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41화 (41/127)

< [21장] 방송 시작 (2) >

* * * *

[푸 TV에 괴물 출연!]

[님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푸 TV에 가면 거인의 동굴을 솔플하는 유저가 방송을 시작했어요.]

[BJ질풍! 빨리 가서 봐요!]

[나 지금 보고 있는데 말이 안 나온다. 지금 본방은 1,000명 풀로 꽉 찼고 중계방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빨리 가서 봐라.]

[이거 진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거인의 동굴 맞는 거예요? 누가 사기 치고 있는 거 아님?]

[EL에 핵이라도 나온 거야? 핵 밖에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은데.]

[라온 소프트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게 핵인데 설마 핵이겠어? 진짜 핵이라면 조만간 어떤 식으라도 얘기가 나오겠지.]

[와, 순식간에 지하 2층도 돌파했어.]

[어! 지하 3층으로 내려간 후 방송 끝났다.]

[뭐야? 내일 같은 시간에 시작하겠단 메시지만 남기고 방송이 종료됐네.]

[끝까지 말은 한마디도 안 하던데 계속 신비주의 컨셉으로 밀고 나가겠단 건가?]

[와, 그나저나 진짜 핵인지 아닌지가 제일 궁금하네. 핵이 아니라면······ 이게 말이 되는 건지도 궁금하고.]

[이미 내가 라온 소프트에 신고함.]

[나도 신고했는데. ㅋㅋㅋ 신고한 애들 엄청나게 많던데 어떻게든 내일까지 결과가 나오겠네.]

······

······

“하루에 두 시간······ 일단은 두 시간씩만 방송하고 나중에 버스 영업이 본격적으로 잘 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네 시간 정도로 늘리면 되겠네.”

방송을 종료한 상혁은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 3층은 영업비밀이라 할 수 있었으니 공개하지 않는 게 맞았고 지하 4층의 하늘 거인은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모든 능력치가 하락되어 있고 주 무기도 봉인한 상태에선 잡을 수가 없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볼까?’

상혁은 게임에서 로그아웃한 후 곧장 인게임즈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곳에 글을 하나 남겼다.

[BJ 질풍이 거인의 동굴 4층 입구 마킹 버스 서비스 시작합니다. 우선은 하루에 6명씩 예약받으며 경매식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불러주진 6분을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기본 가격은 만 골드부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파티를 맺고 뒤에서 안전하게 구경만 하시면 됩니다. 예상 공략 시간은 넉넉하게 두 시간 정도를 생각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도 확실히 해드리고······ (하략)]

상혁이 적은 글은 바로 마킹 버스 시작을 알리는 글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간 다른 유저들이 시작하게 될 서비스······ 상혁은 그걸 한 발 먼저 시작해 아주 비싸게 버스 요금을 받을 생각이었다.

상혁이 기본 가격으로 설정한 가격 자체가 매우 높았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유저들끼리 경쟁을 붙여놨으니 가격은 무조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현재 거인의 동굴 지하 4층에 도착해 있는 유저들은 흔히 말하는 최상위권 랭커들뿐이었다. 그런데 상혁이 그곳까지 돈을 받고 버스를 태워주겠다고 했으니 돈은 많은데 실력이 부족한 유저들은 당연히 큰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혁이 이런 마킹 버스 영업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비싼 버스 요금만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더 많은 유저들이 더 빨리 지옥불 사막으로 넘어오면 당연히 상혁이 팔고 있는 지옥불 사막 지도는 더 많이 팔릴 게 분명했다.

이거야말로 하나의 돌로 두 마리 새를 잡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 * * *

“그래서 핵 같은 건 절대 아니란 것이죠?”

서원태는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

“네, 몇 번이고 반복해서 확인했지만, 핵 사용 흔적은 절대 없었습니다.”

“그럼 진짜 자신의 실력만으로 거인의 동굴을 솔플 했다는 건가요?”

“네, 그런 거 같습니다. 카오스에게 확인을 해봤더니 그가 바로 최초로 거인의 동굴을 클리어한 것도 맞고 그때도 솔플을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보고서에도 적혀 있어서 알고는 있는 내용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데······ 이게 진짜 가능한 건가요?”

