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81화 (81/127)

< [42장] 플레이어 계백 (2) >

호칭 - ‘나는 전설이다!’

등급 – 전설(Legend)

설명 – 검투와 필멸, 두 전당에서 모든 랭킹 1위를 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영원히 등장하지 못할 수도 있을 정도로 낮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위대한 업적이다. 이런 위업을 세운 당신은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다.

효과 - [접두: 검투의 전당에서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접미: 필멸의 전당에서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상시지속 효과: <전설 그 자체(S) 검투와 필멸의 전당에서 승리할 경우 전설의 조각이란 아이템을 하나씩 얻을 수가 있다. 이 조각을 100개 모으면 전설의 증표를 만들 수 있고 전설의 증표는 모든 능력치를 +1씩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환상의 영약’으로 교환할 수 있다.>]

호칭 - ‘역시 혼자가 좋아’

등급 – 유일( 唯一)

설명 – 홀로 다수를 상대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다수를 이기는 건 더더욱 힘들다. 그런데 이걸 20번이나 연속해서 이뤄낸다면…… 그건 분명 칭송받을만한 업적이 된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 혼자서도 잘해요(S) : 솔로 플레이 시 자신이 받는 모든 데미지가 14% 감소합니다.>]

호칭 - ‘너무나도 완벽한 헌팅 머신’

등급 – 유일( 唯一)

설명 – 필멸의 전당에서 최초로 ‘우승자’가 되었다. 늘 그렇듯 최초는 특별한 법이다.

효과 - [접두: 필멸의 전당에서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접미: 필멸이 전당에서 방어력이 10% 상승합니다.] [상시지속 효과: <잡고 또 잡고(A) 필멸의 전당에서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마다 체력과 마력, 활력이 3% 회복됩니다.>]

호칭 - ‘검( 劍 )의 왕( 王)’

등급 – 유일( 唯一)

설명 – 검투의 전당에서 최초로 ‘우승자’가 되었다. 늘 그렇듯 최초는 특별한 법이다.

효과 - [접두: 검투의 전당에서 치명타 확률이 10% 상승합니다.] [접미: 검투의 전당에서 치명타 데미지가 50% 상승합니다.] [상시지속 효과: <왕의 가르침(A) : 검투의 전당에서 상대를 잡고 킬을 기록할때마다 치명타 확률이 5% 치명타 데미지가 20% 상승한다. 최대 50% / 200%(10킬)까지 누적할 수 있고 자신이 죽으면 0%(0킬)로 초기화된다.>]

자신이 얻은 타이틀을 쭉 살펴본 상혁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 하나 버릴 게 없었다.

전설 등급 타이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환상의 영약’은 간단하게 전설 등급의 영약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냥 영약들과는 능력치 + 카운팅 자체가 따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영약 효과가 중첩되었다. 간단히 얘기해서 보통 영약과 환상의 영약을 모두 한계까지 먹는다고 치면 +200까지 기본 능력을 올릴 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환상의 영약은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는 전설이다.’가 대단한 것이었다.

나머지 타이틀도 전부 상혁이 자주 사용할만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역시 무리해서 달린 보람이 있네.’

상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검투와 필멸의 전당을 모두 쓸어버리긴 힘든 일이었다. 일단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싹쓸이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서 모든 1등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건 리그에 참여한 인원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인원이 늘어나고 여기저기에서 매칭이 활발하게 되기 시작하면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모든 1등을 싹쓸이하는 건 불가능했다.

즉, ‘나는 전설이다.’ 타이틀을 먹을 기회는 오로지 이번뿐이었었다는 뜻이었다.

물론 상혁도 이런 타이틀이 있을 것이란 걸 정확히 알고 도전한 건 아니었다. 그냥 막연히 1등을 싹쓸이하면 뭔가 좋은 게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도전해본 것이었다.

‘이제 슬슬 저승길의 봉인이 풀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 전당에 등록하는 유저들 숫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혼자 다 해먹는 게 불가능해지겠지?’

이미 상혁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몇몇 길드나 연합이 저승길을 거의 다 뚫어낸 상태였다.

‘무리하지 말고 당분간은 증명의 길과 그림자 숲만 꽉 잡고 있자.’

어차피 시간이 흘러도 이 두 전장의 인기는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기에 이것만 꽉 잡고 있어도 상혁이 얻을 수 있는 건 매우 많았다.

1-1시즌 우승자로서 상혁이 받은 보상은 단순히 타이틀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우승하며 많은 통합 랭킹 포인트를 얻었다.

참고로 랭킹 포인트 전장마다 따로 존재하긴 하지만 결국 유저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통합 랭킹 포인트였다.

검투의 전당에 존재하는 통합 랭킹 포인트(검투)와 필멸의 전당에 존재하는 통합 랭킹 포인트(필멸).

이렇게 두 개의 통합 랭킹 포인트야말로 앞으로 유저들이 가장 신경 쓰게 될 것들이었다.

