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26화 (126/126)

# 126

도전자에서 디펜딩 챔피언 (4)

3회 말에 터진 내 만루 홈런.

4:3의 스코어는 6회까지 쭉 이어졌다.

계속해서 유지된 스코어가 바뀐 순간은 7회 초.

1아웃 1루의 상황에 올라온 양키스의 필승조 투수 잭 브리튼.

“스트라이크 아웃!”

그는 마운드에 올라와서 첫 타자인 7번 우익수 헌터 렌프로를 4구만에 삼진으로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다음 타자는 8번 타자인 레드삭스의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예전에 만났을 때는 계속해서 트래시 토크를 던지는 공수에 있어서 적극적인 선수.

하지만 올해 시범 경기에서부터 이어진 부진 때문인지 이번 3연전에서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성격이 바뀌었을지도?

“스트라이크!”

부웅―

와아아―

이번 3연전에서도 당연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그는 초구로 들어온 한복판의 공을 기다리더니, 존에서 상당히 빠지는 2구 싱커에 크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를 날리기 시작했다.

따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야구와 인생이란 것이 참 그렇다.

인생에서도 늘 좋지 않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듯이, 야구에서도 행운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0-2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잭 브리튼의 싱커는 살짝 가운데로 몰렸고,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의 스윙은 이번 3연전에서 가장 완벽했다.

행운과 행운의 만남.

그것은 4:3으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순식간에 4:5로 만들었다.

오늘 양키 스타디움에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은 거의 없었기에, 적막에 가까운 구장의 분위기.

하지만 작년에 우승을 경험했던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은 이런 분위기에 주눅 들 레벨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던 베테랑.

거기에다가 작년의 월드시리즈를 비롯한 포스트시즌 경험은 그들에게 엄청난 경험치를 안겨주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것은 작년에도 필승조 투수를 맡던 잭 브리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저번 타석에서 싱커로 홈런을 맞았지만, 다음 타자인 바비 달벡에게 똑같은 싱커로 삼진을 잡아냈다.

“좋아! 아직 경기 안 끝났어! 레드삭스가 양키스에게 도전하려면 얼마나 멀었는지 오늘 제대로 보여주라고!”

“세 번의 공격이면 10점을 뽑아내고도 충분하지! 믿는다!”

“양키스! 양키스!”

7회 초에 역전이 된 경기.

하지만 작년의 우승으로 경험치가 쌓인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양키스가 다시 역전해서 이겨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 보였다.

그들이 지르는 함성과 응원 소리가 더그아웃까지 생생하게 들릴 정도였으니까.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내가 출루해야 너에게 기회가 오고 양키스가 이기지.”

“전 언제나 믿습니다. 매일 우리의 노력이 경기에서 결과로 나올 거라는 사실을.”

“가끔 보면 네가 나보다 베테랑 같다니까.”

7회 말 양키스의 선두 타자는 2번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이번에도 내게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비장한 표정으로 타석에 걸어갔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7회 말에 투수를 교체했다.

마운드 위의 바뀐 투수는 다윈존 에르난데스.

1점 차 접전의 경기답게 필승조 투수를 꺼낸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따악―!

루그네드 오도어는 그런 레드삭스의 필승조 투수의 공을 초구부터 쳐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와아아―

뉴욕 양키스의 선두 타자 출루에 양키 스타디움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대기 타석에서 몸을 풀고 있던 나는 배트 링을 던지고 타석으로 걸어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관중들은 일제히 내 응원가를 따라 부르다가 순식간에 야유를 날리기 시작했다.

자동 고의사구.

레드삭스의 프런트는 5회 말에 이어서 이번에도 나에게 자동 고의사구로 승부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바뀐 상황이라면 아까는 1아웃에 주자가 없었고, 지금은 노아웃에 주자가 있다는 사실.

그렇게 득점권의 상황인 노아웃 1, 2루를 맞이하게 된 뉴욕 양키스.

그리고 타석에 4번 타자 게리 산체스가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볼!”

그는 바깥쪽 높은 코스에 꽉 찬 초구를 지켜봤고, 2구로 들어온 헛스윙을 유도하는 낮은 커브는 참아냈다.

그리고 제 3구는 초구와 비슷한 코스지만 살짝 가운데로 몰린 포심이 들어왔다.

따아아악―!

게리 산체스는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고 맞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길게 뻗지는 못한 타구.

중견수가 살짝 뒤로 이동해서 공을 잡아냈다.

2루 주자였던 루그네드 오도어는 그와 동시에 3루로 출발했다.

