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장] 아이템 파밍 (1) >
@ 아이템 파밍.
라인 다크의 처참한 패배는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다. DD를 비롯한 라인 다크의 최고 관리자들은 최대한 소문이 나는 걸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400명이 넘는 유저가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일을 조용히 덮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원 길드의 유저 한 명이 라인 다크 전체를 박살 냈다.’
소문이란 건 원래 한 번이라도 돌기 시작하면 절대 막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라인 다크의 이미지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원 길드의 이미지야 지금도 더 올라가기 힘들 정도로 한계까지 올라 있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원 길드는 비상하고 라인 다크는 추락했다.
모든 유저가 원 길드의 공식 발표 같은 걸 기대하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원 길드는 그런 건 당연히 해주지 않았다. 그걸 기다리는 것보단 차라리 채널 원의 방송에 가서 질풍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더 현명했다.
물론 상혁은 그런 질문이 들어오면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불멸이 라인 다크를 압도하는 영상은 조만간 편집을 거쳐서 채널 원에서 공개하는 최초의 ‘유료 동영상’ 콘텐츠가 될 예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까진 정확한 답을 피하고 두루뭉실한 대답만 해서 시청자들을 최대한 궁금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이번 일로 거의 모든 커뮤니티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정작 이번 일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상혁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자신이 새롭게 얻은 호칭부터 확인하고 있었다.
호칭 - ‘다 덤벼!’
등급 – 유일( 唯一)
설명 – 상식적으로 이기는 게 불가능한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상식을 파괴한 당신의 대단한 능력을 모든 사람이 칭송하고 있습니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 다 덤벼!(S) : 많은 적과 싸울수록 능력이 올라갑니다. 당신을 중심으로 반경 500m안에 당신에게 적의를 내뿜고 있는 존재가 10개체 이상일 경우 주력능력 (민첩)이 10% 상습합니다. 이후, 적의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10개체당 1%씩 주력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 효과는 유저는 물론이고 몬스터에게까지 적용됩니다.>]
호칭 - ‘한 방에 끝낸다.’
등급 – 유일( 唯一)
설명 – 적을 쓰러트리는 데 필요한 공격 횟수는 오로지 한 번. 당신의 이 한 방 능력은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규격 외의 힘이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 끝판왕(S) : 적을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트리면 10초 동안 공격력이 10% 상승하는 버프가 부여된다. 이 버프는 4번까지 중첩될 수가 있고 4중첩 이후부터는 유지 시간만 계속 갱신된다.>]
‘대애애박!’
새로 얻은 타이틀을 확인한 상혁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졌다. 두 타이틀 모두 상혁에게 너무나 좋은 것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받았네.’
상혁은 아주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두 타이틀만으로도 상혁은 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다. 특히 다수를 상대할 때 이 두 타이틀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았다.
‘이번에 고생을 좀 했으니까 다음부터는 좀 더 쉽게 싸우라는 건가? 어쨌든 나야 고맙지.’
기분이 좋아진 상혁은 다시 한 번 타이틀 효과를 쭉 살펴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정보창을 닫았다.
그는 그렇게 새롭게 얻은 타이틀 효과만 확인하고 바로 생각해뒀던 대로 아이템 파밍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전생의 정보와 여러 경로로 통해 얻은 현재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결국 내가 클리어해야 할 곳은 총 네 곳이다. 두 개는 레이드 던전. 하나는 필드 사냥터.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비밀 던전.’
상혁은 정리한 것들을 간단히 나열해 보았다.
‘정령의 숲.’
‘암흑달 사원.’
‘드레이크 계곡.’
‘별 무리 성흔( 星痕).’
네 곳 모두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정령의 숲과 암흑달 사원은 지금 유저들은 존재 자체도 모르는 레이드 던전이었고 드레이크 계곡은 용족중 가장 약한 종류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이나마 용의 피를 이어받은 '드레이크'가 존재하는 계곡이었다.
