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6화 (16/127)

< [9장] 개인 방송 (1) >

@ 개인 방송.

원하는 걸 얻은 상혁은 곧장 식스 나인 스트레이트에서 빠져나왔다. 아주 살짝 남자의 본능이 꿈틀거리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빠져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애써 무시하고 바로 나왔다.

식스 나인 스트레이트를 빠져나온 상혁은 유저들이 가장 북적거리는 팔콘시의 상업지구로 걸음을 옮겼다.

상혁은 거리를 걸으면서 눈에 보이는 주먹만 한 돌멩이를 계속 주워서 가방에 넣었다. 왜 그걸 줍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혁은 제법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며 돌멩이를 줍고 있었다.

상업지구에 도착한 상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골드를 확인하곤 곧장 위탁판매소를 찾아갔다.

지금까지 상혁은 대부분 뭔가를 팔기 위해서 위탁판매소를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판매가 아닌 구매를 위해 위탁판매소를 찾았다.

‘불의 티끌, 블랙스톤 가루.’

상혁이 위탁판매소에서 사야 하는 두 가지 물건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재빨리 판매소의 검색 시스템을 활용해 물건들을 찾았다.

불의 티끌은 팔몬시 근처에 있는 열기를 품은 동굴에서 나오는 불도마뱀을 잡거나 혹은 화염꽃을 캐면 제법 높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연금술 재료였다.

그리 희귀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중요한 곳에 사용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위탁판매소에는 매물이 제법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블랙스톤 가루는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시약 중 하나였는데 이건 여러 경로로 얻을 수 있었는데 EL에 온갖 종류의 마법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요가 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공급 역시 제법 괜찮은 편이라 별로 어렵지 않게 살 수가 있었다. EL에선 NPC들도 유저들의 동향에 따라 물건을 구해서 위탁판매소에 판매했기 때문에 단순히 유저가 없다고 물건을 못 구할 일은 별로 없었다.

상혁은 불의 티끌과 블랙스톤 가루를 적당히 구매한 후 위탁판매소를 빠져나왔다.

‘불의 티끌과 블랙스톤 가루를 구했으니 이제 남은 건 하수도의 메탄가스······. 그것뿐이네.’

하수도의 메탄가스. 이걸 구하는 방법은 요령을 알면 굉장히 허무할 정도로 쉬웠고 요령을 모르면 엄청나게 어려울 수도 있었다.

상혁은 일단 팔콘시에서 가장 큰 잡화점에 가서 아무것도 안 그려져 있는 하얀 카드를 1,000장이나 샀다. 상혁의 전생에서 이런 카드는 ‘빈 카드’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유저가 이런 아이템을 잡화점에서 판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빈 카드를 1,000장이나 산 상혁은 곧장 자신의 비밀 던전인 77번 하수도 던전으로 이동했다. 던전에 입장한 상혁은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 던전 한쪽 구석으로 가 빈 카드를 한 장 꺼냈다.

“사람들은 아직 이 빈 카드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지.”

빈 카드가 어떤 곳에 사용되는지 다른 유저들이 알려면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지나야 했다.

상혁은 한 손에 빈 카드를 들고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정확히는 머릿속으로 빈 카드에 담을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상혁이 원하는 건 하수도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메탄가스였다. 그러니까 상혁은 지금 빈 카드에 메탄가스를 담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빈 카드는 이렇듯 수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빈 그릇과 같은 카드였다. 정신을 집중해 머릿속에서 가상의 이미지만 잘 구현하면 간단하게 빈 카드에 뭔가를 담을 수가 있었다.

상혁은 빈 카드 50장에 메탄가스를 가득 담았다. 빈 카드에 메탄가스가 담기자 하얗기만 하던 카드에 황토색 가스 모양의 그림이 생겨나며 메탄가스(악취 주의)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그렇게 메칸가스 카드를 얻은 상혁은 위탁판매소에서 사온 불의 티끌과 블랙스톤 가루도 모두 꺼내서 빈 카드와 합쳐서 카드화시켰다.

불의 티끌이 54장. 그리고 블랙스톤 가루가 50장의 카드로 변했다.

“이제 남은 건······.”

3가지 종류의 카드를 완성한 상혁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계속 틈틈이 주웠던 주먹만 한 돌멩이들을 카드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요령 자체는 간단했다.

빈 카드와 돌멩이를 하나로 합쳐서 돌멩이 카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돌멩이 카드는 총 50장이 만들어졌다.

이로써 상혁이 만든 카드의 종류는 딱 4가지가 되었다.