“솔직히······ 저희도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카오스는 뭐라고 합니까?”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 범위 안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오히려 자꾸 그 유저에 대해 물어보니 DN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알려줄 수 없는 것들도 있다고 대답하더군요. 아무래도 카오스는 자신이 판단했을 때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으면 모든 일을 자체적으로 처리 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이 보고가 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흐음, 내가 그렇게 만들도록 했으니까 이해는 되는데······ 이게 무한자유도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인 건가······ 확실히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렵군요. 그렇다고 카오스의 설정을 다시 바꾸는 건 절대 불가능하고······.”

카오스는 한 마디로 EL 세상의 신이었다. 그렇기에 EL의 운영팀이나 개발팀도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무조건 카오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카오스는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해결했고 몇몇 특별한 일에 관해서만 운영팀이나 개발팀에 보고했다.

적어도 카오스가 생각할 때 거인의 동굴 솔플 클리어는 특별히 보고할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저희도 네임드 몬스터들을 팀플레이가 아닌 솔로 플레이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질 못해서 그와 관련된 업적조차 만들지 않았지 않습니까? 비슷한 논리로 카오스는 팀플레이와 솔로 플레이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거야말로 정말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유저가 나타나서 생긴 어처구니없는 오류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새롭게 솔로 플레이 업적 같은 걸 추가한다고 해서 카오스가 팀플과 솔플의 차이를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군요. 그 유저에 관해서는 카오스가 아닌 운영팀에서 외부 감시를 통해 꾸준히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는 걸로 하죠.”

서원태는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파격적인 유저가 등장했다고 해도 그 유저를 관찰하기 위해 카오스의 설정을 바꾸는 건 오히려 잘 유지되고 있는 카오스 시스템을 흔들 수가 있었다. 그건 서원태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운영팀장도 서원태의 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 역시 서원태만큼이나 카오스의 무한자유도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게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 * * *

“BJ질풍이라······ 이런 유저가 있었다니.”

레드라인길드의 길드마스터 레드선은 보고 있던 인터넷창을 닫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모든 게 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실력은 정말 엄청난 거 같아. 영입이 가능하다면 무조건 영입해야겠지?”

레드선의 오랜 친구이자 레드라인길드의 부길드마스터인 터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근데 문제는 정말 처음 보는 유저라는 사실이지. 최상위권 랭커라면 한 번 정도는 봤어야 정상인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의문의 실력자인 느낌이야.”

“나도 그게 이상하긴 해.”

“일단 뭐 찾아는 보자. 찾으면 영입도 시도해보고······ 근데 어째 내 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네.”

“알았어. 일단 찾아라도 볼게. 아! 근데 장미기사단은 어쩔 거야? 저렇게 자꾸 라인의 명령 체계를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하는데······ 계속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

레드라인 길드는 EL 5대 길드 라인 중 하나인 ‘레드’의 마스터 길드였다. 그리고 그들 바로 밑에 장미기사단이 있었다.

레드라인 길드가 마스터길드인 건 사실이었지만 최근 들어 장미기사단이 급성장해서 레드라인 길드의 통제에서 슬슬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흐음······ 근데 걔들 진짜 하늘 거인을 최초 킬 한 거 맞아?”

“일단 지옥불 사막 관련 스크린샷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올린 시간을 보니 맞는 거 같긴 하던데······.”

“근데 내가 저번에 슬쩍 떠보니까 최초킬 보너스에 대해 전혀 모르던 눈치던데?”

“잉? 정말?”

“그뿐 아니라 최초 타이틀도 모르는 눈치였어.”

“허어······ 뭐지······.”

“사실 너도 알다시피 지금 EL에서 최초킬 보너스랑 최초 타이틀을 알고 있는 게 우리랑 테리쿨룸 밖에 없잖아. 하수도 던전의 ‘하르칸’과 거대고목 던전의 ‘아나탄’ 말고는 그런 걸 주는 네임드 몬스터가 없었었으니까. 그래서 난 이번에 장미기사단 얘들이 하늘 거인을 최초킬 했다고 해서 이 비밀을 녀석들도 알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 솔직히 우리가 하르칸을 잡을 때 장미기사단 얘들이 많이 도와줬잖아. 그런데 우린 걔들 몰래 최초킬 보너스를 그냥 꿀꺽 해버렸고······ 그래서 걔들이 비밀을 알게 되면 분명 어떤 식으로라도 얘기가 나올 거 같아서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더라고······. 심지어 너무 이상해서 내가 직접 떠봤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 이게 정말 이상해.”

최초킬에 관한 비밀은 레드라인의 레드선과 테리쿨룸의 쿤이 나중에 따로 만나 지킬 수 있을 때까진 서로 지켜보자고 약속까지 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적어도 지금까진 잘 지켜져 왔었다.

