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장] 골드 쓸어 담기 (2) >
* * * *
대동강 물을 가져다 팔았다는 김선달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상혁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드를 계속 쓸어 담았다.
강화 합성 스킬북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팔려나갔다. 어느 시점에선 살짝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가격을 조금씩만 낮춰주면 다시 불티나게 팔렸다.
여기에 상혁은 계속 지옥불 사막의 유명한 사냥터 몇 군데를 탈탈 털면서 강화석을 계속 모았고 그렇게 모은 최하급 강화석으로 몇몇 인기 아이템들을 +3강까지 강화해서 다시 팔콘시의 위탁 판매소에 올렸다.
당연히 이것도 대박이 터졌다.
분명 강화 합성 스킬북도 좋은 아이템이긴 했지만 +3강 무기나 방어구는 좋은 걸 뛰어넘어 이게 없으면 당장 경쟁자에게 확 밀려버릴 정도의 아이템이었다.
이렇다 보니 심지어 강화 합성 스킬북 대란 때 관망하는 포지션을 잡았던 ‘천’ 라인의 유저들도 +3강 아이템 대란엔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건은 아무리 비싸게 올려놔도 잘 팔렸다.
유저들은 그것들이 시간이 흘러 그들이 신대륙에 진출하면 지금 자신들이 사고 있는 가격의 1/1000 정도면 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란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상혁은 그렇게 한 달 동안 감히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골드를 쓸어 담았다.
대략 현재 EL를 주도하고 있는 다섯 개의 길드 라인에 속한 모든 유저들이 몇 달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골드가 상혁의 은행에 쌓여 버렸다.
보통 5대 길드 라인들은 한 라인당 10~20개 정도의 크고 작은 길드들이 속해 있었다. 그 길드들에 속해 있는 길드원의 숫자를 다 합쳐보면 대략 2,000명 정도였다.
그렇단 얘긴 상혁이 거의 10,000명의 유저들이 몇 달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열심히 모아야 하는 골드를 한 달도 되지 않아 벌었단 뜻이었다.
정말 독과점의 무서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장사는 여전히 계속 이어지고 있고 상혁이 슬슬 다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상혁은 ‘푸른 오아시스’가 아닌 지옥불 사막에서 가장 큰 도시라 할 수 있는 ‘튠’에 도착했다. 이곳이 마지막이었다. 상혁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일반 스킬인 지도 제작 스킬을 사용해 이곳을 마지막으로 입력했고 그 결과 드디어 지옥불 사막의 지도가 완성되었다.
지옥불 사막의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지도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상혁의 손에 들린 지도 한 장······. 상혁은 이것을 만들기 위해 지도 제작 스킬까지 배운 상태였다.
‘이제야 지워도 되겠네.’
상혁은 지도가 완성되자마자 곧장 약간의 카르마를 소모해 지도 제작 스킬을 지워버렸다.
사실 지도 제작 스킬은 일회용으로 배운 것이었다. 상혁은 현재 레벨이 48이었기 때문에 일반 스킬 슬롯을 네 개나 개방한 상태였다.
상혁은 그 네 개의 슬롯을 어떻게 채울지 이미 오래전에 다 구상을 끝내놓았었다.
카르마를 사용해 일반 스킬 ‘지도 제작’을 삭제했습니다.
비어 있는 일반 스킬 슬롯은 한 개입니다.
상혁은 지도 제작을 지워버린 후 그 자리에 강화 합성 스킬이면서 5번이나 강화를 한 ‘+5 긴급 수술’을 채워 넣었다.
일반 스킬 ‘+5 긴급 수술’을 배웠습니다.
비어 있는 일반 스킬 슬롯은 없습니다.
긴급 수술을 배운 상혁은 다시 한 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네 가지 일반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 Skill ] +6 고속 수영 (합성 / 일반)
- 일반 스킬 ‘수영’과 ‘전력질주’를 합성해서 만들 수 있는 합성 일반 스킬. 아주 빠른 속도로 수영할 수 있게 해준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물속에서 더 자유롭게 헤엄칠 수가 있었다.
강화 보너스 : (+2 보너스 : 수영 속도가 10% 빨라진다. ) (+3 보너스 : 잠영(潛泳)이 가능해진다.) (+4 보너스 : 물에서 소모되는 지구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5 보너스 : 수영 속도가 30% 빨라진다.) (+6 보너스 : 아주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물속으로만 떨어지면 생명력이 깎이지 않는다.)
재사용 대기시간 : 없음 (패시브)
[숙련도 : 21]
[ Skill ] +5 긴급 수술 (합성 / 일반)
- 일반 스킬 ‘응급 치료’와 ‘약초술’을 합성해서 만들 수 있는 합성 일반 스킬. 비전투시 간단한 수술을 통해 빠르게 회복 할 수가 있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더 빨리 수술을 할 수가 있다.
