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장] 불의 망치 토칸(1) >
@ 불의 망치 토칸.
상혁의 설명은 길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원하는 물건 자체가 그냥 딱 한 마디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여기까지입니다. 이게 바로 제가 원하는 겁니다.”
상혁이 설명을 끝내자 토칸은 굉장히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칸이 당신이 얘기한 물건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돌발 퀘스트 ‘토칸의 의뢰’의 첫 번째 클리어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토칸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호오, 신기하군. 넌 이 물건을 뭐라고 부르지?”
“전 이걸 ‘골편(骨鞭)’ 혹은 ‘뼈 채찍’이라고 부릅니다.”
“만년금골을 400여 개의 작은 조각으로 만든 후 그 조각들을 일일이 모두 이어서 만든 채찍이라······. 특이하긴 하지만 확실히 일리가 있는 아이템이군.”
토칸이 당신의 의견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돌발 퀘스트 ‘토칸의 의뢰’의 두 번째 클리어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토칸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당신은 골편에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상혁은 자신의 앞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토칸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사실 지금 상혁은 반칙을 저지르고 있었다.
지금 상혁이 설명한 이 골편이란 무기는 시간이 한참 흐룬 뒤 열린 ‘황금 모루의 실험작’이란 대규모 유저 참여 이벤트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될 아이템이었다.
상혁은 당시 붉은 망치 토칸이 골편에 대해 극찬을 했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뒤 골편은 황금 모루의 정식 생산 아이템으로 채택되었고 유저들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벤트에 골편(뼈 채찍)을 제출했던 유저는 생산 관련 고대의 지식을 지닌 유저였는데 이벤트에서 우승하고 굉장히 잘나가게 되었었다.
어쨌든 상혁도 그 유저 덕분에 황금 모루에서 생산한 골편을 구매해 사용해본 경험이 있었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다.
상혁은 여러 이유를 종합해 봤을 때 만년금골로는 골편을 만드는 게 제일 좋겠다고 판단하고 그걸 토칸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토칸은 미끼를 덥석 물어주었다.
원래는 남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걸 가져와서 사용한 것이라 미안해야 했지만 중요한 건 골편의 원래 주인인 그 유저가 상혁의 뒤통수를 친 놈 중 하나라는 점이었다. 상혁은 그놈을 엿 먹기이기 위해서 그리고 토칸을 완벽하게 구워삶기 위해서 골편을 꺼내 들었다.
이건 돌 하나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아주 훌륭한 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전생에 상혁은 골편을 주 무기로 사용하진 않았었다. 그땐 이미 다른 무기가 손에 익었을 때였기 때문에 골편 같은 특이한 무기를 새롭게 다를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워낙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몇 번 사용을 해봤고 마음에 들어 다섯 번째 무기 정도로 사용했었다.
“그래, 맞아. 만년금골은 연마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주 부드럽게도 만들 수 있지. 그런 만년금골을 또 작은 조각으로 쪼개서 이어붙이면 확실히 대단한 무기가 나올 수 있겠어.”
토칸은 혼자 중얼거리며 계속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감탄할 때마다 계속 조금씩 호감도가 올랐단 메시지가 들려왔다.
“좋아! 그 골편이란 걸 만들어주마. 네가 얘기했던 것 이상으로 더 완벽하게 만들어 줄 테니 기대하고 있어라.”
고민을 끝낸 토칸이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얘길 했다. 하지만 상혁은 아직 마지막 한 발의 총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잠시······ 한 가지 더 드릴 제안이 있습니다.”
“음? 제안?”
“네, 이건 토칸님을 비롯한 황금 모루의 모든 식구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입니다.”
“호오······ 그래? 그럼 한 번 들어보지.”
호감도가 낮았다면 제안의 제자도 꺼내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미리 호감도를 최대한 높여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토칸은 상혁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이 골편을 ‘황금 모루’의 독점상품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요? 전 순수하게 아이디를 제공한 대가로 7%의 로열티만 받겠습니다.”
상혁이 알기에 전생에 골편을 개발한 유저는 10%의 로열티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건 이벤트 우승 효과를 등에 업고 치열한 협상을 통해 얻은 수치였다. 그렇기에 상혁은 그냥 %를 깎아서 최대한 간결하게 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이게 바로 상혁이 아껴두었던 한 발이었다.
“흐음 5%.”
호감도를 많이 높여놨었지만, 확실히 토칸은 쉽게 고개를 끄덕여주질 않았다.
“6%.”
상혁은 이걸로 길게 흥정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로열티를 더 깎아주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순식간에 합의되었다. 이걸로 상혁은 황금 모루에서 제작되어 팔리는 골편 값의 6%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별것이 아닌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 골편의 인기가 높아져서 개나 소나 다 골편을 들고 다니게 되면 상혁은 생각보다 훨씬 큰돈을 벌 수가 있었다.
물론 당장은 유저들이 비싼 골편(만년금골로 만들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골편은 꽤 비싼 고급 무기에 속했다.)을 살만한 여력이 없겠지만 유저들이 성장하고 골편의 우수한 성능이 알려지면 분명 히트를 할 수가 있었다.
토칸과 황금 모루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돌발 퀘스트 ‘토칸의 의뢰’의 세 번째 클리어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돌발 퀘스트 토칸의 의뢰를 클리어하며 보상으로 희귀 등급 타이틀인 ‘대지 일족의 친구’를 얻었습니다.
토칸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하여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불의 망치 토칸과 차원여행자 불멸 사이에 ‘인연(因緣)의 고리’가 생성되었습니다.
