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80화 (80/127)

< [42장] 플레이어 계백 (1) >

@ 플레이어 계백.

[팀원이 전투 대기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전투에 참여하면 전투 대기 신청을 하지 못한 팀원들은 경기에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무시하고 참여하시겠습니까?]

상혁은 또다시 뜬 경고 메시지를 가볍게 무시하고 바로 전투 참여 버튼을 눌렀다.

기본적으로 증명의 길을 제외한 다른 전장들은 모두 팀을 구성해 참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팀만 있으면 전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팀을 구성하는 건 혼자선 할 수 없었다.

최대 3명까지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그림자 숲은 3명 이상 5명 이하의 인원이 있어야 팀이 구성되었고 최대 7명까지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달의 신전은 7명 이상 12명 이하의 인원이 있어야 팀이 구성된다.

일단 팀이 구성되면 팀 단위로 전투 신청이 가능했다.

상혁은 그 허점을 노려서 일단 NPC 용병을 고용해 팀을 구성한 후 그들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기본적으로 NPC

로만 쓰였다.

이건 사실 명백한 오류였다. 상혁의 전생에서 이 오류가 밝혀진 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기본적으로 혼자 3 : 3 대결에 참여한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지만 재미삼아 이런 식으로 팀을 구성해본 이들이 존재하긴 했었다.

하지만 앞으로 수많은 검투사 팀이 등장하겠지만, 그 어떤 검투사도 혼자서 모든 전장에 참여할 생각은 하지 않을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건 오로지 상혁에게만 의미가 있는 오류였다. 물론 상혁은 자신이 이 오류를 사용하게 되면 어쩜 패치가 되어 막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생에선 이 오류가 밝혀지긴 했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막히진 않았었다. 오히려 재미삼아 놔둔 느낌일 들 정도로 그냥 방치되었다.

어차피 어뷰징은 카오스가 아예 경기 내용까지 분석해서 꼼꼼하게 찾아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시도해도 거의 99.99% 발각되었다.

애초에 3 : 1로 스스로 불리함을 감수하고 싸우겠다는데 그걸 편법이라고 매도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상혁은 결국 달의 신전에도 혼자 입장을 했다.

이번엔 7 : 1이었다.

물론 차륜전으로 치러지는 7 : 1이란 한 번에 한 명씩 상대할 수가 있긴 했지만 쉬는 시간도 없이 연속해서 7명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쉬운 대결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혁, 아니 독고불패는 자신 있었다.

* * * *

훗날 가장 많은 팬을 양산하고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물론이고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도전하고 싶어했던 리그는······ ‘증명의 길’과 ‘그림자 숲’이었다.

증명의 길의 인기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였지만, 그림자 숲의 인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팀으로만 신청이 가능한 그림자 숲이 앞으로 몇 달 후면 ‘랜덤 매칭’이란 이름으로 솔로 랭크 시스템이 도입된다. 그리고 그 뒤에 그림자 숲의 인기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원래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지만, 솔로 랭크가 가능해지며 더 인기가 많아진 것이었다.

그에 반면 달의 신전은 나중에 ‘프로 리그’가 만들어지고 프로게이머들이 제대로 팀을 구성해 싸우기 시작하며 어느 정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달의 신전의 인기도 몹시 낮은 건 아니었지만, 워낙 증명의 길과 그림자 숲의 인기가 높아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전장마다 다소 복잡한 이해관계를 지닌 검투의 전당과 달리 필멸의 전당은 리그 자체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뭐가 인기가 많고 적고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

필멸의 전당은 개인 콘텐츠가 아닌 길드 콘텐츠였다.

길드 단위로 전당에 ‘탐험대’ 등록을 할 수 있었고 탐험대로 등록되면 그다음부터는 모두 ‘탐험대 VS 탐험대’의 대결이 이뤄졌다.

리그는 하나였지만 대신 공략을 해야 할 던전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현재 단계에서 준비된 던전은 정확히 16가지였는데 던전마다 한계 입장 인원은 각각 달랐다.

