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일인군단-12화 (12/127)

< [7장] 비밀 던전 (1) >

@ 비밀 던전.

최초로 100명의 악인을 쓰러트리고 그들의 블랙 카르마를 빼앗았습니다. 트리나탄 전역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가장 먼저 한 당신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유일 등급 타이틀인 [최초의 악인(惡人) 사냥꾼]을 획득했습니다.

상혁은 마지막 100번째 악인의 목을 날려버리고 드디어 원하던 걸 얻을 수가 있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며 악인들을 사냥한 보상이었기에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휴, 이거 감이 너무 녹슬어서 큰일이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일주일 만에 100명의 악인을 사냥한 걸 뿌듯하게 생각했겠지만 상혁은 오히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100명의 악인을 사냥하며 수많은 PvP를 경험했고 결과적으론 한 번도 실수하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느낀 자신의 움직임 자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였다.

상혁은 지금 자신의 컨디션을 대략 전성기 때의 70%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확실히 오랜 세월 폐인 생활을 하며 감각이 많이 녹슬었기 때문에 전성기 때의 실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상혁은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새로 얻은 타이틀인 최초의 악인 사냥꾼의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효과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기대하며 타이틀 정보 창을 열었다.

호칭 - ‘최초의 악인(惡人) 사냥꾼’

등급 – 유일(唯一)

설명 – 최초로 100명의 악인을 쓰러트린 당신에게서 특별한 힘이 느껴집니다.

효과 - [접두: 악인을 상대할 때 이동속도가 30% 증가합니다.] [접미: 악인을 상대할 때 생명력 회복속도가 30% 증가합니다.] [상시지속 효과: 악인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7% 상승합니다.]

“아! 이것도 % 증가 효과를 지니고 있었구나.”

당연한 얘기지만 % 증가 효과는 언제나 옳았다. 상혁은 타이틀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왜 자신이 최초의 악인 사냥꾼이 꿀 같은 타이틀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악인을 상대할 땐 이거만 한 타이틀을 찾기도 힘들겠네.”

개인적으로 상혁은 이동속도 증가 옵션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 타이틀이 더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냥으로 레벨도 제법 올렸고 PvP 감각도 그나마 어디 가서 빌빌거리지 않을 정도는 회복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인 건가? 아, 돈도 제법 많이 벌었으니까 상당한 이득이라고 할 수 있겠네.’

상혁은 이번 악인 사냥을 스스로 평가해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적으론 모든 게 좋았다. 특히 레벨을 24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게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정확한 건 아니지만 상혁이 파악하기엔 현재 가장 빠르게 레벨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 27에서 30수준이라고 알려졌었다.

대부분 그들은 원 소울이었다. 더블 소울도 아주 소수는 있었겠지만 적어도 트리플 소울 이상은 레벨 25를 넘긴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제 그렇게 달려 나간 최상위권 유저들이 슬슬 악인 사냥을 준비하고 있겠지? 이대로 계속 악인 사냥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수 있지만, 굳이 그들과 경쟁을 할 필요도 없고 아직 얻어야 할 게 많이 남아 있으니까 난 이쯤에서 악인 사냥은 잠시 쉬어야겠네.’

모든 건 다 때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상혁은 남들보다 몇 발은 더 일찍 악인 사냥으로 제대로 꿀을 빨고 이제 후발 주자들이 등장할 때 즈음 일찌감치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 * *

트리나크 행성에는 수많은 던전이 존재했다. 던전은 크게 ‘공용 던전’과 ‘비밀 던전’으로 나뉘었는데 공용 던전은 말 그대로 모든 유저가 입장할 수 있는 공개된 던전이었다.

던전에 따라 입장 조건 같은 게 존재할 수는 있었지만 조건만 만족하면 그 누구라도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에 반면 비밀 던전은 말 그대로 아무나 입장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던전이었다.

비밀 던전은 그것을 발견한 유저에게 귀속되는 던전이고 공용 던전은 EL의 세상을 창조한 창조신에게 귀속된 던전이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극명한 차이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트리나크 행성 전체에는 수많은 비밀 던전이 존재했다. 비밀 던전의 특성상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다. 대신 공용 던전은 영원히 소멸 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가능했다.

