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장] 칠흑의 검은 날개 (1) >
@ 칠흑의 검은 날개.
히드라 블러드를 끝으로 모든 재료를 모은 상혁은 재료들을 전부 들고 마갑 제작을 시작했다. 아쉬운 건 아직 디자인 수정을 제작해 파는 유저가 없었기 때문에 외형은 그냥 기본 외형이 잘 나오길 비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암흑비룡의 오라가 담겨 있는 크리스털과 드레이크 로드의 뼈, 그리고 거인의 힘줄을 합치자 마갑의 뼈대가 완성되었다.
그리곤 여기에 드레이크 로드의 가죽을 무려 10겹으로 겹쳐서 만든 ‘합성 드레이크 로드의 가죽’을 덧대 내부 장갑을 완성했다.
최고급 재료 아이템인 드레이크 로드의 가죽을 10겹이나 겹쳐서 만든 합성가죽은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값비싼 재료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상혁은 여기에 2차 외장갑 재료로 히드라의 가죽을 집어넣었다. 원래는 적당히 미스릴이나 혹은 아만다티움 같은 금속류 재료를 넣으려고 했었는데 막상 히드라를 잡고 히드라의 가죽을 얻어보니 금속류 재료만큼 품질이 좋고 내부 장갑인 합성 드레이크 로드의 가죽과 궁합도 좋아서 히드라의 가죽을 2차 외장갑 재료로 선택했다.
이렇게 적당히 필요한 재료를 다 넣은 뒤 마지막으로 히드라 블러드를 동력원으로 집어넣었다.
적어도 현시점에선 히드라 블러드보다 더 좋은 동력원은 없었다.
상혁은 이미 선구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재료들만 있으면 어디서도 마갑을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홀로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 아무도 모르게 마갑을 제작했다.
슈우우우우우, 번쩍!
4등급 마갑 ‘칠흑의 검은 날개’를 완성했습니다.
최초로 만들어진 4등급 마갑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구자가 만든 마갑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와우!”
마갑이 완성되는 순간 상혁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주 잘 나오면 3.5등급 정도의 마갑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무려 4등급의 마갑이 나와버렸다. 4등급 마갑은 다음 차원 행성이 공개된 후에도 쉽게 만들 수 없는 강력한 마갑이었다. 상혁의 기억엔 다음 차원 행성이 공개되고 최소 1년 정도가 지난 후에야 4등급 마갑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했었다.
거기에 특별하다는 메시지가 두 개나 있었다. 이건 무조건 플러스가 두 개 이상 붙었다는 뜻이었다.
완성된 마갑은 상혁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었다.
모습 자체는 작은 미니어처 갑옷처럼 보였는데 착용 전에는 이렇게 보였고 착용을 하면 착용자의 몸에 문신처럼 각인되어서 원할 때 언제라도 소환을 할 수가 있었다.
우선 상혁은 착용 전에 옵션부터 확인했다. 물론 착용을 해도 귀속이 되는 아이템은 아니었기 때문에 착용 후에 옵션을 확인해도 되었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빨리 옵션을 확인하고 싶었다.
[마갑(魔鉀)] 칠흑의 검은 날개 [4등급 +++]
- 암흑비룡의 기운에 온갖 최상급 재료로 골격을 완성한 후 히드라 블러드로 강력한 영혼을 부여한 이 마갑은 천공을 꿰뚫는 어둠의 창이 되어 당신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할 것입니다.
[기본 증폭률] 150(45)%
[기본 능력] 공격력 +20(+6)%, 방어력 +40(+12)%
[특수 스킬] 흑익비행(黑翼飛行) : 숨겨져 있던 검은 날개를 펼치고 40분 동안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음. 단, 비행 시엔 증폭률이 40%로 대폭 감소함. [재사용대기시간 2시간]
[고유 스킬] 강철흑익(鋼鐵黑翼) : 검은 날개로 자신을 감싸 4초 동안 받는 모든 데미지를 30% 감소시킵니다. [재사용대기시간 4분]
[보너스 효과] 민첩 : +15, 민첩 : +20, 체력 +25
[충전 상태 및 효율] 100% [2시간 16분 22초 사용 가능]
[충전 시간] 비활성화 1시간에 14% 충전. [40% 이상 충전이 되어 있어야 마갑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늘 배 부여 속성] 보호막(B+), 쾌속(S), 카르마 회복(B+), 칠흑(고유)
“오오오오.”
옵션을 확인한 순간 상혁은 한 번 더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옵션들이 대부분 최상급으로 붙어있었다.
