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74화 (74/127)

< [38장] 오라 시스템 (2) >

‘그래, 바로 이거야.’

상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황금사자 오라 크리스털을 챙겼다. 상혁이 큐브 조각을 무지막지하게 모은 이유는 바로 조합 큐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조합 큐브는 일반 큐브와 다르게 여러 종류의 조각을 이리저리 조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최하급 + 하급 + 중급’같이 등급이 다른 조각들이 조합되는 경우도 많았다.

괜히 ‘조합식’이 비싸게 거래가 되는 게 아니었다.

‘어디 보자 다음은 또 뭘 만들 수 있으려나?’

상혁은 큐브 조각들을 이리저리 살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조합식에 사용되는 조각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남들은 아직 평범한 오라 크리스털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상혁은 아예 그 단계를 건너뛰고 조합 큐브를 통해 특별한 오라 크리스털을 만들고 있었다.

특별한 오라 크리스털을 사용해 얻을 수 있는 ‘고유 오라’······. 지금 상혁은 굳이 비유한다면 날개를 얻은 호랑이와 같았다.

다시 한 번 다른 유저들과의 격차를 벌리며 달려나가기 시작한 상혁. 하지만 여전히 그는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할 생각이 없었다.

호칭 - ‘오라 마스터(Aura Master)’

등급 – 유일(唯一)

설명 – 오라란 무엇인가? 최초로 오라의 진정한 비밀을 알게 된 당신이야말로 진짜 오라의 힘을 깨달은 존재일 것이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오라 증폭(S) : 모든 종류의 오라 효과가 증폭되어 오라의 유지시간이 30% 증가하고 오라 크리스털의 사용횟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오라 마스터는 상혁도 처음 듣는 호칭이었는데 그 효과는 정말 대단했다.

유지시간 증가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용횟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건 마치 오라 크리스털을 두 배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전생엔 어떤 놈이 이걸 가져갔을까? 누군진 몰라도 정말 엄청나게 이득을 챙겼겠네.’

상혁은 잠깐 전생을 떠올려봤지만 결국 전생은 사라진 과거와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현생이었다.

상혁은 몇 개의 ‘고유 오라 크리스털’을 더 만든 후 큐브 조각들을 다시 창고에 잘 정리해서 넣어놨다.

아직 중급이나 상급 큐브 조각들은 현저히 부족해서 진짜 대단한 고유 오라 크리스털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하급이나 하급 큐브 조각을 이용해 괜찮은 고유 오라 크리스털을 몇 개 만들어놓았다.

어차피 금산상단은 계속 큐브 조각을 모을 것이기 때문에 고유 오러 크리스털은 꾸준히 만들 생각이었다.

* * * *

상혁의 예상대로 그날 밤 인게임즈에 ‘대형 길드들이 숨기는 비밀’이란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은 큐브 조각의 진실과 그걸 숨긴 대형 길드들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당연히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고 수많은 유저가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대형 길드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어차피 물증 같은 게 존재하지 않고 심증만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아니라고 발뺌을 하면 끝이었다.

여기서 어설프게 인정을 했다간 경매장 사재기까지 덤터기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인정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 모든 사태를 유발한 진정한 범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유자적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역시 돌거인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돌거인 사냥 같은 건 임팩트가 너무 약해······ 블레이크의 길드전 영상으로 분위기를 잘 잡아놨는데 여기서 확실히 시청자들을 잡아놔야 해.’

남들이 오라 시스템으로 난리를 치고 있을 때 상혁은 오라 시스템은 깔끔하게 정리한 후 오히려 며칠 후 있을 다음 방송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역시 일인 레이드가 가장 괜찮겠지?’

그동안은 미리 찍어놓은 영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방송에선 실시간으로 레이드를 해볼 생각이었다.

‘아직 불멸을 공개하긴 좀 그렇고 질풍으로 공략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레이드 던전을 찾아봐야겠네.’

불멸은 원 길드의 비밀 병기였기 때문에 함부로 보여줄 순 없었다.

돌거인 사냥을 끝낸 상혁은 잠시 로그아웃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오라 시스템 업데이트 때문에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상혁은 마침 차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기 때문에 바로 접속을 끊고 나왔다.