오도어의 주루 속도를 생각한다면 접전인 상황.

나는 2루로 달리는 모션을 중견수에게 보여주고 2루로 송구를 확인한 후에 다시 1루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 여유롭게 3루에 도착한 오도어.

1아웃 1, 3루의 상황이 되었다.

타석에는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5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이 들어섰다.

더그아웃에서는 내게 도루 시도 사인을 보냈다.

2, 3루의 상황에 내 속도라면 충분히 안타 하나로 역전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했다.

“세이프!”

견제에 여유롭게 1루 베이스로 돌아온 후에 초구를 던지는 다윈존 에르난데스.

그의 발끝이 움직임과 동시에 2루 베이스로 향했다.

“세이프!”

워낙 스타트가 좋았기에 여유롭게 2루에 안착했다.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일어선 나는 다시 주루에 집중했다.

따악―!

지안 카를로 스탠튼 2-1까지 공을 잘 골라낸 후에 4구로 들어온 커브를 당겨 쳤다.

유격수 정면의 빠른 타구.

상대 유격수인 젠더 보가츠가 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다시 2루로 돌아간다면 살 수 있는 타이밍.

하지만 3루 주자인 루그네드 오도어가 타격과 동시에 뛰었기에,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리며 몸을 옆으로 기울여서 보가츠의 태그를 피해냈다.

그리고 내 위로 공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흘깃 옆을 확인하니 오도어는 홈에 여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상황.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타자인 지안 카를로 스탠튼을 2루로 보내는 것.

나는 2루와 3루 사이를 몇 번이나 왕복했고, 그 사이에 스탠튼은 여유롭게 2루에 도착했다.

“아웃!”

스탠튼의 위치까지 확인한 후에 3루에서 태그아웃.

그렇게 5:5 동점, 2아웃 2루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나이스 플레이! 이게 양키스지!”

“최! 좋았다!”

아웃되어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나에게 많은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

난 그런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준 후에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다음 타자는 어제 연타석 홈런을 치며, 완벽하게 부활을 알린 6번 타자 루크 보이트.

따아아아악―!

그는 초구를 타격했지만, 아쉽게도 좌측 담장 앞에서 좌익수에게 잡히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제 8회 초를 맞이하는 3차전.

두 팀의 스코어는 5:5로 승부는 다시 원점이었다.

***

[지안 카를로 스탠튼의 타격! 아! 유격수 정면으로 향합니다.]

[어? 오도어가 홈으로 뛰고 있어요. 이건 사인 미스인가요?]

[아! 최강남 선수의 좋은 3루 질주! 이렇게 되면 잰더 보가츠 선수 입장에서는 오도어 선수를 확인하기 어렵죠!]

[최강남 선수가 계속 포기하지 않으며 2루와 3루에서 랠리를 반복합니다! 결국 스탠튼을 2루에 보내고 나서 아웃됩니다. 이런 최강남 선수를 보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양키스의 팬들!]

[지금 이 상황은 리플레이를 보고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네. 지금 리플레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아! 최강남 선수가 정말 좋은 판단을 했네요.]

[그렇네요. 오도어 선수가 홈으로 달리는 것을 확인한 후에 3루로 향하는 최강남 선수였죠? 거기다가 보가츠의 태그를 몸을 살짝 비틀어서 피하는 것까지 정말 좋았네요. 이건 오도어를 확인하지 못한 보가츠의 실수라기보다는 최강남 선수의 혼란을 주는 플레이가 빛을 발했습니다.]

[그렇죠. 이런 상황에서는 눈앞의 주자에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거든요. 레드삭스의 3루수인 라파엘 데버스가 공을 잡고 오도어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아웃시키기에 늦은 상황이었죠. 최강남의 훌륭한 BQ(야구 지능)가 양키스에게 정말 중요한 1점을 선사합니다!]

[루크 보이트의 타구는 쭉쭉! 뻗지만 아쉽게 좌측 담장 앞에서 잡히네요. 이렇게 되면 방금 전 최강남 선수의 영리한 주루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득점에 실패했을 7회 말 양키스의 공격. 하지만 이번에도 최연소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최강남이 뉴욕 양키스를 구원합니다!]

최강남의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동점이 된 경기.

당연하게도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은 최강남의 이런 플레이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찬양을 이어갔다.

― 와 저 짧은 사이에 오도어 달리는 거 보고 순간적으로 저런 판단을 한 거야?

