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장] 믿음의 결과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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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 ‘재도전은 없다’
등급 – 유일(唯一)
설명 – 레이드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최초로, 그것도 단 한 번 만에 쓰러트렸습니다. 당신들의 도전에 재도전 따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도전은 아름답다(A) : 이전에 상대해 본적이 없는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도전 포인트가 1이 올라갑니다. 이 도전 포인트가 10이 쌓이면 자신이 가진 기본 능력(힘, 민첩, 지능, 지혜, 체력, 활력, 매력) 중 가장 높은 수치의 능력이 영구히 1이 오릅니다. 도전 포인트는 최대 2,50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재도전은 없다는 조금 독특한 상시지속 효과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 정도라면 유일 등급에서도 상당히 상위권에 속하는 효과라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포인트를 꽉 채우면 자신의 주 능력을 +250까지 올릴 수 있는 대단한 효과였다.
트윈 문 블레이드 [전설(Legend) ++]
- 레드문의 정기를 받은 달의 금속인 플레임 미스릴과 블루문의 정기를 받은 아이스 미스릴. 바로 이 두 가지 금속을 이용해 만든 두 자루의 단검이 레드문과 블루문이다. 전설의 용사인 ‘베틀마스터 백건’이 사용했었던 이 무기는 달의 신전에 아주 오랫동안 잠이 들어 있었다. 또한, 이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특별해져 있는 상태다.
[기본 능력치] 민첩 +100(+20), 힘 +70(+14)
[특수 능력치] 이동속도 +30(+6)%
[세트 효과] 2세트 - 민첩 +50
[특수 효과] <용 사냥꾼(S) : 용종(龍種)을 사냥할 때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한다.>
[아이템 스킬] <전력질주(A) : 순간적으로 이동속도를 7초 동안 40% 상승시킨다. 재사용대기시간 1분 30초.>
[보너스 효과] 이동속도 +10%, 체력 +15
또 하나의 전설 등급 아이템.
비록 그림자 왕의 대검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트윈 문 블레이드도 충분히 상위권에 들어갈 만한 전설급 아이템이었다. 특히 민첩이 주력 능력인 상혁에겐 이보다 좋은 아이템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크큭, 트리플 플러스가 아닌 걸 아까워하는 건······ 너무 욕심을 내는 것이겠지? 이정도로 만족하고 바로 6강이나 혹은 7강 정도만 만들어서 사용해야겠다.’
최상급 강화석이 없었기 때문에 고강을 노리는 건 무리였다. 사실 +7도 재수가 좋아야 가능한 것이었다. +5에서 더블 강화가 터져줘야 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지금 상급 강화석을 15개 가지고 있다고 해도 7강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내가 용종을 잡을 걸 안 건가? 어떻게 딱 용 사냥꾼 옵션이 붙어 나오냐.’
상혁은 슬쩍 웃으면서 다시 한 번 트윈 문 블레이드를 내려다보았다.
용 사냥꾼 옵션은 드레이크 사냥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줄 옵션이었다. 드레이크는 당연히 용종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하는 버프를 얻을 수 있었다. 말이 10%지 실질적으로 상승하는 능력치를 모두 합치면 전설등급 아이템을 하나 더 들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주무기, 보조무기로 따로 나눠서 구분할 필요도 없는 순수한 능력 상승이었다.
‘여기에 계백과 흑기사도 합류하면······ 생각보다 더 쉽게 드레이크 계곡을 쓸어버릴 수도 있겠네.’
상혁은 원래 드레이크 계곡 클리어에 아무리 못해도 열흘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도 하지 못한 전력 상승 덕분에 이젠 열흘이 아니라 최대 나흘 정도면 올 클리어가 가능할 것 같았다.
계백과 흑기사가 드레이크 사냥에 합류하면서 가장 궁금해 했던 건 역시나 불멸이 이런 사냥터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은 것인 지였다. 하지만 그걸 묻는 건 마치 영업 비밀을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물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궁금한 건 영업 비밀 같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조금 친분이 생긴 지금이라면 조심스럽게 물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이것 역시 계백과 흑기사가 똑같이 궁금해 하는 것이었는데 질문의 내용은 ‘왜 불멸이 원 길드의 다른 길드원들과 함께 사냥하지 않는 지’였다.
당연히 흑기사가 아니 계백이 은근슬쩍 운을 띄우며 질문을 했다.
“각자 하는 일들이 바쁘고 원래 우리 길드는 파티 플레이 같은 걸 거의 하지 않아요.”
