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44화 (44/127)

< [23장] 전쟁상인(戰爭商人) (1) >

@ 전쟁상인(戰爭商人).

영롱한 무지갯빛이 한 번 강하게 번쩍였다.

이다음이 중요했다. 이 상태로 빛이 퍼져 나가면 강화 실패였고 빛이 아이템 쪽으로 갈무리 되면 강화 성공이었다.

‘가랏!!’

상혁은 마음속으로 크게 성공을 외치며 무지갯빛을 지켜보았다. 그의 마음이 빛에 닿은 걸까?

파아아아, 츠츠츠츠!

놀랍게도 무지갯빛이 만년금골편 안으로 스며들었다.

“오오오오, 이건······.”

그 순간 강화 술사마저 놀라며 만년금골편을 내려다보았다.

무지갯빛, 이게 의미하는 건 더블 강화 효과였다. 즉, 지금 무지갯빛이 번쩍이고 강화가 성공했다는 건 +1이 아니라 +2가 붙었다는 뜻이었다.

“상급 강화석이 한 개 남았습니다. 강화를 계속하시겠습니까?”

“아뇨, 여기까지 할게요.”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개 남은 상급 강화석과 +7까지 강화된 만년금골편을 돌려받았다.

그는 만년금골편을 돌려받자마자 곧장 아이템 창을 열어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았다.

+7 만년금골편(萬年金骨鞭) [유일(Unique) ++]

- 최고의 장인이, 최고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특별한 무기. 장인의 솜씨가 최고로 발휘된 물건이라 더더욱 특별해 보인다.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최초로 만들어진 무기라 그 값어치는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다.

7번 강화가 되어 미증유의 거력(巨力)을 얻을 수 있었다.

[기본 능력치] 공격력 150(+30)(+135), 치명타 확률 +20(+4)(+18)%

[특수 능력치] 치명타 데미지 +50(+10)(+45)%, 모든 능력치 +10(+2)(+9)

[특수 효과] <끊어지지 않아(A) : 내구도가 20배 상승합니다.>, <거미줄보다 더 좋아(A) : 대상을 좀 더 강력하게 붙잡을 수 있습니다.>, <더 때려줘(B) : 특이한 취향을 지닌 존재에게 최고의 환희(歡喜)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강화 효과] <+5강화 효과 : 치명타 데미지 +70%>

<+7강화 효과 : 민첩 +70>

[보너스 효과] (1) 이동속도 +5%, (2) 민첩 +12.

강화 덕분에 기본 능력치가 상승하고 특별한 강화 효과가 두 개나 추가되었다. 2~5강은 한 번 강화할 때마다 +10%씩 기본 능력치가 올라갔고 +6은 20%, +7은 30%, +8은 40%, +9는 50%, +10은 100%가 올라갔다.

‘강화 효과도 딱 내가 원하는 것들만 두 개 붙었네.’

치명타 데미지와 민첩은 상혁이 현재 가장 선호하는 능력들이었다.

상혁은 능력치 세팅 자체를 ‘치명타’ 위주로 해놓았다. 치명타 확률과 치명타 데미지를 올리는 건 물론이고 치명타와 연관 있는 기본 스텟인 민첩도 많이 올려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신경 쓴 건 힘이었다.

힘은 공격력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치명타 위주의 세팅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공격력이 부족하면 딜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방어 쪽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 민첩을 올리면 회피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방어에 대한 투자는 오로지 회피 능력과 관련된 것만 올렸다.

나머지는 그냥 자신이 가진 아주 특별한 힘인······ ‘자이언트 블러드’에 의존하고 있었다.

거인의 인내. 이것이라면 부족한 방어 능력을 충분히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 무기는 당분간 바꿀 일이 없을 것 같고······ 강화석을 모아서 보조 무기인 은월편을 강화하고 그다음은 방어구를 강화하면 되려나? 아,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제대로 된 방어구를 구해야겠네.’

지금까진 아이템보단 타이틀에 더 공을 들였지만 이젠 슬슬 아이템도 세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지옥불 사막은 대륙 자체가 마치 던전과 같아서 유저들을 마지막으로 테스트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옥불 사막을 넘어 영웅의 대지나 태양의 대륙에 가게 되면 본격적으로 수많은 콘텐츠가 등장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미리 아이템까지 모두 세팅을 끝내놔야 했다.

‘그러고 보니 할 게 너무 많네. 라이브채널도 따내야 하고······ 슬슬 내 뒤통수를 쳤던 녀석들도 하나씩 찾아봐야 하고······.’

