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도전자에서 디펜딩 챔피언 (1)
[안녕하세요! YES Network의 시청자 여러분! 시간은 흐르고 올해에도 드디어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일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뉴욕 양키스의 개막전이죠. 오늘 YES Network에서는 내일 개막전을 맞이해서 미리 보는 올해의 뉴욕 양키스에 대한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투수들은 작년에 비해 큰 변화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작년 양키스의 우승에 투수의 지분이 상당히 크다고 평가받았거든요. 그런 상황이니 큰 변화보다는 계약이 끝나는 많은 투수들의 재계약에 집중한 캐시먼 단장의 모습입니다. 이번 시즌에도 게릿 콜과 코리 클루버. 리그 최고 수준의 두 투수가 얼마나 큰 활약을 하는지가 팬분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겠네요.]
[다음은 작년 포스트시즌 내내 많은 화제가 되었던 뉴욕 양키스의 타자들입니다. 포스트시즌에 화려하게 부활한 지안 카를로 스탠튼의 시범 경기 홈런 독주! 무려 6개의 홈런을 쳐낸 스탠튼입니다. 거기에 최근 몇 년간 슬럼프에 빠졌던 루크 보이트의 부활! 하지만 양키스 최고의 관심사는 역시 최강남 선수죠?]
[그렇습니다! 이번 시범 경기에서도 4홈런을 쳐내며 정말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죠. 아무래도 어린 나이이기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다 보니, 초반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최강남 선수가 많은 경기에 나오지는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4홈런. 이건 정말 정규 리그에서의 활약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기록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애런 저지의 타격감은 꽤 올라왔지만, 시범 경기에서 애런 힉스의 타격감이 살짝 부진하다는 정도겠네요. 하지만 애런 힉스가 누구입니까? 큰 경기에서 강하고 아무리 부진해도 늘 본인의 기량을 찾는 선수 아닙니까. 애런 힉스까지 기량을 되찾는다면 이번 시즌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20개 이상의 홈런이 기대가 되는 뉴욕 양키스의 강력한 타자들입니다!]
개막 하루 전날.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은 뉴욕 양키스 선수들에 대한 특별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특별 방송을 찾은 수많은 시청자들은 해설진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연하게도 그 질문 중에 대부분은 최강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해설진들은 그런 팬들에게 최강남의 최근 활약과 그의 잠재력에 대해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내렸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최근 뉴욕 양키스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모두들 최강남에게 후한 평가를 내리기는 했다.
그렇지만 전문가의 의견이라면 더욱 공신력이 생기기 마련.
그리고 YES Network를 지켜보는 것은 야구팬들만이 아니었다.
뉴욕의 각종 언론들.
그들이 전문가들의 최강남에 대한 의견을 기사로 퍼 나르기 시작했다.
***
[뉴욕 양키스의 현재와 미래, 17세의 해결사 최강남에게서 찾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뜨거운 감자 최강남. 전문가들의 그의 이번 시즌 기대치는?]
[2023년도 뉴욕 양키스! 작년 월드시리즈 MVP를 받은 최강남을 주목하라!]
[올해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 뉴욕 양키스. 연속 우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정규 리그 개막전 당일 아침.
나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기사들을 살펴봤다.
뉴욕의 언론답게 대부분의 이야기가 뉴욕 양키스였고, 기사 제목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전혀 부담은 되지 않았다.
내가 보낸 겨울은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치열했으니까.
가볍게 샤워를 하고 숙소 로비로 향했다.
“오늘이 드디어 개막전이다. 뉴욕 양키스가 어떤 팀인지 양키 스타디움을 찾아준 관중들과 레드삭스에게 확실히 보여주자고. 우리는 무적의 양키스고 23년도 우승도 우리의 것이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경기장으로 향해서 몸을 풀기 전, 선수들을 불러 모은 애런 분 감독.
그는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좋은 감독이었고, 개막전부터 그의 능력을 사용했다.
“양키스! 양키스! 양키스!”
그 덕에 사기가 바짝 오른 선수들.
우리는 구호를 외치고 양키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로 향했다.
경기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가벼운 스트레칭에 펑고와 타격 훈련.
시범 경기부터 늘 해오던 훈련이었지만, 무게감은 전혀 달랐다.
시범 경기와는 다르게 오늘 열리는 경기부터는 공식 경기.
그렇기에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내가 다 긴장되네. 드디어 나도 메이저리그 풀 시즌을 치르는 건가. 아직은 불펜이긴 하지만.”
