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장] 세 번째 고대의 지식(1) >
@ 세 번째 고대의 지식.
이틀 뒤 드디어 상혁이 원하던 골편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최고의 장인이라 할 수 있는 불의 망치 토칸이 직접 만들어준 골편.
특히 최고의 재료인 만년금골을 이용해 만든 물건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만년금골편(萬年金骨鞭) [유일(Unique) ++]
- 최고의 장인이, 최고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특별한 무기. 장인의 솜씨가 최고로 발휘된 물건이라 더더욱 특별해 보인다.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최초로 만들어진 무기라 그 값어치는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기본 능력치] 공격력 150(+30), 치명타 확률 +20(+4)%
[특수 능력치] 치명타 데미지 +50(+10)%, 모든 능력치 +10(+2)
[특수 효과] <끊어지지 않아(A) : 내구도가 20배 상승합니다.>, <거미줄보다 더 좋아(A) : 대상을 좀 더 강력하게 붙잡을 수 있습니다.>, <더 때려줘(B) : 특이한 취향을 지닌 존재에게 최고의 환희(歡喜)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보너스 효과] (1) 이동속도 +5%, (2) 민첩 +12.
“와······.”
토칸이 건네준 골편을 확인하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유일 등급의 아이템, 아니 정확히는 더블 플러스(++) 유일 등급의 아이템인 만년금골편은 정말 대단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템 등급에 +가 붙으려면 특별한 사연이나 이유가 있어야 했다. 지금 같은 경우는 일단 토칸이 장인으로서의 실력을 100% 이상 발휘하며 명품(名品) 제작 보너스로 +가 하나 붙었고 그 다음 최초 제작 보너스로 +가 하나 더 붙었다.
이 +는 하나가 붙을 때마다 기본 능력치와 특수 능력치가 10%씩 추가로 증가했다. 즉, 지금과 같이 플러스가 두 개가 붙으면 20%의 추가 능력치가 붙었다. 아이템 설명에 ()안에 들어간 수치들이 바로 추가로 상승한 능력치들이었다.
그리고 +하나마다 보너스 효과가 하나씩 더 붙었다.
‘이 정도라면 거의 엘리트(E) 유니크 수준이네.’
등급 앞에 추가로 엘리트가 붙은 아이템은 같은 등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 차이가 심했다. 엘리트가 붙은 아이템은 주로 특별한 퀘스트나 혹은 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는데 당연히 쉽게 구할 순 없었다.
“어때? 마음에 들지?”
토칸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상혁을 향해 물었다.
“네,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이런 대단한 아이템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크흐흐흐, 이틀 동안 잠도 안 자고 만들었다. 단언컨대 최근에 만든 그 어떤 물건보다 잘 만들어졌다.”
토칸과 같은 대단한 장인이 만든 명품은 평범한 장인이 만든 신품(神品) 급의 물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신품이 아무리 플러스를 두 개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능력치에서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품으로 팔릴 골편들은 모두 연철(軟鐵)로 만들기로 했다. 비록 만년금골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주 부드러운 철이니 골편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성능이 나올 거야. 물론 연철 가격 자체가 좀 비싸서 골편의 판매 가격도 꽤 비싸겠지만 이런 특별한 물건은 사는 놈들도 제값을 주고 사야 하는 법이지.”
상혁이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전생에서도 양산형 골편들은 연철로 만들어졌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경은 무슨 어차피 다 나, 아니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상혁은 토칸과 적당히 대화하며 준비된 말을 할 기회를 엿보았다. 이미 토칸과는 인연의 고리까지 생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상혁이 준비한 말은 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야 안전했기 때문에 상혁은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토칸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결국은 불의 힘과 땅의 힘이 제일 중요하지! 그래서 우린 늘 화령(火靈)과 지령(地靈)을 가까이 두고 있다.”
상혁이 기다리던 말이 드디어 토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지금!’
“화령과 지령······ 실례가 아니라면 혹시 저도 그들과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요?”
“왜? 망치질 좀 제대로 배워보게?”
“아, 그 정도까진 아니고 대자연의 섭리라고 불리는 정령(精靈)에 관심이 좀 있습니다.”
“그래? 흐음······ 정령에 대해 잘 알고 싶으면 바이제를 찾아가봐. 아! 은둔형 외톨이인 그 녀석은 아무나 만나주질 않을 테니 내가 소개장을 써주마.”