각 전장의 랭킹 포인트는 개별 시즌마다 초기화가 되었지만, 통합 랭킹 포인트는 새로운 통합 시즌이 다시 열리기 전엔 초기화되지 않았다.

통합 시즌이란 앞쪽에 숫자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두 번째 통합 시즌은 트리나크에 이어 두 번째 차원 행성이 등장해야 열렸기 때문에 당분간은 1-1, 1-2, 1-3…… 이렇게 개별 시즌만 이어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통합 랭킹 포인트를 올리면 뭐가 좋을까?

그것에 대한 해답은 검투와 필멸의 전당 안에 존재하는 ‘영광의 홀’에 있었다.

영광의 홀은 일종의 상점이었다.

물론 평범한 상점은 아니었다. 영광의 홀에는 일반 아이템부터 무려 신화급 아이템까지 다양한 종류와 등급의 아이템이 존재했다. 하지만 영광의 홀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려면 조건이 하나 붙었다.

바로 통합 랭킹 포인트!

유저들이 ‘영광 평점’이라고도 부르는 이 포인트에 따라 자신이 살 수 있는 아이템이 달라졌다.

아이템은 모두 골드로 구매했는데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공짜로 주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랭킹 포인트만 충분하면 무리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참고로 영광의 홀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은 귀속 아이템이라 판매를 할 순 없었다.

현재 두 전당 모두 통합 랭킹 포인트가 제일 높은 유저는 당연히 상혁이었다. 그냥 높은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그런 상혁도 아직 마법 등급의 아이템밖에 구매하질 못했다.

이 얘긴 결국 영광의 홀에서 판매되는 아이템이 일반 유저들에게 의미가 있게 다가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란 뜻이었다.

* * * *

“너 잘 생각해라. 농담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이대로 나가면 길마형이 척살조까지 조직해서 철저히 응징한다고 난리다.”

듀블랙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얘기해주었다. 하지만 그 얘길 듣고 있던 계백은 그가 어떤 얘길 해도 생각이 바뀔 것 같지 않았다.

“척살조요? 그러라고 해요. 형이 무슨 말을 해도 제 생각은 안 바뀌어요. 길드원들을 총알받이로 써버리고 겨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실력자들을 데리고 배를 갈아타는 그 새끼는 이미 저에게 길드 마스터가 아니에요.”

단호하게 얘기하는 계백. 그는 정말 화가 나 있었다.

“애초에 라인 다크( Dark)에 합류할 때부터 우리 길드는 실력이 부족해서 최전방에서 고기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모든 길드원에게 얘기했었잖아.”

“거기까진 저도 인정한다니까요. 그런데 왜 유독 우리 길드가 저승길에서도 가장 험한 쪽으로 내몰렸어요? 그리고 길드원 대부분이 죽은 상태로 몇몇 유저만 저승길을 통과했으면 죽어서 통과 못 한 길드원들부터 챙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갑자기 저승길을 통과한 길마와 정예 유저들이 모두 탈퇴를 해야 하고 다른 길드로 가야 하는 건데요?”

“그, 그건 더 나은 미래를…….”

“아, 시발 됐고. 형도 이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그나마 형이 가장 인간다워서 이렇게 대화라도 한 거예요. 척살조를 만들어도 되고 아니면 내 목에 현상금을 걸어도 되는데 연락은 하지 마요. 뭐, 어차피 다 차단할 거니까 연락도 안 되겠네요. 형한테 존댓말 써주는 것도 딱 오늘까지만이에요. 앞으로 이런 예의 기대하지 마세요.”

“너 이 새끼 실력 좀 있다고 너무 건방진 거 아냐?”

계백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듀블랙도 발끈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이었다.

“그래서? 저랑 한 판 붙어보시려고요?”

그 말과 함께 순간적으로 계백의 눈빛이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워졌다.

듀블랙은 누구보다 계백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참이슬한테 전해요. 그 목 언젠간 직접 따로 가겠다고.”

계백은 인의예지( 仁義智 )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그걸 먼저 저버린 쓰레기들과 더는 함께할 수가 없었다.

물론 참이슬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건 결국 라인 다크와 척을 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게임 라이프가 매우 고달파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는 과감히 참이슬의 제안을 거절했다. 어려움을 피하려고 인의예지를 저버릴 순 없었다.

그건 계백, 아니 유대훈의 삶을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듀블랙과 헤어진 계백은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젠장 속 좁은 참이슬이라면 분명 가만히 안 있을 텐데…… 척살조가 무서운 건 아니지만, 괜히 계속 엮이면 골치가 아파질 수 있어서 그게 문제네.’

계백은 싸우는 것 자체는 별로 두려워하질 않았다. 하지만 결국 참이슬과 계속 싸우면 라인 다크와 더더욱 심각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아무리 계백이라고 해도 혼자 라인 전체와 싸우는 건 무리가 많았다. 라인과 잘못 엮이면 자칫 계정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몰랐다.

‘한동안 잠수를 타야겠는데…….’

