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53화 (53/127)

< [28장] 돈의 힘 (1) >

@ 돈의 힘.

“조금 상식을 벗어난 질문을 해도 될까?”

언제나처럼 일리아의 보고를 듣던 상혁은 문득 궁금한 게 하나 떠올랐다.

“말씀해보세요.”

“비선 말이야······ 혹시 비선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이건 그냥 황당한 궁금증이었을 뿐이었다.

현재 워낙 수중에 많은 골드가 있다 보니 상혁은 어떻게 이 돈을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을지를 늘 고민하는 중이었다.

생각하고 있는 게 몇 개 있긴 했지만 그걸 모두 한다고 해도 돈이 많이 남을 것 같았기에 고민은 매일매일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떠오른 궁금증이었다.

그냥 농담과 같은 질문······. 당연히 질문한 상혁도 뭔가 특별한 대답을 들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던진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일리아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가능합니다.”

“그렇지? 불가능······ 뭐? 가능하다고?”

상혁은 너무나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홱 돌려 일리아를 바라보았다.

“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히든 메인 퀘스트 ‘그림자 왕’의 첫 번째 연계 퀘스트인 ‘지옥불 사막의 비선’이 전혀 뜻밖의 분기점을 맞이하며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새로운 연계 퀘스트 ‘비선? 그래서 얼마면 되는데?’가 생성되었습니다.

상혁은 재빨리 괴상한 이름의 퀘스트를 클릭해 보았다.

퀘스트(Quest), 비선? 그래서 얼마면 되는데? [신화, 히든, 메인]

- 천하의 누가 감히 비선을 돈을 주고 살 생각을 할까? 그 배포가 대단하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더 중요하다. 비선도 결국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심지어 골드로 그 가치를 살 수가 있었다. 단, 비선의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걸 알아야 한다.

상세 내용 : 지옥불 사막에 퍼져 있는 비선들을 모두 매수하여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비선주를 추대하게 하여라!

클리어 조건 : 0 / 40,000,000 Gold

특이 사항 : 본 퀘스트는 포기를 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면 다시 원래의 연계 퀘스트로 돌아갑니다.

“허······.”

상혁은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순간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 보였던 연계 퀘스트를 단순히 돈 지랄 한 번으로 해결한다는 게 너무나 황당했다.

하지만 액수를 확인한 순간 마냥 황당하기만 한 퀘스는 아니란 걸 알 수가 있었다.

4천만 골드······ 현금으로 거의 20억이 넘는 돈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4천만 골드는 모으고 싶다고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특히 일개 개인이 그 정도의 돈을 모은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이 퀘스트 전에 있었던 퀘스트가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난이도가 훨씬 더 낮을 수도 있었다.

‘쉽지만 비싸다······ 이 건가?’

상혁은 슬쩍 ‘0 / 40,000,000 Gold’라고 적힌 부분을 바라보았다.

만약 보통의 유저였다면 이걸 보는 순간 바로 포기를 선언하고 퀘스트를 원래대로 돌렸을 게 분명했다. 아니, 이번 산전쟁 전이었다면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이 퀘스트를 포기했을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은행엔 거의 1억 4천만 골드가 쌓여 있었다. 꾸준히 경매장의 저평가 아이템을 들을 쓸어 모으고 있었는데도 골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4천만 골드······ 원화로 20억······ 확실히 이런 큰돈을 퀘스트를 클리어하려고 한 번에 써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긴 해. 하지만······ 이 퀘스트가 그냥 퀘스트가 아니란 걸 생각하면 또 고민이 된단 말이지······. 특히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어.’

사실 상혁은 게임 속에서 버는 골드는 게임 밖으로 가지고 나올 생각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상혁이 현실에서 비루하게 살려고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현실에선 다른 식으로 돈을 벌 생각이었다.

현실에서의 돈벌이, 그 시작이 바로 LGN의 라이브 채널이었다.

이것만 따낼 수 있다면 굳이 게임 속에서 버는 골드를 현금화시킬 필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현실에서 한껏 여유가 생기며 반대로 현실의 돈을 게임에 투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잠시 일리아와의 대화를 멈추고 깊은 고민에 빠진 상혁. 그는 차분히 득과 실을 따져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상혁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지금은 골드로 시간을 사는 게 무조건 유리하다!’