적으면 3명부터 많으면 9명까지였는데 누가 입장할지는 탐험대에게 주어진 준비시간 5분 안에 탐험대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던전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도 모두 달랐기 때문에 탐험대에선 최대한 준비를 많이 해놓을수록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쿤은 그 어떤 탐험대가 와도 자신의 길드인 테라쿨룸의 유저들이 모여 만든 ‘테라쿨룸 탐험대’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레드선이 검투의 전당을 장악할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쿤은 필멸의 전당을 장악할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일주일 전까진 분명 그러했었다.

“우린 포기했습니다.”

레드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절망 어린 눈빛으로 쿤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 정도로 심각한가요?”

“휴우······ 여기서 더 버티다간 레드라인 자체가 무너질 것 같습니다. 정말 멘탈이 산산이 조각난 기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그에게 당한 모든 길드원들이 똑같은 상태입니다. 억지로 버티면 버티기야 하겠죠. 그리고 어쩌면 테라쿨룸의 도움으로 승리도 드문드문 따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국 그를 만나면 모든 게 박살 납니다. 이럴 바엔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레드선은 솔직한 심정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그는 진심으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하아······ 그쪽도 다를 게 없군요.”

레드선의 말을 들은 쿤은 심히 공감이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필멸 쪽도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알고 있긴 했는데······ 우리만큼 심각한 건 가요?”

“네······ 솔직히 저흰 아직 포기를 한 건 아닌데······ 아니군요. 어쩌면 포기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벌써 이틀째 전투 참여를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길드원들의 멘탈이 너무 흔들린 상태라 일단 좀 안정이 된 후 다시 도전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안정이 되질 않네요.”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쿤마저 이틀 동안 부단히 애를 썼지만, 여전히 안정이 되질 않고 있었다. 필멸의 전당을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물론 레드라인보다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건 사실이었다. 레드라인은 그에게 ‘직접’적으로 밟혔다면 테라쿨룸은 그에게 ‘간접’적으로 밟혔다.

아무래도 그래서 좀 더 나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대결이 끝나고 결과표가 눈앞에 생성되면 그 간접적인 것에 정신이 짓밟히는 건 마찬가지이긴 했다.

결과표에는 늘 한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레드라인을 박살 내고 테라쿨룸을 녹다운시킨 존재.

그는 당연히 독고불패였다.

“도대체 원 길드는 왜 그러는 걸까요? 일부러 그러는 것이겠죠?”

“무조건 일부러 그러는 겁니다. 벌써 그쪽에 확인된 유저만 세 명인데······ 독고불패가 혼자 검투와 필멸의 전당을 휩쓸고 다니는 건······ 아마도 우리에게 확실한 힘의 차이를 보여줘서 스스로 포기하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분통이 터지지만 그런 그들의 의도는 너무나 확실하게 성공을 했네요.”

레드선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이렇게 포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진짜 여기서 더 박살이 났다간 길드가 해체될 것만 같았다.

“원 길드······ 정말 무시무시한 길드네요.”

쿤도 레드선의 말에 전혀 반박하지 못했다. 그 역시 결국은 테라쿨룸도 포기하게 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쿤님 전 이미 길드원들과 우리가 당한 이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한 게 창피해서가 아니라······ 우리만 당한 게 너무 억울하잖아요? 다른 길드들도 좀 당해봐야죠.”

“맞는 말이네요. 저도 길드원들에게 입단속을 시켜야겠네요.”

레드선의 말을 들은 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엉뚱한 곳에서 마음이 통한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억울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 * *

레드라인이 경쟁을 포기한 후 대략 나흘 후 테라쿨룸도 포기를 했다. 그들은 대략 열흘을 버틴 것이었는데 사실 이 열흘은 독고불패, 아니 상혁에게도 굉장히 힘든 나날들이었다.

상혁이 홀로 레드라인과 테라쿨룸을 상대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잠과 휴식시간을 줄이고 처리해야 할 일 중 꼭 필요한 것만 최대한 빠르게 처리한 후 남은 모든 시간을 검투와 필멸의 전당에 쏟아붓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몸은 한 개지만 그 한 개의 몸을 마치 열 개의 몸처럼 굴렸다.

