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장] 영웅의 대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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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완성한 상혁은 이번에도 지도 제작 스킬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일단은 일반 스킬 슬롯은 그대로 비워두었다. 이곳엔 따로 생각하고 있는 스킬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
일주일 만에 지도 제작을 끝낸 상혁은 곧바로 영웅의 대지에서 가장 큰 도시인 ‘티룬’으로 향했다. 아직 영웅의 대지에 들어온 다른 유저들은 없었기 때문에 벌써 금산상단을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가 티룬에 찾아온 이유는 금산상단 관련 일이 아니라 다른 일 때문이었다.
‘비밀 던전······ 다른 유저들이 오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비밀 던전을 독점해야 한다.’
비밀 던전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지옥불 사막과 달리 영웅의 대지엔 무수히 많은 비밀 던전이 존재했다.
그리고 상혁은 모든 비밀 던전의 위치를 알진 못했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비밀 던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비밀 던전을 찾은 후 그것들을 최대한 많이 독점할 수만 있다면 정말 큰 이득을 챙길 수가 있었다.
‘다른 비밀 던전은 몰라도 검왕의 무덤과 허리케인 홀 이 두 개는 무조건 찾아야 한다.’
이 두 개의 비밀 던전의 영웅의 대지에서 가장 유명했던 것들이었다.
검왕의 무덤은 홀로 독식을 하면 최고였고 허리케인 홀은 던전 이용권한을 가지고 장사를 하기에 최고인 던전이었다.
두 던전 중 허리케인 홀은 아주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었고 검왕의 무덤은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다.
상혁은 어차피 확실히 알고 있는 허리케인 홀보단 검왕의 무덤을 먼저 찾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저승길은 다른 유저들을 통과시켜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은 매우 여유로운 편이었다.
검왕의 무덤은 말 그대로 검왕이 잠들어 있는 무덤을 의미했다. 검왕은 영웅의 대지에서 기록된 144명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굳이 서열을 따져보자면 50명 안에 들어가는 상급 영웅이었다. 검왕의 무덤이 비밀 던전 중 최고로 손꼽히는 이유는 그곳에서 떨어지는 각종 ‘영약(靈藥)’ 때문이었다.
영약은 유저가 복용하면 소량이긴 하지만 능력치를 영구히 올려주는 특수한 아이템이었다.
대부분의 영약은 체력+1, 민첩+1처럼 능력치를 단, 1만 올려주긴 했지만 중요한 건 각 능력치 당 +100까진 계속 중복되어 상승한다는 점이었다.
영약의 드랍률은 높지 않긴 했지만 검왕의 무덤 자체가 상당히 길게 반복 클리어가 되는 비밀 던전이었기 때문에 이 비밀 던전만 독점할 수가 있으면 영약을 꽤 많이 얻을 수가 있었다.
영약을 드랍하는 던전들은 모두 대박 던전으로 분류되었는데 비밀 던전 중엔 오로지 검왕의 무덤만 영약을 구할 수가 있었다.
나머지는 공개형 던전에서 떨어뜨리거나 혹은 필멸의 전당에서만 입장할 수 있는 경쟁 던전에서만 드랍되었다.
즉, 독점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검왕의 무덤뿐이란 뜻이었다.
영약은 그 특성상 경매장에도 거의 올라오지 않았고 올라와 봤자 엄청나게 비싸게 거래가 되었기 때문에 역시나 제일 좋은 건 직접 구하는 것이었다.
상혁은 영웅의 대지에서 유저들이 활약하기 시작하면 영약도 금산상단의 매입목록에 넣을 생각이긴 했지만, 금산상단의 매입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영약을 구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검왕의 무덤이 영약을 독점하기에 딱 좋은 던전이었다면 허리케인 홀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서 이득을 보기에 딱 좋은 비밀 던전이었다.
허리케인 홀은 무수히 많은 홀이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진 형태의 비밀 던전이었다. 그곳에선 동시에 100팀까지 각기 다른 홀에서 사냥할 수 있었다.
일단 던전의 최대 클리어 횟수가 무한(無限)이었기 때문에 하루에 몇 팀을 허리케인 홀에 입장시켜서 계속 돌려도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대신 던전의 유지시간이 4개월이긴 했지만 어쨌든 4개월 동안은 수없이 많은 유저들에게 던전 이용권한을 실컷 팔아먹을 수 있단 뜻이었다.
심지어 던전 난이도 그리 어렵지가 않았고 획득할 수 있는 카르마의 양도 평균 이상이었기 때문에 3~4인의 평범한 팀이 레벨을 올리기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상혁은 허리케인 홀을 찾으면 이걸 금산상단에서 제대로 팔아먹을 작정이었다.