드레이크는 날지를 못해 ‘지룡( 地龍 )’이라고도 불렸는데 지금 시점에선 굉장히 강력한 몬스터였다.
마지막으로 별 무리 성흔은 상혁이 이름과 아주 간단한 힌트 몇 개만 알고 있는 비밀 던전이었다.
이건 공략도 공략이지만 찾는 게 더 큰 일이었다. 하지만 찾을 수만 있다면 아주 큰 이득을 볼 수 있었기에 상혁은 꼭 찾아낼 생각이었다.
‘순서는 제일 먼저 정령의 숲을 클리어하고 그다음은 암흑달 사원 마지막으로 드레이크 계곡으로 간다.그렇게 세 곳을 공략하면서 계속 별 무리 성흔을 찾는 거로 하자.’
대략적인 플랜이 나왔으니 이제 실행만 하면 되었다.
* * * *
정령의 숲은 던전이었다.
이름만 봐서는 필드처럼 보였지만 영웅의 대지 서쪽 끝자락에 존재하는 새벽 숲 깊숙한 곳에 있는 거대한 두 그루의 정령 고목의 사이를 통과하면 정령의 숲이란 레이드 던전에 진입할 수가 있었다.
정령의 숲은 총 다섯 구역으로 나뉘었다.
‘불타는 숲’, ‘물에 잠긴 숲’, ‘강철 나무숲.’, ‘바람 부는 숲.’ 이렇게 네 구역은 정령의 숲을 이루고 있는 근간이었다. 그리고 이 네 구역에 존재하는 네임드 몬스터인 ‘불타는 골렘’, ‘거대 악어’, ‘강철 거목''폭풍거조'를 연속해서 잡으면 정령의 숲 지하에 있는 숨겨진 구역이 등장했다. 그곳엔 바로 이 레이드 던전의 최종 보스 몬스터인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이 존재했다.
사실상 상혁이 노리고 있는 건 바로 이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이었다. 더 정확히는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이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던 ‘그림자 왕의 대검’이었다.
그것은 커다란 대검이었는데 어지간해선 절대 떨어지지 않는 초희귀 아이템이었다.
유일 등급이 아닌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드랍 확률이 아주 낮을 수밖에 없었다.
상혁은 이걸 최초 킬 보너스를 통해 얻어낼 작정이었다.
그렇게 정령의 숲을 공략한 이후엔 바로 암흑달 사원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암흑달 사원은 입장 퀘스트가 존재하긴 했지만, 전생에 한 번 해본 경험도 있고 별로 어렵지도 않은 선행 퀘스트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문제는 암흑달 사원의 최종 보스였다.
‘추방된 달의 거인’이라 불리는 최종 보스 몬스터는 굉장히 강력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상혁이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었다.
사실 이 추방된 달의 거인이 ‘트윈 문 블레이드’라 불리는 한 세트의 전설 등급 단검을 드랍하지만 않았다면 상혁은 굳이 이 던전을 공략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트윈 문 블레이드를 대체할 다른 단검을 구할 방법만 있었어도 포기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단검은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전설 등급 아이템이란 게 흔한 것도 아니었고 특히 단검류 아이템 중엔 이 트윈 문 블레이드보다 좋은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무려 전설 등급에 세트 아이템이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것의 값어치는 어마어마했다.
여기까지 파밍을 끝낼 수 있다면 오히려 드레이크 계곡은 더 쉬울 수가 있었다. 어차피 비밀 던전인 ‘별 무리 성흔’은 그것을 찾는 게 공략의 절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과 ‘추방된 달의 거인’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아직 다른 유저들이 폭풍우 성채에서 도전을 반복하고 있을 때 상혁은 정령의 숲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불타는 숲’은 3시간. ‘물에 잠긴 숲’은 2시간. ‘강철 나무숲.’은 5시간. ‘바람 부는 숲.’은 4시간.
총 14시간 만에 정령의 숲에 등장하는 네 마리의 일반 레이드 몬스터를 다 때려잡은 상혁은 잠시 5시간 정도 충분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한 후 대망의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이 존재하는 구역에 들어섰다.
