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23화 (23/127)

< [12장] 세 번째 고대의 지식(2) >

‘이제 남은 소울 홀은 하나······ 어차피 이건 채우려면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니까 일단은 세 가지 고대의 지식으로 가지고 계속 성장해야겠네.’

소울 홀을 하나 비워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소울 홀이 하나 비어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나르엘의 엘레멘탈 버스트(Elemental Burster)와 최상열의 천룡패법을 하나로 합쳐서 탄생한 카드조합법······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상혁은 카드조합법 자체는 만들었지만, 아직 그것에 이름을 붙이진 않았다. 뭔가 거창한 이름을 붙여주는 건 싫었다. 사실 엘레멘탈 버스트나 천룡패법은 상혁이 붙인 이름이 아니라 그걸 사용했던 나르엘과 최상열이 알아서 붙인 이름들이었다.

“그냥 ‘스페셜 덱’으로 하자.”

정말 성의 없는 작명이었지만 어차피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정령술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이제 주력무기를 바꿔볼까.’

지금까지 상혁은 주력무기로 설정하지 않고 있었다. 전생에는 검을 주력무기를 사용했었지만, 현생에선 주력 무기를 바꿔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검은 성능도 나쁘지 않고, 다루기도 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하기가 가장 쉬운 무기였다.

그럼에도 상혁이 주력무기를 바꿔보려고 하는 이유는 채찍과 같은 와이어(wire) 계열 무기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가능성 때문이었다.

검과 다르게 와이어 계열 무기는 정말 엄청나게 다루기 힘든 무기였다. EL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를 다 살펴봐도 와이어 계열 무기보다 다루기 힘든 무기는 거의 없었다.

거기에 심지어 구하기도 어려웠다. 와이어 계열 무기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채찍 같은 것이었는데 다른 무기들과 비교하면 채찍은 정말 희귀했다.

그렇다면 상혁은 왜 다루기도 힘들고 구하기도 힘든 와이어 계열의 무기를 주력 무기로 선택한 걸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가능성’,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무기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발휘될 수 있는 위력의 한계가 검보다 와이어 계열 무기 쪽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와이어 계열 무기는 그냥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 VRA도 높고 게임 센스도 뒤처지지 않는 유저들도 와이어류 무기는 그냥 적당히 사용할 줄 아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와이어 계열 무기는 주로 4~5번째 보조 무기로 활용되곤 했었다.

EL은 ‘주력 무기 보너스’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주력 무기로 설정해 놓은 무기는 15%의 능력 상승효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인 세컨드 무기는 7%, 세 번째인 써드 무기는 5%, 마지막으로 4~5번째인 두 개의 보조무기는 2%의 능력 상승효과를 받았었다.

6번째 무기부터는 아무런 보너스가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저들은 다섯 번째까지 무기를 설정해 놓곤 했었다.

이 무기 보너스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순서에 따라 차이가 꽤 큰 편이었다. 특히 첫 번째 칸을 차지하는 주력 무기는 무조건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무기를 설정해 놔야 했다.

주력 무기의 선택은 신중해야 했다. 왜냐하면, 중간에 주력 무기를 바꾸려면 막대한 양의 카르마를 소모해야 했다. 레벨이 낮을 땐 아예 꿈도 못 꿀만 한 양이었고 레벨이 높아도 엄청나게 부담될 만큼 많은 양의 카르마를 소모해야지만 주력 무기를 바꿀 수가 있었다.

카르마의 소멸은 곧 레벨 다운을 의미했다. 주력 무기만큼은 아니었지만 2~5번째 무기 설정을 바꾸기 위해서도 카르마가 필요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한 번 무기를 설정하면 거의 바꾸질 않았다.

만년금골편을 주력 무기로 설정하시겠습니까? (Y/N)

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Y를 가볍게 터치했다. 이미 오래전에 고민하고 결정을 내렸던 일이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상혁은 내친김에 검을 두 번째 무기로 설정해놓았다. 검 자체가 워낙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무기였기 때문에 두 번째 무기 자리에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

대충 무기 설정을 마친 상혁은 가방에서 만년금골편을 꺼냈다.