불멸의 대답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당연히 이 대답만으론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불멸은 추가 설명을 이어서 해주었다.
정확히는 불멸이 대답을 들은 계백과 흑기사의 표정이 살짝 좋지 않자 하지 않아도 되는 설명을 알아서 해준 것이었다.
“사실 저도 암흑달 신전이 워낙 특이해서 두 분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 원래는 솔플을 선호합니다. 우리 길드원들은 모두 워낙 바쁜 놈들이라 도움을 받는 게 힘들었거든요. 아! 그럼 왜 다음 사냥인 드레이크 사냥도 같이 하는 건지도 궁금하시겠죠? 그 궁금증에 대답은······ 그냥 누군가를 믿고 그렇게 믿는 이들과 함께 사냥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서입니다.”
불멸은 그 답지 않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아주 길게 얘기했다.
덕분에 흑기사와 계백은 확실히 궁금증을 해결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불멸의 진심도 느낄 수 있었다.
“흠흠, 뭐 그렇단 겁니다.”
쑥스러워서였을까? 불멸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먼저 앞으로 나섰다. 생각해보면 불멸은 전생에도 이런 식으로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늘 정확히 할 말만 했었다. 당연히 자신의 감정 같은 건 말뿐이 아니라 표정으로도 표현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젠장 도대체 뭔 말을 주절주절 얘기한 거야?’
앞으로 나선 불멸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민망한 불멸과 달리 계백과 흑기사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진심이 통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기분이 좋은 일일 수밖에 없었다.
드레이크는 수많은 용종 중에 중급 정도에 위치한 용종이었다. 사실 육체적인 능력만 놓고 보면 용종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드래곤과 아주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놈들과 드래곤의 가장 큰 차이는 ‘지능’과 ‘마법’이었다.
게임 속이란 걸 고려해 얘기하자면 ‘인공지능(AI)’와 ‘마법’이라 할 수 있었는데 어쨌든 놈들은 육체적인 능력은 강할지 몰라도 날 수도 없었고 또한 마법도 사용하지 못했다.
용종 중엔 드레이크와 정반대인 녀석들도 있었다.
에테르 드래곤이란 놈들이었는데 이 녀석들은 그 어떤 물리력도 지니고 있지 않은 마치 유령과 같은 몸을 지닌 드래곤이었는다.
대신 놈들은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드래곤 수준은 아니었고 대략 7클래스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건 이 에테르 드래곤이 드레이크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라는 점이었다.
어쨌든 드레이크는 강철보다 더 단단하고 질긴 가죽을 지니고 있었고 한 번 물리면 몸이 갈기갈기 찢길 만큼 무시무시한 이빨과 턱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한 번 휘두르면 커다란 바위도 산산조각 낼만큼 강력한 위력을 지닌 꼬리 공격도 드레이크가 가지고 있는 특기 중 하나였다.
드레이크 계곡엔 총 세 종류의 드레이크가 존재했는데 마치 장갑과 같은 단단한 껍데기를 두르고 있는 ‘터틀 드레이크’와 입에서 화염을 내뿜는 ‘플레임 드레이크’는 드레이크 계곡에 존재하는 수많은 드레이크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종류인 ‘드레이크 킹’은 이 계곡의 지배자인 보스 몬스터였다.
드레이크 킹은 터틀 드레이크와 플레임 드레이크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특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불멸 일행의 목표는 드레이크 계곡을 완벽하게 쓸어버리고 드레이크 킹까지 잡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번 사냥에서 모든 오더는 불멸이 담당했다.
드레이크 계곡 입구에서 플레임 드레이크 한 마리를 만나며 시작된 사냥.
그들의 사냥은 언제나 그렇듯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 * * *
사흘 동안 세 사람이 잡은 드레이크의 숫자는 총 174마리였다. 덕분에 그동안 수많은 모험을 했음에도 1도 오르지 않았던 상혁의 레벨이 하나 올랐고 흑기사와 계백의 레벨은 각각 2와 3이 올랐다.
상혁은 드디어 진정한 지옥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55레벨에 도달했다.
55레벨부터 61레벨까지는 흔히 EL유저들이 얘기하는 무간지옥(無間地獄) 구간이었다.
이제부턴 레벨을 하나 올리려면 카르마를 1~55레벨까지 올리기 위해 모았던 만큼 다시 한 번 더 모아야 했다.
한 마디로 55레벨짜리 캐릭터를 6개만들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가뜩이나 상혁은 쿼드라 소울이었다. 아무리 각종 능력으로 페널티를 최소화했다고 해도 상혁이 모아야 하는 카르마는 진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많았다.
