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65화 (65/127)

< [34장] 도발 (1) >

@ 도발.

LGN 본사 모니터링 센터.

김운호 CP는 초조한 표정으로 메인 상황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시간 시청률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30개의 라이브채널이 동시에 방송을 시작한 지 정확히 30분이 지난 지금······. 드디어 김운호가 원하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어느 채널들이 폭증하고 있는 거야? 라이징? DD? 테리쿨룸? 그것들이 전부 폭등하는 건가?”

“아······ 그, 그게······ 다른 채널들은 그냥 무난하게 올라가고 있는데 유독 한 채널만 미친 듯이 시청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혹시······ 원 길드야?”

“네, 맞습니다.”

“허어······ 미래 말이 사실이었나 보네.”

상황판에 현재 시청률 상황이 업데이트되면서 채널 ‘원(One)’의 시청자 수가 하늘을 높은지 모르고 마구 오르고 있는 현 상황이 출력되었다.

“진짜 영웅의 대지를 공개한 거야? 보조모니터에 채널 원 방송 좀 띄워봐.”

김운호는 자신의 옆쪽에 있던 모니터를 끌어당기며 얘길 했다. 그 순간에도 채널 원의 시청자 수는 미친 듯이 상승하고 있었다.

이 기세라면 LGN의 인터넷 중계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할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아니, 이미······ 대박 확정인가?”

채널 원은 이미 대박을 넘어 LGN 신기록을 향해 치솟고 있었고 나머지 채널들도 나름대로 순항 중이었다.

솔직히 김운호는 자신이 오랫동안 착실히 준비했던 라이브채널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긴 했었지만 이렇게 첫 방송부터 대박을 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현재 무시무시한 기세로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채널 원의 방송을 시청했다.

그리곤······ 빠져들었다.

* * * *

상혁은 이 방송을 위해 지도를 제작하며 영웅의 대지 전 지역을 상세히 촬영해 놨었다. 그리고 그렇게 찍어놓은 영상을 방송에서 틀어주며 간단하게 정보도 제공해 주었다.

다른 유저들이 알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간단한 정보들이었다. 영웅의 대지에 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정보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시점에서 영웅의 대지에 올 수 있는 유저는 아무도 없었고 그렇기에 상혁이 제공해주는 이 간단한 정보는 유저들에게 하나하나가 대단한 정보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웅의 대지는 지옥불 사막과는 완벽히 다른 곳이었기에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유저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신규 콘텐츠가 모두 영웅의 대지에 모여 있었다.

상혁이, 아니 질풍이 그런 것들을 하나씩 소개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크게 열광하며 채팅창을 폭발시킬 듯이 마구 채팅을 쏟아냈다.

실제로 몇 번 채팅 서버가 다운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LGN은 이런 쪽에 워낙 기술이 좋았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지금은 무려 500만 명을 넘는 시청자가 채널 ‘원’을 시청하고 있었다.

물론 질풍과 직접 채팅이 가능한 메인 채팅 서버엔 정확히 2천 명밖에 접속하지 못했지만, 다른 보조 서버에 접속해 시청하는 유저는 500만을 넘겨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설마 천만을 찍는 거 아냐?’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이미래는 잔뜩 들뜬 표정으로 실시간 시청자 수를 체크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방송이 시작된 지 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벌써 500만을 넘기고 있었다.

천만 시청자는 꿈의 기록이었다. 지금까지 적어도 게임과 관련된 인터넷 중계방송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건 711만이었다.

그런데 이 기세라면 711만을 돌파하는 건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 지금 각종 커뮤니티에선 난리가 난 상태였다. 국내와 국외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곳들에서 올라오는 글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LGN 라이브채널 원(One)을 찾아서 봐라! 꼭 봐라! 두 번 봐라!’

모든 이들이 ‘채널 원’을 추천하고 있었다. 덕분에 다른 채널들은 시청자 유입이 감소하거나 혹은 오히려 시청자가 줄어버렸다.

아무래도 채널 원이 워낙 화제가 되자 시청자들이 너도나도 그곳으로 몰려들면서 오히려 다른 방송의 시청자들을 뺏어가게 된 것이었다.

같이 방송을 시작한 30개 채널 중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채널 크루세이더’였다.