검왕의 무덤을 독점해 영약을 챙기고 허리케인 홀을 독점해 골드를 챙기는 게 상혁이 첫 번째 목표였다.
상혁이 알고 있는 대로라면 검왕의 무덤 입구는 티룬 근처에 존재했다. 전생의 상혁은 검왕의 무덤에 가 본 적은 없었지만 검왕의 무덤과 관련된 영상을 본 적은 있었다.
그 영상엔 정확한 던전의 위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적어도 막판에 던전 입구를 여는 중요한 단서가 나왔었다. 다만 문제는 그 입구를 어떻게 찾는지······ 그걸 모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상혁이 소문으로 들은 몇 가지 정보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검왕의 무덤······ 전생에선 라이징 길드가 독점했었던 비밀 던전. 라이징 길드가 그 비밀 던전으로 아주 재미를 톡톡히 봤었지······ 나중에 비밀 던전이 사라진 후에 들었던 소문에 따르면 라이징 길드원 중 하나가 티룬에서 좀도둑을 잡는 퀘스트를 하다가 우연히 검왕의 무덤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했었다.’
상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검왕의 무덤을 역추적해볼 생각이었다. 사실 이 역추적은 다른 유저라면 엄두도 못 냈을 작업이었다.
정확히 어떤 NPC가 좀도둑을 잡는 퀘스트를 주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티룬에 존재하는 7,949명의 NPC와 호감도 작업을 친밀 이상을 올린 후 퀘스트를 받아봐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현실적으로 티룬의 모든 NPC와 호감도 작업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친 척하고 도전한다고 해도 최소 반년은 걸릴 것 같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이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팔콘의 그림자 공작’ 타이틀을 소유하면서 몇몇 특수한 NPC를 제외한 모든 NPC와 친밀 단계의 호감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냥 티룬을 돌아다니며 그들과 간단히 대화하고 퀘스트를 받아보면 그만이었다.
퀘스트를 받아보고 좀도둑과 관련이 없는 퀘스트면 퀘스트 포기를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NPC와의 호감도가 아주 약간씩은 감소하긴 하겠지만 그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었다.
상혁은 티룬을 돌아다니며 여러 NPC와 대화를 해보았다. 퀘스트를 주는 NPC도 있었고 주지 않는 NPC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상혁은 쓸데없는 퀘스트들은 모두 포기를 해서 없애버리고 계속해서 좀도둑을 잡는 퀘스트를 찾았다.
그렇게 상혁은 대략 200여 개의 잡스러운 퀘스트를 받은 후에야 드디어 자신이 찾던 퀘스트 하나를 받을 수가 있었다.
[ Quest ] ‘티룬의 극성스러운 좀도둑들’ <연계 1>
: 상점 주인 코트바가 매일 같이 가게 물건들을 훔쳐가는 좀도둑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이 좀도둑들을 소탕하고 싶어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진행 상황 : 좀도둑 잡기 (0/100), 좀도둑 거점 찾기(0/4)
‘이거네!’
상혁은 퀘스트를 확인한 순간 자신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퀘스트라는 걸 확신할 수가 있었다.
좀도둑 잡기만 있는 게 아니라 좀도둑 거점 찾기도 있었다. 바로 이 거점 찾기가 비밀 던전을 발견할 수 있는 열쇠였다.
상혁은 퀘스트를 받은 후 곧장 좀도둑들을 찾아 나섰다.
좀도둑들은 티룬 안은 물론이고 밖에도 많이 존재했다. 놈들은 몬스터형 NPC로 구분되었기 때문에 도시 안에서도 얼마든지 잡을 수가 있었다.
빠르게 좀도둑을 소탕하기 시작한 상혁은 놈들의 거점도 순식간에 다 찾아버렸다.
검왕의 무덤은 그 네 개의 무덤 중 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물론 그곳이 어딘지는 상혁도 알지 못했다. 설사 알았다고 해도 단순하게 던전 입구를 찾아가는 걸로는 비밀 던전을 찾기가 힘들었다.
비밀 던전의 입구를 열려면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비밀 장치를 조작할 줄 알아야 한다거나 혹은 특수한 아이템을 사용해 입구를 드러나게 하는 것처럼 확실한 열쇠를 사용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상혁이 받은 퀘스트는 그 열쇠를 얻을 수 이 있는 중요한 단서였다.
좀도둑을 잡고 놈들의 거점을 찾는 건 상혁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상혁은 한 시간 만에 그 모든 일을 끝내버렸다.
