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73화 (73/127)

< [38장] 오라 시스템 (1) >

@ 오라 시스템.

“큐브를 완성했어.”

라이징 길드의 태풍은 완성된 큐브를 길드 마스터인 슈팅스타에게 보여주었다. 라이징 길드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큐브 조각을 모았고 결국 꼬박 하루를 고생한 끝에 하나의 큐브를 만들 수 있었다.

하급 무작위 큐브.

- 하급 큐브 조각 26개를 모아 만들 수 있는 아이템. 큐브를 돌려 문양을 완성하면 큐브를 열 수 있다.

아이템 설명 자체는 매우 단순했다. 그리고 문양을 맞추는 것도 그저 몇 바퀴만 이리저리 돌리면 가능한 것이었기에 어렵지가 않았다.

“맞춰볼까?”

“응, 해봐.”

태풍의 물음에 슈팅스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끼릭, 끼릭.

슈팅스타가 대답하자 태풍은 곧장 큐브를 몇 번 돌려 문양을 맞추었다. 그러자 큐브에서 하얀빛이 쏟아져 나왔다.

번쩍!

하급 큐브를 완성했습니다. ‘하급 한풍(寒風)의 오라 크리스털’을 얻었습니다.

태풍의 손에는 하급 무작위 큐브가 사라지고 대신 그들이 고토록 찾던 오라 크리스털이 올려져 있었다.

“아······ 썅······.”

그걸 보는 순간 태풍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당한 거 같지?”

슈팅스타도 허탈한 표정으로 오라 크리스털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형이 확실한 정보라고 했잖아?”

“그러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설마 NPC가 거짓말을 한 건가?”

“우리가 너무 어리석었어. NPC라고 해서 거짓말을 못할 이유가 없었는데······.”

“지금까지 이런 업데이트와 관련된 정보들이 거짓인 경우는 한 번도 없어서 설마 이게 거짓일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어. 젠장, 앞으로 NPC한테 정보를 얻을 때도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하는 거야? 뭔 놈의 게임이 이렇게 복잡할까.”

슈팅스타는 거짓 업데이트 정보도 게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렇고 태풍도 그렇고 아니, 그 어떤 유저도 설마 이 거짓 정보 뒤에 일개 유저가 존재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질 못했다.

“흐음······ 어쨌든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태풍은 오러 크리스털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비록 하루를 날려버렸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된 건 천만다행이었다.

“형, 다른 길드들은 어때?”

“우리랑 다를 게 없을걸? 뭐, 우리처럼 따로 큐브를 완성해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걸 확인한 녀석들도 있겠지.”

“그러면 어쩔 거야? 이 정보······ 공개할 거야?”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을 것 같다.”

태풍의 물음에 슈팅스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일단 손해를 최대한 메워봐야지. 경매장······ 거기 눈먼 조각들이 좀 올라오지 않을까?”

“지금은 거짓 정보에 속은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계속 올라오기야 하겠지. 근데 알잖아. 경매장의 ‘블랙 핸드’, 이미 걔가 싹 쓸어 가는 거 같아.”

최상위권 유저들은 모두 EL 경매장에 엄청난 큰 손이 하나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 큰 손을 블랙 핸드(검은 손)라고 불렀는데······ 그가 존재하는 이상 사재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좋았다.

“그럼 일단 길드원들을 총동원해서 일대일 직거래를 통해서라도 긁어모아 보자. 네임드 사냥 따윈 당장 그만두고······ 모두에게 큐브 조각을 모으라고 하면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을 거야.”

슈팅스타는 그나마 길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

“그렇게 하면 결국 소문이 날 텐데?”

“어차피 분위기를 보니 오늘, 내일 사이에 소문이 쫙 퍼질 거 같아. 그러니 늦기 전에 우리도 한 몫 챙겨야지.”

“하긴 우리만 눈치챈 게 아닐 테고······ 다른 길드들도 손실을 보전하려고 몰래 움직이고 있겠지?”

“아마 그럴 거야. 결국, 죽어나가는 건 정보 습득이 느린 일반 유저들뿐이겠지.”

슈팅스타와 태풍의 예상대로 몇몇 대형 길드들이 가장 먼저 이 사실을 눈치채고 몰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서로 합의라도 한 것처럼 입을 꽉 다물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메워보려고 노력했다.

이런 정보 통제는 오래갈 순 없겠지만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통할 수가 있었다.

그 사이 일반 유저들은 더욱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일반 유저들은 심각하게 왜곡된 정보 때문에 ‘큐브 조각’을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등급이 낮은 큐브 조각 같은 건 얻기도 쉬웠다.

더욱이 경매장이나 위탁 판매소에 올리면 바로바로 팔려나갔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이 파는 게 좋다는 말이 계속 돌았다.