“이상하긴 하다. 설마 하늘 거인엔 최초킬 보너스가 적용 안 되는 거 아닐까?”

“그건 말도 안 돼. 하르칸이나 아나탄에게도 적용되는 게 하늘 거인에 적용이 안 될 리가 없잖아.”

“하긴 그러네. 그럼 도대체 뭐야?”

“어쩌면······ 걔들이 최초가 아닐지도······.”

레드선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장미기사단 쪽은 그냥 놔둬. 우리보다 나흘 먼저 하늘 거인을 공략했다고 우쭐해 있는 거 같은데······ 조만간 우리가 왜 마스터 길드인지를 보여줘야지.”

같은 라인이라고 해서 언제까지고 연합 동맹이 유지될 순 없었다. 그건 지금까지 수많은 게임에서 대형 연합을 유지해본 경험이 있는 레드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연합 동맹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몇 가지 요령을 알고 있었다.

길드와 길드 간의 치열한 경쟁.

신대륙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 공개될수록 이 경쟁은 더더욱 심해질 예정이었다.

* * * *

[그래서 버스 요금이 얼마래?]

[BJ질풍이 모든 걸 비공개로 진행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내 친구가 2만 골드를 질러놨는데 떨어졌데.]

[내 친구는 2만 5천 질렀는데 떨어졌단다.]

[헐, 도대체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은 얼마를 지른 거야?]

[미친 듯이 지른 거지. 지금 돈은 많은데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잖아. 그 사람들이 모두 몰려든 거지 뭐.]

[아, 빨리 시작하지. 방송이 정확히 언제 시작돼요?]

[매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만 방송한다고 하던데요.]

[으으, 기다리기 힘들다.]

[그나저나 라온소프트가 BJ질풍은 핵 사용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해줬다면서? 그거 어디서 확인함?]

[모든 1:1문의 답변에 다 그렇게 달렸데.]

[핵도 아닌데 거인의 동굴 솔플이라······ 진정한 괴물이 출현했네.]

[특정 길드 소속도 아니라고 하더라. 지금 최상위권 길드들도 이 사람 영입하려고 다 난리가 났데.]

······

······

오후 7시가 되려면 한 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벌써 인게임즈는 BJ질풍에 관한 얘기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BJ질풍, 아니 상혁은 지옥불 사막에 있는 붉은 전갈지대에서 열심히 전갈을 잡으며 강화석을 모으고 있었다.

상혁은 오후 6시 50분 정도가 되자 그제야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쯤 다들 입구에 모여있겠군.’

시간을 확인한 상혁은 곧장 하던 사냥을 마무리 짓고 거인의 동굴로 리콜을 탔다.

번쩍, 하얀빛과 함께 상혁이 나타나자 미리 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6명의 승객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상혁을 반겨주었다.

“방송 시작 전에 버스비부터 입금받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렸던 대로 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물론 여러분의 모습은 개인정보 보호기능을 활용해 철저히 숨겨드리겠습니다. 어차피 다들 뒤로 물러나 계시면 되니까 개인정보가 유출될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상혁은 주의 사항을 얘기한 후 곧장 버스비를 받았다.

버스비는 6명 모두 조금씩 달랐는데 가장 많은 돈을 낸 사람이 4만 4천 골드를 냈고 가장 적은 골드를 낸 사람이 3만 2천 골드를 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폭리였지만 상혁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버스비를 받았다.

“파티를 생성하겠습니다. 뭐, 다들 통성명은 필요 없으실 테니까 신분과 레벨은 모두 비공개 설정으로 만들겠습니다.”

상혁은 직접 파티를 만들었다. 당연히 신분은 비공개였다. 지금 상혁의 모습은 질풍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이 모습에서 자신의 본명인 불멸을 공개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순식간에 승객 6명과 7인 파티를 구성한 상혁은 그들에게 몇 가지 주의점을 더 얘기한 후 방송을 시작했다.

오후 7시. BJ질풍의 방송이 시작되자 질풍의 방에 시청들이 성난 파도와 같이 마구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본방이 꽉 차고 수백 개의 중계방이 생성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계방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거인의 동굴 공략을 시작했다.

물론 승객들은 뒤쪽에 안전하게 모셔두고 혼자서 오우거를향해 달려들었다.

< [21장] 방송 시작 (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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