“오, 대단하군! 그 바퀴벌레 같았던 좀도둑들을 소탕하다니······ 자네 생각보다 더 대단한 차원여행자였군.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되겠나? 분명 놈들의 거점 중 어딘가에 녀석들이 그동안 내 가게에서 훔쳐간 물건들이 쌓여 있을 걸세. 그걸 찾아다 주면 내가 더 큰 보상을 해주겠네. 아! 이 녀석을 데리고 가게. 우리 가게에서 십 년을 넘게 키운 녀석이라 우리 가게 물건들의 냄새를 정확하게 찾아낼 걸세.”
코트바는 상혁에게 자신이 키우던 개까지 내주며 물건을 찾아달라고 했고 퀘스트는 두 번째 연계 퀘스트로 넘어갔다.
‘열쇠가 이거였군.’
상혁은 두 번째 연계 퀘스트를 확인하는 순간 이게 자신이 찾던 열쇠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비실비실한 늙은 개······. 이 늙은 개가 열쇠라는 게 조금 웃겼지만, 뭐가 됐건 검왕의 무덤만 찾을 수 있다면 상관이 없었다.
* * * *
헥헥헥, 왈! 왈!
늙은 개는 착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냈다. 녀석은 네 개의 좀도둑 거점 중 가장 허름해 보이는 고묘(古墓)에서 코트바 상점의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냈다.
물건들은 고묘의 한쪽 벽 쪽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물건들이 숨겨져 있던 공간 자체가 굉장히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늙은 개가 아니었으면 상혁이 작정하고 찾았어도 못 찾았을 것 같았다.
‘이런 교묘한 공간을 좀 도둑놈들이 만들었을 리는 없고······ 우연히 발견해서 사용한 건가? 그렇다면 여기가 비밀 던전의 입구라는 건데······.’
상혁은 일단 쌓여 있던 장물은 모두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이걸 코트바에게 가져다주면 퀘스트가 해결되는 것이었고 그냥 상혁이 꿀꺽하면 코트바와의 호감도가 대폭 깎이면서 퀘스트에 실패하지만 대신 현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여기 어디 있을 텐데.’
상혁은 숨겨진 공간 안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결국 상혁은 원하던 걸 찾을 수가 있었다.
숨겨진 공간의 벽에 새겨져 있는 수십 개의 그림들. 이게 바로 상혁이 찾던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그림이 아니라 퍼즐이었다.
이 퍼즐을 정확하게 맞춰야지만 검왕의 무덤을 열 수가 있었다.
사실 상혁의 전생에선 라이징 길드도 이 퍼즐 앞에서 무려 일주일 동안 고생을 했었다. 결국, 그들은 이 퍼즐을 외부의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해답을 찾았고 그 결과 검왕의 무덤을 열 수가 있었다.
그만큼 퍼즐의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상혁도 이 퍼즐을 풀 수 없었다. 그가 본 동영상엔 이 퍼즐을 어떻게 푸는지 정확하게 나와 있었지만, 문제는 상혁이 그걸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10년 전쯤에 본 동영상을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건 불가능한 게 맞았다.
‘좋아, 여기까진 확보를 했고······ 이제 남은 건 하나네.’
상혁은 슬쩍 웃으며 숨겨진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이건 상혁이 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상혁은 이걸 열 수 있을만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사람은 아닌가?’
상혁은 망설일 이유도 없단 표정으로 곧장 한 사람을 소환했다. 아니, 한 명의 NPC를 소환했다.
소환과 동시에 일리아가 상혁 앞에 나타났다. 타이틀 스킬인 ‘오! 나의 일리아’를 사용하면 마치 소환수를 소환하듯 일리아를 즉시 자신 앞에 소환할 수가 있었다.
물론 유지시간이 끝나면 소환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로 사라졌다.
“부르셨습니까.”
일리아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하게 얘기했다.
“일리아, 네가 가진 ‘잠금 해제’ 기술······ 그걸로 퍼즐 형태로 잠겨 있는 문도 열 수가 있어?”
상혁은 얼마 전 일리아의 상태창을 확인하다가 이번에 약간의 봉인이 해제되며 그녀가 새로운 스킬을 하나 얻은 걸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다크문 전문스킬 ‘잠금 해제(S)’].
이게 그녀가 가진 스킬이었다.
“어떤 식으로도 잠겨만 있으면 제 능력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일리아는 상혁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좋아! 그럼 따라와.”
상혁은 일리아를 데리고 숨겨진 공간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 [32장] 영웅의 대지 (2) > 끝
ⓒ 성진(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