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22화 (122/126)

# 122

스프링 트레이닝 (3)

마운드 위의 상대 투수는 여전히 태너 하우크.

그는 내게 1회에 3점 홈런을 맞은 후에 2실점을 더 허용하고 나서 1회 말 아웃 카운트 세 개를 잡아냈다.

그리고 2회 말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1번 타자 오도어와 2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을 땅볼과 뜬공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내 두 번째 타석은 5:0으로 앞서고 있는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돌아왔다.

따악―!

따악―!

두 번째 타석에서는 커트 위주의 플레이를 하면서 공을 지켜봤다.

첫 타석에서 초구부터 타격했으니, 실전의 공을 더 볼 필요도 있었고.

“볼! 포볼!”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얻어낸 볼넷.

그리고 더그아웃은 내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였다.

“타임!”

나를 대주자로 교체하며, 내 첫 번째 시범 경기는 이렇게 끝났다.

“너무 섭섭해하지 말게나. 컨디션 체크의 목적이었고, 유격수 후보 선수들도 전부 확인할 필요성이 있어서.”

“전혀 섭섭하지 않습니다. 시범 경기잖아요. 그리고 초반에 교체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뭐···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교체되긴 했지만요.”

“이번 시즌도 잘 부탁하네. 최강남 선수의 공수에서 활약이 정말 필요하거든.”

“알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은 교체되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나에게 직접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야기했다.

초반부터 5:0으로 앞서는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은 빠르게 교체됐고, 첫 경기는 주로 후보 선수들의 실력 검증 시간이 되었다.

3회 초부터는 스티브가 마운드 위에 올라와서 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냈고, 7회에는 케이든 역시 기회를 잡았다.

1이닝 1실점.

인생 첫 메이저리그 등판치고는 괜찮은 기록이었다.

타격에 있어서는 5회부터 로버슨이 포수 마스크를 썼고, 2타수 1안타를 쳐내며 본인의 가치를 뽐냈다.

그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으며, 첫 경기가 끝이 났다.

경기 결과는 11:6 뉴욕 양키스의 승리.

아무리 비공식 경기라 할지라도 오늘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돈을 내고 들어왔다.

그렇기에 오늘의 승리에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다들 고생 많았다. 이제 첫 경기이니, 오늘 했던 실수 때문에 의기소침하지는 말고. 다들 좋은 모습 보여줘서 개막전까지 얼굴 봤으면 좋겠다.”

“고생하셨습니다!”

애런 분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는 피드백을 보여줬다.

그렇게 선수들은 다함께 숙소로 향했다.

“아 오늘 4회에 수비 실수가 좀 아깝네. 내가 조금만 침착했어도 충분히 더블 아웃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었는데.”

“워낙 느린 타구였기도 하고 유격수 송구가 부정확했으니까요. 솔직히 그건 어떤 선수를 데려다 놔도 더블 아웃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양키스에 16살 선수 하나 없다고 수비에서 그렇게 큰 공백이 느껴지다니. 넌 대체 뭐냐? 외계인이야?”

“베네수엘라식 농담인가요? 재미는 없네요.”

“단호하기는. 오늘 같이 마무리 훈련이나 하자고.”

“알겠어요. 가볍게 정리하고 트레이닝 센터로 갈게요.”

작년 우승과 함께 양키 스타디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숙소 건설.

작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경기장과 가까운 자리에 숙소가 생겼고,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신설 숙소로 가는 사이에 2루수 오도어와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경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바뀐 이런저런 룰들에 걱정이 많았다.

감독, 코치,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까지도.

하지만 개정 룰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투수들 입장에서는 피곤했겠지만, 타자들 입장에서는 타격에서 부담감이 덜 했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역시 즐거움이 예전보다 컸을 것이다.

그렇게 모든 선수들은 바뀐 룰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시범 경기가 시작됐다.

