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09화 (109/127)

< [56장] 또 한 번의 가속(加速) (2) >

[마갑(魔鉀) 업데이트]

[마도공학(魔道工學) 업데이트]

[푸른 늑대 전쟁 요새 킬 카운트 획득 한계 긴급 패치]

이번에도 역시 상세 설명 같은 건 없는 공지였다.

그런데 이 세 개 모두 상혁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들이었다.

‘역시······ 전생보다 훨씬 일찍 패치가 되네. 마갑과 마도공학이 같이 패치가 된 이상 유저들은 전생보다 거의 일 년은 앞서갈 수 있겠네. 참, 내가 만든 변화지만······ 빠르다 빨라.’

상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공지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조만간 푸른 늑대 전쟁 요새에서 라그나 블레이드로 몇 번 작업할 생각이었었는데······ 그걸 막아버렸나 보네.’

마지막 세 번째 패치는 상혁에겐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운 패치였다. 상혁은 설마 긴급 패치라는 걸 EL에서 볼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그가 가진 라그나 블레이드가 말이 안 되는 스킬이란 뜻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상혁은 이 패치로 황금이 미친 듯이 쏟아질 수 있었던 마술 항아리를 잃어버렸다.

‘뭐, 사실 살짝 께름칙했던 것도 사실이니까 차라리 잘 됐다.’

상혁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라그나 블레이드를 다시 한 번 사용할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음에도 사용을 살짝 보류했었던 건 약간 버그성 플레이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제로 상혁이 라그나 블레이드를 활용해 엄청난 킬 카운트를 챙겼다고 해서 그를 버그 플레이어로 처벌할 가능성은 매우 적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렸던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아예 이런 식으로 게임사 측에서 확실히 결정을 내려주는 게 오히려 나았다.

‘그나저나 마갑이 나오면 정체되었던 유저들의 성장이 한방에 폭발하겠네.’

아직 유저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마갑이 가지고 있는 힘은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이거 다른 유저들이 심해(深海) 던전까지 오기 전에 빨리 히드라를 공략해야겠네.’

물론 마갑이 풀린다고 해서 유저들이 바로 히드라가 있는 심해 던전까지 진격해 올 리는 없었다.

기껏해야 상혁이 이미 클리어한 정령의 숲이나 암흑달 사원이 공략당하는 게 전부였다. 조금 일찍 마갑에 적응하는 이들은 드레이크 계곡까지도 넘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심해 던전은 마갑이 있다고 해서 쉽게 넘볼 수 있는 던전이 아니었다.

상혁도 그걸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히드라 공략을 조금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마갑부터 만들어야겠지? 이왕 만드는 거······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놓자.’

마갑은 유저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제작 아이템이었다. 생산기술과는 관계없이 일정 재료를 모아 만들 수가 있었는데 마갑 제작의 기본 조건은 이미 업데이트되어 유저들이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던 오라 시스템이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오라 시스템은 마갑의 설계도와 같은 것이었다.

오라 시스템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의 힘이라면 마갑은 특수한 재료들을 이용해 그 무형의 힘을 유형(有形)의 힘으로 바꾼 것이었다.

무형의 힘이 유형의 힘이 되면서 당연히 능력도 강화되었다. 단순비교는 힘들었지만, 최소 5배 이상은 강력해졌다.

‘설계는 암흑비룡(暗黑飛龍)의 오라로 하고 거기에 그동안 모아놓은 드레이크 로드의 뼈와 거인의 힘줄로 기본 뼈대를 만든 다음 잔뜩 쌓여 있는 드레이크 가죽을 가공해 합성가죽으로 만들어서 내부 장갑을 완성하는 거야. 그러면 1차 작업이 끝나겠지? 그런 다음 괜찮은 2차 외장갑 재료를 구하고 마지막으로 히드라 블러드를 구해서 마갑의 동력원으로 삼으면 최소한 3등급 이상의 마갑이 완성되겠지?’

마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총 여섯 가지였다.

첫 번째는 설계도 역할을 하는 ‘오라’.

두 번째는 뼈대 역할을 할 재료.

세 번째는 근육 역할을 할 재료.

네 번째는 내부 장갑 역할을 할 재료.

다섯 번째는 외부 장갑 역할을 할 재료.

마지막 여섯 번째는 동력원 역할을 할 재료.

마갑은 평상시에 착용하고 다니는 갑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소환을 통해 기존의 방어구 위에 착용하는 특수한 갑옷이었다.

그리고 내장갑과 외장갑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고 해서 갑옷의 외형 자체가 엄청나게 크거나 두껍진 않았다.