이 정도라면 플러스가 하나도 붙지 않은 4.5등급의 마갑을 훌쩍 뛰어넘어 거의 5등급 마갑에 필적하는 성능이었다.
‘역시나 트리플 플러스!’
마갑은 다른 그 어떤 아이템보다 플러스가 굉장히 중요하게 적용되는 아이템이었다. 마갑은 그냥 보통의 아이템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는 스킬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증폭 아이템이었다. 그렇기에 플러스가 붙으면 증폭률이 대폭 상승하게 되었다.
상혁이 얻은 칠흑의 검은 날개 마갑만 해도 트리플 플러스 덕분에 증폭률이 150%에서 195%까지 증가했다.
참고로 등급에 따른 마갑의 기본 증폭률은 1등급(30%), 2등급(60%), 3등급(100%), 4등급(150%)이었고 5등급이 210%였다.
즉, 칠흑의 검은 날개는 트리플 플러스 덕분에 거의 플러스가 붙지 않은 5등급 마갑과 맞먹는 증폭률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거기다 사실상 최고의 마갑 스킬이라 불리는 비행 스킬까지 붙어있어······.’
마갑에 붙을 수 있는 스킬 중 최고는 역시 비행 스킬이었다. 다른 아이템엔 절대 붙지 않는 그리고 심지어 영혼 스킬로도 구하기 힘든 게 바로 비행 스킬이었다.
비록 증폭률이 확 떨어진다는 페널티가 붙어있긴 했지만 사실상 페널티가 없는 비행 스킬은 없었다.
그뿐인가? 고유 스킬로 붙은 모든 데미지30% 감소 스킬은 흔한 종류이긴 했지만 어디서나 환영받는 스킬이기도 했다.
‘심지어 충전 효율도 높네.’
보통 100% 충전 시 2시간 정도를 사용할 수 있으면 효율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검은 날개는 2시간을 넘어 2시간 16분가량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큰 편이었다. 대신 충전 시간이 보통의 기준보다 살짝 떨어졌지만, 어차피 마갑이란 건 언제 어디서나 마구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대박······ 하늘 배 부여 속성에 고유 속성이 붙었다!’
일단 상혁이 원했던 속성 중 하나인 자가회복은 붙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카르마 회복이 붙었기 때문에 일정량의 카르마를 사용해 하늘 배를 수리할 수가 있었다.
하늘 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고장이 나거나 부서질 수가 있었는데 회복 관련 속성이 붙어있지 않으면 하늘 배를 ‘영혼의 아공간’에 정박해 두고 그 안에서 자연적으로 수리되길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영혼의 아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되는 자가회복은 워낙 느리게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매우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하늘 배의 등급이 높으면 단 20% 정도만의 내구도를 회복하는데도 거의 보름 정도나 영혼의 아공간에 넣어둬야 할 정도로 너무나 느리게 회복되었다.
그렇기에 등급이 높은 하늘 배일수록 자체 회복 능력이 있어야 했다.
사실 아무런 소모 값이 없이 그냥 놔두면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는 자가회복이 더 끌리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카르마 회복이 나쁜 건 아니었다.
카르마를 소모해 회복하는 것이라 소모되는 카르마가 좀 아깝긴 했지만, 오히려 어떤 면들에선 카르마 회복이 훨씬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보호막과 카르마 회복이 적절히 B+등급을 받았고 쾌속은 무려 S등급을 받았다. 이 정도만 되어도 대박인데 여기에 고유 속성인 칠흑이 붙어버렸다.
고유 속성은 오로지 해당 마갑에만 붙을 수 있는 매우 특수한 옵션이었다.
칠흑(고유) : 하늘 배를 중심으로 반경 40m 반경 안의 공간에 칠흑이 내려앉게 하여 하늘 배의 회피 능력을 대폭 증가시키고 적의 시야를 교란한다. 또한, 이 공간이 유지되는 동안은 하늘 배가 절대 격침되지 않는다. [유지 시간 : 30분] [재사용대기시간 : 4시간]
‘고유 속성이 붙을 줄이야······. 이번 마갑 제작은 진짜 대박 중의 대박이 터졌구나.’
상혁은 연신 싱글벙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진짜 하늘 배만 만들면······ 영웅의 대지를 떠날 수도 있겠구나.’
사실상 상혁은 영웅의 대지에서 얻어야 할 건 거의 모두 얻은 상태였다.
물론 아직 잡지 않는 네임드 몬스터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것들은 굳이 잡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다.