생각보다 차가 훨씬 빨리 나와 기분이 좋아진 상혁은 차를 받은 후 곧장 차를 끌고 파주 쪽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거의 1년 정도를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에만 집중을 했기 때문에 확실히 살짝 답답하긴 했었다.

아무리 상혁이 집중력이 좋고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도 가끔은 이렇게 쉬어주는 것도 중요했다.

벤츠 S클래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혁의 마음에 들었다.

전생에 탔던 E클래스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상혁은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며 자유로를 달렸다.

그는 인터넷에서 찾은 맛집에서 밥까지 먹은 뒤, 차를 세워두고 예술 마을이라는 헤이리에서 가볍게 산책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오늘은 푹 쉬자.’

원래는 가볍게 드라이브만 하려고 했었는데 막상 나오고 보니 오랜만의 휴식 덕분에 뭔가 에너지가 팍팍 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럴 땐 그저 푹 쉬는 게 제일 좋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상혁의 눈앞에 증강현실 화면이 출력되며 ‘강미래’란 이름과 전화기가 울리는 표시가 생겨났다.

얼마 전에 산 최신형 복합 편의 기기는 최신형 모델이긴 했지만, 전생에선 이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기기를 사용해봤기 때문에 아주 익숙하게 허공을 터치하며 전화를 받았다.

상혁이 전화를 받자 강미래는 뭐가 그리 급한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곤 바로 본론부터 빠르게 얘기했다.

차분한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 그녀가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급하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당장 오늘 오후에 녹화가 있는 방송에서 게스트가 갑자기 펑크를 냈는데 당장 대체 게스트를 구할 수가 없어서 저한테 연락했다는 거죠?”

[네, 솔직히 지금 엄청나게 급하긴 한데 그렇다고 또 프로그램의 의도와 다른 생뚱맞은 게스트를 초대할 순 없어서요. 제가 볼 땐 상혁 씨만 게스트로 초대할 수 있다면 원래 초대하려고 했던 게스트보다 훨씬 더 좋을 거 같아서요······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강미래는 다급하긴 했지만,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상혁을 섭외하고 있었다.

“흐음······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당황스럽긴 하네요.”

방송 출연은 못할 건 없었다. 어차피 강미래는 상혁이 원하는 조건을 다 맞춰줄 기세였기 때문에 라이브 채널에서 하듯 복면을 쓰고 방송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상혁은 전생에도 수없이 많이 방송에 출연해 봤기 때문에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다만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뿐이었다.

“아! 프로그램 이름이 뭐죠?”

[LGN 주간 게임정보채널의 ‘금주의 초대석’이란 코너입니다. 간단하게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하는 거라 어려우실 건 없을 거예요.]

‘LGN 주간 게임정보 채널? 금주의 초대석? 가만 지금이 몇 년 도였지?’

강미래의 얘길 듣던 상혁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회귀 이후 잠시 잊고 있었던 아니, 굳이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한 사람······.

‘······천혜영.’

회귀를 하고 잠깐 그녀가 떠올랐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미 전생에서 모든 감정을 마무리했었기에 굳이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더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지금이라면 그녀가 금주의 초대석 리포터로 있겠군.’

[부담이 많이 되세요?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라이브 채널의 시청률엔 제법 도움이 될 거예요. 이래 봬도 이 프로그램이 LGN의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고 영향력도 꽤 있거든요.]

강미래는 상혁이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자 조심스럽게 얘길 했다.

“아, 부담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알겠습니다. 출연할게요. 대신 라이브 채널 방송을 할 때처럼 복면을 쓰고 해도 괜찮죠?”

[당연하죠. 그밖에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저희가 무리한 부탁을 하는 만큼 원하시는 건 거의 맞춰드릴게요.]

“아뇨, 특별히 필요한 건 없습니다.”

상혁이 방송출연을 결정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강미래가 말한 대로 금주의 초대석은 확실히 라이브 채널의 시청률에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이었다.

1~2시간 정도 촬영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한창 라이브 채널의 인기가 폭풍 성장 중일 때 방송에 출연해 도움을 받는 건 괜찮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실제론 두 번째 이유 때문에 방송출연을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땐 내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현생에서도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네.’

상혁은 궁금했다. 과연 전생에서 자신에게 그 큰 상처를 입힌 사람을 현생에서 다시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그게 궁금했다.