[전설(Legend)] 등급의 NPC인 ‘불의 망치 토칸’과 인연의 고리를 생성하며 희귀 등급 타이틀인 ‘왕의 친구(Dwarf)’를 얻었습니다.
‘됐다!’
메시지를 확인한 상혁은 크게 반색했다. 원했던 토칸과 인연의 고리를 생성된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덤으로 돌발 퀘스트까지 클리어 된 이 상황에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 건 당연했다.
특히 대지 일족, 흔히 드워프라 불리는 이 종족의 왕인 토칸과 인연의 고리를 만드는 건 어지간한 전설급 아이템을 얻는 것보다 더 힘들고 중요한 일이었다.
물론 인연의 고리를 만들었다고 호감도 작업이 끝나는 건 절대 아니었다. 진정한 호감도 작업은 인연의 고리를 생성 하고 나서부터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EL의 호감도 시스템은 매우 복잡했다.
‘사방수호좌(四方守護座)······ 그리고 천원좌(天元座)······. 과연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일 뿐이겠지만 어쨌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궁극적으로 상혁이 원하고 있는 목표는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제 겨우 토칸과 인연의 고리를 생성하며 첫 번째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을 뿐이었다.
호칭 - ‘대지 일족의 친구’
등급 – 희귀(Rare)
설명 – 대지 일족에게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모든 대지 일족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철 냄새가 나는데?(A) : 모든 드워프 종족 NPC들이 좋아하는 향기를 풍겨 그들의 호감을 이끌어냅니다. 호감도 상승 속도와 폭이 2배 상승.]
호칭 - ‘왕의 친구(Dwarf)’
등급 – 희귀(Rare)
설명 – 대지 일족의 왕인 불의 망치 토칸이 당신을 친구로 인정했습니다. 대지 일족들 사이에선 당신의 명성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습니다.
효과 - [접두: 없음] [접미: 없음] [상시지속 효과: 나 이런 사람이야!(A) : 드워프들이 관리하는 모든 지역에 조건 없이 출입할 수 있고 드워프들이 판매하는 모든 아이템을 10% 싸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두 타이틀을 확인한 상혁은 더더욱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두 타이틀 모두 생활형 타이틀이었지만 효과가 딱 상혁이 원하는 것들이 붙어 있었다.
“크하하하,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하루군.이럴 게 아니라 나랑 시원한 하인트 맥주 한잔하지 않겠나?”
토칸은 아주 크게 웃으며 상혁을 향해 물렀다. 그가 하인트 맥주라고 얘기한 건 절대 잘못 말한 게 아니었다. EL은 다소 심할 정도로 수많은 PPL(Product PLacement)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인트 맥주도 그런 PPL 중 하나였다. 심지어 하인트 맥주 특유의 맛도 거의 똑같이 구현되어 있었다.
사실 대표적인 애주(愛酒) 종족인 드워프가 하인트 맥주 같은 양산형 맥주를 마신다는 설정은 좀 깨긴 했다. 하지만 이미 EL에 가입할 때 모든 PPL 콘텐츠를 인정하겠다는 문구에 동의했었기 때문에 이걸로 뭐라고 할 순 없었다.
상혁은 토칸과 하인트 맥주를 두 통이나 나눠마시고 나서야 황금 모루를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기본 설정에서 취기(醉氣) 제한을 걸어놨기 때문에 취하진 않았지만 대신 공복도가 100%를 넘어 130%에 육박했기 때문에 ‘너무 배부름’ 디버프가 생겨버렸다.
크게 문제가 되는 디버프는 아니었다. 깨알같이 이동속도와 생명력 회복속도 아주 살짝 하락하는 것이었는데 이건 그냥 장난스러운 설정일 뿐이었다.
EL에서 로그아웃한 상혁은 우선 자신이 유령고성에서 찍은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당장 그 영상을 공개할 건 아니었지만, 미리 살짝 편집을 해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편집이 필요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젠장······ 이건 내가 봐도 진짜 재미없네. 와, 원래 내 전투가 이렇게 밋밋했나?”
상혁은 자신의 전투 영상을 제삼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썩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어떤 부분에선 감탄이 나오는 전투 영상이었지만 적어도 일반 시청자 입장에선 하품이 먼저 나올 것 같은 영상이었다.
‘휴, 아무래도 전투 영상은 당분간 포기해야겠네.’
빨리 감기를 통해 자신이 찍은 모든 영상을 쭉 훑어본 상혁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전투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물론 파티 사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솔로 플레이로 깔끔하게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아내는 건 매우 흥미로운 요소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걸로 흥미를 끌어낸다고 해도 전투 자체가 너무 기계적이었다.
특히 아직은 알려지면 안 되는 중요한 정보들을 숨기기 위해서 영상 여기저기를 칼질해버리면 더더욱 볼 게 없어졌다.
‘개인 방송은 일단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아무리 개인 방송에 욕심이 나도 지금은 개인 방송보다 더 중요한 게 훨씬 많았기 때문에 방송 쪽은 일단 조금 뒤로 미뤄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선 잠부터 좀 자고 그다음 고민하자.’
상혁은 유령고성부터 황금 모루까지 거의 17시간을 논스톱으로 접속해 있었기 때문에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 그는 바닥에 깔아놓은 매트리스 위에 벌렁 누었고 불과 1분 만에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많은 이득을 보았기에 적어도 다섯 시간 정도는 푹 자도 될 것 같았다.
< [11장] 불의 망치 토칸(1) > 끝
ⓒ 성진(成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