그렇다고 기껏 고생해서 온 영웅의 대지를 떠나 있을 생각은 없었다. 영웅의 대지는 떠나기 싫고 잠수는 타야겠고……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딱 한 곳밖에 없었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증명의 길인가 뭔가 거기에 뼈를 묻자.’

계백은 PvP를 매우 좋아하는 유저였다. 그리고 심지어 실력도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검투의 전당에 가고 싶어 했었다.

어차피 검투사 등록을 한 이후엔 어디에서도 전투 신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적당한 곳에 숨어서 계속 ‘증명의 길’만 계속 입장하면 아무리 라인 다크가 발 벗고 나서도 계백을 어떻게 할 순 없었다.

‘한 몇 달만 거기서 놀다 오면 잠잠해져 있겠지.’

현실적으로 참이슬이 라인 다크의 핵심 길드라 할 수 있는 다크드래곤에 합류한다고 해도 그곳에서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 얘긴 자신에 대한 라인 다크의 관심은 이 순간뿐일 가능성이 크단 뜻이었다.

여러 사실을 종합해봤을 때 계백의 선택은 아주 좋은 한 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 * * *

[…3, 2, 1, 0. 전장으로 소환됩니다.]

독고불패가 랭킹 포인트가 올라가지 않는 프리 시즌이었음에도 증명의 길에 입장한 이유는 당연히 전설급 타이틀 ‘나는 전설이다.’ 때문이었다.

승리하면 랭킹 포인트를 오르지 않아도 전설의 조각은 주었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모아서 빨리 전설의 증표를 만들고 그걸로 환상의 영약을 얻을 생각이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열리지?’

아무래도 프리시즌이라 그런지 어제는 증명의 길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신청과 거의 동시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쏴아아아아아.

이번엔 장대비가 내리는 초원이었다. 이렇게 뻥 뚫린 초원 스타일의 전장은 독고불패가 좋아하는 곳이었다.

보통 이런 스타일의 전장이 일명 ‘스겜’이 가능했다. 빠르게 경기를 끝낼수록 더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경기를, 정확히는 많은 승리를 거둘수록 좋은 독고불패 입장에선 당연히 이런 스타일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독고불패 수준의 유저에겐 이 정도 비는 아무런 제약이 되질 않았다.

독고불패는 장대비를 뚫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파파파파팟!

얼마를 달렸을까? 생각보다 더 쉽게 상대를 찾을 수가 있었다. 보통의 유저는 이런 전장에선 앞으로 달려나오지를 않았는데 이번 상대는 독고불패와 똑같이 앞으로 달려나온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독고불패와 상대가 서로를 인지한 순간 전투가 시작되었다. 대화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사실 대화하는 게 더 웃긴 일이었다.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서 독고불패와 상대는 싸우기 위해 만난 것이었기에 만나자마자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

채앵, 독고불패가 오우거슬레이어를 뽑는 순간 상대편 유저도 자신의 무기를 뽑았다.

정확히는 뽑은 게 아니라 소환을 했다.

그가 소환한 무기는 ‘영혼 구슬’이라 불리는 전투 마법사들의 고유 무기였다.

EL의 마법사는 정말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는데 그중 전투마법사(워 메이지)라 불리는 이들은 말 그대로 전투에 특화된 마법을 익힌 이들이었다.

그들은 주로 ‘영혼 구슬’이나 혹은 ‘블레이드 스태프’, ‘전쟁의 고서’ 같은 무기들을 주력 무기로 사용했는데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조금씩 성향이 달랐다.

일단 블레이드 스태프를 사용하는 전투 마법사들은 보조 마법을 주로 사용했다. 그들은 자신의 고대의 지식을 선택할 때 하나는 전투 마법사 계열을 선택했지만, 나머지 하나는 무조건 창술 혹은 봉술 계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대의 지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육체적인 능력도 챙기면서 보조 마법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그들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전쟁의 고서를 사용하는 전투 마법사들은 주로 대규모 전투에서 활약하는 ‘광역 공격’ 전문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의 마법은 대부분 캐스팅 시간이 길고 무조건 ‘전쟁의 고서’를 들고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소수의 싸움엔 적합하지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영혼 구슬을 사용하는 전투 마법사들은 다양한 마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싸우는 이들이었다. 어떤 의미에선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전투 마법사라 할 수 있었다.

일단 영혼 구슬 자체가 소환해놓으면 알아서 주인의 몸을 맴돌았기 때문에 양손이 자유로웠다. 양손이 자유롭다는 건 곧 수인을 통해 '퀵'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수 있다는 뜻이었다.

비록 퀵 마법을 사용하면 위력과 범위가 줄어들었지만 대인전에선 필수라 할 수 있었다.

지금 독고불패를 상대하는 유저, 아니 계백은 영혼 구슬을 사용하는 전투 마법사였다.

그는 그냥 전투 마법사가 아니라 누구보다 뛰어난 탑 클래스의 전투 마법사였다.

그래서일까? 독고불패를 상대하는 그의 눈빛에선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 [42장] 플레이어 계백 (2) > 끝

ⓒ 성진( 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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