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장] 영웅의 대지 (1) >
@ 영웅의 대지.
축하합니다. 당신은 최초로 그리고 홀로 영웅의 대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기록은 영원히 세상에 남겨질 것입니다.
전설 등급 타이틀 ‘홀로 절망을 뚫은 자(최초)’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디어 상혁은 저승길을 통과하고 영웅의 대지에 도착했다. 마지막 순간 상당히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결국 마지막 한 수가 제대로 통하며 결국은 저승길을 돌파했다.
“후우, 진짜 두 번은 절대 못 하겠다.”
상혁은 길게 한 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결국 이겨냈고 누구보다 먼저 영웅의 대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도 너무나 달콤했다.
‘이번에도 전설 등급 타이틀이라고? 홀로 절망을 뚫은 자? 저승길을 뚫고 영웅의 대지에 도착한 유저들에겐 모두 절망을 뚫은 자란 희귀등급 호칭을 주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설 등급은 뭐지? 그리고 홀로? EL에 솔로 플레이 관련 업적이 있었나?’
상혁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재빨리 타이틀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호칭 - ‘홀로 절망을 뚫은 자(최초)’
등급 – 전설(Legend)
설명 – 당신은 최초로 그리고 홀로 영웅의 대지에 도착한 차원여행자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첫 번째는 가장 특별합니다. 그리고 이제 혼자라는 사실도 특별해졌습니다.
효과 - [접두: 솔로플레이시 치명타 확률이 50% 상승하고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 [접미: 솔로플레이시 회피율이 50% 상승하고 받는 데미지가 10% 감소됩니다.] [상시지속 효과: <더 솔로(S) : 솔로플레이시 모든 능력치가 25% 상승합니다.> <혼자가 편해(A) : 반경 100m안에 유저가 한 명도 없을시 모든 종류의 회복 능력이 두 배 상승합니다.]
‘대단하네!’
타이틀 정보를 확인한 상혁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전설 등급은 격이 달랐다.
이번 타이틀은 특이하게 모든 효과에 솔로플레이라는 조건이 붙었는데 조건이 까다롭게 붙으면 붙을수록 당연히 뒤에 붙는 능력치 상승은 더욱 높아졌다.
‘솔로플레이시’라는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EL은 솔로플레이가 거의 배제된 상태로 만들어진 게임이었기 때문에 상혁을 제외한 다른 유저들에겐 확실히 계륵과 같은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조건이 까다로워서일까? 이번 타이틀의 능력치 상승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특히 상시지속 효과인 ‘더 솔로’는 ‘이런 패시브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인의 동굴을 뚫고 신대륙에 진출할 때 얻었던 전설 등급 타이틀인 ‘최초의 방문자’에 붙어 있던 패시브 효과 ‘No.1’도 엄청난 능력치 상승을 시켜줬었는데 이번 더 솔로는 그것보다도 훨씬 많은 능력치 상승효과가 붙어 있었다.
중요한 건 ‘솔로플레이시’라는 조건은 적어도 상혁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조건이란 사실이었다.
그는 오히려 팀플을 하는 게 더 어색한 인물이었기에 솔로플레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게임이 서비스 된지 아직 9개월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전설 등급 타이틀을 두 개나 얻다니······ 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고 있구나.’
상혁은 솔직히 얼떨떨했다. 아무리 회귀를 했어도 이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 했었다.
“좋구나. 좋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상혁은 결국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행운이건 뭐건 좋은 타이틀이나 아이템을 얻는 건 당연히 즐거운 일이었다.
상혁은 바로 마킹북을 펼친 후 영웅의 대지에 첫 마킹을 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기 때문에 마킹은 무조건 제일 먼저 하는 게 좋았다.
마킹을 끝낸 상혁은 곧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인 ‘영웅의 쉼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당연한 얘기지만 상혁은 이번에도 역시 저승길이 끝나는 부근에 벤더 NPC를 설치하고 영웅의 대지 지도를 만들어 팔 생각이었다.
그 때문에 50레벨을 찍으며 생긴 ‘일반 스킬’ 슬롯도 그대로 비워뒀었다. 이제 그 비어 있는 일반 스킬 슬롯에 지도 제작 스킬을 다시 채운 후 지옥불 사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영웅의 대지를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들면 되었다.
