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08화 (108/127)

< [56장] 또 한 번의 가속(加速) (1) >

@ 또 한 번의 가속(加速).

그림자 공작이었던 상혁이 그림자 왕이 되었다.

물론 아직 그림자 왕의 길이 끝난 건 아니었다. 기껏해야 하계(下界)라 불리는 트리나크 행성의 세 대륙에서 그림자 왕이 되었을 뿐이었다.

진정한 싸움은 저 위 하늘길이라 불리는 중간계(中間界)를 지나 태양의 대륙이라 불리는 천상계(天上界)에서 일어날 것이고 그곳에서의 임무를 모두 완벽하게 끝내야 진짜 세상의 그림자 왕이 될 수 있었다.

모든 볼일을 끝낸 상혁은 완성된 광휘의 별을 챙긴 후 무덤 밖으로 나왔다. 신기하게도 무덤 주변을 배회하던 ‘이름을 잊은’ 존재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의도하지 않게 작업장들의 좋은 작업 포인트 하나를 없애버렸네.’

나쁘진 않았다. 작업장은 결국 대부분 상혁의 적이 될 놈들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그들의 돈줄 하나를 없애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무덤을 완전히 빠져나온 상혁은 이번에 새로 얻은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중요한 건 두 가지였다.

세 개의 비선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그림자 비선’과 그 비선의 비선주에게 주어진 특권인 특수 타이틀 ‘트리나크의 그림자 왕’.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다른 보상들은 기존에 있던 것들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라 아주 큰 변화라고 할 순 없었다.

호칭 - ‘트리나크의 그림자 왕’

등급 – 특수

설명 – 그림자 비선을 장악한 비선주, 그림자 왕에게 허락된 특수한 타이틀. 이 타이틀은 그림자 왕에게 귀속된 타이틀이기 때문에 왕의 자리를 잃으면 당연히 사라진다.

효과 - [접두 : 강화된 모래 분신], [접미 : 강화된 일루젼 효과]

[상시지속 효과: 은신 효과(Master), 어둠 시야(MAX), 어둠 속에서 모든 능력 +20%, 은신 상태에서 공격 시 추가로 공격력이 10% 상승한다.]

‘왕은 왕이구나.’

상혁은 타이틀을 확인한 순간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강화된 모래 분신은 기존엔 상혁의 모습만 흉내를 낸 말 그대로 모래 인형만 만들던 모래 분신 소환 능력을 강화해서 상혁이 사용하는 기술까지 흉내 내는(단, 스킬의 위력은 50%로 제한됨) 제대로 된 분신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모래 분신은 실질적인 물리력을 가지지 못해서 자주 사용은 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강화된 일루젼 효과는 기존처럼 자신이 저장한 7가지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까진 똑같았지만 대신 페널티가 확 줄어서 30%가 아닌 10%만 모든 능력이 감소하였다.

그리고 세 개의 비선 조직이 합쳐져 만들어진 비선 조직은 기존의 비선 조직과 거의 똑같았지만 세 가지가 달랐다.

첫 번째는 활동영역이 트리나크 행성 전체로 변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비선에 소속된 NPC들의 충성심이 거의 복종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조직의 장악력이 거의 한계까지 올라가 상혁의 권한이 매우 많아졌다는 점이었다.

이제 상혁은 그림자 비선을 이용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대리인은 기존처럼 일리아로 하면 되겠네.’

일리아는 이제 인연의 고리 5단계가 되어서 완벽하게 상혁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타이틀 일리아의 남자는 전설급 타이틀까지 성장했고 그녀의 모든 비밀이 밝혀졌다. 그녀는 바로 하이엘프 스텔라의 동생이면서 동시에 스텔라와는 또 다른 길을 걸어간 다크엘프 루아린의 제자였다.

스텔라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지키고자 했던 루아린은 다크문이란 특별한 힘을 다루는 계파를 만들었다. 하지만 루아린은 또 다른 중요한 일을 위해 승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자신의 제자인 일리아에게 다크문을 맡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리아는 다크문을 모두 수습하지 못했고 그 결과 힘과 기억이 대부분 봉인되었다.

물론 상혁이 그림자 왕이 되고 그녀가 그런 상혁과 인연의 고리를 5단계까지 성장시키며 봉인은 모두 풀렸다.