상혁의 머릿속엔 끊임없이 해야할 일이 떠올랐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만 같은 상황.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해질 필요가 있었다.

“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차분히 풀어가 보자.”

상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급하게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되는 법이었다.

상혁은 만년금골편을 오른팔에 감은 후 튠의 경매장을 찾아갔다. 그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금산 상단의 상인 NPC를 찾아가 NPC가 구매한 아이템을 전부 다 거둬들였다.

상인 NPC는 상혁이 설정해놓은 세부 조건에 맞는 물건을 모조리 구매해놨기 때문에 공간확장가방에 아이템이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아이템을 거둬들인 상혁은 바로 팔콘시로 이동해 그곳에서도 아이템을 거둬들였다.

팔 물건들도 정리해 적당한 가격에 경매장에 올린 상혁은 로그아웃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대리해 비선을 관리하고 있는 일리아를 찾아갔다.

* * * *

정보 열람의 결과는 일리아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보 수집의 결과는 일리아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보 조작의 결과는 일리아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혁은 일리아를 찾아오자마자 어제 사용했던 조직 스킬의 결과를 받아보았다. 비선의 조직 스킬은 24시간마다 한 번씩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쿨이 돌아올 때마다 돌리는 게 좋았다.

“말씀하신 몬스터에 관한 정보는 제가 따로 보고서를 올렸으니 그것을 열람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찾아보라고 하신 사람은 계속 찾아봤는데 알고 계시는 정보만으론 정확하게 특정을 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관련 정보를 수집해서 이것 역시 따로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일리아가 올린 보고서는 따로 관리창을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 편하게 확인을 하면 되었다.

“마지막으로 말씀하신 아이템들에 대한 저평가 소문은 계속 흘리고 있습니다.”

정보의 열람과 수집 그리고 조작은 상혁이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장악한 비선의 영향력이 황혼의 땅에 한정된다는 점이었다.

“오케이, 고생했다.”

상혁은 일리아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격려를 해주었다.

“근데 일리아. 내가 전에 말했던 지옥불 사막 진출은 정말 불가능한 거야?”

이 질문은 벌써 세 번째 묻는 것이었다. 그만큼 상혁은 황혼의 땅을 벗어나 지옥불 사막에도 비선의 NPC들을 뿌려두고 싶어했다.

“그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쪽엔 서로의 영역이란 게 존재합니다. 그들이 황혼의 땅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죠. 일종의 상호불가침 조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깰 순 없는 거야?”

“그걸 깨는 건 전면전을 하자는 건데······ 이 상호불가침조약은 아주 오래전 위대한 ‘그림자 왕’께서 만든 조약이라······ 아무리 비선주님이라고 해도 깨실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림자 왕인가······. 아쉽네. 아쉬워.”

일리아의 말을 들은 상혁은 뭔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비선주님이 진정으로 다른 지역의 비선을 부리고 싶으시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응? 방법이 있어?”

모든 조건이 만족되어 숨겨진 메인 퀘스트 ‘그림자 왕’의 길이 시작됩니다. 본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아주 중요한 몇 가지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이 퀘스트는 거절할 수 없고 무수히 많은 연속 퀘스트로 이뤄져 있습니다.

빛의 뒤편에 생겨난 어둠. 그리고 그 어둠을 걷는 이들······ 당신의 도전이 꼭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히든 메인 퀘스트 ‘그림자 왕’을 받았습니다.

‘허어! 숨겨진 메, 메인 퀘스트?’

상혁은 갑자기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퀘스트가, 그것도 무려 메인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숨겨진 메인 퀘스트란 건 처음 듣는 것이긴 했는데 어쨌든 메인은 메인이었다.

‘이런 게 있었어? 메인 퀘스트는 오로지 태양신의 부활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정말 내가 모르고 있던 게 생각보다 많구나.’

“네, 방법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비선주님께서······ 지옥불 사막의 비선을 접수하시면 됩니다. 이건 오로지 비선주님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히든 메인 퀘스트 ‘그림자 왕’의 첫 번째 연계 퀘스트인 ‘지옥불 사막의 비선’이 생성되었습니다.

역시 메인 퀘스트라 그런지 그것과 엮여 있는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정확한 건 알지 못했지만, 전생에 들었던 소문에 의하면 가장 널리 알려진 메인 퀘스트인 ‘태양신의 부활’과 같은 경우만 해도 그것과 엮인 연계 퀘스트만 무려 30종류가 넘어갔다고 알려졌었다.