물론 지옥불 사막만큼 지도가 엄청나게 필요한 땅은 아니었기에 지도 가격은 지옥불 사막 때보단 훨씬 싸게 책정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원가 대비 수익률을 계산하면 지도는 무조건 만들어 파는 게 이득이었다.
그냥 이득이 아니라 큰 이득이었다.
* * * *
“진짜 이게 답니까? 추가 보고는 없었나요?”
서원태는 보고서를 손에 들고 앞에 있던 운영팀장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네, 카오스의 보고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추가 보고를 요청하긴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러니까 결론은 어떤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절망의 길을 뚫고 영웅의 대지로 진출한지 알 수가 없다는 건가요?”
유저들이 저승길이라 부르는 그 길의 정식이름은 ‘절망의 길’이었다.
“네, 카오스가 그건 DN의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보호받아야 할 정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놈의 개인정보보호법······. 아무리 봐도 계속 카오스가 개인정보보호법을 너무 확대해석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거 좀 난감하네요. 솔직히 뭘 어떻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정보만 알고 있으려는 건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카오스의 논리회로는 지극히 정상이기 때문에 저희가 강제로 그걸 바꾸려고 하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겁니다.”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걸까요? 지원팀장과 운영2팀장의 보고에 따르면 대규모로 움직인 유저들도 없었다고 하던데······ 인해전술이 아니라면 무슨 방법으로 지금 시점에서 절망의 길을 뚫어낸 건지 그게 너무 궁금하네요?”
“일단 카오스의 보고에 따르면 길을 뚫어내는 과정에서 버그 같은 게 사용되진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카오스가 막판에 강제 개입을 해서 절망의 길 난이도를 10배까지 끌어올렸다고 하더군요. 카오스 역시 아직은 절망의 길이 뚫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던 거죠. 그런데······ 그마저 뚫었다고 합니다.”
“난이도를 10배로 올렸는데 그거 뚫었다고요? 그게 말이 되나요?”
“저도 믿을 수 없었지만 카오스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까요. 아마도 카오스가 막판에 급격하게 난이도를 끌어올린 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것이겠죠.”
“그 얘길 듣고 나니 더더욱 어떤 유저들이 절망의 길을 통과한 건지 궁금해지네요.”
“여러 경로를 통해 계속 찾고 있으니 언젠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좋겠네요. 아, 근데 영웅의 대지는······ 괜찮겠죠? 그들이 경쟁 콘텐츠를 어뷰징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건 막을 수 있겠죠?”
“경쟁 콘텐츠의 어뷰징은 카오스가 채팅 기록은 물론이고 전투 기록까지 조사해 엄중히 처벌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들이 어뷰징을 한다면 아주 크게 후회를 하게 될 겁니다.”
“경고 메시지는 당연히 들어가 있죠?”
“네, 아주 확실히 보이게 넣어놨으니 감히 어뷰징을 할 생각은 하지 못할 겁니다.”
“그나마 그들이 경쟁 콘텐츠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어떤 이들인지는 알 수가 있겠네요.”
“네, 각종 경쟁 콘텐츠의 랭킹은 저희가 열람할 수 있는 정보니 이용만 해준다면 그땐 그들의 정보를 확실히 알 수가 있을 겁니다.”
“일단 영웅의 대지 쪽은 계속 신경을 써주세요. 아무리 모든 게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다고 해도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니 카오스에게도 더 신경써달라고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운영팀장과의 대화를 끝낸 서원태는 보고서를 한쪽으로 치우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벌써 영웅의 대지까지 진출하다니······ 유저들의 수준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걸까? 아니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특별한 유저들이 존재하는 걸까?’
서원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상념에 잠겼다.
* * * *
상혁은 영웅의 쉼터를 시작으로 영웅의 대지 전체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아직 다른 유저들이 저승길을 통과하려면 최소한 두 달 정도는 더 있어야 했기 때문에 급할 건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미룰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상혁도 영웅의 대지를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 확인할 게 많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지도까지 만드는 게 좋았다.