이건 그냥 마갑의 기본 구성일 뿐이었고 실제 외형은 ‘디자인 수정’을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꾸밀 수가 있었다.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EL이 최고의 현실성을 자랑한다고 해도 게임은 게임이었다.

참고로 디자인 수정은 직접 제작도 가능했지만, 생각보다 멋진 디자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유저들 중엔 전문적으로 이 디자인 수정을 제작해 파는 이들도 있었다. 만약 디자인 수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정한 기본 디자인으로 완성되는데······ 기본 디자인은 투박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살짝 불편해질 정도로 실용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거의 무조건 디자인 수정을 사용하는 게 좋았다.

‘히드라 블러드까지 넣는데 3등급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마갑의 등급은 1등급부터 시작해서 등급이 높아질수록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3등급 마갑은 태양의 대륙에 존재하는 재료들이 풀려도 쉽게 만들 수 없는 등급이었다.

태양의 대륙 공략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에 길드 단위에서 밀어준 최상급 유저들 간신히 제작한 마갑들이 대부분 3등급이었었다.

‘결국은 히드라를 빨리 잡아야겠네.’

상혁은 단순히 공지만 보고 여기까지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유저들은 도대체 마갑과 마도공학 업데이트는 뭐고 푸른 늑대 요새 관련 긴급 패치는 또 뭔지 알아내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디 보자······. 전처럼 노골적인 정보 조작은 불가능할 테니 그동안 모은 알짜배기 재료들이나 이번에 가격을 확 끌어올려서 다 처분해야겠네.’

유저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오라 시스템 업데이트 때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NPC들이 주는 정보가 무조건 진실이진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보 조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었다. 대신 상혁은 그동안 금산상단을 통해 열심히 모아둔 마갑 제작에 필요한 재료 아이템들을 전부 처분할 생각이었다.

최소 10배 이상 가격을 뻥튀기해서 팔 생각이었는데 그걸 위해서는 일단 슬슬 밑밥을 깔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상혁은 우선 금산상단을 관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가뜩이나 요즘 블랙 마켓 쪽에서 경매장 물건들을 저돌적으로 사재기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신경을 좀 더 써줘야 했다.

물론 그들의 사재기와 금산상단의 사재기는 질적으로 다르긴 했다. 금상상단은 회귀라는 말도 안 되는 경험을 한 상혁을 통해 정확히 무엇을 사재기해야 하는지 지시받지만 블랙 마켓은 그냥 여러 방법을 동원해 시세를 예측한 후 투자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을 사재기했다.

확신과 예측의 차이는 컸다.

하지만 블랙 마켓의 자금력은 생각보다 더 무시무시했기 때문에 그냥 무시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사실 금산상단의 이익 구조는 간단했다.

우선 금산상단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곳은 골드마운틴이었다.

‘골드가 필요해? 그렇다면 골드마운틴으로!’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 그렇다면 골드마운틴으로!’

이게 현재 골드마운틴의 정확한 위치였다. EL의 유저들에게 골드마운틴은 물건을 가져가면 골드를 얻을 수 있고 골드를 가져가면 물건을 얻을 수 있는 만물상점 같은 곳이었다.

경매장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도 모두 골드마운틴에 가면 있었다. 금산상단은 유저들에게서 매입한 물건은 물론이고 경매장에서 사재기한 물건까지 모두 골드마운틴에서 팔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물건은 전부 골드마운틴에서 판다고 보면 되었다.

이렇다 보니 유저들은 편리함 때문에라도 골드마운틴을 자주 이용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속 편하게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골드마운틴을 선호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너무나도 간단한 이 기준이 골드마운틴이 이익을 내는 방법이었다. 말 그대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기 때문에 골드마운틴은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었다.

골드마운틴 다음으로 이득을 내는 곳은 ‘던전 티켓’ 판매였다. 여기도 생각보다 인기가 높아 큰 이득을 보고 있긴 했지만, 현재 티켓을 팔고 있는 허리케인 홀이 막히면 당분간 영업이 중지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불확실한 수입이긴 했다.

그 밖에 지도를 팔아서 얻는 이득도 있긴 했지만 그건 그다지 크진 않았다.

중요한 건 상혁은 골드를 모으지 않고 계속 현물(現物)을 사 모았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앞으로 가격이 확 오를 수 있는 확실한 현물을 모았기 때문에 이 현물들을 정리하면 상혁은 어마어마한 골드를 쓸어담을 수 있었다.