이제 그녀는 완벽한 다크문의 후예이자 상혁의 충실한 부하가 되었다. 심지어 그녀를 소환하는 스킬인 ‘오! 일리아’도 등급이 S+로 바뀌며 24시간 중 12시간을 소환해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여전히 24시간이었지만 시간만 잘 조절하면 그녀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이제 레벨 제한까지 전부 풀려 레벨도 전설 등급 NPC에 걸맞은 75레벨까지 올라 있었고 가지고 있는 스킬들도 꽤 쓸만한 게 많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더욱이 그녀는 성장형 NPC였기 때문에 잘만 키우면 그 어떤 소환수도 부럽지 않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이젠 얻은 게 너무 많다 보니 전설 등급 타이틀이나 아이템을 얻어도 큰 감흥이 없어졌었는데 일리아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매우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

‘휴, 이제야 다 끝났네.’

최근 한 달간 상혁은 진짜 모든 일을 제쳐놓고 퀘스트 하나에만 매달렸었다. 덕분에 밀린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시청률이 많이 떨어져 2위와 큰 차이가 없어진채널 원도 좀 더 관리해야 했고 그밖에 금산상단이나 검투와 필멸의 전당 쪽도 신경을 더 써야 했다.

‘그전에 일단 좀 쉬자.’

할 일은 많았지만 지금 당장 상혁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역시······ 휴식이었다.

* * * *

상혁은 최근 한 달 동안 하루에 두 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했었기 때문에 몸이 무척이나 피폐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그동안 몸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 아니었으면 중간에 쓰러져도 몇 번은 쓰러졌을 정도로 힘든 강행군이었다.

그렇게 쌓인 피로 때문일까? 상혁은 거의 16시간을 내리 자며 그동안 부족했던 수면을 몰아서 채웠다.

그렇게 푹 잠을 자고 일어난 상혁은 밖으로 나와 가볍게 달렸다. 원래는 30분 정도만 달릴 생각이었었는데 달리다 보니 기분이 좋아져 한 시간이 넘게 달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도 푹 자고 몸도 푼 상혁은 테블릿 PC를 들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다.

‘일단······ 방송. 그동안 너무 뻔한 콘텐츠만 반복해서 틀어줬어. 이제 다시 한 번 빵 터트려줄 때야.’

첫 번째는 역시 라이브채널 원의 관리였다.

라이브 채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기 때문에 계속 관리를 해줘야 했다. 상혁은 게임 속의 모든 것을 현금화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유일한 현금 수입원인 라이브 채널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은 검투와 필멸의 전당······. 여기 랭커 타이틀도 다시 찾아와야지. 아, 그러고 보니이제 슬슬 오프라인 대회가 열릴 때가 되었는데······. 참가 신청을 해볼까?’

상혁은 전문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프라인 대회에서 우승은 하고 싶었다. 전생엔 바로 옆에서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욕심이 났다.

그래서 상혁은 현생에선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하며 준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웅의 대지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레이드 보스인 히드라 사냥도 준비해야겠지.’

히드라는 용종(龍種)에 속하는 몬스터였는데 강력하기로 따지면 드래곤 바로 다음 가는 녀석이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특수한 능력을 몇 가지 사용했고 육체 능력도 굉장히 뛰어난 괴물이었다.

상혁은 여러 가지 이유로 히드라 사냥을 계획하고 있었다. 일단 상혁이 생각하고 있는 ‘하늘 배’를 만들기 위해 필수로 필요한 몇 가지 주재료를 히드라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히드라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히드라 블러드’.

이건 진짜 상혁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히드라 사냥은 영웅의 대지에서의 활동을 마무리 짓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채널 원의 특집 방송 콘텐츠로 딱 좋았다.

‘휴, 간단하게 정리했는데도 할 일이 넘쳐나는구나.’

사실 실제로 할 일은 이보다 더 많았다. 이 세 가지는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을 꼽아본 것일 뿐이었다.

‘우선순위대로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하자.’

급하다고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되는 법.

상혁은 하나씩 차분히 해결하기 위해 가장 급한 채널 원의 방송 콘텐츠 정리부터 시작했다.

상혁은 거의 한 달 만에 제대로 된 방송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화끈하게 두 가지를 공개할 생각이었다.

첫 번째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라인 다크를 박살 낼 때 실컷 찍어둔 영상을 잘 편집해서 ‘유료동영상’으로 올릴 생각이었고 두 번째는 실시간으로 ‘강화’ 방송을 해줄 생각이었다.