스킬 효과 : 5분간 간단하게 수술을 해 생명력을 30% 회복한다. (단, 5분 동안 비전투 상태가 이어져야 하고 중간에 전투가 시작되면 수술 실패 페널티로 오히려 생명력이 10% 깎인다.)
강화 보너스 : (+2 보너스 : 수술 실패 페널티가 5%로 줄어든다.) (+3 보너스 : 수술 성공 시 회복되는 생명력이 30%에서 40%로 증가한다.) (+4 보너스 : 수술 실패 페널티가 사라진다.) (+5 보너스 : 수술 성공 시 10분간 생명력 회복속도가 100% 증가 되는 ‘수술 경과 좋음’ 버프가 부여된다.)
재사용 대기시간 : 10분
[숙련도 : 4]
[ Skill ] +8 연속 회피 (합성 / 일반)
- 일반 스킬 ‘회피’와 ‘구르기’,‘탈출’, ‘동체 시력’을 합성해서 만들 수 있는 합성 일반 스킬. 짧은 시간 동안 회피능력이 크게 상승한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재사용대기시간이 줄어든다.
스킬 효과 : 4초간 회피 확률 20% 상승.
강화 보너스 : (+2 보너스 : 유지 시간 5초로 증가.) (+3 보너스 : 회피 확률 25%로 상승.) (+4 보너스 : 유지시간 6초로 증가.) (+5 보너스 : 회피확률 30% 상승) (+6 보너스 : 회피확률 40% 상승) (+7 보너스 : 유지시간 8초로 증가.) (+8 보너스 : 유지시간이 10초로 늘어나고 회피확률이 50% 상승한다.)
재사용 대기시간 : 1분 59초.
[숙련도 : 12]
[ Skill ] +5 천리안(千里眼) (합성 / 일반)
- 일반 스킬 ‘정찰’와 ‘관찰’ 그리고 ‘시력 상승’을 합성해서 만들 수 있는 합성 일반 스킬. 더욱 먼 곳을 볼 수 있게 된다.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스킬 효과 : 시야 범위 38% 증가.
강화 보너스 : (+2 보너스 : 시야 범위 48% 증가.) (+3 보너스 : 시야 범위 58% 증가.) (+4 보너스 : 시야 범위 68% 증가.) (+5 보너스 : 시야 범위 88% 증가.)
재사용 대기시간 : 없음 (패시브)
[숙련도 : 31]
상혁이 배운 일반 스킬들은 상혁의 전생에서 흔히 최고의 합성 일반 스킬로 분류되던 것들이었다.
고속 수영은 호수나 강 그리고 바다까지 들어가야 하는 EL의 환경 조건 때문에라도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것이었고 긴급 수술은 솔로 플레이만 고집하는 상혁에겐 아주 고마운 회복용 일반 스킬이었다.
그리고 천리안 같은 경우도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혁으로선 무조건 배워야 하는 일반 스킬이었다.
마지막으로 연속 회피는 상혁의 전생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일반 스킬이었다.
이걸 안 익혔으면 랭커가 아니란 소리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사실 상혁은 이번에 강화 합성 스킬북들을 팔 때 이건 팔지 않았다.
만약 이걸 팔았다면 진짜 엄청나게 이득을 볼 수 있었겠지만, 어차피 이건 지금 시점에 팔 필요가 없었다. 연속 회피의 합성 공식이 알려지려면 앞으로도 1년은 더 있어야 했기에 굳이 지금 당장 풀 필요가 없었다.
그 동안 꾸준히 모아두었던 연속 회피에 들어가는 재료 스킬북들은 모조리 자신의 연속 회피 스킬을 강화하는 데 사용했다. 덕분에 8강이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강화 수치까지 연속 회피를 강화할 수 있었다.
8강까지 강화를 하기 위해 상혁이 허공에 날려 먹은 재료 스킬북만 거의 2만 권에 가까웠지만 8강을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연속 회피는 혼자 다 먹어치웠지만, 나머지 강화 합성 스킬북들은 골고루 풀어주었다. 물론 자신이 사용할 걸 제외한 나머지는 다 안전한 +3강까지만 해서 팔았다.
‘이제 지도가 완성되었으니······ 슬슬 준비해볼까?’
상혁은 한 달 동안 열심히 골드를 긁어모으면서 지옥불 사막 전체를 돌아다니며 한 장의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도를 통해 그가 하려는 또 하나의 사업은······ 지도 판매 독점사업이었다.
* * * *
“NPC 벤더(Vender) 소환권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상혁은 튠에 있는 NPC 고용 센터에 와서 원하는 걸 얘기했다.
“계약 기간은요?”
“넉 달이면 될 것 같습니다.”
“계약 조건은요?”
“아이템 세 가지 판매에 몬스터 회피, 악인 강탈 회피까지 가능하고 자동 입금까지 할 수 있는 S급 NPC 벤더를 원합니다.”
“말씀하신 조건을 다 충족하는 S급 벤더의 고용 비용은 상당히 비싼데요. 괜찮으십니까?”