돌발퀘스트 ‘토칸의 소개장’이 생성되었습니다.
‘됐다!’
‘탐구하는 자’ 바이제, 상혁이 토칸과의 호감도를 열심히 올린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를 만날 수 있는 소개장을 얻기 위해서였다. 물론 바이제를 만날 수 있는 소개장은 토칸만 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소개장을 써줄 수 있는 NPC는 팔콘시만 따져도 여섯 명 정도가 더 있었다. 하지만 소개장이라도 다 같은 소개장이 아니었다. 당연히전설급 NPC인 토칸이 써준 소개장은 속된 말로 ‘끗발’이 가장 높은 소개장이었다.
“감사합니다.”
주는 걸 마다할 필요는 없었기에 상혁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이 소개장까지 얻으면 당분간은 토칸을 만날 일이 없어졌다. 다만 인연의 고리가 끊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선 신경을 써서 호감도 관리를 해줘야 했지만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정령이 뭔지 알고 싶다고?”
토칸의 소개장은 역시나 효과가 좋았다. 다른 급이 낮은 NPC에게서 얻은 소개장을 들고 왔다면 이 말을 듣기 위해 또 따로 호감도 작업을 해야 했다.
“네.”
상혁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왜 알고 싶은 건가?”
“어디선가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힘 중 가장 흥미로운 게 정령의 힘이라고 들었습니다. 전 수많은 사물에 깃들어 세상을 돌아가게 하고 있는 정령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당연히 이건 상혁이 미리 준비한 대사였다. 바이제와 같은 특별한 NPC를 만날 땐 이렇게 미리 대사들을 준비해 오는 게 좋았다.
물론 모든 NPC에게 이런 모범 답안 같은 대사가 통하는 건 아니었다. 어떤 NPC들은 임기응변으로 말을 해야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탐구하는 자라고 불리는 바이제에게는 이런 준비한 대사가 잘 통했다.
“흐음, 하늘 말을 들어보니 어설프게 정령술을 배워서 힘자랑이나 하고 싶어 하는 녀석은 아닌 것 같군.”
바이제는 앞에 있던 책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게. 내가 정령이 뭔지 알려주겠네.”
스윽, 바이제는 자신의 책장 앞으로 간 후 한 권의 책을 뽑았다. 그러자 책장이 좌우로 갈라지며 숨겨진 방이 하나 나타났다.
‘바이제의 비밀 연구실! 확실히 토칸의 소개장이 대단하긴 하구나.’
토칸의 소개장에 상혁의 준비된 대사들이 제대로 먹히면서 그 흔한 연계 퀘스트도 없이 곧바로 비밀 연구실이 공개되었다. 처음부터 수없이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 다른 유저들에겐 참 불공평한 현실이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세상은 이런 것을······.
축하합니다. 돌발 퀘스트 토칸의 소개장을 클리어하며 보상으로 약간의 카르마를 얻었습니다.
돌발 퀘스트가 해결되었지만, 지금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령술은 내가 아주 오랫동안 탐구했던 것 중 하나지······ 물론 아직 나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긴 하지만 적어도 자네에게 정령술이 뭔지 알려줄 순 있을 것 같군.”
바이제는 말과 함께 한 권의 두꺼운 책을 건네주었다.
탐구하는 자 바이제에게 ‘정령술총해(精靈術總解)’를 얻었습니다.
수혁은 손에 들린 두툼한 책을 내려다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정령술총해, 이것은 바로 고대의 지식 ‘정령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고대의 지식 정령술은 대표적인 0차 고대의 지식이었다.
0차 고대의 지식은 다른 말로 마스터리(Mastery) 지식이라고도 불렸다. 다른 고대의 지식이 1차, 2차, 3차로 확장되는 것과 달리 마스터리 지식은 그런 식으로 확장되지 않았다.
대신 숙련도가 붙어 있어서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것들이 공개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마스터리 지식은 지금 상혁이 얻은 ‘정령술’과 ‘테이밍’ 그리고 각종 소환술 계열 지식이었다.
“솔직히 나도 정령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네. 나름 정령에 관해 많은 조사와 연구를 했었지만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게 정령이었네. 그러니 자네가 그 책을 이어받아 부디 정령이 무엇인지 알아내길 빌겠네.”