상혁이 서로 다른 4가지 종류의 카드를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이 4가지 카드가 바로 상혁이 첫 번째로 완성할 카드 조합식에 필요한 카드들이었다.

“천룡패법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카드 조합식이었던 ‘플레임 스톤’의 조합식이 이렇다는 건 아무도, 아니 오로지 최상열과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지.”

플레임 스톤은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전투에 특화된 마법사들이 대부분 주력 마법 중 하나로 선택했던 ‘파이어볼’과 비슷한 기술이었다.

정확히 따지면 파이어볼보다 위력은 살짝 떨어지는 대신 범용성이 월등히 뛰어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카드 조합은 앞으로 상혁이 아주 자주 사용하게 될 조합 중 하나였다.

사실 카드들을 한 장, 한 장 따로 놓고 보면 정말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이런 보잘것없는 카드들 4장을 조합하자 강력한 공격용 기술이 튀어나왔다.

“카드 조합.”

상혁은 자신이 만든 4종류의 카드를 동시에 뽑으며 나직하게 카드 조합을 외쳤다. 그러자 네 장의 카드가 하나로 합쳐지며 상혁의 손에 ‘플레임 스톤’이란 한 장의 마법 카드가 나타났다.

카드 조합식 ‘플레임 스톤’이 영혼 스킬 ‘카드 조합’에 등록됩니다.

‘카드 조합’에 등록된 카드 조합식은 총 1개입니다.

한 번만 이렇게 등록을 해놓으면 다음부터는 굳이 카드를 뽑지 않고 그냥 카드를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곧바로 조합할 수가 있었다.

특히 카드 조합 기술은 카드를 소모해 기술을 발동했기 때문에 특별한 비용 소모가 없었다.

마력, 체력······ 기타 등등 소모되는 비용은 전혀 없었다. 다만 카드를 연속해서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모든 카드 조합식엔 재사용대기시간이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똑같은 카드 조합식을 사용하려면 그 재사용대기시간이 모두 지나야만 가능했다.

예를 들어 지금 상혁이 등록한 ‘플레임 스톤’ 같은 경우는 재사용대기시간이 8초였다. 즉, 플레임 스톤은 8초에 한 번씩 날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개인마다 편차가 존재하긴 했지만 파이어볼이 보통 15초의 재사용대기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플레임 스톤이 얼마나 괜찮은 기술인지 알 수 있었다.

고대의 지식 ‘카드 유저’도 얻었고 주력 스킬로 사용될 카드 조합식 ‘플레임 스톤’도 넉넉하게 준비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또 다른 것을 선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것에 앞서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카지노에서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세븐 포커에 집중했었기 때문에 지금 타이밍엔 충분히 재충전을 해줘야 했다.

특히 그동안 운동을 너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 몸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일단 로그아웃을 하자.’

어차피 한계 접속시간을 거의 다 채운 상태였기 때문에 더 버티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상혁은 로그아웃 후 일단 잠을 푹 잤다. 그동안 쪽잠을 잤던 걸 보충하려는 듯 거의 5시간 동안 시체처럼 잠을 잔 상혁은 시끄러운 알람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마음 같아선 10시간 정도는 자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신체 리듬이 깨질 수 있었기에 약간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만 자고 일어났다.

잠에서 깬 후 빠르게 샤워를 하고 고 영양식 식사를 하며 늘 그렇듯 오프라인에서의 EL 정보들을 살펴보았다.

‘특별한 이슈는 없······. 아!’

별로 특별한 이슈가 없다고 생각하며 인터넷 창을 닫으려던 상혁은 배너처럼 뜬 작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푸(Pu) TV······. 허어, 이걸 잊고 있었네.”

이건 큰 실수 같은 건 절대 아니었다. 다만 나름 EL 역사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푸 TV를 잊고 있었다는 점이 너무 스스로 멍청하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푸 TV는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파프리카 TV와 같은 인터넷 개인 방송이었다. 물론 푸 TV는 파프리카 TV와 똑같진 않았다. 파프리카 TV가 인터넷 시대에 최고로 인정받은 개인 방송이었다면 푸 TV는 DN 시대에 최고로 인정받은 개인 방송이었다.

푸 TV는 원래 환상철권 방송으로 많이 유명해졌던 곳이었는데 상혁의 전생엔 발 빠르게 환상철권에서 EL로 주력 콘텐츠를 옮기며 진정한 최고의 개인 방송이 된 곳이었다.

“맞아, 딱 지금쯤 푸 TV가 아주 공격적으로 EL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었어.”

