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63화 (63/127)

< [33장] 첫 방송 (1) >

@ 첫 방송.

지이이잉, 철컥! 철컥!

일리아는 정말로 퍼즐 형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호오, 얘 생각보다 더 쓸모가 있겠네.’

상혁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일리아의 쓰임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었다.

“해제됐습니다.”

일리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혁의 눈앞에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던전의 입구가 나타났다.

‘입구만 열고 보내긴 좀 그렇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던전에서 손발이나 같이 맞춰보자.’

상혁은 일리아를 돌려보내지 않고 그녀와 함께 눈앞에 있는 던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고묘(古墓)에 숨겨져 있던 옛 영웅 검왕(劍王)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비밀 던전 ‘검왕의 무덤’이 개방되었습니다.

검왕의 무덤은 차원 여행자 ‘불멸’에게 귀속됩니다.

본 던전에는 총 일곱 명의 사용자를 등록하실 수가 있습니다.

검왕은 과거 트리나크 행성을 지킨 144명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물론 아주 핵심적인 영웅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설정 상 한칼 했던 인물이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무덤에선 ‘검사의 유령’이란 몬스터가 출몰했는데 이놈은 유령 계열 몬스터로서 제법 까다로운 패턴을 지닌 놈이었다.

비밀 던전 [검왕의 무덤]

- 차원여행자 ‘불멸’에게 귀속됨

- 등록된 차원 여행자 [불멸],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없음]

: 옛 영웅 검왕이 잠든 무덤. 검왕의 검을 탐내던 무인들의 영혼이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여들어 검사의 유령이란 몬스터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이 무덤은 아무도 검왕의 영면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미로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졌고 수많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

- 보너스 카르마 : +20%

- 던전 클리어 보상 : 검왕의 유품. 낮은 확률로 영약을 얻을 수도 있다.

- 던전 클리어 후 재활성화 시간 : 10분.

- 던전 유지 시간 : 무한(無限).

- 던전 최대 클리어 횟수 : 1,000회.

상혁은 던전 정보를 확인하곤 곧장 앞쪽을 바라보았다. 곧게 뻗어 있는 길······. 이 길을 통과해 검왕의 시신이 놓여 있는 방까지 가면 그곳에서 이 비밀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검왕의 원혼(冤魂)’이 등장했다.

그 원혼을 죽이면 던전을 올 클리어하는 것이었는데 원혼은 네임드 몬스터는 아니었기 때문에 적어도 상혁의 기준에선 놈을 쓰러트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미로와 같은 던전의 구조와 까다로운 함정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검사의 유령들이 더 까다로운 상대였다.

“길도 복잡하고 그 길에 함정들도 많이 설치된 것 같습니다. 길 찾기와 함정 제거를 동시에 진행할까요?”

상혁이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일리아는 알아서 자신이 할 일을 찾아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예, 모든 걸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잠긴 문을 여는 것은 물론이고 길을 찾고 함정을 제거하는 게 제 특기입니다. 정확히는 다크문의 힘을 이어받은 저의 특기라고 해야겠죠.”

상혁은 일리아의 대답을 듣는 순간 검왕의 무덤을 최대한 빠르게 클리어할 방법이 떠올랐다.

“좋아, 그럼 넌 길을 찾고 함정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 몬스터는 내가 맡을 게.”

“알겠습니다.”

상혁은 일리아를 데리고 시험 삼아 검왕의 무덤을 뚫기 시작했다.

검사의 유령들은 듣던 대로 까다로운 몬스터가 맞았다. 하지만 상혁은 불과 네 마리만 상대해 보곤 순식간에 놈들의 타이밍을 모두 파악해버렸다.

이게 상혁이 가진 가장 무서운 재능이었다. 상혁은 검사의 유령이 사용하는 스킬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타이밍을 몸으로 익힌 후 그 타이밍을 기준으로 놈들의 공격을 피해버렸다.

이렇다 보니 상혁의 회피능력은 그의 상태창에 기록되어 있는 ‘회피율’을 웃돌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회피율이 엄청나게 높았는데 여기에 상혁의 엄청난 감각까지 더해지자 상혁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의 회피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휘이잉! 째애앵!

상혁은 하나 하고 둘을 아슬아슬하게 끝내지 않았을 정도의 타이밍에 몸을 가볍게 옆으로 돌렸고 그 순간 반투명한 검 한 자루가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 벽에 부딪혔다.