그들은 원래 오늘 실시간으로 길드전을 방송할 예정이었는데 어디서 정보가 새었는지 그들이 공격하려고 했던 길드가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딱 하루만 ‘길드 보호 신청’을 해버렸다. 하루에 무려 10만 골드가 들어가는 보호 신청이었지만 그 길드는 크루세이더를 엿 먹일 생각에 과감히 신청을 해버렸고 그 결과 크르세이더는 진짜 엿을 제대로 먹었다.

길드전을 준비했는데 길드전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방송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크루세이더의 방송을 보러 들어왔던 시청자들은 죄다 채널 원으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채팅창에 너도나도 채널 원으로 간다고 채팅을 남겨서 진짜 순식간에 물이 빠지듯 시청자가 빠져버렸다.

결국, 크루세이더 방송은 329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수30개의 라이브채널 중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하게 되었다.

폭삭 망해버린 채널 크루세이더와 끝을 모르고 계속 비상(飛上)하는 채널 원.

두 채널의 차이는 너무나 극명했다.

1부와 2부에 걸쳐 영웅의 대지에 대한 소개를 끝낸 질풍은 곧바로 이어서 3부로 영웅의 대지에서 유저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될 공용 던전인 ‘붉은 늪지대’ 던전을 실시간으로 클리어하기 시작했다.

붉은 늪지대는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았고 길이도 적당했다. 이곳은 세 개의 세부 던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질풍은 이 세 개 중 가장 마지막 던전이자 붉은 늪지대의 보스 몬스터인 ‘블러드 아나콘다’가 있는 붉은 늪지대 최상층을 공략했다.

질풍에게 한 시간은 아주 긴 시간이었다. 그는 이미 붉은 늪지대 최상층을 방송 전에 시험 삼아 몇 바퀴 돌아봤었는데 아무리 여유 있게 돌아도 40분이면 충분했었다.

그렇기에 질풍은 방송에선 더욱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설명까지 해주며 던전을 돌았다.

어려울 게 없었다. 이곳은 질풍에게 위협이 될 만한 몬스터도, 그리고 함정도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질풍의 기준에서 봤을 때의 얘기였다. 일반 유저들의 기준에선 붉은 늪지대 최상층은 난이도가 절대 낮지 않은 던전이었다.

하지만 질풍은 마치 전설의 ‘밥 로스’ 선생님이 된 것처럼 ‘참 쉽죠’ 신공을 연발하면서 시청자들을 멘붕에 빠트렸다.

인간적으로 1초 단위의 타이밍 회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두, 세 번에 한 번씩 정확하게 틈반까지 넣는 질풍의 모습은······ 일반 유저들에겐 괴물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이게 질풍, 아니 상혁이 가진 힘이 100% 발휘된 게 아니란 사실을······ 타이밍 회피는 0.1초 단위로 가능하고 틈반은 아예 기본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되면 상혁을 괴물이 아니라 신(神)처럼 봤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상혁은 현재 어느 정도 힘을 빼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을 수가 있었다.

[저저저, 저게 가능해? 어떻게 저 타이밍에 저렇게 피하지? 도대체 회피율이 얼마나 되는 거야?]

[저건 단순히 회피율만 높다고 되는 게 아니야. 순간적인 감각을 통해 반응하지 않으면 회피율이 아무리 높아도 피하기 힘든 공격이었어.]

[와, 타이밍 회피를 마치 패시브 스킬처럼 사용하네.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야.]

[나도 타이밍 회피를 할 줄은 아는데 저렇게 자연스럽고 빠르게 타이밍 회피하는 건 진짜 최상급 유저들도 거의 못하는 거야.]

[솔까 이건 전설이다.]

[공격력 자체는 엄청나게 강력해 보이지 않는데 타이밍 회피랑 틈반이 쩌네. 저런 식이라면 몬스터는 절대 상대가 될 수가 없음. 틈반이 몬스터한텐 거의 사기거든.]

[와, 진짜 배우고 싶다.]

[저건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야. 너 VRA가 얼마냐? 저건 최소 VRA가 250은 넘어야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동작들이다.]

[VRA 250이 가능한 수치임?]

[프로게이머들 평균 VRA가 250 정도라고 들은 거 같은데.]

[나 VRA 180인데······ 쳇,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선 제법 높은 편인데 뭔가 억울하다.]

······

······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감탄하며 채팅을 쏟아냈다. 어차피 질풍이 보는 메인 채팅 서버가 아니라도 보조 채팅 서버를 통해 시청자들끼리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서로 얘길 하며 방송을 즐겼다.