만년금골편의 길이는 대략 8m였다. 길이는 제법 길었지만, 워낙 얇았기 때문에 최대한 빈틈이 없게 감으면 한쪽 팔뚝에 전부 휘감겼다.

토칸은 만년금골을 계속 두들겨서 그것을 마치 종이처럼 얇게 펼친 후 대략 2cm 정도의 조각들을 400개 만들어냈고 그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 붙여서 만년금골편을 완성했다.

그렇기에 만년금골편은 매우 얇으면서 동시에 아주 부드러웠다.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주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하기도 했다.

촤르르륵, 파파파팟!

상혁은 만년금골편을 펼치며 가볍게 그것을 다뤄보았다. 어지간한 무기는 숙련도를 무시하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던 상혁이었지만 아무래도 만년금골편은 숙련도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모든 무기에는 숙련도라는 게 존재했고 그것은 해당 무기를 자주 사용해야지만 올라갔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시스템적으로 ‘강제 보정’ 효과가 적용되어서 더욱더 쉽게 해당 무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해주었다.

참고로 숙련도는 일정 수준이 되면 정말 더럽게 잘 오르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반대로 무기를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숙련도가 떨어질 땐 또 더럽게 빨리 떨어지는 걸로도 유명했다.

‘적어도 이것만큼은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 같은 게 없다. 그저 꾸준히 연습하는 게 최고다.’

상혁은 최소한 만년금골편을 자신의 양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어느 정도 만족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 수준이 되려면 만년금골편이 손에 익는 건 물론이고 숙련도도 최소 100은 되어서 마스터 수준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숙련도의 끝은 250(그랜드 마스터)이었지만 그건 사실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 같은 경지였다.

촤륵, 촤르르륵.

상혁은 그 뒤로도 계속 만년금골편을 휘두르며 감각을 찾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워낙 집중력이 좋았기 때문일까? 와이어 계열 무기 숙련도가 굉장히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낮은 수준이라고 해도 이 정도 속도라면 세계신기록감이었다.

상혁은 그렇게 무려 네 시간이나 제자리에 서서 만년금골편을 휘둘렀다. 그는 결국 네 시간이 흘러서야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약간 익숙해졌네.”

사실 상혁은 약간 익숙해졌다고 얘기하긴 힘들 정도로 능숙하게 만년금골편을 다루고 있었지만, 여전히 상혁의 기준에선 부족한 게 많았다.

‘부족한 건 실전에서 채우자.’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언제까지 여기에서 계속 만년금골편을 휘두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제 대충 능력을 갖췄으니 이걸 활용해 더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다.

‘이제 이 정도라면 뱀 굴을 뚫을 수 있겠지?’

뱀 굴은 아직 대부분의 유저들이 입구조차 뚫지 못한 사냥터였다. 뱀 굴은 수많은 굴이 미로처럼 얼기설기 엮여 있는 곳이었는데 들어가는 입구만 무려 22곳이었다.

현재는 최상위권 유저들이 입구 정도만 가볍게 진입해 사냥하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망령의 계곡에 이어 두 번째 대박 사냥터가 될 곳이었다.

* * * *

상혁은 팔콘시에서 가장 멀면서 동시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뱀 굴의 또 다른 입구를 찾아갔다. 오늘 상혁의 목표는 뱀 굴 안쪽 깊숙이에 존재하는 ‘자이언트 스네이크’ 구역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뱀 굴의 노다지와 같은 놈들이었다. 잡기도 쉽고 보상도 쏠쏠한 녀석들이었는데 놈들을 잡으면 많은 카르마를 얻는 건 물론이고 아주 중요한 재료 아이템을 구할 수가 있었다.

상혁은 드디어 구매한 마킹북에 뱀 굴의 입구를 저장한 후 망설이지 않고 뱀 굴 안으로 들어갔다.

뱀 굴에선 크기와 종류가 다양한 뱀들이 나왔는데 뱀에 대한 혐오감이 큰 사람들은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정도로 많은 뱀이 기어나왔다.

다행히 상혁은 뱀에 대해 특별히 거부감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뱀 굴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질 않았다.