이건 정확히 1.7초 타이밍회피였는데 보통 유저들은 1~2초 단위의 타이밍 회피를 하지만 상혁은 0.1초 단위의 타이밍 회피를 즐겨 했다.

그만큼 상혁의 타이밍을 재는 실력이 다른 유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단 뜻이었다.

타이밍회피를 통해 완벽하게 검사의 유령이 뻗은 공격을 피한 상혁은 피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만년금골편을 날카롭게 휘둘렀다.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며 만든 아주 찰나의 틈 사이로 반격을 욱여넣는 상혁.

유저들은 이런 반격을 ‘틈반’이라고 불렀는데 틈반은 사실상 최상급 유저들의 전유물과 같은 것이었다.

최상급 유저들 중에서도 틈반을 원하는 대로 하는 유저는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상혁은 틈반의 마스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유자재로 틈반을 사용했다.

찌지지직! 케에에에에엑!

또 한 마리의 검사의 유령이 만년금골편에 의해 찢겼다. 틈반의 가장 큰 장점은 워낙 빠른 타이밍에 들어오는 반격이었기 때문에 방어나 회피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특히 몬스터들이 유저들보다 더 틈반에 제대로 대응을 하질 못했다.

상혁이 가볍게 검사의 유령 한 마리를 쓰러트린 후 그 순간에도 열심히 함정을 제거하고 있던 일리아를 바라보았다.

“아직 멀었어?”

“아, 거의 끝났습니다. 함정이 상당히 복잡한 거 보니까 아무래도 여기가 무덤의 끝인 것 같습니다.”

상혁은 일리아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검왕의 무덤을 돌파할 수가 있었다. 길도 헤매지 않았고 함정 때문에 발목이 잡히지도 않았다.

어차피 검사의 유령들은 상혁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혁은 불과 20분 만에 검왕의 시신이 놓여있는 마지막 방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검왕의 무덤은 본래 7명이 파티를 하고서도 두 시간 이상은 고생을 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상식 파괴자인 상혁은 이번에도 역시 당연하게 상식을 산산조각 내버린 후 자시만의 방식으로 던전을 돌파했다. 물론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일리아가 없었다면 최소 4한 시간은 걸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일리아의 역할이 컸다.

“열립니다.”

일리아는 결국 마지막 함정도 깔끔하게 해제해버렸고 그 결과 마지막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그그그그긍.

이제 보스 몬스터인 검왕의 원혼만 쓰러트리면 던전을 올 클리어 하는 것이었다.

“일리아, 넌 잠시 돌아가 있어라.”

상혁은 일단 일리아를 돌려보냈다. 그녀의 소환시간은 합산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최대한 아끼는 게 좋았다.

일리아를 돌려보낸 상혁은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방 중앙에 있던 허름한 관에서 으스스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땐 잘 나가던 영웅이었지만 사후(死後) 모두에게 잊힌 검왕. 그게 원한이 되어 이렇게 원귀까지 되었지만, 심지어 원귀가 되어서도 네임드 몬스터가 되지 못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었다. 검왕은 다음에 다시 또 등장하는데 그땐 네임드 몬스터가 되어 등장했다.

‘그 검왕은 토 나올 정도로 지독한 놈이지만······ 이놈은 다르지.’

상혁은 슬쩍 웃으며 점점 형체를 갖추고 있는 으스스한 기운을 바라보았다.

검왕의 원귀······. 네임드 몬스터도 아닌 그냥 평범한 보스 몬스터는 절대 상혁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 * * *

네임드 몬스터가 아니라서 최초 킬 보너스가 발동하지 않았는데도 재수가 좋게 처음부터 영약이 떨어졌다. 비록 민첩의 영약이 아닌 힘의 영약이긴 했지만, 힘의 영약도 상혁에겐 큰 도움이 되는 영약이었다.

상혁은 설사 지능의 영약이나 지혜의 영약이 떨어지더라도 모두 그냥 자신이 먹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영약은 없어서 못 먹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두는 게 좋았다.

나중엔 영약 작업을 한 유저와 하지 않은 유저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졌기 때문에 영약 작업은 최상급 유저가 되기 위해선 거의 필수였다.