공용 던전은 대부분이 팀 단위로만 클리어가 가능한 던전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의 상혁은 도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비밀 던전은 달랐다. 비밀 던전은 대부분 규모 자체가 상당히 작았고 던전을 찾는 것 자체만으로 상당한 보너스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은 무조건 비밀 던전에 집중하는 게 맞았다.

다른 유저들이 비밀 던전의 존재를 모르고 필드에서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을 때 상혁은 비밀 던전을 찾아서 보너스 카르마까지 얻어가며 빠르게 레벨을 올릴 생각을 했다.

‘첫 비밀 던전이 언제 발견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중에 크게 화제가 된 두 개의 비밀 던전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히 알고 있지!’

아무리 과거로 돌아온 상혁이라고 해도 비밀 던전에 대한 걸 모두 다 알고 있을 순 없었다. 비밀 던전은 이름처럼 모든 게 비밀스러운 던전이었기 때문에 상혁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게 더 많았다.

하지만 상혁이 알고 있는 정보만 모두 합쳐도 일개 개인이 알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비밀 던전에 대한 정보가 워낙 방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것뿐이었다.

일단 상혁은 아주 좋은 극 초반 비밀 던전 두 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 두 개의 비밀 던전은 소수의 특별한 유저들이 독점했었는데 이게 공개된 건 그렇게 꿀을 빨았던 유저들이 몇 년 뒤 방송에 나와서 자랑스럽게 떠벌렸기 때문이었다.

그 방송은 상혁도 인상 깊게 봤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그 두 개의 던전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었다.

일단 두 개의 던전 중 시기상 더 먼저 발견된 건 ‘버려진 어촌’에 숨겨져 있던 ‘멀로그 던전’이었다.

멀로그 던전은 D등급의 던전이었지만 보너스 카르마가 무려 40%였고 더욱이 던전 규모가 굉장히 작으면서 동시에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인 멀로그가 워낙 잡기 쉬운 몬스터였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카르마를 획득할 수가 있었다.

이 멀로그 던전은 아주 초반에 발견되었다고 알려졌었기 때문에 상혁은 혹시라도 누가 먼저 이것을 발견하기 전에 먼저 선점하기 위해 바로 ‘버려진 어촌’으로 와 있었다.

‘버려진 어촌에 등장하는 16가지 몬스터들을 모두 잡은 후 그놈들에게서 얻은 각기 다른 색의 진주를 가지고 어촌 앞 바닷속으로 잠수한다. 바닷속 바닥엔 낡은 석판이 하나 숨겨져 있고 그 석판의 한가운데 뚫려 있는 구멍에 16개의 진주를 모두 집어넣으면 비밀 던전을 열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

말로 설명해도 복잡한 이 과정을 거쳐야 비밀 던전을 열 수가 있었다. 상혁은 이미 정답을 미리 엿보고 온 존재였기 때문에 쉽게 비밀 던전에 접근할 수가 있었지만 다른 보통의 유저들은 비밀 던전을 찾기 위해 수많은 곳에서 힌트를 얻고 그 힌트를 조합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상혁이 반칙을 하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온 상혁이 정직하게 플레이하는 건 더 웃긴 일이었다.

상혁은 이미 위탁 판매소에 들러서 각기 다른 16가지 색의 진주를 골드로 구매해 온 상태였다. 지금 단계에선 놈들이 떨어트리는 각기 다른 색의 진주가 이런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아주 싼 가격에 진주들을 모두 살 수가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 골드로 사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몬스터가 진주를 떨어트리는 것 자체가 무작위였기 때문에 어촌에 죽치고 앉아서 사냥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진주도 구했고 던전의 위치와 비밀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혁은 망설이지 않고 어촌 앞바다로 헤엄쳐 나갔다. 이제는 어촌 앞 바닷속 바닥에 있다는 낡은 석판만 찾으면 되었다.

상혁은 대략 세 시간 동안 열심히 잠수하며 버려진 어촌의 앞바다를 샅샅이 뒤진 끝에 결국 낡은 석판을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노멀 스킬이자 생활 스킬 중 하나인 ‘수영’이 생성되었는데 이건 나중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스킬이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바닷속에 숨겨져 있던 멀로그들의 공간이 공개됩니다.

