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18화 (118/127)

< [61장] 다시 본업에 집중 (1) >

@ 다시 본업에 집중.

상혁은 여윳돈으로 GL사의 주식을 모조리 샀다. 대략 10억 정도만 자신이 쓸 돈을 남겨놓고 남은 돈으론 모조리 주식을 샀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실에서의 투자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현실에서의 투자를 끝낸 상혁은 다시 EL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의 투자도 재미는 있었지만 그건 그냥 보너스 게임 같은 것이었다. 상혁이 진짜 재미있어 하는 것들은 역시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 속에 있었다.

상혁은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온 히드라 공략을 드디어 결행할 생각이었다.

히드라는 심해 던전의 파이널 보스였다.

심해 던전은 당연히 바닷속 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바다를 통해 가는 것이 아니라 ‘해룡의 신전’이라는 별거 없는 일반 던전을 통해 이동할 수가 있었다.

즉, 레이드 던전인 심해 던전을 가기 위해선 일반 던전인 해룡의 신전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해룡의 신전을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는 ‘해루석(海淚石)’을 이용해 게이트를 열고 심해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 해루석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딱 한 번만 해룡의 신전을 클리어하면 되었다.

상혁은 빠르게 해용의 신전을 클리어하고 해루석을 얻었다. 그리곤 바로 심해 던전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준비는 모두 끝낸 상태였다.

남은 건 심해 던전을 공략하고 히드라를 사냥하는 것뿐이었다.

* * * *

심해 던전은 영웅의 대지에 존재하는 레이드 던전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던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진도를 팍팍 뽑을 순 없었다.

특히 상혁은 팀이 아닌 솔로 플레이로 레이드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략 속도를 확 끌어올릴 순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오히려 빠른 속도로 공략한다고 할 수 있었다. 진도가 팍팍 나오지 않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상혁이 기준에서 한 얘기일 뿐이었다.

대략 보름간 열심히 노력한 끝에 드디어 상혁은 파이널 보스인 히드라만 남겨두고 모든 중간보스와 일반 몬스터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심해 던전의 리셋 주기는 무려 한 달이었기 때문에 시간적으론 여유가 많이 있는 편이었다.

이제 남은 보름 동안 히드라만 잡을 수 있으면 사실상 영웅의 대지에서의 레이드는 모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물론 히드라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태양의 대륙에서나 볼 수 있는 드래곤들을 제외하곤 히드라보다 강력한 몬스터를 찾기가 힘들었다.

상혁은 전생에 히드라를 잡아보질 못했다.

하지만 히드라를 잡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여러 번 봤었다.

그래서 공략 방법이나 히드라의 패턴 정도는 얼마든지 알고 있었다.

상혁은 그걸 기초로 최초 공략을 완성했다. 비록 완벽한 공략은 아니겠지만 부족한 건 실시간으로 채워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최소 스무 번 정도는 깨져봐야 제대로 된 공략이 완성될 테니까······.’

상혁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애초에 레이드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콘텐츠였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상혁은 딱 이 말처럼 히드라를 공략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한 번 도전할 때마다 한 가지 이상의 공략 힌트를 얻어내며 자신의 부실한 공략법을 점점 완성해갔다.

어차피 레이드는 경험이 가장 중요했기에 상혁은 속된 말로 꾸준히 히드라에게 들이박았다.

그 결과 정확히 열두 번 만의 트라이 끝에 거의 완벽한 공략법을 완성할 수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단 훨씬 일찍 공략법이 완성되었다. 물론 공략법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바로 히드라가 잡히는 건 아니었다.

공략법을 만들긴 했지만, 히드라 공략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은 단순히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히드라 공략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은 바로 놈의 최대 생명력이 20% 밑으로 내려가면 놈이 무작위로 쏘아대는 ‘석화(石化)의 눈빛’이었다.

히드라의 머리는 뱀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런 머리가 9개나 달려 있었다. 히드라를 쓰러트리려면 이 머리 9개를 전부 잘라버려야 했다.