그동안 금산상단에서 꾸준히 모아놓은 강화석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강화 러쉬를 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핵심은 어떤 아이템에 러쉬를 하느냐였는데······ 상혁이 가진 전설 등급 아이템들을 공개하는 건 너무 충격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유일 등급 중에서 가장 쓸만한 ‘심판의 투구’에 강화 러쉬를 할 작정이었다.

현재 심판의 투구는 +5까지 강화가 되어 있었는데 상혁은 이번 방송을 통해 최소 +7 이상으로 강화를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강화 방송은 과감히 지르는 게 포인트였기 때문에 아이템이 깨지지 않는 수준에선 계속 질러볼 생각이었다.

심판의 투구는 적어도 1년 이상은 더 사용해야 할 물건이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강화를 한껏 높여놓는 게 좋았다.

방송 콘텐츠를 모두 준비한 상혁은 가벼운 마음으로 근 한 달 만에 검투의 전당에 전투 신청을 해보았다.

이제는 상당히 많은 유저가 영웅의 대지로 넘어와 있었기 때문에 검투의 전당과 필멸의 전당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수십만 명 단위로 늘어나 있었다.

그래서일까? 전투 신청과 동시에 바로 큐가 잡혔다.

상혁은 가볍게 10판을 했는데 10판 모두 양학(양민 학살)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으로 상대를 발라버렸다. 그렇게 상혁은 흔히 말하는 배치고사를 완벽하게 통과하며 곧바로 만랭(10,000위권 랭커를 지칭하는 말) 안쪽으로 진입했다.

진정한 랭커는 천랭(1,000위권 랭커를 지칭하는 말)이란 말도 있긴 했지만, 어지간해선 10,000위 안쪽은 랭커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상혁은 검투에 이어 필멸도 달렸는데 필멸은 10판의 배치고사가 끝나자 아예 천랭 안쪽으로 진입했다.

아무래도 타임 어텍 시스템이다 보니 상혁의 무지막지한 클리어 타임이 배치고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상혁, 아니 독고불패가 랭킹에 등장한 순간 기존의 랭커들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솔직히 그들로선 한동안 독고불패가 안 보여서 살만했었는데······ 이젠 좋은 시절도 끝난 것 같았다.

검투와 필멸의 전당에서 독고불패는 완벽한 포식자였다.

물론 몇몇 유저들은 무패(無敗)의 독고불패에게 패배를 안겨주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긴 했지만 한 번이라도 독고불패와 싸워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그들의 큰소리를 헛소리로 치부했다.

간단하게(?) 검투와 필멸에 자신의 귀환을 알린 상혁은 오늘은 다소 일찍 접속을 끊었다.

오늘도 역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상혁은 모레 있을 라이브 채널 방송 준비를 한 번도 확실히 한 후에 오랜만에 다른 EL 방송들을 챙겨보았다.

현재 인기가 있는 EL 방송을 정리해 보자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건 검투와 필멸의 전당 콘텐츠를 다루는 방송이었고 두 번째가 여러 가지 모험 콘텐츠였다.

재미있는 건 세 번째였는데 강화나 기타 다양한 생산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 방송도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다.

특히 직업 EL 안에서 요리를 한 후 그걸 또 직접 먹는 쿡+먹방이 요즘 핫한 방송 콘텐츠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이 없는 상태에서 그저 다른 방송을 따라 하는 방송들은 대부분 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의 핵심 이미지는 꼭 챙기는 게 좋았다. 당연히 상혁의 방송도 당연히 핵심 이미지가 있었다.

최고 중의 최고, 넘버원(No1), 일인무적······ 뭐 이런 게 라이브 채널 원의 이미지였다.

방송을 쭉 둘러본 상혁은 적당한 시간이 되자 그것마저 그만두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어제 충분히 잠을 자긴 했지만, 여전히 상혁의 몸은 100% 회복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잠을 자는 게 매우 중요했다.

* * * *

다시 한 번 푹 자고 일어나 운동까지 깔끔하게 마친 상혁은 가볍게 아침밥을 챙겨 먹은 후 게임에 접속했다.

그런데 게임에 접속한 순간 또 아주 오랜만에 공지가 떠 있었다.

< [56장] 또 한 번의 가속(加速)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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