***

“벌써 시범 경기가 시작된 지 2주일이 지났네. 작년에 비해서 기록은 유의미한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시범 경기에 비해서 홈런 수가 1.5배 가까이 늘었고, 선수들의 타율 역시 5푼은 올랐습니다. 거기에다가 시범 경기이긴 하지만 관중들 역시 40%나 증가한 모습이고요. 당연히 TV나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 역시 엄청 늘어났습니다.”

“생각보다 투수들의 방어율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은 것 같네. 물론 시범 경기라서 4이닝 이상 던지는 선발 투수들이 없어서긴 하지만.”

“그렇지만 더블 A, 트리플 A 선수들이 확장 로스터를 통해서 던지는 것까지 감안하면 이 정도면 성공적인 룰 개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자네도 고생 많았네. 앞으로도 특이점 있으면 바로바로 브리핑해주고.”

“예. 알겠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10대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

그는 요즘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처음 그가 공인구 변경, 스트라이크 존 축소, 스핏볼 징계 강화라는 엄청난 개정 룰을 들고 왔을 때 대부분의 언론과 야구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었다.

열렬한 팬들은 언제나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고, 룰이 바뀌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니까.

애초에 개정 룰이라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라이트 팬들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오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계획이니까.

자동 고의사구를 처음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도 그러했다.

[고의사구를 하려고 피치아웃을 하다가 폭투가 되거나 밋밋하게 던졌을 때 타격이나 번트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제 야구는 무슨 재미로 보냐?]

공을 던지지 않고 자동으로 1루로 보내는 자동 고의사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던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자동 고의사구는 투수들의 필요 없는 투구 수를 줄여주고, 경기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최고의 개정 룰이라고 평가받는 상황.

룰을 바꾼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지나고 나서 보면 최고의 선택.

롭 맨프레드는 이번 개정 룰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시범 경기 기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

“플레이 볼!”

남은 시범 경기는 이제 2경기.

이번 경기는 홈에서 열리는 볼티모어 전이었다.

오늘은 나를 제외한 모든 야수들이 주전으로 선발 출장을 한 상황이었다.

현재 유격수 자리에 위치한 선수는 글레이버 토레스.

작년에도 유격수 후보로 뛰던 글레이버 토레스였다.

시범 경기 내내 정말 많은 더블 A와 트리플 A의 선수들이 유격수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아무래도 애런 분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가장 큰 변화는 루크 보이트의 복귀.

21년도 부상에 이어서 22년도 초반에 복귀에 성공했지만,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으며 다시 마이너리그로 향한 연봉 500만 달러의 홈런 타자.

2020년도 AL 홈런왕을 기록하기도 했던 루크 보이트는 이번 시범 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16경기에서 홈런을 3개나 때려냈다.

8번 타순으로 시작한 그였지만, 이제는 6번까지 상승한 타순이었다.

기존 유격수로 뛰던 히오 우르셸라가 내 등장으로 1루수로 향했기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은 외야수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빠지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애런 힉스.

그렇지만 연봉이 무려 1050만 달러인 애런 힉스는 폼이 돌아온다면 언제나 양키스의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을 가진 타자였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양키스의 뎁스가 좋아지고, 트레이드에 있어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작년에 주전 선수들이 대거 줄부상을 입고, 부진했던 것에 비해서 훨씬 좋은 출발.

이것은 당연하게도 나에게도 좋은 소식이었다.

아무리 체력을 늘리는데 집중했다고는 하지만, 그 어떤 선수도 여유롭게 풀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시범 경기까지 포함한다면 더더욱 그렇고.

경기에 여유가 생긴다면 바꿔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

그것이야말로 윈 나우(Win - Now)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 팀의 이상적인 상황이니까.

“최! 준비해. 다음 타석에 넣을 계획이야.”

“알겠습니다.”

타격 코치 마커스 템즈의 이야기에 나는 대기타석으로 가서 몸을 풀고 배트를 휘두르며 감을 올렸다.

와아아―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관중들은 소리를 질렀고, 내 유니폼을 흔드는 관중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은 8번 타자로 뛰게 된 클린트 프레이저.