‘아저씨, 말은 거창하지만, 나중에 다른 유저한테도 똑같은 책을 줄 거잖아요.’
따지고 보면 상혁이 들고 있는 정령술총해는 복사본이었다. 물론 상혁은 이 부분을 따질 생각은 없었다. 따진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었고 바이제하곤 또 볼일이 남아 있었기에 호감도를 확 깎아 먹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상혁은 정령술총해를 품속에 챙긴 후 바이제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당연히 상혁이 정령술총해를 얻은 이후는 고대의 지식 ‘정령술’을 세 번째 고대의 지식으로 등록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고대의 지식 정령술을 선택한 이들을 정령술사라고 불렀는데 정령술사들은 대부분 더블 소울을 선호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조합은 원거리 공격 계열에 속하는 고대의 지식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원거리 공격 계열에 속하는 고대의 지식을 얻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정령술사들처럼 정령들을 애지중지 키울 생각도 없었다.
정령술사들에게 정령은 고마운 친구이자 믿음직스러운 동료일 뿐만 아니라 충성스러운 부하이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정령과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실제로 최고의 정령술사라 불렸던 ‘삭풍(朔風)의 마에다’도 정령술사로 성공하고 싶으면 제일 먼저 정령의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아무리 정령이 간단한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NPC라고 해도 절대 정령을 무시하지 말고 잘 맞춰주란 뜻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이러한 정령술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할 생각이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신개념 정령술사······ 그건 파격을 넘어서 한 마디로 파괴적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규격을 만들기 위해선 당연하게 여겨지던 상식을 거부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식을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불확실한 것이었기에 쉽게 도전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상혁이 이 도전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결과를 알기에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상혁은 전생에 이 어려운 길을 먼저 걸어준 선구자(先驅者)가 존재했고 그의 성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상혁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걸 좀 더 확실히 이해하려면 상혁의 전생에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 하나를 알아야 했는데······ 그건 바로 ‘크래쉬 최상열’과 함께 카드 마스터의 인기를 쌍끌이했던 유저 ‘작렬의 나르엘’ 역시 상혁이 만들어낸 멋진 작품 중 하나란 사실이었다.
작렬의 나르엘, 그가 바로 상혁이 알고 있는 선구자였다.
* * * *
고대의 지식 ‘정령술(精靈術)’이 비어 있는 세 번째 소울 홀에 흡수됩니다.
남아 있는 빈 소울 홀은 ‘1개’입니다.
상혁은 미루지 않고 곧장 정령술총해를 이용해 정령술을 배웠다.
고대의 지식 ‘정령술(精靈術)’ [초급 정령술]
: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정령의 힘에 대한 지식이 생겼습니다. 이제 당신은 온갖 사물에 깃들어 있는 정령의 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상세 효과 : 정령의 향기(C)[이동속도와 속성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정령의 친구(C)[마력과 속성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정령의 보살핌(C)[마법 방어력과 물리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숙련도 : 0
최하급 불의 정령 소환
-도마뱀처럼 생긴 최하급 불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숙련도 : 0]
최하급 물의 정령 소환
-물고기처럼 생긴 최하급 물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숙련도 : 0]
최하급 바람의 정령 소환
-나비처럼 생긴 최하급 바람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숙련도 : 0]
최하급 땅의 정령 소환
-멧돼지처럼 생긴 최하급 땅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숙련도 : 0]
최하급 나무의 정령 소환
-사슴벌레처럼 생긴 최하급 나무의 정령을 소환합니다.
[숙련도 : 0]
정령 계약 (최하급)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최하급 이하의 정령을 찾아 계약할 수 있습니다.
[숙련도 : 0]
상혁은 스킬들을 쭉 살펴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술을 배우면 흔히 5대 정령이라 불리는 녀석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EL의 세계관에는 수많은 정령이 존재했다. 물론 최하급 -> 하급 -> 중급 -> 상급 -> 최상급으로 이어지는 성장은 최초에 얻은 5대 정령만 가능했다.
나머지 정령들은 등급 성장이 없거나 혹은 있어도 중급이나 상급까지밖에 성장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떤 정령은 아예 등급이 없기도 했다.
< [12장] 세 번째 고대의 지식(1) > 끝
ⓒ 성진(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