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8화 (18/127)

< [10장] 황금 해골 기사 (1) >

@ 황금 해골 기사.

상혁은 8층에 도착한 순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8층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황금빛 광휘(光輝).

이걸 보는 순간 당연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터졌어! 터졌다고!’

해골류 필드 보스 몬스터 중 이런 황금빛 광휘를 내뿜는 놈은 단 한 놈뿐이었다.

“황금 해골 기사!”

혹은 다른 말로 ‘황금 해골 로또’라고 불리는 상혁이 그토록 원하던 그놈이었다.

‘내심 원하긴 했지만, 진짜 이놈이 나올 줄이야······.’

상혁이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우선 황금 해골 기사는 황금 해골 로또라고 불릴 만큼 대박의 요소를 품고 있는 필드 보스였다. 그리고 심지어 황금 해골 기사는 해골류 필드 보스 몬스터 중 가장 상대하기가 편한 놈이었다.

아무리 상혁이라고 해도 현시점에서의 필드 보스 몬스터 사냥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황금 해골 기사라면 자신감이 대폭 상승하는 게 사실이었다.

원래 상혁은 필드 보스 몬스터 같은 경우는 일단 어떤 녀석이 나왔는지 확인을 한 후 바로 도전하지 않고 철저히 준비한 후 도전을 할 생각이었었다.

하지만 상대가 황금 해골 기사라면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준비하는 그 사이에 필드 보스 몬스터를 ‘최초’로 사냥하며 얻을 수 있는 업적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물론 필드 보스 몬스터가 잡혔거나 혹은 목격되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지만 늘 그렇듯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조금 아쉬운 건 조합 카드 ‘플레임 스톤’이 34장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이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다른 필드 보스 몬스터라면 몰라도 황금 해골 기사라면······ 진짜 상혁에겐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과 같은 녀석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파티 단위로 사냥해야 하는 보스 몬스터이고 지금 나는 혼자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일단 간단하게 내가 알고 있는 황금 해골 기사 공략법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자.’

황금빛 광휘가 일렁이고 있는 중심으로 다가가기 전 상혁은 마지막 점검을 했다.

‘놈이 사용하는 주력 기술은 골든 오라(Golden Aura)와 황금낙뢰(黃金落雷)였지?’

한때 상혁의 작업장도 대박을 노리고 이 황금 해골 기사 수없이 많이 사냥했었다. 아무리 최하급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놈은 필드 보스 몬스터였기 때문에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상혁이 잡혀 있던 작업장의 규모는 어지간한 대형 길드를 능가할 정도로 컸기 때문에 상혁이 상대해 본 황금 해골 기사만 해도 거의 몇백 마리가 넘었다.

아무래도 필드 보스 몬스터 중 가장 레벨이 낮은 쪽에 속했기 때문에 더 많이 상대해볼 수가 있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상혁은 황금 해골 기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골든 오러는 어차피 놈의 개인용 버프 기술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내가 신경 쓸건 없다. 문제는 황금낙뢰인데······ 예전엔 경험이 쌓여서 눈감고도 피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익숙해졌었는데 과연 그 감각이 돌아올까?’

황금낙뢰는 말 그대로 황금처럼 빛나는 번개를 적에게 떨어트리는 기술이었다. 물론 사전 동작이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워낙 번개 자체가 워낙 빠르게 떨어졌기 때문에 정말 1~2초만 늦게 판단해도 벼락에 맞을 수가 있었다.

아무리 만만한 상대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황금 해골 기사는 파티 사냥용 필드 보스 몬스터였기 때문에 놈의 공격에 제대로 맞으면 한 방에 죽을 수도 있었다.

‘특히 지금 난 레벨은 물론이고 방어력이나 체력도 별로 높지가 않아서 아마도 황금낙뢰를 한 방만 제대로 맞아도 버티지 못할 거야.’