비밀 던전 ‘멀로그의 보물창고’가 개방되었습니다.

멀로그의 보물창고는 차원 여행자 ‘불멸’에게 귀속됩니다.

본 던전에는 총 세 명의 사용자를 등록하실 수가 있습니다.

상혁은 비밀 던전이 자신에게 귀속되자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깊은 바다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있는 건 괴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일단 던전 안으로 들어가 숨을 좀 돌릴 생각이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온 상혁은 우선 자신에게 귀속된 ‘멀로그의 보물창고’의 상세 정보를 펼쳐보았다.

비밀 던전 [멀로그의 보물 창고]

- 차원여행자 ‘불멸’에게 귀속됨

- 등록된 차원 여행자 [불멸], [없음], [없음]

: 멀로그들이 자신들이 모은 보물을 모아놓은 작은 창고. 보물을 지키는 다수의 멀로그들이 존재하지만 그다지 위협적이게 보이진 않는다.

- 보너스 카르마 : +40%

- 던전 클리어 보상 : 멀로그들이 모은 반짝이는 보물 중 하나.

- 던전 클리어 후 재활성화 시간 : 1시간.

- 던전 유지 시간 : 무한(無限).

- 던전 최대 클리어 횟수 : 100회.

던전 정보는 상혁이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일단 등록된 차원 여행자가 없는 건 당연했고 보너스 카르마도 알고 있던 대로 +40%였다. 보통 비밀 던전들이 +10~20%였던 걸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멀로그의 보물 창고는 일자형 구조에 중간에 작은 방이 세 개가 있고 마지막에 던전 보스인 ‘푸른 뿔 멀로그’가 나오는 보스방이 존재했다.

이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푸른 뿔 멀로그를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던전을 클리어하면 클리어 보상을 받을 수가 있었다.

멀로그가 모은 반짝이는 보물이라고 해봤자 별건 없었지만, 그것 중에 꽤 쓸 만한 물건이 나올 가능성도 있긴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클리어를 하고 나면 1시간을 기다려야지 다시 던전이 재활성화되었다. 멀로그의 보물창고 같은 경우는 던전 유지 시간이 무한이었지만 비밀 던전 중에는 유지 시간이 매우 짧은 던전도 많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최대 클리어 횟수였는데 이건 말 그대로 멀로그 보물의 보물 창고를 100번 클리어하면 비밀 던전이 소멸한다는 뜻이었다.

“확실히 그들이 꿀이라고 말할 만했네.”

전생에 상혁도 비밀 던전을 수없이 많이 경험했었지만, 이 정도라면 초반 단계에선 거의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멀로그가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 베스트 5에 무조건 들어갈 정도로 약하다는 점이 매우 중요했다.

그 얘긴 던전을 순식간에 반복 클리어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었고 현실이건 게임이건 시간은 곧 금(金)인 법이었다.

‘던전 유지 시간이 무한이니까 여긴 일단 귀속만 시켜놓고 다음 비밀 던전을 찾아야겠다.’

일단 상혁에게 귀속이 된 비밀 던전은 상혁이 던전에 추가 마스터로 등록을 시켜주지 않는 이상 아무도 들어올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은 비밀 던전의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언급하고 있진 않았지만, 앞으로 비밀 던전에 대한 정보가 많이 풀리면 그때부턴 비밀 던전을 거래하는 전문 사이트까지 생겨날 정도로 비밀 던전은 유저들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될 예정이었다.

상혁은 비밀 던전은 곧 큰돈이 되는 세상이 온다는 걸 잘 알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멀로그의 보물창고를 누군가에게 팔 생각은 없었다.

이 던전 자체가 워낙 꿀 같은 던전이었기에 이 꿀은 오로지 혼자서만 독차지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 정도는 클리어해볼까? 하긴 클리어 타임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도 할 겸 한 번 정도는 달려보자.”

원래는 다시 던전 밖으로 나가려고 했던 상혁이었지만 문득 한 번 정도는 클리어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느끼며 생각을 바꿨다.

스르르릉.

상혁은 등에 메고 있던 여행자의 보검을 뽑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동굴. 이곳이 바로 비밀 던전 ‘멀로그의 보물창고’의 입구였다.

< [7장] 비밀 던전 (1) > 끝

ⓒ 성진(成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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