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42화 (42/127)

< [22장] 돈이 돈을 버는 세상 (1) >

@ 돈이 돈을 버는 세상.

“그렇지 거기선 오른쪽으로 피해야지. 오오, 이 상황에서 반격? 죽이네!”

감탄을 연발하며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는 남자. 그는 방송에 심취해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상문아. 정신 사나우니까 진정 좀 해라. 어제까지만 해도 다 푸 TV에서 방송하는 애들은 다 쓰레기라며? 근데 오늘은 왜 그렇게 흥분하고 난리야?”

흥분한 남자의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얘길 했다.

“아, 미안. 근데 형 그건 내가 이 방송을 보기 전에 했던 말이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어떻게 바뀐 건데?”

“이 사람 빼고 다 쓰레기.”

“걔가 누군데?”

“형 요즘 얘 모르면 간첩인데. BJ질풍이라고 몰라?”

“질풍? 아! 거인의 동굴 솔플 유저?”

“맞아.”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 대단하긴 한가보네?”

“대단해. 진짜 대단해.”

“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하는 건 처음 보는 거 같다.”

“솔직히 방송을 보면 내 예상마저 뛰어넘을 때도 종종 있어. 얜 진짜 대박이야.”

“그 정도야? EL 최고의 실력을 지닌 ‘투신(鬪神) 태풍’께서 인정할 정도라······. 그럼 혹시 만약에 너라면 어떨까? 너라면 거인의 동굴 솔플이 가능할 거 같아?”

“으음······ 솔직하게 말하면 반반이야. 여러 가지 준비를 철저히 하고 미리 충분히 연습을 하면 불가능할 것 같진 않긴 해. 근데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깔끔하겐 못할 거 같아. 저 유저는 마치 거인의 동굴에서 솔플을 수천 번은 해본 유저처럼 모든 움직임과 기술사용이 완벽해. 아 진짜 아름다울 지경이야.”

“야야, 적당히 해라. 넌 라이징 길드의 에이스란 걸 잊지 마. 솔직히 지금은 남의 플레이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가뜩이나 황혼의 땅에서 제대로 성과를 못 낸 것 때문에 애들이 잔뜩 벼르고 있는 거 알잖아. 남의 방송 보면서 흥분하지 말고 지옥불 사막에서 제대로 달릴 준비나 해라.”

“형,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벼르고 있다는 걸 잊은 거야? 두고 봐. 지옥불 사막에 등장하는 첫 네임드 몬스터는 무조건 우리가 제일 먼저 잡는 거야!”

상문, 아니 태풍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유저였다.

“그래, 그러니까 방송 그만 보고 접속할 준비하자. 애들 말로는 지옥불 사막에서 카르마 특이점을 하나 발견했다고 하더라.”

라이징길드의 길드마스터인 슈팅스타는 지옥불 사막에서만 큼은 그 어떤 길드에도 뒤처지지 않을 작정으로 열심히 노력을 했고 그 결과가 슬슬 나오고 있었다.

“카르마 특이점? 근데 그걸 사냥하는데 꼭 내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솔직히 강화된 몬스터들이라고 해봤자······.”

“이번 건 좀 특이하데. 지금까지 알려진 강화된 몬스터들 말고 또 다른 변화가 있다고 연락이 왔어.”

“엥?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정확한 건 나도 들어가서 다시 들어봐야 할 거 같은데······ 특이점이 1단계가 끝이 아니라 2단계도 존재하는 거 같아.”

“오우, 우리가 알고 있던 게 전부가 아니었던 건가? 근데 진짜 형······ 얼마 남지도 않은 거 같은데······ 나 이것만 마저 보고 가면 안 될까? 단순히 재미가 있는 수준을 넘어서 얘의 전투를 보고 있으니까 자극이 엄청나게 되거든. 그래서 정말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질풍이란 유저가 대단하긴 한가 보네.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이라는데······ 어디서 그런 괴물이 튀어나왔을까?”

슈팅스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EL의 대형 길드들도 주목하는 BJ 질풍. 하지만 정작 질풍, 아니 상혁은 그들의 관심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 * * *

대규모 연계 퀘스트 ‘대상단(大商團)’의 마흔세 번째 의뢰가 완료되었습니다. 튠에 있는 상단 관리자를 찾아가서 마지막 퀘스트를 받으세요.

“휴, 드디어······.”

지옥불 사막 전역에서 랜덤하게 등장하는 ‘붉은모래도적단’이라는 인간형 몬스터들을 정확히 1,000마리를 잡자 드디어 가장 지겨웠던 마흔세 번째 의뢰가 완료되었다.

상혁은 지옥불 사막에 도착하자마자 이 대규모 연계 퀘스트인 ‘대상단’ 퀘스트를 시작했었다.

그 뒤로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틈틈이 이 연계 퀘스트는 계속 클리어해 왔었다.