결과적으론 푸 TV가 제대로 선택을 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푸 TV의 이런 과감한 선택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푸 TV가 여전히 인기가 많은 환상철권에 더 투자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뭐, 이건 결국 반년도 안 돼서 푸 TV의 선택이 옳다는 게 증명되고 나면 깔끔하게 없어질 논란이지.’

상혁은 생각난 김에 DN에 들어가 푸 TV에 접속을 해보았다. 아직은 메인 화면에 환상철권 방송들이 많이 걸려 있었지만, 푸 TV 측에서 특별히 마련한 목 좋은 공간에 EL 관련 방송들이 모여 있었다.

방송을 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인터넷에서 방송을 클릭해 방송을 시청하듯 여기서도 방송 화면을 직접 터치해 방송에 입장하면 되었다.

DN 개인 방송과 인터넷 개인 방송의 차이점은 4D와 2D 정도로 생각하면 되었다. 당연히 DN 쪽이 훨씬 실감이 났다.

‘아직까진 익숙한 이름이 안 보이네······.’

상혁은 EL 관련 방송들을 쭉 살펴보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 방송을 통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개인 방송을 하는 순간 많은 걸 공개해야 했기 때문에 함부로 도전할만한 영역은 아니었다.

특히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혁은 절대 라이브 방송 같은 건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대신 녹화 영상을 떠서 그걸 틀어주는 쪽으로 해야겠지.’

아무리 비밀이 중요하다고 해도 개인 방송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까웠기 때문에 상혁은 나름대로 비밀을 최대한 숨기면서 개인 방송을 할 방법을 생각해놓은 상태였다.

나중에 LGN(Live Game Net)과 같은 전문 게임 방송국이 중계를 시작하게 되면 그들이 운영하는 라이브 채널을 거의 무조건 얻어야 했다. 이건 개인 방송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어쨌든 그때 가서 라이블 채널을 얻으려면 개인 방송 쪽에서 인지도를 쌓아놓을 필요도 있었다.

상혁은 그나마 제일 인기가 많은 BJ의 이름을 선택해 들어가 방송을 시청해 보았다. 확실히 EL의 재미를 100% 보여주지 못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하긴 했다.

방송에서는 요즘 한창 공략도전 파티가 만들어지고 있는 팔콘시의 하수도 던전 도전을 방송하고 있었다.

상혁은 방송 시청 모드를 ‘1인칭’ 모드로 바꾸고 BJ가 보는 시점을 그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보통 시청자의 90% 이상은 ‘타워 시점’을 통해 쾌적한 시야에서 방송을 봤지만 상혁은 늘 이런 1인칭 시점 시청을 좋아했다.

‘이런 여기선 피하는 게 아니라 막아야지.’

굳이 찾으려고 노력한 건 아니었는데 1인칭 시점에서 시청하다 보니 BJ의 실수가 너무나 잘 보였다. 다른 시청자들은 BJ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하기가 바빴지만, 상혁이 보기에 이 BJ의 실력은 그냥 일반 유저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일 뿐이었다.

물론 상혁의 눈이 너무나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BJ가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부분도 많긴 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지금 방송을 하는 BJ는 노력 여하에 따라 프로게이머에 도전할 수도 있을 정도는 되긴 했었다.

상혁은 대략 15분 정도를 더 시청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하수도 던전에 헤딩하는 모습을 굳이 계속 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당장 개인 방송을 시작하지 못한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니 지금은 일단 계속 영상을 녹화하며 콘텐츠를 모아두자.’

EL은 다양한 방법의 영상 촬영 지원했기 때문에 영상은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찍을 수가 있었다. 다만 허락을 받지 않고 다른 유저를 촬영하는 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도둑 촬영을 했다간 계정이 정지되는 건 물론이고 민사소송에 휘말려 감당하지 못할 금액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은 이미 다른 게임에서 실제로 여러 번 일어났었기 때문에 이제는 DN 유저들 모두가 스스로 조심하고 있었다.

개인 방송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상혁은 곧바로 EL에 접속했다.

‘기본적인 능력이 갖춰졌고 대충 무대도 완성되었을 테니 이제 그 녀석을 잡으러 가볼까······.’

그것은 처음부터 상혁이 노리고 있었던 목표였다. 다만 견적이 전혀 나오질 않아 계속 도전을 뒤로 미루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루고 있을 순 없었다. 그것, 아니 그곳에 언제부터 유저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유저들이 그곳의 진면목을 알기 전에 먼저 찾아가 꿀을 열심히 빨아줘야 했다.

< [9장] 개인 방송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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