‘이건 워낙 큰 그림이라 나도 감이 잘 안 오네.’

메인 퀘스트는 워낙 크고 복잡한 퀘스트라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이 지나도 클리어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기에 상혁은 당장 메인 퀘스트를 받았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린 큰 그림에 또 하나의 큰 밑그림이 더해졌다고 생각하자.’

상혁은 차분히 마음을 정리한 후 일리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결국,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거네?”

“네, 저희는 불가침조약 때문에 이 부분에서만큼은 아무런 도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일리아의 말을 들은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한 번 따로 알아볼게.”

일리아의 보고를 받는 걸로 마지막 할 일까지 다 끝낸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였다면 일리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로그아웃을 한 후에도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바로 레인보우를 빠져나왔다.

퀘스트(Quest), 그림자 왕의 길 [신화, 히든, 메인]

-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그 어둠의 길을 걸어 그림자의 왕좌에 오를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전설이자 신화(神話)가 될 것이다. 칠흑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자여······ 너의 앞길에 어둠의 축복이 함께하길······.

[연계 퀘스트]

- 첫 번째 연계 퀘스트 ‘지옥불 사막의 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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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일이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 오네.’

레인보우를 빠져나와 퀘스트의 상세 내용을 확인한 상혁은 과연 메인 퀘스트답다는 생각을 했다.

퀘스트까지 전부 확인한 상혁은 곧장 로그아웃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접속 제한 시간이 다가오기도 했고 솔직히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다.

상혁은 게임을 빠져나오자마자 일단 잠부터 잤다. 현재 그는 22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침대에 쓰러지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 * * *

다섯 시간 동안 푹 자고 일어난 상혁은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그동안 바빠서 거의 하지 못했던 운동을 했다. 이른 새벽에 목검을 한 자루 들고 인적이 없는 집 근처 공터로 가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검을 휘두른 후 다시 한 시간 동안 동네를 크게 몇 바퀴 달렸다.

그렇게 찌뿌둥한 몸을 푼 후 집에 들어와 시원하게 샤워를 한 상혁은 오늘도 역시 고영양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으며 인터넷을 켰다.

EL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도 벌써 7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유저는 끊임없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매일매일 DN의 동시접속자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EL 신드롬’이란 말이 탄생했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이었다. 20~30대 청년들은 물론이고 MMORPG의 진한 향수가 있던 40~50대의 아저씨들까지 열혈 추종자가 되었다.

심지어 게임과 거리가 좀 있다는 여자들 사이에서도 전에 없던 인기를 얻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게 일시적인 현상이고 현재는 거품이 너무 많은 상태라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상혁은 그들이 나중에 다 입을 닥치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EL의 동시접속자 수는 앞으로 3년 후까지도 계속 꾸준히 올라간 후 그 뒤로 거의 5년 동안 아주 소폭으로 떨어졌다 올랐다는 반복하게 된다.

한국은 몰라도 EL은 아는 외국인들도 수없이 많아질 것이고 오로지 쾌적하게 EL을 하기 위해 한국에 이민을 오는 사람들도 생겨날 예정이었다.

어쨌든 EL의 인기가 이렇게 계속 오르는 것과 비례해 커뮤니티의 규모도 계속 커졌는데 현재 상혁이 보고 있는 인게임즈만 해도 나중엔 그냥 EL 전문 사이트로 바뀌었다.

이미 지금부터 그럼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상혁은 시리얼을 먹으며 언제나처럼 인게임즈를 쭉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인게임즈는 평소와 좀 달랐다.

‘응? 무슨 일이 터졌나?’

오로지 한 가지 이슈만이 인게임즈의 모든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었다. 인게임즈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런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이었다.

궁금증이 생긴 상혁은 인게임즈 게시판 중 가장 핫한 게시물만 모여 있는 ‘화제의 글’ 게시판으로 이동해 무슨 일이 터졌는지 확인해 보았다.

이번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해놓은 한 개의 글만 읽었음에도 상혁은 정확히 어떤 일이 터진 지 알 수가 있었다.

‘붉은 피라미드 전쟁!’

물론 지금은 전쟁이란 단어를 붙일 순 없었다. 굳이 지금 상황에서 이름을 붙인다면 ‘붉은 피라미드 논란’ 정도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혁은 이 논란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과거 그가 속해 있던 작업장 길드가 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23장] 전쟁상인(戰爭商人)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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