일단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이 있는 곳까진 폭풍처럼 질주했다. 아무래도 레이드 던전 특성상 몬스터들이 무리를 이루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새롭게 얻은 두 개의 타이틀도 상혁의 질주에 한몫을 톡톡히 보탰다.
그렇게 등장한 ‘어둠의 방’. 바로 이 방 안에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이 존재했다.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을 공략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세 가지. 첫 번째는 어둠 감옥에 갇히지 않을 것. 두 번째는 어둠 쐐기 중첩을 적지도 많지도 않게 정확히 유지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그림자 환영을 최대한 빨리 처리할 것. 아! 근데 생각해보니 솔로플레이를 하는 덕분에 그림자 환영은 거의 의미가 없어지겠네?’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중 하나가 별 의미가 없는 게 되자 난이도가 확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땐 솔로플레이 하는 게 이득이기도 하네.’
물론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크게 이득을 보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절대 솔로레이드에 도전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솔로플레이로 레이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
‘이틀. 이틀 안에 클리어한다!’
대충 견적을 낸 상혁은 힘차게 어둠의 방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 * * *
16시간.
상혁은 이틀이 아니라 정확히 16시간 만에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을 쓰러트렸다. 마지막 순간 어둠의 정령왕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외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사실 온전히 힘을 모두 지닌 정령왕은 거의 드래곤과 비슷한 존재였기 때문에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지금 시점에선 사냥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설정상 정령의 숲 위쪽에 있는 4구역에서 흘러나온 정량의 기운들이 숲 지하에 잇는 어둠의 정령왕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상혁은 놈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물론 소멸이 된 건 아니었고 공허의 어둠으로 도망간 정도였지만 그런데도 놈은 착실히 자신이 떨어트리려야 할 아이템을 모두 떨어트리고 사라졌다.
정령 숲의 최종 보스 네임드 몬스터인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을 쓰러트렸습니다.
최초로 정령왕을 사냥했습니다. 그냥 사냥한 것도 아니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사냥을 했습니다. 단언컨대 이건 위대한 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 위업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전설 등급 타이틀인 [최초로 그리고 홀로 정령왕을 쓰러트린 자]을 획득했습니다.
약화된 어둠의 정령왕을 최초로 쓰러트렸기 때문에 최초 처치보너스가 적용되어 놈에게서 얻을 수 있는 29종류의 아이템을 모두 획득하셨습니다.
‘응? 유일 등급 타이틀이 아니라 전설 등급 타이틀이라고?’
상혁은 약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정령왕은 정령왕이었기 때문에 유일 등급 타이틀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그런데 유일 등급을 뛰어넘어 전설 등급이 나와버렸다. 이건 상혁의 예상을 뛰어넘는 보상이었다.
‘이제 진짜 확실해졌군. 전생에는 없던 솔로플레이 관련 업적이 생겼어.’
상혁은 전부터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던 것을 이번 일을 통해 확실히 확신할 수가 있었다.
‘이것 역시 나 때문에 변한 건가? 뭐, 이런 변화는 내 입장에선 무조건 땡큐지.’
솔로플레이 관련 업적은 사실상 상혁을 위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에 추가로 ‘그림자 왕의 대검’까지 손에 넣었으니 웃음이 계속해서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준비해놓은 강화석으로 그림자 왕의 대검을 최대한 강화하고 바로 암흑달 사원으로 달리자. 한번 달릴 때 확실하게 달려서 제대로 파밍을 끝내는 거야!’
상혁은 즐거워하는 건 딱 오늘까지만 하고 내일부턴 또 다음 목표를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할 생각이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는 폭주 기관차.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폭주가 아닌 질주였다.
이렇게 달리면서도 상혁은 매우 냉정하고 정확하게 자신을 제어하고 있었다. 그는 절대······ 무리를 한다거나 혹은 흥분을 해서 실수를 할 인물이 아니었다.
< [47장] 아이템 파밍 (1) > 끝
ⓒ 성진( 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