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15화 (115/127)

< [59장] 천하제일투(天下第一鬪) (2) >

“실제로 실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만큼 거품도 많은 놈이야. 네 실력만 100% 발휘하면 이길 수 있어.”

샤오팽의 후원자이자 샤오팽이 소속된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루오유셍은 계속해서 샤오팽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사실 샤오팽은 중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황금금위대(黃金禁衛隊)’가 작정하고 만들어낸 랭커였다.

루오유셍은 재능이 있고 어린 샤오팽을 데리고 와서 처음부터 확실하게 밀어주었다.

덕분에 샤오팽은 트리플 소울을 보유했음에도 50레벨까지 레벨을 올릴 수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템도 전부 +7까지 강화한 유일 등급 아이템 이상으로 도배할 수가 있었다.

“최강의 자리에 어울리는 건 저 녀석이 아니라 너야.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서 대륙 최강이 세계 최강이란 걸 모두에게 확인시켜줘.”

루오유셍은 중국에서 알아주는 재력가였다. 그는 중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부동산 재벌이었는데 국적은 홍콩이었지만 골수부터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럼 세 번째 능력도 사용할까요?”

“상대가 상대인 만큼 세 번째 능력도 사용해서 확실히 눌러버려.”

현재까지 샤오팽은 더블 소울 유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 트리플 소울 유저였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세 번째 능력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샤오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세 번째 능력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상대가 불멸이라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샤오팽이나 그의 측근들뿐만이 아니었다. 머릿수로는 단연 최고인 중국 유저들은 대부분 샤오팽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솔직히 불멸과 그의 원 길드가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몇 개월 전까지의 얘기잖아? 몇 개월 사이에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원 길드도 슬슬 거품이 꺼지고 있잖아.]

[맞아, 독고불패라면 모를까 불멸은 길드마스터라는 이유로 거품이 너무 많이 껴 있었어.]

[반면 샤오팽은 검투의 전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하게 저평가 받고 있었던 게 사실이지.]

[불멸과 샤오팽, 이 두 사람은 결국 오늘 대결을 통해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될 거야.]

[샤오팽 파이팅!]

[근데 불멸의 실력이 진짜 거품일까? 난 오히려 샤오팽의 실력이 거품일 거 같은데.]

[위에 놈 빵즈네. 어디서 빵즈가 중국인인 것처럼 설쳐.]

[요즘 국적 세탁하고 설치는 애들이 많다던데 딱 저 녀석이 그런 놈인가 보네. 빵즈는 빵즈 게시판으로 꺼지라고!]

[한국 유저들에 비해 우리가 조금 늦게 시작해서 뒤처져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왜 우리가 대국(大國)이라 불리는지 알게 될 거다.]

[예전에 LOW 때도 초반엔 빵즈 놈들이 득세했었지만 결국 나중엔 우리가 모든 서버를 정복했었잖아. 결국, EL도 그렇게 될 거야.]

[최강의 유저 불멸이 아니라 거품의 유저 불멸이 맞지. 오늘 경기는 샤오팽이 무조건 이긴다.]

······

······

중국 유저들은 열에 아홉이 샤오팽이 이길 것이라고 얘기했다. 간혹 현실을 직시하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첩자로 몰리며 집중 포격을 맞았다.

그들이 이렇게 기세등등할 수 있는 이유는 실제로 게임 속에서도 중국 유저들이 모여 만든 길드들의 영향력이 제법 커졌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머릿수가 많다 보니 세력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세력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길드의 랭킹도 올라갔다.

아직 최상위권 길드들을 살펴보면 한국 유저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길드들이 더 많긴 했지만, 중국의 기세가 거센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샤오팽의 우세를 점치는 건 오로지 중국 유저들 뿐이었다. 한국 유저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유저들은 대부분 불멸의 우세를 점쳤다.

특히 한국 유저들의 믿음은 거의 신앙에 가까웠다.

[중국 애들은 거의 샤오팽 승리가 확정된 것처럼 얘기하던데? 이거 좀 불안한 거 아닌가?]

[닥쳐라! 원 길드는 믿음이고 불멸님은 그 믿음의 증표이시다. 믿음을 의심하는 게냐!]

[솔직히 중국 애들 설레발이 하루 이틀이야? 걔들 아마 샤오팽이 지면 또 다른 얘길 할 걸?]

[샤오팽이 지면 싸울팽이라도 데리고 오려나?]

[오, 시바······ 싸울팽이라니 윗분 슈퍼 아재신가 보네.]

[내가 불멸이 등장하는 유료 동영상만 100번을 넘게 계속 돌려본 사람인데 샤오팽 같은 놈들은 100명이 덤벼도 절대 못 이긴다.]

[애초에 클라스가 다른 데 비교를 하고 앉아 있는 게 웃긴 거지. 그리고 그놈의 거품 얘긴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원 길드완 관련된 거품 논란 중 진짜 거품이었던 적이 있었냐?]