“불펜이 뭐 어때서요. 패전처리투수라도 되고 싶어서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뛰는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 얼마나 많은지 본인이 더 잘 알면서.”
“그냥 투정이지. 혹시 모르지. 나에게도 언젠가 1회부터 저 마운드 위에 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올 겁니다. 올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말이죠.”
“매정하기는. 만약 그런 날이 오면 내 뒤에는 네가 있는 거지?”
“그럼요. 양키스에서 돈을 조금 주거나, 스티븐이 트레이드 되지만 않는다면.”
“양키스 프런트에서 널 놓칠 일은 없을 테니, 트레이드 당하지 않도록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선수인지 보여줘야겠네.”
나와 마이너리그에서 동료 생활을 했던 싱커 위주의 투수인 스티븐.
그를 제외하고 나와 동료로 뛰었던 마이너리거들은 개막전이 열리기 전에 모두 짐을 싸고 마이너리그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능성도 충분히 만만치 않았다.
2홈런을 쳐내며 좋은 타격감과 괜찮은 블로킹을 보여줬던 포수 로버슨은 당장 주전 포수 2명이 부상을 입는다면 콜업이 당연시해 보였다.
거기에 스티븐보다 2살이나 어린 베네수엘라 출신의 케이든.
그의 공은 시범 경기에서 충분히 통했고, 트리플 A에서 어느 정도 증명만 보여준다면 콜업이 역시 확실시 한 수준이었다.
두 선수 모두 뉴욕 양키스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후보 선수로라도 메이저리그를 밟을 수 있는 실력.
하지만 뉴욕 양키스는 그리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엄청나게 호화로운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 연봉을 받고 있는 투수인 게릿 콜.
“플레이 볼!”
심판의 경기 시작 사인과 함께 최고 연봉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상대는 평소였다면 AL 동부 지구 최고의 타선을 자랑하는 보스턴 레드삭스.
하지만 지금의 뉴욕 양키스는 투수는 물론이고 타자까지 초호화 선수들로 가득 채워진 상황.
당연하게도 그 중심에는 내가 있었다.
“양키스! 올해도 제대로 하나 보여주라고!”
“믿는다! 게릿 콜!”
오늘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은 만석.
작년 양키스의 우승 이후로 한동안 야구를 보지 않았던 팬들까지 모여서 더욱 많아진 모습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게릿 콜은 1번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관중들의 기대에 부흥했다.
다음 타자는 2번 알렉스 버두고.
한때 다저스 유망주 랭킹 1위를 기록했던 그였지만, 다저스에서 결국 기회를 잡지 못하고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된 비운의 유망주.
따악―!
그는 2구를 타격했고 빗맞은 타구는 힘없이 내게 굴러왔다.
워낙 느린 타구였기에 기다리면 세이프가 될 만한 상황.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타구를 향해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러브로 공을 잡지 않고 맨손으로 공을 집어들었다.
워낙 빠르게 달려왔기에 가속력이 붙은 상황.
1루로 공을 던지고 앞으로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내 정확한 송구는 1루스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고, 심판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아웃!”
와아아―
내 엄청난 호수비에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들은 함성을 질렀다.
투수인 게릿 콜은 엄지를 치켜세웠고, 2루수 오도어는 오― 하는 입모양을 내게 날렸다.
나는 그런 선수들에게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유격수 수비 자리로 향했다.
따아악―!
3번 타자인 J. D. 마르티네즈의 타구는 우측으로 높게 향했지만, 멀리 뻗지는 못했다.
“아웃!”
우익수 애런 저지가 플라이 타구를 여유롭게 처리하며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 잡아냈다.
“바로 그거지! 이게 뉴욕 양키스지!”
“양키스! 양키스!”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1회 초 삼자범퇴.
그러한 모습에 만족한 듯 관중들의 환호 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커졌다.
흔히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따아악―!
지금 완벽한 흐름을 타서 오늘 1번 타자로 출장한 DJ 르메이휴가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다.
2번 타자는 루그네드 오도어.
선구안이 좋아진 오도어는 볼넷 출루가 많아졌다.
거기에다가 작전 수행 능력은 물론이고 야구 센스까지 있는 오도어.
그는 시범 경기에서도 대부분의 경기를 2번 타자로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따악―!
따악―!
“볼! 포볼!”
연달아 커트를 해내더니, 결국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 개 정도 빠진 8구를 참아낸 루그네드 오도어.
시범 경기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좁힌 것이 공격적인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러했다.
예전 스트라이크 존이었다면 걸칠만한 코스.
