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36화 (36/127)

< [19장] 최초의 방문자 (1) >

@ 최초의 방문자.

하늘 거인은 여러 기술을 사용했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자잘한 걸 제외하고 중요한 것만 따지면 딱 세 가지를 꼽을 수가 있었다.

‘천둥 발 구르기’, ‘천둥의 포효’, ‘노을 안광(眼光)’.

이렇게 세 가지가 하늘 거인이 사용하는 핵심 기술들이었다. 여기에 정말 한 번만 맞아도 ‘억’ 소리가 절로 저절로 나오는 하늘 거인의 평타 공격이 합쳐지면 지옥의 하늘 거인 레이드가 완성되었다.

‘하늘 거인 레이드의 핵심은 얼마나 놈의 평타 공격을 잘 피하면서 딜을 잘 넣느냐······ 이 싸움이다.’

참고로 하늘 거인에겐 정통적인 탱킹 스타일은 별로 효율적이지가 못했다. 놈의 평타 한 방을 방어도 하지 못하고 제대로 맞으면 45레벨 정통 탱커 유저도 그 자리에서 즉사(卽死)했기 때문에 평타를 버티려면 무조건 뭐라도 생존 기술을 사용하거나 혹은 회피 탱킹을 해야 했다.

하지만 말이 회피 탱킹이지 현시점에서 제대로 회피 탱킹을 할 수 있는 유저는 존재하지 않았다.

회피 탱킹은 탱커의 게임 감각은 물론이고 추가로 회피 능력치 자체가 높아야 했다.

나중에 하늘 거인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퍼지면 회피 능력치를 최대한 모아 회피 탱커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도전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물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상혁은 회피 탱킹을 할 생각이었다.

그걸 위해서 경매장에서 회피 능력치가 붙은 방어구는 물론이고 액세서리까지 모두 싹쓸이했고 추가로 코스트 1짜리 회피 버프 조합 카드인 ‘바람의 축복’도 준비했다.

버프 유지 시간이 30분이었기 때문에 한 장만 준비해도 충분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자신의 감각을 믿기로 했다. 회피 탱킹이라는 게 순수하게 회피 능력치가 높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

몬스터의 공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적은 회피 능력치로도 더 효율적인 회피 탱킹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보다 하늘 거인의 평타 패턴을 잘 알고 있었던 상혁은 회피 탱킹을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방어는 이렇게 대충 어찌어찌 한다고 치더라도 진짜 문제는 공격이었다. 하늘 거인의 많아도 너무 많은 생명력을 전부 깎아내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보통 하늘 거인을 공략할 7인 파티를 구성할 땐 전문 딜러를 넷 이상은 넣어야지만 제대 공략이 되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전문 딜러 다섯에 탱커와 힐러가 한 명씩 붙는 ‘5+1+1’ 조합이었고 그다음으로 좋은 게 전문 딜러 넷에 버프 능력을 지닌 버퍼 한 명 그리고 탱, 힐이 한 명씩 붙는 ‘4+1+1+1’ 조합이었다.

나머지 딜러가 세 명이다거나 혹은 힐러나 탱이 두 명인 조합은 거의 하늘 거인을 못 잡는다고 보면 되었다.

특히 전투 개시 후 30분 안에 하늘 거인을 쓰러트리지 못하면 하늘 거인은 자신에게 ‘하늘 거인의 분노’라는 버프를 스스로 걸었고 그렇게 되면 놈의 모든 능력치가 4배로 늘어났다.

사실상 공략이 불가능해진단 뜻이었다.

그렇기에 무조건 30분 안에 하늘 거인을 쓰러트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무조건 딜에 신경을 쓴 파티 구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조건은 상혁에게 불리했다. 상혁은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당연히 보통의 방법으론 절대 혼자 모든 딜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상혁이 다른 사람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유저라고 해도 탱커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전문 딜러 5명 몫을 다 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상혁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혼자서 가장 큰 레이드팀 단위인 ‘16인 공격대’와 견줄 수 있는 1인 공격대를 완성하는 것이었지만 그걸 위해선 아직 이뤄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지금의 상혁은 대략 최고 수준의 4인 파티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상혁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딜을 어떻게 메우려는 걸까?

사실 상혁은 적어도 이것에 대해선 확실한 한 가지 비책을 가지고 있었다.

* * * *

번쩍!

붉은 섬광이 상혁을 휘감을 순간 상혁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리곤 곧장 몸을 옆으로 날리며 전장에서 이탈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도 붉은 섬광은 상혁의 몸속으로 계속 스며들어왔다. 이 붉은 섬광은 ‘타오르는 광염(狂炎)의 저주’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기술을 사용하는 몬스터는 황혼의 땅 남쪽 끝에 있는 화염 동굴의 끝에 등장하는 준 네임드 몬스터 ‘불사염호(不死炎虎)’였다.