[외국 애들도 99% 확률로 불멸이 이길 거로 예측하는 데 중국 애들만 이상한 거야.]

[병신들 불멸이 뭐라고 이렇게 빠는 거야? 난 샤오팽이 이길 가능성도 꽤 크다고 생각하는데.]

[워워, 중뽕 한 사발 잡수신 놈이 등장했네.]

[한국어 자격증 딴다고 열심히 공부했을 텐데 겨우 이런 곳에서 한국어 실력을 뽐내고 있냐?]

[어차피 20분 후면 닥치고 버로우 탈 놈들이니까 그냥 날뛰게 놔둬라.]

······

······

시작은 한국에서 열린 작은 대회의 8강전이었을 뿐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국가 단위의 대결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샤오팽을 믿는 중국 유저들.

불멸을 믿는 한국 유저들.

그들은 인터넷에서 뜨겁게 격돌했고 그 결과 경기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활활 불타올랐다.

* * * *

어두운 밤, 무너진 건물 잔해들과 곧게 뻗은 아스팔트.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그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보름달.

샤오팽은 경기기 시작되자 가장 먼저 주변을 살피며 환경 설정부터 확인했다.

‘시간이 밤인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보름달이 밝아서 큰 문제는 없겠네.’

그는 여러 경로로 불멸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그 결과 불멸의 특기가 암습이란 걸 알아냈다.

많은 예상이 있었지만 결국 불멸의 직업은 암살자 계열일 것이란 결론이 나온 상태였다.

암살자 계열을 상대할 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암살자를 찾아서 먼저 공격하는 방법이었고 두 번째는 암살자의 공격을 막고 반격을 하는 방법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첫 번째 방법이 좋긴 했다. 하지만 따로 적의 은신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비슷한 수준의 유저가 은신을 했을 때 그것을 찾아내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당연히 샤오팽도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마침 그가 가진 고대의 지식은 방어적인 능력이 출중했다.

그가 가진 세 가지 고대의 지식 중 드러내놓고 사용한 고대의 지식 두 가지는 ‘철룡신공(鐵龍神功)’과 ‘강룡권법(强龍拳法)’이었다.

이 조합은 기본적으로 ‘딜탱’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딜탱 조합은 단단한 방어력을 자랑하면서 또 딜도 상당히 괜찮게 뽑아낼 수 있었다.

두 고대의 지식 모두 상당히 구하기가 힘든 고대의 지식이었고 이렇게 두 개가 합쳐졌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정보도 아주 소수의 몇 명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 조합을 일명 ‘강철룡(强鐵龍)’이라 불렸는데 이것은 먼 미래에 공개될 최고의 소울 조합식 Top30 안에 들어갈 만큼 상당히 위력적인 조합이었다.

단점은 이동기술이 전혀 없어서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정도뿐이었다. 그런데 샤오팽은 그마저 세 번째 고대의 지식으로 보충했다. 철저히 숨겨온 샤오팽의 세 번째 고대의 지식······ 그것은 바로 ‘뱀파이어 블러드(Vampire Blood)’였다.

블러드 계열 고대의 지식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이 블러드는 류오유셍이 정말 큰돈을 주고 구해온 것이었다.

과거 상혁이 경매로 처분한 와이번 블러드보다 등급이 높았던 이것은 몇 가지 특별한 영혼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것 덕분에 샤오팽은 기동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물론 이 부분은 극비였다.

류오유셍은 결정적인 순간에 이걸 써먹으려고 샤오팽에게 다른 사람들 앞에선 절대 뱀파이어 블러드와 관련된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얘기했었다.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없는 패시브 형태의 능력은 상관없었지만 다른 사람이 보는 순간 또 다른 형태의 영혼 기술이란 걸 알 수 있는 능력은 철저히 봉인되었다.

‘철룡포(鐵龍袍)로 방어력을 뻥튀기시키고 철룡혼(鐵龍魂)으로 보호막을 두른 후 강룡벽(强龍壁)을 사용하면 아무리 대단한 암습이라도 무조건 막을 수 있다.’

샤오팽이 버티고자 마음먹고 버티면 그 어떤 탱커보다 단단하게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버티기로 나가면 공격은 아예 포기해야 했지만, 어차피 암살자를 상대할 때 첫 번째 암습만 확실히 막으면 그다음부터는 어려운 게 별로 없었다.

사실 이런 이유로 암살자 계열 유저들은 ‘증명의 길’을 그다지 선호하질 않았다. 모를 때는 상관없었지만, 상대가 자신에 대해 알고 이런 식으로 나와버리면 골치가 매우 아팠다.

‘만에 하나 이 모든 걸 뚫어버린다고 해도 나에겐 비장의 한 수도 남아 있으니까.’