그가 삼진을 당함과 동시에 타격 코치는 심판에게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타임!”

프레이저가 삼진을 당하면서 1아웃 만루가 2아웃 만루가 된 상황.

하지만 팬들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더욱 뜨거워지는 응원의 열기였다.

“타임!”

그와 동시에 볼티모어의 투수도 바뀌었다.

좌완의 태너 스캇 대신에 올라온 투수는 우완 세자르 발데스.

느린 공과 더 느린 공으로 승부를 하는 세자르 발데스의 별명은 흑마구 장인.

매번 바뀌는 릴리스 포인트와 공의 궤적은 같은 구종이라도 타자들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 마련이었다.

마무리 투수의 6회 말 이른 등판.

시범 경기이기에 가능했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시범 경기이기에 가능했다.

말 그대로 시범 경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극적인 상황.

“최! 이번에도 보여주라고!”

“양키스는 볼티모어에 지지 않아!”

그런 상황에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만석에 가까운 팬들.

그들은 내게 응원의 함성을 지르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더욱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경기는 3:4로 뉴욕 양키스가 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투수 입장에서는 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2아웃 만루인 지금, 안타 하나만으로 역전이 될 테니.

실투성 공이 오지 않는다면 스트라이크 하나는 지켜보겠다는 생각을 하며 투수의 초구를 기다렸다.

“볼!”

“볼!”

초구와 2구 모두 체인지업.

구속은 75마일(120km/h)로 느렸지만, 두 공의 릴리스 포인트는 전혀 달랐다.

하나는 쓰리 쿼터 급으로 높았고, 하나는 사이드암 급으로 낮았다.

그리고 그렇게 확연한 릴리스 포인트는 같은 구종, 같은 속도지만 마치 다른 투수와 맞붙는 듯한 느낌을 내게 주었다.

그래도 만루의 상황에 2-0의 카운트.

타자에게 몹시 유리했기에 조급함은 전혀 없었다.

세 번째 들어오는 공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향했다.

따아악―!

구종은 커터이고 몸쪽 높은 코스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타이밍이 살짝 빨랐다.

빗맞은 공에 볼티모어의 포수가 일어나서 타구로 향했지만, 여유롭게 뒤쪽 그물을 넘어서 관객석으로 향했다.

2-1의 카운트.

네 번째 공은 사이드암으로 바꿔서 던지는 체인지업.

마치 만화 같은 공의 궤적은 요동치다가 몸쪽으로 향했다.

몸쪽 스트라이크 존 중앙에 들어올 법한 공에 나는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완벽하게 배트의 스윗 스팟에 맞춰낸 타구는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날아갔다.

우측 담장이 10m가 짧은 양키 스타디움은 다르게 말하자면 좌측 담장이 10m가 길다.

하지만 그런 양키 스타디움의 좌측 담장도 내 타구를 안타로 둔갑시킬 수는 없었다.

여유롭게 담장을 넘어서 스탠드 상단에 떨어지는 만루 홈런.

“그랜드 슬램! 최! 최! 최!”

3:4로 지고 있던 경기는 순식간에 7:4로 뒤집어졌고, 오늘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은 다른 의미로 뒤집어졌다.

내 만루 홈런을 등에 업은 뉴욕 양키스는 이후로 투수들의 호투로 경기에 승리했다.

다음 날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는 1회에 나와 게리 산체스의 백투백 홈런.

8회에 지안 카를로 스탠튼과 루크 보이트의 백투백 홈런으로 완벽하게 압도했다.

10:2 뉴욕 양키스의 승리.

우리는 이제 하루를 쉬고 바로 이곳, 양키 스타디움에서 개막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우리의 올해 개막전 상대는 영원한 양키스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

물론 라이벌은 레드삭스의 바람이었고, 양키스 입장에서는 영원한 먹잇감인 레드삭스였다.

그렇게 2023년도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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