물론 그래 봤자 또다시 어딘가에 투자할 상혁이었지만 어쨌든 상혁이 굴리는 골드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업데이트 덕분에 모든 커뮤니티에 새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허위정보를 올리는 이들부터, 허풍을 치는 이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사실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찾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간혹 제대로 된 정보도 올라오곤 했기 때문에 무작정 무시할 건 못되었다.

상혁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저들이 얼마나 이번 업데이트를 파악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커뮤니티를 살펴보았다.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상혁은 허위정보 같은 건 단번에 걸러내고 진짜 정보들을 빠르게 찾아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여러 커뮤니티를 살펴보고 나니 대충 현재 생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일반 유저들은 대부분 오라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수준밖에 모르는 것 같고······ 대형 길드나 최상위권 유저들은 특별한 재료를 구해야 한다는 정도까진 알아냈겠네. 아직 정확한 제작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상혁은 며칠이 더 지나면 최상위권 유저들부터 마갑이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 감을 잡을 것으로 생각했다. 워낙 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정보를 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내일이 방송이니까······. 어차피 누군가는 찾아낼 거 내가 방송에서 선수 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그냥 놔둬도 누군가는 찾아낼 정보였다. 그리고 숨길 가치도 없는 정보였다. 그렇다면 최대한 이용하는 게 좋았다.

‘내일 시청자를 한방에 끌어모을 수단이 생겼네.’

기자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일단 클릭이라도 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걸 악용해 별것도 아닌 내용이면서 제목만 자극적이게 만드는 양아치 같은 기자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는 ‘요소’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점에서 ‘마갑 제작 비법’ 같은 요소는 진짜 사람을 미친 듯이 끌어모을 수 있는 마법의 단어였다.

끌어모은 사람을 유지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지만 상혁은 자신의 방송에 들어온 사람들이 쉽게 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자신이 올릴 유료동영상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믿었다.

* * * *

[대박 사건! 지금 라이브채널 원에서 마갑 제작 방법 공개하고 있다.]

[나도 보고 있는 중. 진짜 원 길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진심 괴물들이다.]

[한동안 조용하더니 또 한 건 하네.]

[나 아는 형 길드에서도 거의 다 알아냈다고 하던데.]

[거의 다 알아낸 것과 진짜 알고 있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아?]

[와 근데 이거 진짜 공개해도 되는 건가? 이런 건 원래 꼭꼭 숨겨두고 독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니까 원 길드가 갓길드인 거야. 다른 최상위권 길드들도 좀 보고 배워라.]

[멍청하긴. 공개할만하니까 공개하는 거야. 어차피 금방 알려질 정보니까 선수 쳐서 공개하는 거지. 뻔한 거 아니냐?]

[그래서 넌 선수 칠 정보라도 있냐? 좋은 일을 하면 닥치고 칭찬 좀 해라.]

[하여간 베베 꼬인 놈들이 많다니까.]

[근데 마갑 제작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하네?]

[방법만 간단하지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걸?]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관련 재료들 좀 미리 사둘걸. 아니,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이미 늦었다. 내가 방금 경매장을 샅샅이 뒤졌는데 관련 재료는 하나도 없더라. 망할 놈의 장사꾼들이 다 쓸어갔나 봐.]

[헐, 마갑 제작 방법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너희 질풍이 올려놓은 유료동영상 봤냐? 대박이다. 드디어 원 길드의 길드마스터가 등장했다.]

[오오오오! 드디어 올라왔네. 소문만 무성해서 솔직히 궁금했었는데 빨리 가서 봐야지.]

[이게 뭐야? 이거 진짜 가능한 거야? 버그 아니야?]

[원 길드와 버그 논란은 매번 반복되는 건데 그때마다 결론은 버그가 아니었잖아. 당연히 이것도 버그가 아니겠지. 근데 진짜 너무 무지막지해서 버그 같긴 해. 정말 말이 안 나온다.]

[와! 개대박! 다들 유료동영상 꼭 봐라. 두 번 봐라! 세 번 봐라!]

[왜 자신이 원 길드의 길드마스터인지 완벽하게 증명을 하네.]

[라인 다크가 이렇게 약한 곳이었어?]

[아니, 다크가 약한 게 아니라 원 길드의 길드마스터가 미친 듯이 강한 거야.]

[괴물들의 우두머리답네.]

[최고의 괴물 출현이요!]

······

······

미친 듯이 올라가는 시청자 수.

그리고 그와 비례해서 올라가는 유료동영상 판매 횟수.

라이브채널 원은 다시 한 번 하늘 위로 치솟으며 다른 방송들을 압도했다.

애초에 격이 달랐다.

라이브채널 원이 보여주는 격이 다른 방송. 그것은 수많은 시청자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 [56장] 또 한 번의 가속(加速) (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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