솔직히 너무 비싸긴 했지만 그럼에도 상혁은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결정을 내렸으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에 상혁은 곧장 은행 계좌를 클릭해 퀘스트 계좌로 4천만 골드를 옮겨버렸다.

4천만 골드가 모두 입금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 ‘비선? 그래서 얼마면 되는데?’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당신이 사용한 골드는 모조리 지옥불 사막의 비선들을 매수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오로지 돈만으로 지옥불 비선의 비선주가 되었습니다. ‘튠’의 뒷골목에 있는 ‘팔라칸’을 찾아가면 비선주의 권한을 모두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단위의 돈을 한 번에 뿌려버린 당신이 배포는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이 놀라움은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유일 등급 타이틀 ‘최고의 돈 지랄’을 얻으셨습니다.

히든 메인 퀘스트 ‘그림자 왕’의 첫 번째 연계 퀘스트인 ‘비선? 그래서 얼마면 되는데?’가 클리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연계 퀘스트인 ‘영웅의 대지 그리고 또 하나의 비선’이 생성되었습니다.

‘호오······.’

퀘스트를 한 방에 클리어한 상혁은 주르륵 올라오는 시스템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골드가 한 방에 훅 날아간 건 아쉬웠지만, 그 골드로 얻게 된 것들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아······ 혹시 지금······.”

일리아는 뭔가를 느꼈는지 황급히 상혁을 바라보았다.

“어? 알 수 있는 거야?”

“네······ 특히 전 비선주님의 대리인이라서······.”

“맞아, 지금 내가 지옥불 사막의 비선을 접수했어.”

“아! 제가 느낀 게 맞았군요!”

일리아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일리아가 당신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인연의 고리가 더더욱 단단해져 ‘인연의 고리 Lv2’로 성장합니다. 일리아와 더 깊은 유대 관계가 생기며 그녀의 비밀을 좀 더 알 수 있게 됩니다.

일리아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일단 튠에 좀 다녀올게.”

“네, 가서 정식으로 비선을 접수하고 오세요.”

상혁은 일리아와 헤어진 후 곧장 튠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며 짬을 내 새로 얻은 타이틀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칭 - ‘최고의 돈 지랄’

등급 – 유일(唯一)

설명 – 돈 지랄도 이 정도 규모라면 업적이 될 수 있다. 누가 감히 이 정도 돈을 한 번에 써버릴 수 있을까? 당신의 배포는 감히 흉내 낼 수가 없을 것 같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

‘재미있는 타이틀이네.’

타이틀 효과를 확인한 상혁은 슬쩍 웃으며 타이틀 정보창을 닫았다. 그런데 사실 가만히 생각하면 마냥 재미있기만 한 효과가 아니었다.

상혁이 하루에 굴리는 골드가 백만 골드 이상이라는 걸 고려하면 매일 몇만 골드씩 보너스 골드를 얻을 수가 있었다.

결국, 상혁은 남들이 온종일 죽으라고 사냥해도 얻을 수 없는 골드를 그냥 가만히 앉아서 벌 수 있었다.

튠에 도착한 상혁은 팔라칸을 찾았다. 팔라칸의 위치는 친절하게 퀘스트의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안내를 해줬기 때문에 따로 수소문할 필요가 없었다.

“사막 여행자의 등불 팔라칸이 비선주님께 인사드립니다.”

팔라칸은 상혁을 보자마자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팔라칸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부랑자였다.

튠의 뒷골목에서 동냥하는 부랑자. 그가 바로 사막 여행자의 등불이라 불리는 팔라칸이었다.

사막 여행자의 등불 팔라칸과 만나 그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모든 자격 증명이 끝나고 ‘비선주’가 되셨습니다. 특수 타이틀 ‘사막의 그림자 공작’을 얻으셨습니다.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해 보상으로 최상급 강화석을 획득하셨습니다.]

비선주가 되어 해당 비선에 속해 있는 모든 NPC와의 호감도가 ‘동료’ 단계까지 올라갔습니다.

S급 NPC 조직인 [사막의 비선]이 기존의 조직인 팔콘시의 비선과 합쳐져 S+급 NPC 조직인 [두 대륙의 비선]으로 바뀝니다.