보통 상혁의 전생을 기준에선 어떤 능력치든 +40 이상을 먹으면 최상급 수준의 영약 작업으로 인정해주었다.

한계가 +100이라지만 사실 +100을 다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상혁이 검왕의 무덤을 꼭 독점하려고 했던 이유도 이곳에서 최소 150개 이상의 영약을 챙겨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검왕의 무덤에서 영약을 최대한 많이 모으고 금산상단을 통해 꾸준히 영약을 사들이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영약 작업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상혁은 일리아와 함께 몇 번 더 검왕의 무덤을 돌았지만 아쉽게도 그 뒤엔 영약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단 확실히 검왕의 무덤에 대한 공략법을 몸에 익힌 상혁은 곧바로 허리케인 홀을 찾아 나섰다.

허리케인 홀이라면 상혁이 버스기사로 오랫동안 일을 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는 별로 고생도 하지 않고 반나절 만에 허리케인 홀의 입구를 열었다. 정답을 알고 있으면 이렇게 쉬웠다.

상혁의 전생에 골드 러쉬가 이 비밀 던전을 얻기 위해 거의 보름을 고생했었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정답을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상혁은 어차피 허리케인 홀은 금산상단에서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할 것이었기에 시험 삼아 클리어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영웅의 대지에서 꼭 얻어야 할 두 개의 비밀 던전을 얻은 상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나머지 비밀 던전에 대한 정보들도 하나씩 찾아보았다.

물론 그와 함께 계속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검왕의 무덤을 클리어해 영약을 모았다.

그렇게 대략 열흘을 고생한 끝에 상혁은 검왕의 무덤과 허리케인 홀을 제외하고 추가로 4개의 크고 작은 비밀 던전을 찾을 수가 있었다.

‘어차피 당분간은 검왕의 무덤에 집중해야 하니 이것들은 일단 가지고만 있자.’

추가로 얻은 4개의 비밀 던전은 모두 유지 시간이 무한이었기 때문에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마음 같아선 비밀 던전을 좀 더 찾고 싶었지만 상혁이 가지고 있던 정보는 워낙 단편적인 것들이라 생각만큼 비밀 던전을 찾는 게 쉽진 않았다.

결정적으로 방송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서 준비할 게 워낙 많아졌기 때문에 언제까지 비밀 던전만 찾고 있을 순 없었다.

“네, 일단 첫 방송으로 나갈 영상은 편집을 거의 다 끝냈습니다. 내일까진 보내드릴 테니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상혁은 최근 들어 이미래와 상당히 자주 통화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송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상의해야 할 게 많았다.

[그런데 진짜 생방송으로 하지 않으셔도 되겠어요? 다른 채널들 쪽 얘길 들어보니 다들 생방으로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해놓고 있는 거 같던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내일 이 영상을 미리 보시게 되면 제가 왜 괜찮다고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될 겁니다.”

[흐음, 그런가요? 알겠어요. 그럼 이 얘긴 내일 영상을 보고 다시 얘기해요.]

“예고편이나 잘 뽑아주세요. 그럼 게임은 끝입니다. 다른 채널들은 절대 절 못 이겨요.”

[자신감이 너무 넘치시는 거 아닌가요? 상대도 보통 유저들은 아닙니다.]

“계속 똑같은 말을 해서 민망하긴 한데. 이 말 역시 내일 영상을 확인하시면 무조건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결국, 모든 건 내일 보내주실 ‘영상’에 담겨있다는 뜻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나머지 얘기들은 그 영상을 확인하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러시죠. 편집은 거의 끝나가니 이르면 내일 새벽에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네, 기다릴게요.]

상혁은 이미래와 통화를 끝낸 후 바로 다시 DN에 접속했다. 물론 EL에 접속한 건 아니었다.

그는 DN의 공식 유료 서비스 중 하나였던 ‘마스터 영상 편집 도구’를 구매했기 때문에 DN 안에서 간단하게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었다.

그가 생방 대신 준비하고 있는 영상.

이건 진짜 다른 유저들의 생방 따윈 찍어누를 만큼 강력한 한 방이었다.

‘라이브 채널의 흥망성쇠······ 그것의 시작은 초기 시청자 확보부터 시작된다. 그렇기에 첫 방송은 너무나 중요하다.’

상혁은 첫 방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여서 첫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 [33장] 첫 방송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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