지금 시점에서 그 일은 일어나지 않은, 아니 아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여전히 그때의 참혹한 기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 번 그녀를 다시 보고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 * * *

“안녕하세요. 천혜영이라고 해요.”

눈부신 미소와 함께 손을 내미는 여인. 상혁은 그녀를 보는 순간 천상의 나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천사가 세상에 강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건 전생의 얘기였고 지금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라온 ‘욕’이 입 밖으로 튀어 나가는 걸 간신히 참았다.

‘천하의 쌍년.’

그와 함께 궁금증도 해결되었다.

천혜영이 상혁의 뒤통수를 쳤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쩌면 지금의 천혜영은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혁은 그녀의 상황 따윈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상혁에게 천혜영은 ‘천하의 쌍년’일 뿐이었다. 전생이 사라지고 현생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다는 뜻이었다.

“질풍입니다.”

상혁은 약속대로 복면을 쓰고 본명도 밝히지 않았다.

“와, 제가 오늘 드디어 EL의 살아있는 전설인 질풍님을 만나뵙네요.”

천혜영은 특유의 오버를 남발하면서 인터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상혁은 차분히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한편으로 전생에 그녀와 엮여 있던 한 인물을 떠올렸다.

‘하자드! 맞아. 이 년이 나에게서 빼내간 비밀 정보를 가져다 바친 놈은 하자드였어.’

하자드는 상혁과 직접적으론 연관이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상혁은 천혜영에게 배신을 당한 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천혜영과 붙어먹은 놈이 ‘마켓 마스터’ 하자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시엔 그저 분한 마음만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마켓 마스터 하자드는 당시 상혁이 건드릴 수 없는 거물이었다. 현실은 물론이고 게임 속에서도 상혁은 하자드의 손가락 하나 건드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분했고 힘들었었다.

‘하자드······ 그러고 보니 이놈이 슬슬 돈 지랄을 할 때가 된 거 같은데?’

상혁은 생각이 하자드까지 미치자 그가 전생에 어떤 짓을 했던 놈인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정말 원 길드에 어떤 분들이 계신지는 말씀해주실 수 없는 건가요?”

천혜영은 눈치를 보다가 슬쩍 대본에 없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상혁은 이게 그녀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 미리 담당 PD가 언질을 준 기습 질문이란 걸 눈치챘다.

물론 당황하거나 혹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진 않았다.

“죄송합니다. 그건 저희 길드의 가장 중요한 비밀이라······ 대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씀드리죠.”

상혁은 담당 PD가 원하는 게 뭔지는 대충 알았기 때문에 적당히 그의 바람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오, 그게 뭐죠?”

“일단 많은 분이 착각하고 계신 사실이 하나 있는데 전 원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아닙니다.”

“네? 진짜요?”

“네, 원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따로 계시죠. 그리고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길드의 ‘최강자’입니다.”

“와······ 괴물들이 득실거린다고 알려진 원 길드의 최강자라니······ 정말 말이 안 나오네요.”

천혜영은 잔뜩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감탄하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뭔가 추가적인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았다.

“더 자세한 건 저희 원 채널을 통해 차근차근 공개될 겁니다. 많은 시청부탁드릴게요.”

상혁은 정말 능숙하게 방송을 했다.

오죽하면 혹시 전문 방송인을 복면만 씌워서 앉혀 놓은 것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녹화가 끝난 후 천혜영은 슬쩍 상혁에게 친한 척을 하며 접근했다. 전생의 상혁에게도 정확히 이런 식으로 접근했었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확 끌릴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몸매도 늘씬하고 외모도 상당히 예쁜 여자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며 다가오는데 싫어할 남자는 없었다.

하지만 상혁은 그녀가 다가오는 순간 간신히 참았던 욕이 다시 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

욕을 하는 건 간신히 참은 상혁은 여전히 웃고 있는 천혜영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며 오로지 그녀만 들릴만한 작은 목소리로 얘길 했다.

“미안한데 내 앞에서 꺼져줄래요?”

더 할 말이 없었다.

전생에 천혜영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현생에서 할 수 있었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현생의 천혜영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상혁은 그녀의 사정 따윈 고려해줄 생각이 없었다.

< [38장] 오라 시스템 (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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