상혁은 우선 영웅의 대지에서 가장 상징적인 두 곳을 먼저 찾아갈 생각이었다.
‘검투의 전당’과 ‘필멸의 전당’.
이 두 가지는 상혁이 가장 먼저 확인을 하고 싶은 곳들이었다. 상혁은 우선 검투의 전당부터 찾아갔다.
거대한 콜로세움처럼 생긴 검투의 전당은 그 자체가 독립된 공간이었다.
스윽, 번쩍!
최초로 검투의 전당에 방문하셨습니다.
최초 입장 보너스로 ‘평생 검투 자격증’을 획득했습니다.
‘호오, 이런 보너스도 있었네.’
별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를 공짜로 얻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실 검투 자격증은 매달 새로 발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고 그때마다 천 골드씩 내야 했다.
평생 검투 자격증
- 갱신이 필요 없는 검투 자격증. 특별히 보너스 효과도 하나 붙어있다.
이름 : 등록 가능.
기간 : 무한(無限).
기본 효과 : 검투의 전당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너스 효과 : 가명으로 검투의 전당을 이용할 수가 있다. 단, 한 번 정한 가명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가명으로 검투의 전당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상혁은 평생 검투 자격증을 확인하고 흥미롭단 표정을 지었다. 검투의 전당은 신분을 숨길 수가 없는 곳이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본 아이디인 ‘불멸’을 공개하려고 했었는데 이러면 얘기가 달라졌다.
‘이거 신분을 또 하나 만들 수가 있겠는데?’
상혁은 재빨리 팔콘의 그림자 공작 타이틀을 장착한 후 신분 하나를 더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신분은 ‘흔남’, ‘질풍’, ‘대금산’ 그리고 ‘블레이크’까지 총 네 명이었다.
상혁은 다섯 번째 신분으로 ‘독고불패’란 이름의 가상 인물을 만들었다. 체형은 평범했지만 눈매가 매우 날카롭고 한눈에 봐도 한칼 하게 생긴 인물이었다.
상혁은 평생 검투 자격증에 독고불패라 이름을 등록했다.
그렇게 검투 자격 등록을 끝낸 상혁은 곧장 검투 옵션을 불러와 ‘1 : 1’ 검투신청을 해보았다.
한 번 검투의 전당에 검투 자격 등록을 하면 그 다음부터는 안전지대이기만 하면 어디서라도 검투 옵션을 불러와 검투 신청을 할 수가 있었다.
검투 신청이 된 후 상대가 결정되고 매칭까지 완료되면 그 즉시 검투의 전당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매칭 자체가 되질 않았다.
[상대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검투 신청을 하고 시간이 10분이 흐르자 상혁의 전생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메시지가 뜨며 신청이 취소되었다.
‘아, 아쉽네. 상대가 없어도 매칭이 되는 시스템이었다면 최소 두 달은 검투 랭킹 1위 보상을 독식할 수 있었는데······.’
혹시나 하고 해본 것이었는데 역시나 되진 않았다.
‘그냥 평생 검투 자격증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네.’
상혁은 슬쩍 웃으며 검투의 전당을 빠져나왔다.
검투의 전당 이후에 찾아갈 곳은 당연히 필멸의 전당이었다.
필멸의 전당도 너무나 당연하게 검투의 전당과 똑같은 식으로 진행되었다. ‘평생 필멸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고 똑같이 독고불패로 자격등록을 했다.
그리고 역시나 매칭이 되지 않아 랭킹에는 점수를 올릴 수가 없었다.
두 전당을 방문한 이후엔 그냥 가장 최적의 코스로 영웅의 대지를 한 바퀴 돌았다.
영웅의 대지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지옥불 사막보다 훨씬 강했지만 그래 봤자 일반 몬스터는 상혁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특히 상혁은 이번에 또 하나의 전설급 타이틀을 얻으며 도저히 한 명의 유저라고 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강해졌다.
몬스터와 비교를 한다면 일반 몬스터가 일반 유저라면 상혁은 네임드 몬스터, 아니 보스 네임드 몬스터라 할 수 있었다.
보스 네임드 유저 상혁.
그는 말 그대로 일인군단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 [32장] 영웅의 대지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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