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37화 (37/127)

< [19장] 최초의 방문자 (2) >

흑염룡 카드는 양날의 검과 같은 카드였다.

하지만 지금 상혁은 외줄 타기를 해서라도 하늘 거인을 쓰러트려야 했다.

오우거의 피와 오크 광전사의 심장이 아무리 비싸도······ ‘흑염룡의 폭주’가 유지되는 동안은 하늘 거인의 공격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바로 쓰러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해도······ 지금은 그 모든 위험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발만 삐끗해도 끝인 위험한 도전.

하지만 이 도전을 완수할 수만 있다면······ 기다리고 있는 보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 * * *

쿠오오오오오오!

하늘 거인은 천둥의 포효를 연속해서 사용하며 어떻게 해서라도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상혁은 이게 놈의 마지막 발악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더더욱 남은 힘을 쥐어짰다.

휘리리릭! 철컥!

상혁은 하늘 거인의 목을 만년금골편으로 휘감았다. 목이 워낙 두꺼워서 휘감는 것 자체가 일이었지만 진짜 마지막 순간이었기 때문에 모든 걸 무조건 해내야 했다.

‘이걸로 끝을 보자!’

하늘 거인이 분노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불과 1분도 남지 않았다. 대신 놈의 이마에 솟아오른 힘줄도 10개였다. 이 얘긴 진짜 놈의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상혁의 마지막 반격을 하늘 거인이 버텨낸다면 하늘 거인이 마지막 순간에 분노하며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었고 놈이 반대로 버텨내지 못한다면 하늘 거인이 쓰러지며 상혁이 14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하늘 거인 레이드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

드드득, 피잉! 파팟!

상혁은 놈의 목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그 탄력을 이용해 높게 뛰어올랐다.

있는 힘껏 연속해서 사방에 천둥의 포효를 내지른 하늘 거인. 천둥의 포효는 음파의 힘을 이용해 전방에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공격이었기 때문에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간 충격파에 휘말려 만신창이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충격파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바로······ 하늘 거인의 머리 위였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거대한 지하 동공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마구 흔들렸다. 물론 아무리 하늘 거인이 날뛰어도 이 지하 동공이 진짜로 무너질 일은 없었지만 어쨌든 하늘 거인의 마지막 발악은 아주 강력했다.

다만 그 강력한 위력은 하늘 거인의 머리 아래쪽에만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미 하늘 거인의 머리 위에 올라와 있는 상혁은 놈이 내뿜은 포효의 충격파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있었다.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번쩍, 파지지지직! 콰과과광!

상혁은 마지막 남은 제우스의 창을 하늘 거인의 미간을 향해 던졌다.

제우스의 창이 정확히 놈의 미간에 꽂히며 폭발하는 순간 하늘 거인은 머리가 뒤로 꺾이며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 한 방으론 부족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상혁도 잘 알고 있었다.

‘진짜 마지막 한 방!’

꽈악, 드드드득!

허공에 떠있던 상혁은 이미 제우스의 창을 던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오른손에 감고 있던 만년금골편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채앵, 그와 함께 뽑히는 여행자의 보검!

상혁은 여행자의 보검을 앞으로 뻗으며 마치 한 발의 화살처럼 하늘 거인의 머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푸우우욱! 콰드드드득!

여행자의 보검이 하늘 거인의 미간에 정확히 꽂혔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하늘 거인은 여행자의 보검을 막지 못했고 결국 보검은 놈의 두개골까지 뚫고 머리를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기사’의 힘을 지닌 상혁이 있는 힘 없는 까지 모두 끌어모아 전력을 다해 꽂아 넣은 검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실린 힘은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여행자의 보검은 아예 통째로 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하늘 거인은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곤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쿠쿠쿠쿠쿠쿵!

“와, 시발······ 됐다! 됐어!”

하늘 거인이 쓰러진 순간 상혁의 입에선 욕부터 튀어나왔다. 요 며칠 아까운 카르마를 허공에 날려버리며 13번이나 실패를 경험했었다.