핵심은 역시나 황금낙뢰를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저 녀석이 생명력은 필드 보스 몬스터답게 무척 높을 테니 꽤 오랫동안 싸워야겠군.’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략들을 모두 합치니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요약이 되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황금낙뢰를 완벽하게 피하면서 계속 놈에게 데미지를 누적시켜 쓰러트린다.’

말로 하면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만, 이 말을 현실로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대략 코끼리를 바늘로 찔러서 죽여야 하는 건가? 아니. 바늘은 너무 심했고 대충 송곳 정도는 되려나? 어쨌든 오랫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겠네.”

이걸로 정리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도전뿐이었다.

짝짝!

상혁은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양 볼을 두들기며 자신에게 기합을 넣었다.

“해보자!”

짧고 묵직하게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상혁.

그렇게 그의 황금 해골 기사 사냥이 시작되었다.

* * * *

황금낙뢰는 10~20초 사이에 한 번씩 무작위로 떨어졌다. 그래서 시간을 체크해 그것을 피하는 건 무의미한 짓이었다.

오로지 황금 해골 기사의 머리에 뚫려있는 텅 빈 두 구멍이 하늘 쪽으로 올라가는 사전 동작만 보고 피할 수밖에 없었다. 놈의 덩치는 대략 상혁의 두 배 정도였는데 보스급 몬스터 치고는 그리 크지 않은 덩치였기 때문에 사전 동작 자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또한, 번개도 너무 빨리 떨어졌기 때문에 피하는 게 절대 쉽진 않았다. 권장 공략대로 다섯 명으로 파티를 구성해 공략했다면 서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황금낙뢰를 더 손쉽게 피할 수 있는 공략법이 존재했지만, 솔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상혁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공략법일 뿐이었다.

결국, 상혁은 그냥 생으로 황금낙뢰를 계속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온다!’

다시 한 번 해골기사의 머리가 살짝 올라가자 상혁은 바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번쩍, 콰과과과광!

상혁이 몸을 날리고 정확히 1초 후에 상혁이 서 있던 자리에 황금빛 벼락이 떨어졌다.

몇 번째인지 횟수를 세는 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은 낙뢰가 떨어졌다. 그리고 상혁은 그 모든 낙뢰를 피했다.

상혁은 단순히 낙뢰만 피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바닥에 몸을 굴리며 황금 해골 기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르륵, 꽈광!

그러자 플레임 스톤이 황금낙뢰를 사용하며 아주 살짝 빈틈을 보인 황금 해골 기사의 몸에 적중되었다.

상혁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황금 해골 기사에게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정말 코끼리의 몸에 송곳을 꽂아 넣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분명한 건 그 코끼리가 조금씩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2시간 동안 정신을 집중하고 끊임없이 떨어지는 황금낙뢰를 피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했지만, 다행히 상혁은 아주 빠르게 전생에서 황금 해골 기사를 상대했을 때 느꼈던 감각을 되찾았고 그 결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속 황금낙뢰를 피하고 있었다.

‘끝이 보인다.’

상혁은 아까보다 더 크게 휘청거리는 황금 해골 기사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런 쪽의 스킬을 얻지 못해 황금 해골 기사의 생명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수많은 전생의 경험을 통해 판단해보면 황금 해골 기사도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물론 2시간 동안 집중을 유지하며 미친 듯이 바닥을 굴러다닌 상혁의 상태도 그리 좋진 않았지만 적어도 황금 해골 기사보단 조금 나았다.

‘이쯤 되면 슬슬 마지막 발악을 할 때가 되었는데······.’

상혁은 황금 해골 기사의 위치를 확인하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부터 상혁은 황금 해골 기사의 위치를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보스 몬스터는 한 가지 패턴만으로 끝까지 싸우지 않았다. 놈들은 아무리 적어도 2가지 이상의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하급 보스 몬스터인 황금 해골 기사도 원 패턴만 가지고 있진 않았다. 놈이 가진 패턴은 정확히 두 가지······. 그 중 두 번째는 쓰러지기 직전에 발현되는 최후의 저항형 패턴이었다.

딱딱딱딱딱.