휘리리릭, 드드드드득!

상혁이 만년금골편을 휘두르자 앞쪽에 있던 10마리의 뱀이 마치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토막 나버렸다. 만년금골편은 휘두르는 각도에 따라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대상을 베어버릴 수가 있었기 때문에 뱀을 갈아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확실히 뱀 굴에선 이거만큼 좋은 무기가 없다니까.’

상혁의 주변엔 최소 100마리 정도의 뱀이 마구 토막이 나서 흩어져 있었다. 뱀 굴에선 와이어 계열 무기만큼 효율이 높은 무기를 찾기가 힘든 게 사실이었다.

검과 같은 근접 무기를 사용하면 자칫 눈먼 뱀한테 물려서 맹독(猛毒)에 중독될 수도 있었고 그렇다고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자니 사냥 속도가 뱀들이 쏟아져 나오는 속도를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뱀 굴에선 광역으로 몬스터를 쓸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와이어 계열 무기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력한 광역 공격이 가능했다.

‘이제 슬슬 반사인(半蛇人) 놈들이 등장할 때가 됐는데······.’

뱀 굴의 진정한 주인은 반사인이라 불리는 뱀 인간들이었다. 반사인들은 기본적으로 커다란 뱀이었는데 몸을 세운 후 몸 위쪽에 달려 있던 두 개의 팔을 마치 인간처럼 쓰는 놈들이었다.

반사인은 앞으로도 쭉 자주 등장하게 될 놈들이었다. 지금 상혁이 들어온 뱀 굴에는 기껏해야 병사 반사인이나 궁수 반사인 혹은 전사 반사인 정도만 나오겠지만, 나중에 반사인들의 왕국이라 할 수 있는 ‘뱀의 탑’이 등장하면 그곳에선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반사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입구 쪽에서 등장하던 수백 마리의 뱀들은 기껏해야 반사인들이 부리는 애완동물(?)일 뿐이었다.

상혁은 반사인을 기다리며 계속 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뱀을 만년금골편으로 갈아버렸다. 뱀 굴에 들어오기 전에 잡화점에서 사온 부유광석(浮游光石)이 상혁의 앞쪽에 둥둥 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은 대낮처럼 밝았다.

부유광석은 그냥 띄워놓기만 하면 알아서 소유자를 따라다니며 빛을 발산해줬다. 당연히 이런 어두운 동굴 형태의 공간에선 필수품과 같은 물건이었다.

상혁은 계속 안으로 나아갔다. 뱀 굴은 미로형 구조라 길을 잃으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수가 있었지만, 상혁은 머릿속에 뱀 굴의 지도라도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상혁의 머릿속엔 뱀 굴의 지도 같은 건 없었다. 아무리 상혁이 회귀자라고 해도 모든 걸 기억하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상혁에겐 아주 많은 경험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던전이 가지고 있는 대략적인 패턴······ 상혁은 그 패턴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로와 같은 뱀 굴에서 별로 헤매지 않고 길을 찾아갈 수가 있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결국 상혁은 반사인을 만났다. 상혁보다 머리 몇 개는 더 커 보이는 반사인 병사. 놈은 한 자루의 조잡한 창을 들고 상혁에게 달려들었다.

취익, 취익!

잔뜩 흥분한 반사인이 창을 앞쪽으로 찔러넣은 순간 상혁은 만년금골편을 가볍게 휘둘러서 그 창을 휘감았다.

휘리리릭, 터어엉!

만년금골편은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강력한 원심력을 발생시켰고 그 결과 반사인의 창은 허공으로 튕겨 올라갔다.

반사인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결과일지 몰라도 상혁에겐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상혁은 창을 튕겨내는 것과 동시에 만년금골편 일직선으로 세우곤 마치 검으로 찌르기 공격을 하듯 팔을 앞으로 뻗었다.

푸욱, 콰드드득!

그 순간 빳빳하게 세워진 만년금골편이 반사인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좋아!’

상혁은 만년금골편이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완벽하게 움직여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만년금골편······ 이 무기는 확실히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무기였다.

< [12장] 세 번째 고대의 지식(2)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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