커다란 호랑이를 닮은 놈은 온몸이 불타고 있는 강력한 화염 속성의 힘을 지닌 몬스터였는데 놈이 바로 이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를 사용했다.

정확히 말해서는 불사염호는 거의 죽기 직전에 마지막 발악으로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를 사용했고 놈의 숨통을 끊어놓으려면 이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를 받은 상태에서 놈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해야 했다.

설정상 불사염호는 불사조의 재에서 태어난 몬스터라 놈에겐 하급 불사의 권능이라는 게 걸려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공격으론 절대 마지막 숨통을 끊을 수가 없었다.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 이것의 효과는 저주가 걸린 대상의 생명력을 1초에 10씩 계속 태워버리면서 동시에 카르마도 1초에 1씩 같이 태워버렸다.

즉, 저주에 걸리면 생명력은 물론이고 자신의 경험치(카르마)까지 같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유저들은 이 저주를 매우 싫어했다. 자신의 카르마가 생으로 깎이는 걸 좋아할 유저는 없었다.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에 걸리면 모든 방어와 관련된 힘을 무시하고 상대에게 트루 데미지를 꽂아놓을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불사염호의 하급 불사의 권능을 뚫고 놈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카르마를 태우면서까지 사냥을 하고 싶어 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염호는 인기가 참 별로 없는 몬스터였다.

그런데 왜 상혁은 하늘 거인 사냥을 앞두고 갑자기 이 염호를 찾아와서 사냥하고 있는 걸까? 또 사냥하다가 왜 갑자기 도망을 가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상혁은 이 저주가 필요했다.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 이것은 모든 종류의 방어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그 대가를 톡톡히 내야 하긴 했지만, 어차피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생각하면 치러야 할 대가는 생각보다 별로 크지 않았다.

‘이것이라면······ 거인의 인내를 뚫을 수 있다!’

상혁이 이 저주를 선택한 이유, 그것은 바로 거인의 인내를 뚫기 위해서였다.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는 정확히 40분 동안 유지되었다.

그렇기에 염호에게서 도망쳐서 거인의 동굴 4층으로 리콜을 탄 후 함정을 뚫고 하늘 거인 앞에 도착하면 정확히 저주의 유지 시간이 30분 정도 남게 되었다.

어차피 하늘 거인과의 전투는 그 30분 안에 승부를 봐야 했다. 그동안 생명력은 24000, 카르마는 2400이 날아가겠지만, 생명력은 코스트 0짜리 ‘회복의 뿌리’ 조합 카드를 사용해 버티면 되었고 카르마는 이미 충분히 각오한 것이었기에 별로 아깝다고 생각하질 않았다.

2400씩 15번을 소모해도 레벨이 다운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15번 실패 후엔 다시 카르마를 좀 채우고 도전하면 그만이었다.

사실 외부 버프(?)를 이용하는 이런 공략은 임시방편이었다. 이 공략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두 달 정도까지뿐이었다.

두 달 정도 후에 한 별 볼 일 없는 작은 길드가 황혼의 땅에서 상당히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로 손꼽히는 ‘회색 오크 로드’를 잡을 때 또 다른 외부 버프를 이용했고 그게 인터넷에서 소문이 나면서 생각보다 시끄러워졌었다.

당연히 일이 커지자 라온 소프트는 통합 관리 시스템인 카오스에게 명령을 내려 모든 종류의 외부 버프는 버프를 받은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사라지도록 패치 해 버렸다.

그리고 외부 버프를 이용해 회색 오크 로드를 사냥한 이들에 대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남용이 가능한 범위 안의 일이라고 판정을 내려버렸다.

다소 관대한 판정이었지만 사실 버그를 사용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처벌하기도 어려웠다.

어쨌든 상혁은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하늘 거인을 공략해야 했다. 외부 버프 사용이 막히고 나면 하늘 거인을 상혁이 혼자 공략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혼자선 공략을 못 할지도 몰랐다.

파파팟.

거인의 동굴 4층으로 곧바로 이동한 상혁은 하늘 거인이 있는 거대한 지하 공동(空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늘 거인과의 승부, 그 시작은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를 몸에 걸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콰과과과광!

하늘 거인이 천둥 발 구르기를 하는 순간 상혁은 그에 맞춰 재빨리 두 발을 바닥에서 때며 위로 점프를 했다.

천둥 발 구르기는 지상에 서 있는 모든 적을 3초 동안 넘어트리고 취약 상태로 만드는 스킬이었는데 넋 놓고 있다가 이걸 맞으면 바로 이어서 사용되는 노을 안광 난사에 휘말려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릴 수가 있었다.