솔직히 이제 몇 번만 더 실패하면 레벨마저 다운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늘 거인의 광폭화를 불과 15초 정도 남기고 레이드에 성공했으니 당연히 기쁨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특수 네임드 몬스터 ‘하늘 거인’을 쓰러트렸습니다.

최초로 거인류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하며 차원 여행자 중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습니다. 이것은 곧 당신의 업적이 되어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유일 등급 타이틀인 [최초의 거인 사냥꾼]을 획득했습니다.

하늘 거인을 최초로 쓰러트렸기 때문에 최초 처치보너스가 적용되어 하늘 거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41종류의 아이템을 모두 획득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누적 카르마가 한계점을 돌파하며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상혁은 레이드 성공을 시스템에게서도 확인받았다.

그리고 7인이 나눠 가져도 엄청나게 많이 얻을 수 있는 카르마를 혼자 독식하다 보니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던 카르마가 다시 꽉 차며 오히려 레벨까지 46으로 올라버렸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하늘 거인을 쓰러트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하늘 거인의 뒤편에 생긴 균열을 향해 몸을 날리세요!

하늘 거인이 바닥에 쓰러지며 생긴 충격으로 지하 동공에 균열이 생겼는데 그것은 곧 황혼의 땅을 탈출하는 출구이자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상혁은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모든 아이템을 공간확장가방에 쓸어 담고 곧장 균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고오오오오오! 균열 안쪽엔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상혁은 마치 워터파크에서 워터슬라이드를 타듯 그 지하수를 따라 꼬불꼬불한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

일명 ‘본토로 가는 워터슬라이드’라 불리는 이건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대략 그렇게 1분 정도를 이동하자 드디어 상혁은 절벽 밖으로 튀어 나가며 황혼의 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절벽은 그리 높지 않았고 아랜 적당한 깊이의 호수가 있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없었다.

풍덩!

얕은 호수에 빠지며 새로운 것들이 넘치는 세상으로 진출한 기쁨을 느끼기도 잠시······ 상혁의 눈앞에 또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신대륙에 최초로 방문한 차원여행자입니다. 이 기록은 영원히 세상에 남겨질 것입니다.

전설 등급 타이틀 ‘최초의 방문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허억! 저, 전설 등급! 쿨럭!”

내심 뭔가를 얻을 걸 기대하긴 했었지만, 설마 그것이 전설 등급 타이틀일 것이란 생각하지 못했던 상혁은 화들짝 놀라며 물을 한 모금 집어삼켰다.

상혁은 재빨리 물 밖으로 나온 후 가장 먼저 지금 방금 얻은 전설 등급 타이틀부터 확인했다.

호칭 - ‘최초의 방문자’

등급 – 전설(Legend)

설명 – 당신은 최초로 신대륙에 방문한 차원여행자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첫 번째는 가장 특별합니다.

효과 - [접두: 신대륙(지옥불 사막, 영웅의 대지, 태양의 대륙)에서 전투 시 치명타 확률이 25%, 치명타 데미지가 40% 상승합니다.] [접미: 신대륙에서 얻은 카르마의 양이 20% 증가합니다.] [상시지속 효과: <빛의 속도로 달려!(A) : 이동속도가 20% 상승합니다.]

“사기네.”

타이틀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 사기란 말이 절로 나왔다. 이게 사기가 아니라면 뭐가 사기란 말인가?

상혁은 전생에 딱 한 번 전설급 타이틀 상세효과를 직접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구경했던 전설급 타이틀 효과보다 이게 몇 배는 더 좋아 보였다.

‘전생엔 이걸 누가 소유했었을까? 하긴 이 정도라면 당연히 소문이 안 났을 수밖에 없었겠네.’

원래 보물을 가진 자는 그 보물이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더더욱 숨길 수밖에 없었다.

나쁜 게 하나도 없었다. 상시지속 효과 자체만으로 이미 어지간한 전설급 타이틀 효과를 압도했는데 여기에 접두, 접미 효과는 전투와 사냥에 특화된 최고의 옵션들이었다.

상혁은 내친김에 ‘최초의 거인 사냥꾼’ 타이틀도 확인을 해보았다.

호칭 - ‘최초의 거인 사냥꾼’

등급 – 유일(唯一)

설명 – 누구보다 먼저 거인류 네임드 몬스터 쓰러트리며 자신의 강함을 만천하에 증명했습니다.