물론 팔지 않고 모아놓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법 있었지만, 레벨이 낮은 몬스터를 잡아도 10마리 중 2~3마리 정도에게서 조각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애지중지 모을 게 아니라 잘 팔릴 때 바로바로 팔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은 무조건 모으는 게 맞았다. 큐브 조각의 가격은 앞으로 계속 올라가 지금 거래되는 5배~7배 정도에 시세가 형성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도 하나 더 있었다.

큐브는 기본적으로 같은 등급과 종류의 26개의 조각을 합치면 만들 수 있었지만, 이걸 넘어서 더 많은 조각으로 더 큰 큐브를 만들면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오라 크리스털의 등급이 올라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최하급 큐브 조각이라고 해도 허투루 팔릴 이유가 없었다.

지금이야 진정한 가치를 모르니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팔았지만, 큐브에 대한 정보가 모두 밝혀지면 모든 큐브 조각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상혁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큐브 조각의 시세가 제대로 자리 잡히기 전에 최대한 싼 가격에 큐브 조각들을 모두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었다.

* * * *

돌거인은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잡을 수만 있으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많은 양의 카르마와 품질 좋은 아이템. 그리고 상급 큐브 조각까지······ 한 마디로 종합선물세트였다.

상혁은 5분에 한 마리씩 돌거인을 쓰러트리며 돌거인 계곡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거의 열 시간을 쉬지 않고 돌거인을 잡으며 사냥에 집중했던 상혁은 상급은 큐브 조각을 20개 정도 모을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종류를 거의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큐브 조각을 얻었지만, 어차피 당장 상급 큐브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다.

상혁은 사냥을 접고 지옥불 사막의 튠으로 귀환했다. 그리곤 금산상단의 NPC들이 긁어모은 큐브 조각들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워낙 유저 수가 많다 보니 경매장이나 위탁판매소에 올라오는 눈먼 큐브 조각의 숫자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큐브 조각이 유저들의 창고나 가방에 쌓여 있겠지만 중요한 건 대부분의 눈먼 큐브조각을 한 사람이 독점해서 쓸어갔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상혁은 남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큐브 조각을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그동안 금산상단이 사 모은 큐브 조각을 모두 거둬들여 한 곳으로 모으자 최하급 큐브 같은 경우는 당장에라도 수백 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급 큐브도 수십 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심지어 중급 큐브도 5~7개 정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의 이틀 동안 금산상단의 NPC들이 큐브 조각을 모으기 위해 사용한 골드가 200만 골드 정도였다.

확실히 이틀째가 되니 슬슬 눈먼 큐브 조각들이 올라오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쯤 되자 아무리 정보 습득이 느린 개인 유저들이라고 해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에 큐브 조각을 던지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이틀 정도만 더 분위기가 유지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거 보아하니 오늘 안에 커뮤니티에 어느 정도 업데이트 정보들이 공개되겠는걸?’

상혁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름 신경 써서 정보 조작을 했는데 역시나 100% 통하진 않았다. 특히 대형 길드들은 눈치가 귀신같아서 겨우 하루 정도를 속이는 게 전부였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챙길 만큼 챙겼지.”

큐브 조각의 시세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상혁이 지금 모은 양의 큐브 조각을 모으기 위해선 200만 골드가 아니라 1,500만 골드 정도가 필요했다.

한 마디로 상혁은 이틀 정도 만에 거의 1,300만 골드를 번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오라 시스템의 진정한 비밀이 알려지게 되면 여기저기에서 큐브 조각 사재기 경쟁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더 큰 이득을 본 것이었다.

‘일단 확인도 할 겸 시험 삼아 최하급 큐브를 하나 만들어볼까?’

상혁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최하급 큐브 조각 중 한 종류를 골라서 큐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26개의 같은 종류의 조각을 모아 평범한 크기의 최하급 오라 크리스털을 얻을 수 있는 ‘싱글’ 큐브를 만들었다.

큐브는 크기에 따라 ‘싱글’, ‘더블’, ‘트리플’로 구분되었다. 싱글은 원래 등급과 똑같은 등급의 오라 크리스털을 얻을 수 있었고 더블은 크기를 한 단계 키웠기 때문에 오라 크리스털도 한 단계 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트리플은 크기를 두 단계 키워서 두 단계 위의 오라 크리스털을 얻을 수 있었다.

트리플 위에는 없었다. 즉, 최하급 큐브 조각으로 얻을 수 있는 한계가 중급 오라 크리스털이란 뜻이었다.

상혁은 일단 가볍게 최하급 큐브(싱글)를 만든 후 그것의 문양을 맞췄다. 그러자 그는 최하급 오라 크리스털을 하나 얻을 수가 있었다.