워낙 지옥 같은 구간이었고 레벨 자체도 상당히 높은 수치였기 때문에 거의 95%이상의 유저가 트리나크 행성에서 이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다음 두 번째 행성이 나오고 나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많은 유저가 이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즉, 진짜 지옥이란 뜻이었다.
그런데 이 지옥 구간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었다.
적어도 이 지옥 구간에서 레벨을 올리면 얻는 자동 능력치 상승이 평소보다 네 배나 더 올랐다. 그뿐 아니라 55부터 61까지 총 6레벨을 올리는 동안 2레벨에 한 번씩 일반 스킬 슬롯을 하나씩 열 수가 있었다.
특히 무간지옥 구간의 최종 레벨인 61을 달성하면 일반 스킬 슬롯의 한계를 벗어난 ‘각성 스킬 슬롯’이 열렸다.
즉, 61레벨이 되면 총 7개의 일반 스킬 슬롯과 1개의 각성 스킬 슬롯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다소 일반 스킬들이 천대받고 있었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태양의 대륙이 등장하면 얘기가 좀 달라졌다.
왜냐하면 그때 모두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새로운 종류의 스킬북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지옥구간은 통과만 할 수 있다면 상당한 보상을 제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통과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는 점이었다.
지옥문에 들어선 상혁과 달리 흑기사와 계백은 지옥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물론 그들이 벗어난 지옥은 2차일 뿐이었고 현재 상혁이 들어선 3차에 비교하면 애들 장난과 같은 수준이었다.
어쨌든 흑기사와 계백은 레벨 50에 도달했다.
이미 흑기사와 계백은 암흑달 신전때부터 광렙을 하는 중이었다. 둘 다 암흑달 신전에서 레벨을 하나씩 올렸다.
그래서 드레이크 사냥을 시작할 때 레벨은 흑기사가 48이었고 계백이 47이었지만 흑기사가 48 극초반, 계백이 47 극후반이었기 때문에 50레벨이 된 건 드레이크 10마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질 않았다.
레벨이 오른 건 분명 즐거운 소식이었지만 적어도 흑기사와 계백은 지금은 그걸 기뻐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상혁, 아니 불멸은 레벨 따윈 오르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마치 기계처럼 계속 드레이크를 사냥했다.
당연히 흑기사와 계백도 그런 불멸을 따라 죽어라 달릴 수밖에 없었다.
흑기사와 계백에게 터틀 드레이크와 플레임 드레이크 중 뭐가 더 잡기 쉬냐고 묻는다면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이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떤 드레이크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첫 한 방이 치명타가 터지느냐 터지지 않느냐였다.
물론 엄밀히 따진다면 방어력이 매우 높은 터틀 드레이크가 더 까다로운 상대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놈의 생명력은 플레임 드레이크와 똑같았기 때문에 첫 한 방이 치명타가 터지면 거의 승부가 끝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차이점은 플레임 드레이크는 치명타가 터지는 순간 사망하지만 터틀 드레이크는 치명타가 터져도 한 방에 죽진 않는다는 점뿐이었다.
하지만 죽진 않을 뿐이지 빈사 상태가 되며 기절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계백이 슬쩍 마무리만 해주면 그대로 쓰러졌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드레이크 사냥은 너무나 순조로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간혹 치명타가 터지지 않을 경우엔 드레이크가 매우 거칠게 반항을 했다.
그럴 땐 흑기사와 계백이 약간이나마 활약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10번 중 1번 정도뿐이었다.
치명타는 무려 90% 확률로 터졌다.
흑기사와 계백은 이번에도 묘한 좌절감과 승차감(?)을 느끼며 드레이크 계곡을 말 그대로 초토화시켰다.
이제 남은 건 오로지 하나.
드레이크 킹을 잡는 것이었다.
“드레이크 킹을 잡을 땐 흑기사님과 계백님이 제대로 활약을 해주셔야 합니다. 두 분의 활약에 따라 공략의 성패가 갈리게 될 겁니다.”
드레이크 킹 레이드를 앞두고 불멸은 두 사람에게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매우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듣던 흑기사와 계백은 이번에도 역시 도대체 불멸은 이런 대단한 정보들을 어디서 구하는 건지 계속 궁금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그걸 대놓고 물을 수가 없었다.
지금 그들에겐 그저 불멸이 시키는 것을 최대한 잘 해내는 게 중요했다.
< [49장] 믿음의 결과 (2) > 끝
ⓒ 성진(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