ㄴ 진짜 지능적인 플레이였다

ㄴ 타격에 주루에 수비에 야구 지능까지 높다? 바로 유니폼 사러 간다

ㄴ 아직도 안 샀어? 저번 주에 가니까 이미 다 팔렸더라

ㄴ 잰더 보가츠 줄 테니까 유격수끼리 바꿀래?

ㄴ 우리 레드삭스 팬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거 잘 알고 있지?

ㄴ 솔직히 여유롭게 아웃되는 건데 무슨 저기서 저런 플레이를 하냐? 어린 나이라 뇌가 깨어있어서 그런가? 솔직히 부럽긴 하다...

ㄴ 대체 레드삭스 팬들은 결제까지 하면서 왜 양키스 방송을 보는 거야?

ㄴ 트라우마가 얼마나 크겠어

ㄴ 그건 맞지

좋은 플레이였던 건 알았지만, 해설진의 분석과 찬양까지 있으니 더욱 확실히 알게 된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

그들 역시 최강남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의견을 늘 가지고 있는 뉴욕 양키스의 팬들.

그리고 오늘 경기까지 승리한다면 시리즈 스윕.

그들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

5:5의 상황에서 맞이한 레드삭스의 8회 초 공격.

마운드 위에는 작년에 트레이드 된 알렉스 콜로메가 올라왔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필승조 투수 중 하나인 알렉스 콜로메.

다른 팀이었다면 당연히 마무리 투수로 뛸만한 레벨의 투수인 그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땅볼, 땅볼, 삼진.

그는 리그 최고의 불펜 중 하나라고 불리는 이유를 증명해냈다.

이어지는 8회 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필승조 투수를 꺼낸 모습이었다.

개막 이후로 2연패.

오늘 경기까지 진다면 3연패를 당하는 레드삭스였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마운드에 올라온 레드삭스의 투수는 아담 오타비노.

“스트라이크 아웃!”

뜬공, 뜬공, 삼진.

알렉스 콜로메와 굉장히 비슷한 투구 내용을 보여준 그는 여유롭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와아아―

다시 돌아온 9회 초 레드삭스의 공격.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를 보고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롤디스 채프먼.

속도가 떨어졌음에도 구위와 커맨드로 버티는 투수가 이른 상황에 등판했다.

안타를 하나 허용했지만, 레드삭스의 선수들은 9회 초에 홈을 밟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정규 이닝 마지막인 뉴욕 양키스의 9회 말 공격이 찾아왔다.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오늘 경기가 중요한 만큼 마무리 투수가 동점인 상황에서 올라왔다.

맷 반스.

양키스의 타선은 1번 타자인 DJ 르메이휴부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주로 보여주는 맷 반스.

그는 3구만에 르메이휴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2번 타자인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0-1의 카운트에서 2구로 들어온 포심을 타격했다.

존 가운데로 상당히 몰렸지만, 워낙 구위가 좋고 궤적이 괴상한 투수 맷 반스.

타구는 중견수가 앞으로 뛰어 나와서 여유롭게 처리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다시 찾아온 내 타석.

이번에는 레드삭스 더그아웃에서 자동 고의사구를 내지 않았다.

마운드 위의 맷 반스는 표정의 변화가 하나도 없이 와인드업 후에 초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확실히 큰 궤적의 포심.

초구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두 번째 공을 기다렸다.

따악―!

포심 타이밍에 휘둘렀지만, 존 근처에서 힘이 줄어드는 체인지업.

3루수가 바로 잡아냈지만 다행히도 파울 라인을 벗어나는 타구였다.

포심과 체인지업.

이 두 가지 공의 궤적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세 번째 공을 기다렸다.

‘체인지업이다.’

포심 타이밍에 휘두르던 배트를 있는 힘껏 멈췄다.

겨울 내내 집중했던 근육들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레드삭스의 포수인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는 1루심을 가리켰지만, 양손을 쭉 뻗는 1루심.

스윙이 선언되지 않으며 1-2의 카운트가 되었다.

“볼!”

4구 역시 체인지업.

이렇게 느린 공을 보다 보면 빠른 공에 반응이 늦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초구로 봤던 포심을 머릿속에 담아두며 다섯 번째 공을 기다렸다.

‘왔다.’

몸쪽 낮은 코스로 오는 포심.

난 그 공에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아악―!

타격과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은 들끓기 시작했고, 내 타구는 여유롭게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9회 말에 나온 끝내기 홈런.

뉴욕 양키스가 개막과 동시에 3연승을 성공한 순간이었다.

#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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