샤오팽은 단순히 자신의 단단함만 믿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비장의 한 수. 그것이라면 암습 같은 건 100%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샤오팽 선수는 아무래도 먼저 방어하고 그 후 반격을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제가 따로 조사해보니 샤오팽은 아주 강력한 딜탱 유저였습니다. 정확히 어떤 능력을 활용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암습을 버텨낼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해설을 맡은 장민호는 이번 경기를 위해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준비를 했다. 덕분에 그는 할 말이 많았다.

[그럼 과연 샤오팽 선수가 불멸 선수의 암습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전용민 캐스터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버티는 쪽이 유리합니다. 작정하고 방어를 하는 상대에겐 암습이 거의 무의미한 게 사실입니다. 솔직히 암습은 ‘증명의 길’ 경기에선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암습이 가장 빛을 보는 곳은 일반 필드죠.]

[그 얘긴 샤오팽 선수가 버텨낼 것이란 뜻인 거죠?]

[하하,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방금은 보통의 경우를 얘기한 것이고······ 지금은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버틸 수 없을 겁니다.]

[왜 그렇죠? 샤오팽 선수라면 알아주는 랭커 유저 아닌가요? 그런 선수가 작정하고 방어하면 뚫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전용민과 장민호는 이미 어느 정도 말을 맞추고 들어왔기 때문에 전용민은 장민호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반응해주었다.

[상대가 누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불멸 선수입니다. 그는 다릅니다.]

[너무 일방적으로 생각하시는 거 아닌가요? 8강에 진출한 8명의 유저는 모두 대단한 실력을 지닌 최상위권 유저들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정도라면 아무리 불멸 선수라고 해도 쉽게 이길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이것 역시 장민호가 미리 해달라고 부탁한 말이었다. 결국,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었기에 전용민의 이런 반응은 꼭 필요했다.

[불멸 선수는 다릅니다. 샤오팽 선수가 대단한 실력을 지닌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너무 편파적인 해설이었기 때문일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창에서 빨아도 너무 빤다는 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장민호는 꿋꿋이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했다.

[어차피 대략 1분 안에 제 말이 맞았다는 걸 시청자 여러분도 모두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예언이라도 하듯 얘기하는 장민호.

그리고 그가 말을 하기 무섭게 샤오팽 근처의 공간이 갈라지며 한 자루의 검은 칼날이 튀어나왔다.

사실상 모두가 예상하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놀라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당연히 든든하게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던 샤오팽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공간이 갈라지기가 무섭게 바로 ‘강룡벽’을 사용하며 두 주먹을 눈앞까지 들어 올렸다.

강룡벽과 철룡혼으로 데미지를 최대한 감소시키고 그것마저 뚫고 들어온 데미지는 철룡포로 강화된 방어력을 통해 견뎌낸다.

이게 샤오팽의 생각이었다.

샤오팽은 불멸이 라인 다크를 상대로 날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장이 필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필드는 암살자에게 최고의 전장이었다.

하지만 증명의 길은 달랐다. 이곳에선 암살자가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렇기에 샤오팽은 자신의 손으로 불멸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지금 이 순간······ 깨졌다.

쩌저정! 콰과광!

검은 칼날은 그냥 닿는 것만으로 강룡벽과 철룡혼을 지워버렸다. 샤오팽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장갑이라고 생각했던 두 기술은 마치 비눗방울이 터지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샤오팽의 감각이 잘 벼려놓은 칼날처럼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감각이 떨어지는 유저였다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1초 만에 검은 칼날에 휩쓸려 세상에서 지워졌겠지만 샤오팽은 적어도 그러진 않았다.

그는 위험을 느낀 순간 아끼고 아꼈던 비장의 한 수를 사용했다.

뱀파이어 블러드의 영혼 스킬인 ‘박쥐떼’.

이것은 순간적으로 몸을 수백 마리의 박쥐로 변신시켜서 자신이 받는 데미지의 80%를 흘려버리는 기술이었다.

재사용대기시간이 무려 3일이고 이것을 사용하면 그 3일 동안 뱀파이어 블러드의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일단 살고 볼 때였다.

파파파파파팟!

샤오팽은 자신의 몸이 수백 마리의 박쥐로 변하는 순간 이걸로 암습은 버텨냈으니 반격을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고 했다.

이론적으론 박쥐떼를 사용하면 그 어떤 공격도 버텨낼 수 있었다. 분명 이론적으론 그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샤오팽의 상대는 이론이나 상식 같은 게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명백한 규격 외(外)······.

그 규격 외의 존재가 전력을 다해 뿌린 검은 칼날은 수백 마리의 박쥐까지 통째로 집어삼켜 버렸다.

애초에 샤오팽은 불멸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불멸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 더 강했다.

< [59장] 천하제일투(天下第一鬪) (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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