기껏해야 아직도 찾지 못한 비밀 던전인 ‘별 무리 성흔(星痕)’ 정도가 남아 있는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었는데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 이 비밀 던전 하나 때문에 계속 영웅의 대지에 머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늘 배를 만들자.”
상혁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일단 현재 착용하고 있던 마갑인 ‘사자왕의 분노’를 벗었다.
츠츠츠츳.
착용을 해제하자 가슴에 새겨져 있던 커다란 사자 문신이 사라지며 칠흑의 검은 날개와 같은 크기의 미니어처 갑옷이 왼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사자왕의 분노 같은 경우엔 히드라를 사냥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었다. 비록 죽음을 극복한 해골 히드라가 등장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그 전에 이미 사용해 버려서 정작 중요할 땐 사용하지 못하긴 했었지만 어쨌든 히드라 사냥에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다.
그렇게 사자왕의 분노를 벗은 상혁은 곧장 오른쪽 손바닥 위에 있던 칠흑의 검은 날개를 착용했다.
드르르륵 철컥, 철컥!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던 장난감 같던 칠흑의 검은 날개가 상혁의 몸에 흡수되는 순간 상혁의 전신을 휘감는 새카만 갑옷이 나타났다.
검은색 갑옷은 전신을 감싸긴 했지만 그렇다고 중갑(重鉀)의 형태는 아니고 움직임에 큰 제한이 없는 경갑(輕鉀) 형태였다. 디자인이나 색상도 크게 튀지 않고 무난했기 때문에 마갑을 소환해도 눈에 확 띄진 않을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외형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칠흑의 검은 날개의 외형을 확인한 상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마갑의 소환을 해제했다.
그러자 마갑은 자연스럽게 상혁의 몸 안으로 스며들며 하나의 문신으로 바뀌었다.
상혁의 등 전체를 꽉 채우고 있는 커다란 검은 날개 한 쌍의 문신. 이게 바로 마갑의 증표였다.
칠흑의 검은 날개를 완성한 상혁은 가볍게 마갑의 성능 실험도 하고 하늘 배를 제작할 때 필요한 재료인 ‘아만다티움’도 구할 겸 아이언 골렘 사냥을 해보았다.
아이언 골렘은 상혁이 한때 열심히 사냥했던 돌거인과 비슷한 몬스터였다.
돌거인보다 더 강력한 아이언 골렘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어지간한 네임드 몬스터보다 강력했다. 아이언 골렘은 평균 레벨이 88이었는데 영웅의 대지에 존재하는 몬스터들 중 가장 레벨이 높은 녀석들이었다.
바로 이 아이언 골렘들을 잡으면 아주 조금씩 아만다티움 조각을 얻을 수 있었고 이 조각들을 모아서 아만다티움 주괴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아만다티움은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긴 했지만, 워낙 희귀한 금속이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싸게 거래되는 금속이었다.
그렇기에 아이언 골렘을 거의 5분에 한 마리씩 잡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상혁에겐 아이언 골렘 사냥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아만다티움을 구하는 방법이었다.
사실 아만다티움이 없다고 하늘 배를 못 만드는 건 아니었다. 다른 강철류 재료로 아만다티움을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하늘 배라면 적어도 용골(龍骨) 정도는 아만다티움으로 만드는 게 상식이었다.
다만 아직은 그런 상식이 완성될 정도로 하늘 배 제작에 관련된 지식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상혁은 칠흑의 검은 날개를 이용해 아이언 골렘을 사냥했다. 그러자 5분에 한 마리가 아니라 1분에 한 마리씩 광속으로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당분간 여기서 캠핑하면서 칠흑의 검은 날개에 좀 더 익숙해지는 건 물론이고 아만다티움도 최대한 모아보자.’
나중에 다른 유저들 사이에서도 하늘 배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이언 골렘 사냥터는 아만다티움을 얻기 위해 찾아온 유저들로 북적거릴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냥할 수 있는 아이언 골렘의 숫자가 확 줄어들어서 능력이 아무리 넘쳐난다고 해도 지금처럼 광속 사냥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아예 경쟁자가 한 명도 없을 때 아이언 골렘을 최대한 많이 사냥해 아만다티움을 한껏 모아볼 생각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아만다티움을 모아도 배를 통째로 아만다티움만으로 제작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용골과 배의 주요 부위는 정도는 아만다티움으로 제작할 수 있겠지.’
이렇게 상혁은 하늘 배 제작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62장] 칠흑의 검은 날개 (1) > 끝
ⓒ 성진(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