번쩍! 지이이이이잉!

역시나 하늘 거인은 패턴대로 천둥 발 구르기 이후 노을 안광 난사를 했다. 하늘 거인의 두 눈에서 쏘아진 붉은 광선은 모든 걸 그 즉시 태워버릴 수 있는 강력한 광선이었기 때문에 스치기만 해도 크게 위험할 수가 있었다.

그나마 이 노을 안광에도 나름의 패턴이 있었고 상혁은 그 패턴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피했다.

‘패턴 D······. 오른쪽 집중 패턴.’

파파팟, 상혁은 하늘 거인이 바라보는 방향과 놈의 서 있는 위치를 토대로 정확하게 패턴을 예상해냈고 그에 따라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콰과과과과과!

상혁이 예상한 대로 상혁이 서 있던 곳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완전 초토화되었다.

상혁은 단순히 피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과 동시에 왼손을 앞으로 뻗어 조합 카드 ‘제우스의 창’을 던졌다.

번쩍! 콰과과광!

하늘 거인의 옆구리를 정확히 파고드는 제우스의 창.

상혁은 이런 식으로 계속 틈이 날 때마다 하늘 거인에게 데미지를 누적시켰다.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은 건가? 이건 안 돼······. 딜이 부족해······.’

나름대로 열심히 딜을 한다고 했는데 하늘 거인을 쓰러트리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아무래도 전문 탱커가 어그로를 끌어주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폭딜을 넣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리 ‘타오르는 광염의 저주’를 이용해 거인의 인내는 물론이고 하늘 거인의 기본 방어력까지 모조리 무시했다고 해도 딜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 거인은 넓은 이마에 솟아 있는 힘줄의 개수로 대략적이나마 놈의 생명력을 예측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6개의 힘줄이 솟아 있었다.

그렇단 건 아직도 하늘 거인의 생명력이 40% 정도는 남아 있단 뜻이었다.

‘포기하고 리트라이!’

포기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 같은 카르마가 소멸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죽음으로 그걸 끊는 게 좋았다.

휘이이잉!

상혁은 하늘 거인의 평타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단 얘긴 그냥 죽겠다는 뜻이었다.

퍼어어어억!

하늘 거인 주먹 한 방에 상혁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죽음의 고통 같은 건 없었지만, 기분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재도전을 위한 선택이었기에 상혁은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 * * *

하늘 거인은 확실히 쉽지 않은 상대였다.

상혁은 첫날에 다섯 번을 연속해서 도전했지만 다섯 번 모두 딜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걸 느끼며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첫날에 경험한 다섯 번의 실패를 통해 딜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 상혁은 결국 조합 카드를 하나 바꿔야겠다고 판단했다.

상혁은 평타를 제대로 회피하지 못하거나 혹은 다른 위험한 순간에 사용하려고 가지고 있던 생존용 조합 카드 ‘바람 장막’을 빼고 오로지 공격만을 위해 존재하는 조합 카드인 ‘흑염룡(黑炎龍)’을 집어넣었다.

사실 흑염룡의 데미지 기댓값이 굉장히 좋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넣지 않은 건 일단 그것의 코스트값이 무려 12이었고 특수한 사용 조건이 붙어서 사용하기도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걸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도 엄청 비쌌다.

하지만 지금은 까다롭고 비싼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무조건 딜을 올려야 했기에 안정적인 생존 능력 쪽에서 여유분을 좀 빼내서 불안정한 공격 쪽에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바람 장막의 코스트는 4였고 그것을 3장 가지고 있었으니 흑염룡은 1장을 준비할 수가 있었다. 이로써 이제 보험 카드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흑염룡이라는 최고의 데미지 딜링용 조합 카드가 들어갔다. 상혁은 지금 시점에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조합 카드를 모두 꺼냈다.

흑염룡마저 먹히지 않으면 진짜 판을 처음부터 다 짜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조합 카드 ‘흑염룡(黑炎龍)’ [복합 기술]

: 하급 어둠의 정령, 하급 불의 정령, 거대 도마뱀의 알, 오우거의 피, 오크 광전사의 심장. 이렇게 다섯 가지를 카드로 만들어 조합하여 한 장의 흑염룡 조합 카드를 얻을 수 있다.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한 마리의 검은 용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순간······ 당신은 진정한 광전사의 힘을 얻게 됩니다.

상세 효과 : 이 카드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사용할 수 있고 카드를 사용할 경우 자신의 모든 데미지가 30% 상승한다. 단, 버프가 유지되는 동안 방어력이 30% 하락하고 버프가 끝나는 순간 현재 체력의 30%가 사라집니다.

유지 시간 : 16분 [재사용 대기 시간 : 4시간]

카드 숙련도 : 0 / 250 [숙련도 등급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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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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