효과 - [접두: 네임드 몬스터를 상대할 때 공격력 상승] [접미: 네임드 몬스터를 상대할 때 치명타 확률 상승] [상시지속 효과: <위에 공기는 다르냐?(A) : 거인류 몬스터를 상대할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거인의 인내' 효과를 절반으로 감소시킵니다.>]

‘뭐, 이건 그냥 무난하군.’

최초의 거인 사냥꾼 타이틀은 괜찮은 옵션을 지니고 있었다. 워낙 앞서 보았던 최초의 방문자 타이틀이 충격적인 옵션을 가지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상당히 괜찮은 타이틀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내가 기다리던 물건은 따로 있지.’

두 개의 타이틀을 모두 확인한 상혁은 뭔가 굉장히 기대되는 표정으로 공간확장가방에 손을 넣었다.

가방 속에서 상혁이 꺼낸 건 영롱한 붉은빛을 내뿜고 있는 한 개의 커다란 수정이었다.

‘자이언트 블러드! 이것이야말로 내 일인군단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어줄 물건이다.’

상혁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자이언트 블러드를 정확히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다.

피의 지식 ‘자이언트 블러드(Giant Blood)’ [미사용]

: 거인의 피에 담긴 강력한 힘을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거인의 피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작은 거인이 될 수가 있습니다.

상세 효과 : 거인의 인내(S)[자신이 받는 모든 데미지가 30% 감소하고 그렇게 감소한 데미지의 15%만큼 생명력을 즉시 회복합니다.], 거인의 힘(A)[힘이 20% 상승합니다.], 거인의 체력(A)[최대 생명력이 20% 상승합니다.], 거인의 저항력(A)[모든 속성 저항력이 10% 상승합니다.]

혈통 스킬 : 커져라!(S)[ 순간적으로 덩치를 2배로 키워서 힘을 100% 상승시킵니다. 2분간 유지되며 덩치가 커진 상태에선 본인에게 적용되는 회복 스킬의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0분>]

보너스 효과 : 자신보다 덩치가 조금이라도 큰 상대를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3 된다.

“이거지!”

상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피의 지식······ 그게 바로 이것이었다.

피의 지식은 매우 희귀했지만 그래도 종류를 따져보면 대략 100가지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자이언트 블러드는 그 100가지 정도의 피의 지식 중 거의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피의 지식이었다.

‘난 세 손가락이 아니라 이게 원탑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의견이 다른 사람은 늘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상혁은 개인적으론 자이언트 블러드가 피의 지식 중 최고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들은 드래곤 블러드(Dragon Blood)가 최고라고 말하거나 혹은 데몬 블러드(Demon Blood )나 피닉스 블러드(Phoenix Blood)가 최고라고 말하곤 했었지만 상혁이 볼 땐 근소하지만 분명 자이언트 블러드가 그것들보다 나은 점이 많았다.

그나마 좀 비벼볼 수 있는 게 드래곤 블러드였는데 상혁이 생각하고 있는 그림엔 드래곤 블러드보다 자이언트 블러드가 훨씬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드래곤 블러드는 아무리 나라고 해도 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단 말이지······ 그에 반면 자이언트 블러드는 하늘 거인이란 존재 덕분에 사실상 거저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지.’

상혁은 이런 것까지 모두 고려했을 때 무조건 자신이 선택해야 할 피의 지식은 자이언트 블러드라고 판단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드래곤 블러드가 자이언트 블러보다 나을지 몰라도 ‘거인의 인내’라는 어마어마한 패시브 능력 하나 때문에 방어 쪽에선 드래곤 블러드가 자이언트 블러드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자이언트 블러드를 이어받을 준비가 끝났습니다.

피의 지식 ‘자이언트 블러드(Giant Blood)’를 이어받아 거인의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어 있는 네 번째 소울 홀에 피의 지식 ‘자이언트 블러드’를 흡수하겠습니까? 5분 안에 결정을 내려주세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상혁에게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당연히 상혁의 선택은······.

‘YES’였다.

< [19장] 최초의 방문자 (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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