그는 바뀐 존을 완벽하게 이용해서 볼넷으로 유유히 1루로 걸어 나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노아웃 1, 2루의 찬스.
내가 타석에 들어서자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떠나갈 듯 내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운드 위의 투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최고 에이스 크리스 세일.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좌완 파이어볼러를 언급했을 때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오는 선수 중 하나인 크리스 세일이었다.
빠른 구속과 수평 무브먼트가 월등하게 뛰어난 크리스 세일은 공격적인 피칭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였다.
그리고 이런 투수의 단점은 명확했다.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날에는 평소와 같은 기량을 내기 힘들다는 것.
1번 타자 르메이휴에게는 존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던지며 안타.
2번 오도어에게는 존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지는 공만 3개로 볼넷.
잘 긁히는 날 크리스 세일의 공은 누구보다 위협적이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평범한 메이저리그 투수에 불과했다.
‘실투만 노린다.’
투수는 언제나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는 없다.
심지어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하지만 오늘은 보더라인 피칭이 평소보다 훨씬 떨어지는 날.
존에 걸치는 공은 나오기 힘들 것이고 난 가운데로 몰리는 공만을 치면 되는 상황이다.
“볼!”
“볼!”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크리스 세일은 초구와 두 번째 공으로 존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보더라인 피칭을 시도했다.
하지만 둘 다 존에서 공 한 개 이상은 차이 나는 코스로 들어왔다.
난 배트를 움찔거리지도 않고 여유롭게 공 두 개를 걸러냈다.
노아웃 1, 2루의 상황이기에 볼넷을 허용한다면 노아웃 만루가 된다.
그리고 투수 입장에서 노아웃 만루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다.
‘왔다.’
그런 상황에서 크리스 세일이 던질 수 있는 공은 몇 가지 없었다.
그리고 예상한 공이 들어왔다.
바깥쪽 낮은 코스지만 존 가운데로 상당히 몰린 공.
존에 걸치는 보더라인 피칭을 포기하고 카운트를 잡는 공에 나는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완벽한 타이밍에 배트 정중앙에 맞춰낸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들은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
[쳤습니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는 여유롭게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최강남의 2023 메이저리그 첫 타석 3점 홈런! 2023년 양키스의 첫 홈런 주인공은 최강남입니다!]
[지금 구속이 무려 100마일(160.9km/h). 크리스 세일의 최고 구속과 비교했을 때 겨우 1마일 차이가 나는 공이었거든요? 진짜 이 선수는 대단한 타격 기술을 가지고 있네요.]
[크리스 세일의 공은 수평 무브먼트가 엄청나기 때문에 타자들이 감을 잡기 쉽지 않거든요. 양 팀의 프런트 측에서는 선수의 컨디션 문제였다고 하지만, 시범 경기에서 에이스 투수를 숨긴 것도 오늘 개막전을 위해서라는 의견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렇습니다! 게릿 콜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반면 크리스 세일은 전혀 다릅니다. 왜냐하면 뉴욕 양키스에는 최강남이 있거든요! 이제 17세가 된 초특급 유망주! 그가 유망주가 아닌 팀의 핵심으로 우뚝 솟는 순간입니다!]
YES Network의 해설진은 최강남의 홈런을 보고 포효하듯 해설을 이어갔다.
최고의 좌완 파이어볼러라고 불리는 크리스 세일의 공을 완벽하게 밀어서 쳐낸 홈런.
그것은 해설진뿐만 아니라 팬들을 흥분시키기에도 충분했다.
― 와 저 구속을 밀어서 넘기네
ㄴ 손목 힘 하나는 타고난 듯
ㄴ 그것만 타고났나? 주루도 엄청나지
ㄴ 수비도 빼놓으면 섭섭하지
ㄴ 최강남 트레이드 해주면 안 되냐? 레드삭스 누구 주면 줄래?
ㄴ 클린업 트리오에 1, 2선발 얹어주는 거 아니면 트레이드 불가
ㄴ 너넨 양심도 없냐?
ㄴ 네가 양심이 없겠지 저런 유망주를 트레이드하자는 레드삭스 팬 수준
ㄴ 질투 생길 만 하지 얘네 유망주 하나는 기가 막히게 못 키우잖아
ㄴ 레드삭스가 뭐 그렇지
ㄴ 이게 뉴욕 양키스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이벌 관계.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것은 팬들에게도 존재했다.
그렇기에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승리는 언제나 짜릿하기 마련.
그리고 오늘은 1회부터 팬들이 그 짜릿함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