새로운 조직 관리창에 생성됩니다. 조직 관리창을 통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상혁은 이번에도 주르륵 올라오는 시스템 메시지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조직이 합쳐져? 이럴 수도 있는 거야?’

이런 건 상혁도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게임을 했었는데 이런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제자리에 서 있던 상혁은 일단 조직 관리창을 열어서 대리인을 설정했다.

발 없는 말의 주인 일리아를 비선주의 대리인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상혁의 대리인은 언제나 일리아일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조직이 하나 합쳐지자 바뀐 것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일리아에게 위임을 하면 알아서 잘 처리해주었다.

* * * *

일리아는 두 조직이 하나로 합쳐지고 자신이 대리인으로 임명되자 순식간에 튠으로 날아왔다. 정확히는 리콜 사용해 온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빠르게 날아온 일리아는 정확히 상혁이 원하는 대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그녀는 팔라칸을 자신의 직속 부장으로 임명한 후 순식간에 사막의 비선 라인을 휘어잡아버렸다.

이러한 일리아의 일처리는 상혁의 마음에 쏙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비선 쪽의 일은 일리아에게 위임을 해놓으면 모든 게 잘 굴러갔다. 상혁은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었다.

그런데 한창 굿을 구경하던 상혁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연락이 온 곳은 뜻밖에도 금산상단이었다. 정확히는 금산상단에서 일하는 NPC 상인이 상단 메세지를 통해 상혁에게 도움 요청을 한 것이었다.

마침 튠에 있었던 NPC 상인의 도움 요청이었기 때문에 상혁은 곧장 경매장으로 달려가 무슨 일인지 확인을 했다.

“이건 제가 해결할 테니 하던 일을 계속하세요.”

상혁은 상인 NPC에게 말을 하곤 곧장 옆에 띄워놓은 반투명한 경매장 화면을 앞으로 끌어왔다.

‘타이밍 한 번 죽이네. 이게 어떻게 딱 지금 올라올 수가 있냐?’

상혁은 경매장에 올라와 있는 한 물건을 보며 웃고 있었다. 상인 NPC가 상혁에게 도움 요청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버그? 정확히는 설정 오류가 발생해 자신의 깜냥으론 처리할 수 없는 일이 생기자 어쩔 수 없이 상혁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상인 NPC를 당황하게 한 물건은 바로······ 상혁이 이틀 전에 천외천의 길드 창고에서 들고 나온 ‘섬광의 흑안’이었다.

상혁은 자신이 관리하는 모든 상인 NPC들에게 섬광의 흑안은 가격이 얼마라도 상관없이 무조건 구매하라고 설정해놨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에 경매장에 올라온 그것의 가격이었다.

무려 300만 골드!

보통 상혁은 모든 상인 NPC들에게 100만 골드 정도를 지급해주었었다. 물건을 수거할 때마다 100만 골드를 채워주었기 때문에 상인 NPC들이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물건 하나의 가격이 300만 골드였기에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구매해야 하는 아이템임에도 구매를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여기서 설정 오류가 발생했다. 결국, 상인 NPC는 이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고 곧장 상혁에게 연락을 했다.

상혁은 그렇게 이곳에 오게 된 것이었다.

‘가격을 보아하니······ 왠지 뭔가 있어 보이긴 하는 데 막상 쓰자니 뭔가 아쉽고······ 그래서 팔 생각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들 반응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경매장에 올린 것 같은데······ 후후, 하지만 이걸 어쩌나? 아무리 비싸도 이건 내가 좀 가져가야겠어.’

스윽, 딸각!

섬광(閃光)의 흑안(黑眼)을 구매하시겠습니까? (Y/N)

메시지가 뜨자 상혁은 망설이지 않고 Y를 눌렀다.

상혁의 예상대로 판매자는 당장 이걸 팔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300만 골드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물건을 올려놓고 혹시 관심을 보이거나 정보를 흘리는 이가 없는지 살펴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상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사버렸다.

나중엔 몇 천만 골드를 줘도 구할 수 없게 되는 게 이 섬광의 흑안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300만 골드를 정도는 과감하게 태워버릴 수가 있었다.

두 번째 섬광의 흑안을 얻은 상혁은 새삼 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절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돈······ 그것은 정말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 [28장] 돈의 힘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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