“가격은 상관없습니다. 아! 이왕이면 아름다운 여성형 NPC였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상혁의 조건을 모두 들은 고용 센터의 NPC는 고개를 끄덕이면 뭔가를 작성했다. 그리곤 곧장 상혁에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비용을 확인하시고 여기에 사인을 하시면 됩니다.”
서류에 적혀 있는 비용은 굉장히 비쌌다. 기본적으로 NPC 벤더를 고용하는 비용 자체가 비쌌었기 때문에 당연히 상혁이 얘기한 조건에 충족하는 S급 NPC 벤더의 고용 비용은 아주 비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혁은 망설이지 않고 사인을 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NPC가 상혁에게 소환주문서 한 장을 건네주었다.
“원하시는 위치에 벤더를 지정해서 소환하시면 됩니다. 어디에 소환하셔도 상관은 없지만 던전 안에는 소환할 수가 없고 한 번 소환하시면 위치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원하는 걸 얻은 상혁은 고용 센터에서 나와 곧장 튠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마킹북을 열고 ‘태초의 호수’라고 적힌 페이지 위에 최하급 마나스톤을 올려놓았다.
슈우우우우, 번쩍!
순식간에 리콜을 타고 태초의 호수로 이동한 상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입지 조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거인의 동굴은 앞으로 1~2주일 안에 뚫릴 수 있다.’
상혁은 그동안 꾸준히 커뮤니티의 글을 살폈었고 그 결과 지금 최상위권 유저들의 공략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는지 대충 알 수가 있었다.
‘내가 이것저것 전생에 없던 걸 많이 풀어서 그런가······ 확실히 전생 때보다 2~3주 정도 빠르게 공략이 되는 거 같네.’
사실 이번 일이 미래를 변화시킨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강화 합성 스킬북과 강화 아이템을 이렇게 풀어버렸는데 공략 속도가 안 빨라지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었다.
‘그럼 벤더는 혹시 모르니까 오늘 먼저 설치를 해두자.’
NPC 벤더는 일종의 노점상이라고 보면 되었다. 유저는 자신이 직접 벤더가 되어 물건을 팔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돈을 주고 NPC를 고용해 물건을 팔 수도 있었다.
물론 벤더 고용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설프게 고용을 했다간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위치는 저기가 딱 좋겠군. 전생에도 저기가 제일 명당이었어. 그리고 벤더에서 팔 물건은······.’
스윽.
상혁은 자신의 공간확장가방 안에 쌓여 있는 아이템들을 확인해 보았다.
‘음료수, 바람막이 그리고······ 지도!’
사막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시원함이 48시간 유지되는 ‘팔성사이다’와 이스트페이스의 마크가 선명히 박혀 있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아줄 얇은 바람막이 의류는 사실 그냥 구색을 갖추면서 동시에 한 가지 노림수 때문에 올려둔 것이었다.
상혁이 진짜로 판매하고자 한 것은 지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옥불 사막의 지도’였다. 그것은 심지어 상혁이 저작권까지 등록한 것이라 복사도 상혁만 할 수가 있었다. 즉, 오로지 구매자 혼자만 사용이 가능한 지도라는 뜻이었다.
언뜻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었다. 이 지도를 누군가 스크린 샷이나 동영상으로 찍어서 오프라인에 공개하면 그걸로 공유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EL에서 지도란 게 어떤 건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EL의 지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지도처럼 펼치면 뭔가를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게 아니라 지도 전용 슬롯에 장착해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 속 아이템이었다.
더군다나 스크린 샷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은 지도를 펼친 상태에선 작동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옥불 사막의 지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지도 슬롯에 넣어서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사용을 해야 했다.
이걸 눈앞에 최대한 크게 펼쳐놓고 진짜 지도처럼 활용하려고 했다간 아무런 이정표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에서 순식간에 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즉, 지옥불 사막의 지도는 편법이 별로 통하지 않는 지도란 뜻이었다.
상혁은 이걸 비싸게 팔아먹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비싸도 유저들은 이 지도를 살 수밖에 없다. 아마 사막에서 며칠 정도 헤매다 보면 지도를 사기 위해 다시 되돌아올걸?’
상혁은 과거 자신이 직접 사막에서 헤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경험했었기 때문에 이 지도는 무조건 잘 팔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강화 합성 스킬북과 강화 아이템을 통해 큰돈을 번 상혁. 하지만 그가 팔아먹을 건 아직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이미 지도를 완성해서 자신의 저작물로 등록해놓은 현시점에선 빈 종이 한 장만 있어도 지도 한 장을 뚝딱 복사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재룟값은 안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긁어모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끌어당겨야 한다.’
상혁은 언제까지 이런 장사가 통하진 않는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지도를 통해 최대한 많은 골드를 긁어모을 생각이었다.
< [20장] 골드 쓸어 담기 (2) > 끝
ⓒ 성진(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