황금 해골 기사는 마치 상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헐렁한 턱뼈를 위아래로 마구 움직이자 온몸에서 내뿜고 있던 황금빛 광휘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페이즈!’

상혁은 이게 황금 해골 기사의 두 번째 패턴이 시작되는 전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두 번째 패턴에 대응할 마음에 준비를 끝냈다.

‘하나, 둘, 온다!’

번쩍, 파지지지지지지직!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황금 해골 기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쏟아져 나온 아주 강력한 황금빛 뇌전 폭풍! 그것이 사방을 휩쓸며 주변을 깔끔하게 쓸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황금 해골 기사의 두 번째 패턴이었다. 사실 이 두 번째 패턴은 어떤 의미에선 매우 단순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황금 해골 기사가 죽기 전에 최대한 발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기본 공격도 하지 않았고 황금낙뢰와 골든 오러도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동조차 하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있었다.

놈이 하는 건 오로지 하나. 바로 지금처럼 3초에 한 번씩 사방으로 강력한 뇌전 폭풍을 내뿜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때론 단순한 게 가장 무서운 법이었다.

3초에 한 번씩 사방으로 뿜어져 나온 황금빛 뇌전 폭풍은 사방에 있는 모든 걸 쓸어버렸다. 현시점에서 EL의 모든 유저들 중 가장 강력한 탱킹 능력을 지닌 유저를 데려다 놓아도 이 뇌전 폭풍에 휘말리면 한 방에 죽을 정도로 아주 강력한 전멸 공격이었다.

이걸 3초에 한 번씩 끊임없이 내뿜었기 때문에 사실상 피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황금 해골 기사가 두 번째 패턴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냥 전멸하거나 도망을 가야 하는 건가? 물론 그건 아니었다.

아직은 이름조차 알리지 못했겠지만, 훗날 최고의 레이드 랭커로 인정받게 될 아이언맨 ‘디프롬’은 이런 말을 했었다.

‘EL에는 우리가 공략할 수 없는 몬스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공략 방법을 찾지 못한 몬스터가 존재할 뿐이다.’

그의 말처럼 황금 해골 기사의 두 번째 페이즈는 언뜻 보면 공략할 수 없게 느껴졌지만 정확한 공략 방법을 알게 되면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쉽게 놈을 상대할 수가 있었다.

이미 전생에서 수백 번 황금 해골 기사를 상대해본 상혁은 두 번째 페이즈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최초로 내뿜어진 황금빛 뇌전 폭풍을 아주 간단하게 피해버렸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상혁은 정확한 타이밍에 움푹 파인 구덩이 안쪽에 몸을 눕혔고 뇌전 폭풍은 그런 상혁의 위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상혁이 몸을 눕힌 움푹 파인 구덩이이었다. 이 구덩이야말로 황금 해골 기사 사냥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 구덩이를 만든 건 엄밀히 얘기하자면 상혁이 아니라 황금 해골 기사였다. 정확히는 놈이 뿌린 황금낙뢰였다.

‘다시 하나, 둘······.’

타타탁!

첫 번째 뇌전 폭풍이 사방을 휩쓸고 지나가 사라지자 상혁은 곧장 누워있던 구덩이에서 일어나 바로 앞쪽에 있던 또 다른 구덩이 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동은 최대한 빠르게 해야 했다. 황금 해골 기사는 3초에 한 번씩 뇌전 폭풍을 뿜어냈기 때문에 상혁에게 허락된 이동 시간은 2초뿐이었다.

‘온다!’

번쩍, 파지지지지지지직!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또다시 뇌전 폭풍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상혁은 멀쩡했다. 그가 뇌전 폭풍을 피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이 구덩이······ 놀랍게도 이 구덩이들은 촘촘하게 이어져 멀찍이 서 있는 황금 해골 기사의 바로 앞까지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 구덩이들만 잘 활용하면 황금 해골 기사의 지척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이어진 구덩이들은 절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 [10장] 황금 해골 기사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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