질풍의 ‘채널 원’은 무려 897만의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결국 기존에 있던 신기록을 여유 있게 갈아치웠다. 비록 이미래가 원했던 전설의 천만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기록을 세운 것이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무색하게 첫술에 이미 배가 한가득 찬 기분이었다.

대박을 넘어 초대박을 친 채널 원.

하지만 그들의 전설은 이제 겨우 첫 번째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 * * *

“와, 이게 말이 되냐?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거야! 아······ 진짜 짜증 난다.”

크루세이더의 길드마스터인 이와시마 무토는 잔뜩 짜증을 쏟아내며 옆에 서 있던 길드의 운영진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디서 샌 건지······.”

크루세이더 길드는 현실에서 아주 크게 부동산 사업을 하는 이와시마 무토가 자신의 지인들을 모아 만든 길드였다.

이와시마 무토는 워낙 오래전부터 골수 게이머였을 뿐만 아니라 돈도 아주 펑펑 잘 쓰는 유저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의 주변엔 실력 좋은 게이머들이 넘쳐났다.

그래서일까? 그가 만든 크루세이더는 어느새 일본 최고의 길드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우리의 타깃은 여기 있는 운영진들만 알고 있었잖아? 일부로 예상하기도 힘들게 우리와 접점이 별로 없으면서 건드리면 발끈할 것 같은 길드를 고른 건데······ 그게 도대체 어디서 세어나간 거야?”

“죄송합니다.”

무토가 불같이 화를 내자 7명의 크루세이더 운영진은 모두 고개를 깊숙이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무토는 길드마스터이자 사장님이었다.

그들 모두 사실상 무토에게 월급을 받으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크음······ 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믿고 싶다. 아니, 믿는다. 그러니까 굳이 정보가 어디서 샌 건지는 더 찾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 라이브채널······ 이건 무조건 다시 살리고 싶다. 솔직히 너무 창피해서라도 이대로 물러날 수가 없다.”

채널 크루세이더는 당연히 이번 첫 방송에서 최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무려 116명.

이건 푸 TV에서 인기가 없는 개인방송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낮은 수치였다.

그렇기에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했던 무토는 더더욱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제 다음 방송에서 시청자를 끌어모을 방법을 생각해 오라고 했지. 다들 한 번 얘기해봐.”

무토는 최대한 화를 억누르며 일단 채널 크루세이더를 살릴 방법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대규모 길드전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엔 진짜 상대를 제대로 골라서 화끈하게 PvP 전문길드인 크루세이더의 저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분명 나쁘진 않은 방법이지만······ 문제는 역시 상대입니다. 이미 한 번 실망한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오려면 뭔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합니다.”

“요즘 PvP로는 한국의 다크드래곤 길드가 유명하던데······ 그쪽을 건드려볼까요? 걔들이 워낙 호전적이라 건드리면 바로 반응이 올 겁니다.”

“다크드래곤은 위험합니다. 걔들도 라이브채널을 받은 상태고 특히 그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DD(다크드래곤)가 워낙 미친놈이라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럼 어디가 좋을까요?”

크루세이더의 운영진들은 각각 자기 생각을 얘기하며 다음 방송에서 기필코 채널 크루세이더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저······ 혹시······ 원 길드는 어떨까요?”

“원 길드? 이번 방송에서 대박을 터트린 채널 원의 원 길드를 얘기하는 건가요?”

“네, 그 원 길드라면 엄청난 이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흐음······ 근데 상대가 피해버리면 막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집니다. 특히 원 길드는 길드원들의 정체가 거의 밝혀지질 않아서 사실상 시비를 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피하면 피하는 대로 우리에게 이득이 있을 것 같습니다. 원 길드가 피한 크루세이더! 이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이득이지 않을까요?”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어차피 찔러보기인데······ 우린 손해 볼 게 없잖아?”

무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제가 따로 알아본 결과 원 길드는 소수 정예 길드라서 저희가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무조건 바를 수가 있습니다. 제까짓 놈들이 아무리 대단해도 길드전은 역시 머릿수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맞는 얘기입니다. 피하지 않으면 발라버리고 피하면 그것만으로도 좋고. 확실히 좋은 의견인 것 같습니다.”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합쳐졌다.

“좋아! 그럼 다음 방송은 이걸로 가자!”

결국, 무토가 결정을 내렸다.

원 길드와 크루세이더의 길드전.

그는 이것이라면 분명 많은 화제를 뿌리며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34장] 도발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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