사실 레드라인과 테라쿨룸이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면 상혁은 굉장히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물론 결과적으론 상혁이 이겼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손쉽게 이길 순 없었다.

이번 승리가 정말 너무나도 달콤한 꿀맛 같은 이유는 리그가 생성된 시점이 2029년 3월 15일이란 점이었다.

리그는 한 달에 한 번 리셋 되는데 그 기준이 리그가 생성된 날짜가 아니라 현실의 날짜라는 점이었다.

3월 31일에 리그가 끝나고 4월 1일부터는 새로운 리그가 생성되기 전 잠시 나흘 동안 준비기간이라 할 수 있는 프리 시즌이 열렸다. 그리곤 4월 5일부터 다시 새로운 리그가 시작했다.

즉, 이 얘긴······ 31일 정확히는 나흘 후까지만 버티면 지금의 랭킹 점수를 유지하면 검투의 전당은 물론이고 필멸의 전당까지 모조리 상혁이 먹어버리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제 진짜 포기한 건가? 휴우, 아무래도 잠깐 쪽잠이라도 자야겠다.’

이러다가 기습적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상혁은 마음 놓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는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너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잠깐 접속을 끊고 한 시간만 쪽잠을 잔 상혁은 다시 일어나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곤 검투와 필멸의 전당을 모두 살펴보았다.

다행히 변한 건 없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확인을 끝낸 상혁은 다시 접속을 끊었다. 그는 적어도 오늘은 이렇게 쪽잠을 자며 계속 확인을 해볼 생각이었다.

나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흘 동안 상혁은 계속 검투와 필멸의 전당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이미 충분히 랭킹 점수 차이를 벌려놓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쪽잠까지 자며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흘이 지나자 드디어 대략 보름 동안 이어져 온 리그가 모두 종료되었다.

그 리드들은 모두 EL 최초의 리그들이었고 놀랍게도 그 리그들의 우승자는 모두 똑같았다.

검투의 전당 그리고 필멸의 전당에서 펼쳐진 1차 ‘ EL’리그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증명의 길 랭킹 1위 ‘독고불패’.

그림자 숲 랭킹 1위 ‘독고불패’.

달의 신전 랭킹 1위 ‘독고불패’.

검투의 전당 킬 포인트 랭킹 1위 ‘독고불패’.

검투의 전당 통합 랭킹 1위 ‘독고불패’.

필멸의 전당 레이드 포인트 랭킹 1위 ‘독고불패’.

필멸의 전당 누적데미지 랭킹 1위 ‘독고불패’.

필멸의 전당 통합 랭킹 1위 ‘독고불패’

······

······

사실상 두 전당에 존재하는 모든 순위의 1위는 독고불패가 휩쓸었다.

최초로 검투의 전당 통합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유일 등급 타이틀인 ‘검( 劍 )의 왕( 王 )’을 획득하셨습니다.

최초로 필멸의 전당 통합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유일 등급 타이틀인 ‘너무나도 완벽한 헌팅 머신’을 획득하셨습니다.

다수의 적을 상대로 한 번도 조력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20번을 연속해서 이겼습니다. 이는 분명한 업적입니다. 유일 등급 타이틀인 ‘역시 혼자가 좋아.’를 획득하셨습니다.

두 전당에는 총 44가지의 ‘랭킹’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최초로 그 44가지의 모든 랭킹에서 1위를 기록하셨습니다. 이는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업입니다. 전설 등급 타이틀인 ‘나는 전설이다.’를 획득하셨습니다.

“헉!”

보상을 확인한 상혁은 너무나도 깜짝 놀랐다. 그가 예상할 수 있었던 범위는 딱 검의 왕과 헌팅 머신까지뿐이었다. 사실상 그것을 위해 이렇게까지 무리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런 무리가 오히려 상혁에겐 엄청난 도움을 가져다주었다,

마지막에 얻은 건 무려 전설급 타이틀이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얻기가 거의 힘든 타이틀을 얻었다는 건 너무나도 분명한 호재이긴 했다.

< [42장] 플레이어 계백 (1) > 끝

ⓒ 성진( 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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