상혁이 최근 골드를 악착같이 모은 이유도 이 대상단 퀘스트 때문이었다.

사실 대상단 퀘스트는 상혁의 전생엔 무려 3개의 대형 길드가 연합을 해서 최초로 클리어한 퀘스트였다. 그것도 지금 시점이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대략 1년 정도가 지나서야 클리어가 되었었다.

이 퀘스트는 특이하게 처음부터 대부분의 유저에게 알려졌었다. 이 퀘스트의 난이도 자체는 아주 어렵진 않았다.

다만 마지막 연계 퀘스트인 마흔네 번째 퀘스트가 좀 지독할 뿐 앞선 마흔세 개의 퀘스트는 생각보단 쉽게 클리어할 수가 있었다.

이 퀘스트가 유명해진 이유는 오로지 이 퀘스트를 통해서만 상단(商團)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단이란 EL 내부에서 유저가 직접 여러 종류의 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길드와 비슷한 것이었다.

물론 길드와는 다르게 취급되었기 때문에 길드에 만든 상태에서도 상단은 또 따로 생성을 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상단은 왜 만드는 걸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었다.

일단 첫 번째는 상단을 만들어야지만 상거래 전용 NPC인 ‘상인(商人)’을 고용할 수가 있었다. 다른 NPC들이 유저들과의 거래는 물론이고 경매장이나 위탁 판매소 이용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과 다르게 상인들은 유저들과 거래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매장이나 위탁 판매소를 이용할 줄 도 알았다.

그냥 제자리에 서서 일방적으로 물건을 팔기만 하는 벤더 NPC와는 전혀 다른 인공지능을 지닌 NPC라고 보면 되었다.

이 상인 NPC들을 이용하면 경매장이나 위탁 판매소에서 죽치고 앉아서 물건을 사고팔 필요가 없었다. 물론 상인 NPC를 고용하는 데도 돈이 들어갔지만 그들은 제법 돈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었기 때문에 들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아깝진 않았다.

두 번째는 오로지 상단만이 마을이나 도시에 상점을 열 수가 있었다. 개인 명의로는 아무리 억만금을 주어도 도시나 마을에 상점을 개설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드디어 마지막 퀘스트만 남게 된 상혁은 마흔세 번째 연계 퀘스트를 완료한 후 곧장 튠으로 귀환을 했다.

* * * *

“그 극악무도한 녀석들을 이렇게 적극 처리해주다니··· 자네가 얼마나 우리 상인들을 생각해주는지 알게 되었네. 이 정도라면 자네도 우리들과 고용 계약을 할 수 있겠군. 어떤가? 관심이 있나?”

대규모 연계 퀘스트 ‘대상단(大商團)’의 마흔네 번째 의뢰인 ‘상단 생성’이 추가되었습니다.

상단연합회에 허가를 받아 상단을 생성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상단연합회는 그 자체가 거대한 이권집단이기 때문에 생성을 위해선 상단연합회에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참고로 상단연합회는 상단 연합의 질서를 위해 차원여행자에겐 정확히 다섯 개의 상단 생성만 허락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조차 사라질 수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상혁은 드디어 마흔네 번째 연계 퀘스트를 받았다. 수많은 유저들이 상단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거의 99%는 여기서 막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 마흔세 가지의 퀘스트는 애들 장난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0 / 8,000,000골드’

퀘스트 창에 떠 있는 골드는 무려 800만이었다. 즉, 800만 골드를 상단연합회에 지불해야 상단 운영권을 내주는 것이었다. 보통의 상식으론 이걸 지불할 개인 유저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

‘크으······ 역시 비싸긴 하다.’

800만 골드는 보통 유저들은 평생을 EL을 플레이해도 만져보기 힘든 돈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달랐다.

그는 지금까지 계속 골드를 긁어모은 결과 수중에 2천만 골드에 가까운 골드가 쌓여 있었다.

이게 얼마나 큰돈인지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해주자면 지금 골드와 현금 비율이 1만 골드에 40만 원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즉, 2천만 골드면 현금으로 8억 정도의 돈이란 뜻이었다.

더 재미있는 건 EL의 인기가 계속 올라가면서 골드의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지금은 골드를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더 많아서 판매자를 구하는 게 힘든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의 전생을 기준으로 한다면 당시 최초로 상단을 생성한 3개 길드연합이 지불한 800만 골드는 현금화 가치론 4억 정도 했었다.

게임 안에서 상단 하나를 만드는 데 현금 4억의 값어치를 지닌 골드를 사용한 건 언뜻 보면 어리석은 짓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최초로 상단을 결성한 3개의 길드가 나중에 얼마나 큰 부를 축적했는지는 상혁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니까!’

상혁은 망설이지 않고 은행 계좌를 연결해 800만 골드를 일시에 완납했다.