머리 하나당 생명력이 10%씩 사라졌고 마지막까지 존재하는 불사(不死)의 머리는 20%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히드라는 바로 이 불사의 머리만 남았을 때 석화의 눈빛을 사용했는데 이 눈빛에 적중되면 3초 동안 그대로 돌이 되며 스턴 상태가 되었다. 이 눈빛을 피하는 방법은 몸을 돌려 눈빛을 바라보지 않는 것뿐이었다.

보통 히드라는 석화의 눈빛 이후 ‘죽음의 독이빨’이란 치명적인 공격을 연달아 시전했기 때문에 일단 석화의 눈빛에 적중 당하면 사실상 끝이라고 봐야 했다.

사실 석화의 눈빛은 레이드 팀에겐 그자지 까다로운 기술이 아니었다. ‘대규모 해제’ 능력을 지닌 팀원만 석화가 되지 않으면 그 팀원이 대규모 해제 능력을 사용해 곧바로 석화가 된 동료들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레이드 팀에서 히드라를 공략을 할 땐 대규모 해제 능력을 지닌 팀원 한 명은 불사의 머리만 남게 되면 아예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히드라에게서 등을 돌리고 서 있게 해서 동료들이 단체로 석화가 되었을 때 바로바로 대규모 해제 기술을 사용해가 했었다.

이렇게 하면 석화의 눈빛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상혁에겐 해제를 해줄 동료가 없었다. 솔로 레이드는 이렇듯 팀으로 왔을 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될 때가 많았다.

물론 반대로 혼자라서 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혼자라서 불편한 부분이 더 많았다.

‘석화의 눈빛은 사전 동작 자체가 없어서 보고 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었지. 하지만 분석 결과 아예 없는 건 아니었어.’

상혁은 불사의 머리가 석화의 눈빛 내뿜을 때 아주 미세하게 눈동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흔들린다는 걸 발견해냈다. 대략 8번째 도전할 때 알아낸 사실이었는데 이걸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그 뒤로 4번을 더 도전하며 타이밍을 체크했었다.

‘대략······ 0.3초? 그 안에 반응하지 않으면 무조건 돌이 된다.’

상식적으로 인간이 0.3초 만에 뭔가에 반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석화의 눈빛을 피하려면 극히 미세한 작은 떨림을 포착해서 순간적으로 0.3초 안에 몸을 돌려야 했는데 이건 말로도 어려워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히드라를 쓰러트리기 위해선 이걸 해내야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석화의 눈빛은 상혁이 무조건 극복해야 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상혁은 히드라가 있는 거대 동공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바라보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될 때까지 들이박아야지.”

반복숙달, 그것만이 답이었다.

* * * *

흐릿, 미세한 눈동자의 떨림. 그걸 포착한 순간 상혁은 벌써 몸을 돌린 상태였다.

촤아아아아!

순간적으로 불사의 머리에서 석화의 눈빛이 뿌려졌지만, 그 기운은 상혁의 뒤통수에 닿았을 뿐이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으로 석화의 눈빛을 피한 상혁은 다시 한 번 만년금골편을 놈의 목에 휘감았다.

휘리리릭, 드드득!

‘이제 슬슬 끝을 볼 때되 되었잖아?’

상혁은 43번째인 이번 트라이에서 불사의 머리에서 뿌려진 석화의 눈빛만 정확히 38번을 피했다. 그리고 그걸 피한 후에 착실히 반격을 꽂아넣었었다.

불사의 머리가 다른 머리와 다르게 20%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상혁의 공격력은 잘 나가는 레이드 팀의 화력을 능가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히드라라고 해도 그런 상혁의 반격을 계속 얻어맞으며 언제까지 버티고 있을 순 없었다.

상혁은 만년금골편으로 히드라의 목을 거침없이 긁으며 힘껏 잡아당겼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드라는 9개의 머리 중 8개를 잃고 남은 한 개마저 반쯤 잘린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상혁은 기어이 솔로 레이드로 히드라를 쓰러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히드라도 마지막 한 수가 남아 있었다.