최하급 강철(强鐵)의 오라 크리스털

- 강철의 기운이 담긴 오라 크리스털.

[전신 오라 효과] 방어력 +40

[부분 오라 효과] 특정 부위를 강철처럼 단단하게 강화합니다.

[오라 강화 효과] 추가 방어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유지 시간] 20분.

[사용 횟수] 4회.

강철의 오라 크리스털은 정말 무난한 오라 크리스털이었다. 이것은 탱커들이 주로 사용하는 크리스털이었는데 특별한 사용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어력 상승만 기대할 수 있었다.

‘역시 내가 알던 그대로군.’

오라 크리스털은 큐브의 문양만큼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다. 어차피 큐브의 문양을 보고 어떤 오라 크리스털이 나올지 예측할 순 없었다.

그래서일까? 오라 시스템이 업데이트되고 한동안 사람들은 큐브의 문양 따윈 별로 신경 쓰질 않았다. 그냥 같은 그림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기엔 아주 중요한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그 비밀은 단순히 업데이트 정보를 얻는 수준에선 알아낼 수 없는 정보였다. 실제로 상혁의 전생에도 이 정보가 밝혀진 건 오라 시스템이 업데이트되고 무려 넉 달이 흐른 뒤였다.

‘단순히 같은 그림 찾기를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하지만 큐브 조각의 문양은 단순히 같은 그림이나 찾으라고 새겨져 있는 게 아니야!’

상혁은 최하급 오라 크리스털을 가방에 넣고 다시 최하급 큐브조각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는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알고 있던 한 가지 문양을 떠올렸다. 이런 문양들은 ‘큐브 조합 문양’이라 불렸다. 서로 다른 큐브 조각들을 조합해 전혀 새로운 문양을 만들어내면 조합 문양이 완성되었다.

마치 상혁의 주력 능력인 ‘조합 카드’처럼 일종의 ‘조합식에 따라 합쳐지는 큐브들.

분명 서로 다른 큐브들이었지만 상혁이 이리저리 문양을 맞춰가며 조립하자 신기하게 뭔가 전혀 새로운 문양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게 아마······ 황금사자였지?’

상혁은 여러 종류의 큐브 조합 문양을 알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조합 문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유저들에게 확실히 성능을 인정받은 것들이었다.

상혁이 더블 크기의 최하급 큐브, 아니 조합 큐브를 완성하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조합 문양을 맞추는 순간 다시 상혁의 손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번쩍!

조합 큐브 황금사자를 완성했습니다. ‘황금사자의 오라 크리스털’을 얻었습니다.

최초로 조합 큐브를 완성해 ‘특별한’ 오라 크리스털을 획득했습니다. 이것은 곧 당신의 업적이 되어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유일 등급 타이틀인 [오라 마스터]를 획득했습니다.

조합 큐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오라 크리스털은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 ‘고유 오라 크리스털’이었다.

바로 이게 오라 시스템의 진정한 힘이 담겨 있는 오라였다. 그냥 단순하게 같은 문양을 맞춰서 얻은 평범한 오라 크리스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본 오라’는 등급에 따라 단순한 효과를 얻을 뿐이었다.

하지만 고유 오라 크리스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유 오라’는 그 효과는 굉장히 독특했다.

황금사자의 오라 크리스털

- 수많은 조각을 모아 황금사자를 완성했다. 고대로부터 수호신 역할을 해온 황금사자는 당신에게 특별한 힘을 안겨줄 수 있다.

[전신 오라 효과] 황금사자의 포효 : 황금사자가 포효하며 당신을 적대시하는 모든 적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하락시킵니다.

[부분 오라 효과] 황금사자의 피 : 황금사자의 피가 특정부위에 주입되어 그 부위가 황금빛으로 빛나며 강화됩니다. 각 부위에 따라 강화되는 효과가 달라집니다.

[오라 강화 효과] 황금사자의 영혼 : 황금사자의 영혼이 특정 아이템에 깃들어 그 아이템에 황금사자의 강화 효과가 추가됩니다. 아이템에 따라 강화되는 효과가 달라집니다.

[유지 시간] 1시간.

[사용 횟수] 7회.

황금사자 오라 크리스털은 상혁이 알고 있는 조합 큐브 중 가장 만들기 쉽고 평범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별로 안 좋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건 훗날 랭커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게 될 조합 오라 중 하나였다. 나중엔 특별한 ‘조합 큐브 문양’ 자체가 거액에 거래될 정도로 조합 큐브가 매우 중요해졌다.

물론 상혁의 기억 속엔 진짜 알짜배기 조합 큐브 문양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었다. 이것은 전생에 최고의 프로게임단 감독으로 일하며 얻은 특권 아닌 특권이었다.

< [38장] 오라 시스템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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