8,000,000 / 8,000,000 골드를 모두 완납하셨습니다.

“오, 자네······ 보기보다 대단한 능력자였군. 축하하네. 이제 자네는 어엿한 대행수(大行首)가 되었네!”

상단을 생성하셨습니다. 상단 이름은 관리자 모드에서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기타 상단의 모든 기능도 관리자 모드에서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차원여행자 최초로 상단을 개설했습니다. 이 업적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유일 등급 타이틀 ‘최초의 대행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상단을 만든 상혁은 그 자리에서 상단 관리자를 통해 일단 2명의 C급 상인 NPC를 고용했다. 그들은 주급을 받으며 일하는 NPC였는데 그나마 C급이라 주급이 이천오백 골드 밖에 하지 않았다.

B급은 오천 골드, A급은 만 골드 그리고 S급은 무려 2만 골드의 주급을 줘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싼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진 S급 상인 NPC의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 장사는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반복 판매, 구매 기능만 가지고 있는 C급만 있어도 충분했다.

‘이름은······ 대충 금산(金山)이라고 하자.’

황금의 산을 쌓겠단 의미로 지은 금산.

이렇게 ‘금산 상단’은 다소 허무하게 만들어졌다.

‘일단 C급 한 녀석은 팔콘시로 보내고······ 나머지 한 녀석은 튠에 나둬야겠군.’

상혁은 황혼의 땅과 지옥불 사막에서 가장 큰 두 도시에 자신이 고용한 두 명의 상인 NPC를 각각 상주시켰다.

상인 NPC들은 간단하게 설정만 하면 알아서 그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했다. 굳이 벤더NPC처럼 상혁이 직접 옮길 필요가 없었다.

팔콘과 튠에 상주시키는 C급 상인 NPC의 역할은 간단했다. 상혁은 그들을 24시간 경매장과 위탁 판매소를 검색하면서 상혁이 지정한 아이템들이 설정해놓은 가격 이하로 올라오면 그것들을 구매하게 설정해 놓았다.

혹시라도 돈이 부족해 물건을 사재기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돈은 넉넉히 채워주었고 동시에 가장 큰 공간확장가방도 건네주었다.

이 정도라면 상혁이 하루, 이틀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가방을 꽉 채워놓을 정도는 되었다.

이로써 상혁은 시간이 날 때마다 경매장이나 위탁 판매소에 들릴 필요가 없어졌다. 상인 NPC들이 알아서 상혁에게 필요한 아이템들을 기준가 아래로 사재기해주니 상혁은 계속 골드만 채워주면서 하루에 한 번 정도만 들려서 아이템을 수거해 가면 그만이었다.

이게 금산 상단의 첫 사업이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저평가된 아이템들을 모조리 사드리는 것······ 상혁은 이걸 통해 훗날 금산 상단을 경매장의 시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큰손으로 키울 생각이었다.

원래 상혁의 전생에도 경매장엔 보이지 않는 몇몇 큰손들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의 의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었던 아이템도 많았다.

그걸 알고 있었기 상혁은 금산 상단을 통해 아예 자신이 유일무이한 큰손이 되어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저평가된 아이템은 당분간 계속 등장한다. 난 그것들을 대부분 알고 있으니 그것만 선점해도······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상혁은 이 사업만큼은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물론 상혁은 앞으로 금산 상단을 통해 이것 말고도 수많은 사업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사업들도 대부분 상혁이 신경 쓰지 않아도 상인 NPC들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다.

상혁이 800만 골드라는 큰돈을 쓰면서까지 상단을 만든 이유······ 그건 바로 골드는 상단을 통해 따로 벌고 자신은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시간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상혁은 사냥터로 떠나기 전 우선 새롭게 얻은 타이틀을 확인해 보았다.

호칭 - ‘최초의 대행수’

등급 – 유일(唯一)

설명 – 차원여행자 최초로 상단을 만들고 대행수가 되었습니다.

효과 - [접두: 모든 NPC에게 물건을 팔 때 10% 추가금을 받음.] [접미: 모든 NPC에게 물건을 살 때 10% 할인을 받음.] [상시 지속 효과: <임금 동결(A) : 모든 등급의 상인 NPC를 고용했을 때 지급해야 할 주급이 30% 깎임.>]

‘굿, 굿! 아주 좋아!’

최초의 대행수는 비싼 상인 NPC의 주급 부담을 엄청나게 내려주는 아주 훌륭한 타이틀이었다. 이 타이틀 덕분에 앞으로 상혁이 직접적으로 얻게 될 금전적인 이득은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상혁은 타이틀을 확인한 후 기분 좋게 지옥불 사막으로 향했다. 상단을 만들며 골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상혁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노리고 있었던 이동형 비밀 던전인 ‘개미지옥 던전’을 향해 떠났다.

< [22장] 돈이 돈을 버는 세상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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