4시간 정도를 찾았을 때 드디어 몇 군데 마음에 드는 조건들이 나타났다.

‘역시 돈이 넘쳐나는 개인 유저의 견적서보다는 돈보단 세력의 힘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대형 길드의 견적서가 훨씬 낫네.’

흔히 얘기하는 기름 부자들이나 혹은 다른 재벌 유저들은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몇백만 달러씩 적어냈다. 하지만 상혁은 그런 제안은 대부분 날려버렸다.

오히려 상혁은 값어치가 좀 낮아도 게임 속 아이템을 주겠다고 나선 조건들을 선택했다.

돈보단 아이템.

이게 상혁이 견적서를 선택하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이었다.

* * * *

상혁은 최종적으로 다섯 명을 뽑은 후 그들을 곧장 다음날 게임 속에서 모았다. 그리곤 다시 그들끼리 경쟁을 하게 해서 최대한 쥐어짜 냈다.

만약 상혁이 파는 물건이 사자왕의 분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쥐어짠다고 짜질 이들이 아니었지만, 물건이 물건인 만큼 최종적으로 모인 다섯 명은 열심히 짜여줬다.

짜는 쪽도 그리고 짜이는 쪽도 서로 도가 지나치다는 걸 알면서도 오로지 사자왕의 분노라는 엄청난 아이템 하나 때문에 그 모든 지나침을 무시했다.

결국, 치열한 경쟁 속에 한 사람이, 아니 한 길드가 최종 승자가 되었다.

패자가 된 4명은 분루(忿淚)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기름 부자로 보이는 한 명의 패자는 승복을 하지 못하고 추가금액으로 이백만 달러를 더 내놓겠다고 얘기했지만 상혁은 이미 승자가 된 쪽에서 제시한 조건에 완전히 넘어가 버린 상태였다.

그 조건은 몇백만 달러의 현금으로는 채울 수 없었기 때문에 상혁은 기름 부자의 마지막 레이스를 받아주질 않았다.

“휴,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최종 승자가 된 ‘어벤져스’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아이언 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벤져스 길드는 EL 10대 길드를 뽑으면 언제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대형 길드였는데 길드원의 90% 이상이 미국인인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길드였다.

“이 교환이 싫으시면 지금이라도 다시 말씀하세요. 전 다른 쪽과 교환하면 됩니다.”

상혁은 톰을 바라보며 전혀 아쉬울 게 없단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좀 달랐다.

‘다른 쪽은 싫어! 난 꼭 너희와 거래할 거야!’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걸리면 거래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한껏 배짱을 부린 것이었다.

“휴, 아닙니다. 교환하죠.”

다행히 아이언 톰도 거래를 깰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현재 어벤져스 길드에겐 사자왕의 분노가 너무나 절실히 필요했다. 그들은 길드 차원에서 마갑을 다섯 개나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다섯 개 중 한 개도 2등급이 나오질 않았다.

재료도 다 떨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밑에서 마구 치고 올라오는 다른 길드에게 10대 길드 자리를 내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 경매에 필사적으로 참여했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 어벤져스가 아끼고 또 아끼며 구명줄처럼 부여잡고 있던 ‘그것’마저 내놓아서 최종 승자가 되었다.

“여기 있습니다.”

아이언 톰은 한 개의 커다랗고 화려한 황금색 열쇠를 꺼내서 상혁에게 건네주었다.

‘오오! 사라진 영웅들의 보물 창고 열쇠! 이걸 어벤져스 길드에서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아이언 톰이 꺼낸 열쇠는 일종의 증표였다. 당연히 그냥 평범한 증표는 아니었고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증표였다. 이 열쇠는 회귀자인 상혁도 존재만 알고 있고 어떻게 얻는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있었다.

그건 바로 이 열쇠를 사용하면 사라진 영웅들의 보물 창고에 들어갈 수 있고 그 보물 창고에서 두 가지 물건을 가지고 나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설 등급 아이템들도 수없이 널려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사라진 영웅들의 보물 창고였다.

그리고 상혁은 이것만 받는 게 아니었다.

현금 50만 달러와 아다만티움 500Kg.

열쇠와 함께 이 두 가지도 받기로 하고 사자왕의 분노를 넘겨주는 것이었다.

< [62장] 칠흑의 검은 날개 (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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