히드라의 생명력이 1%까지 떨어진 순간. 갑자기 히드라가 몸을 부르르 떨며 스스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응? 이건 또 뭐야?’

이제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혁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알고 있기에 히드라의 패턴은 석화의 눈빛이 마지막이었다. 전생에 봤던 모든 히드라 공략 동영상은 똑같이 석화의 눈빛을 마지막 패턴이라고 얘기했었다.

실제로 원래 히드라는 그냥 이대로 쓰러지는 게 맞았다.

그럼 지금은 왜 이러는 걸까?

그건 바로 지금 쓰러지기 직전 상태까지 몰렸다가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는 이 히드라가 ‘태초의’ 히드라였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이터널 라이프의 세상)이 탄생할 때 같이 탄생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은 히드라.

내부 코드는 ‘HD-1’.

태초의 히드라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습니다.

일정 등급 이상의 특별한 네임드 몬스터들은 ‘태초’의 호칭을 받을 수 있고 이 태초의 호칭을 받은 네임드 몬스터들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숨겨진 조건들이 충족되어 태초의 히드라가 ‘죽음을 극복한 해골 히드라’라 변화합니다.

죽음을 극복한 해골 히드라를 제거할 경우 매우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서 거의 죽어가던 히드라가 다시 살아나 죽음을 극복한 해골 히드라가 되자 상혁의 입에선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건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기껏 레이드를 거의 끝냈는데 다시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심지어 죽음을 극복한 해골 히드라는 원래대로 머리 9개가 전부 복구되어 있었다.

달라진 건 앙상한 해골이 되었다는 점뿐이었다.

물론 이런 돌발 이벤트와 특별한 보상 같은 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여기서 상혁이 다시 죽음을 극복한 해골 히드라를 공략할 방법을 찾은 후 그 해골 히드라까지 잡으려면 또 최소 열흘은 더 고생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리셋 시간을 넘겨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다 공략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지금 끝내야 한다.’

이미 상혁이 심해 던전에 입장한 지 25일이 가량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리셋까지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무조건 지금 끝내야 했다.

커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다시 부활한 해골 히드라가 상혁을 향해 적개심이 가득 담긴 포효를 하는 순간 상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란 걸 깨달았다.

‘어우, 만약을 위해 들고 오긴 했지만······ 여기서 이걸 사용하는 건 진짜 아까운데.’

아깝긴 아까웠다.

사실 이건 최소 태양의 대륙 정도는 가서 사용하는 게 수지타산이 맞는 물건이었다. 아니, 태양의 대륙을 넘어서 다음 차원 행성 정도는 가야 어느 정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히드라를 잡지 않으면 시간을 크게 낭비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여러 가지로 귀찮은 일이 많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깝더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영광인 줄 알아라.”

상혁은 죽음을 극복한 해골 히드라를 바라보며 품속에서 한 장의 조합 카드를 꺼냈다.

티잉.

그리곤 그것을 해골 히드라에게 던졌다.

“분노한 용이여. 어서 내가 너에게 주는 공물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 그 대신 날 가로막은 눈앞의 적을 파멸로 인도해라!”

고오오오오오오.

상혁이 조합 카드를 던지며 발동 언령(言令)을 내뱉는 순간······ 앞으로 천천히 날아가던 조합 카드가 붉게 빛나며 붉은 실이 뻗어나 와 상혁과 이어졌다.

그리곤 이 붉은 실과 같은 링크를 통해 상혁이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이 조합 카드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생명력, 마력, 활력을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모든 힘을 단 1%씩만 남기고 빨아들였다.

상혁이 사용한 이 조합 카드 기술.

이것은 바로 극대파멸기술(極大破滅技術)이라 할 수 있는 ‘분노한 용의 숨결.’이었다.

< [61장] 다시 본업에 집중 (1) > 끝

ⓒ 성진(成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