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
스프링 트레이닝 (2)
“스윙 좋은데? 겨울에 준비 많이 했나 봐?”
“그럼요. 수비 연습은 못했어도, 타격 연습은 꾸준히 해왔죠. 피지컬에 집중했다가 밸런스가 무너진 선수들이 많잖아요.”
“참 17살 선수답지가 않다니까.”
“아직도 16살이에요. 생일이 3월이라서.”
“세상에. 작년에 월드시리즈 MVP랑 신인왕 받았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16살이라니.”
“신인왕은 저도 의외긴 했어요. 월드시리즈에서는 좀 잘하긴 했는데, 정규 리그에서는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최연소 슈퍼스타의 등장이잖니. 소문으로 들어보니까 메이저리그의 높은 분들도 너한테 기대를 많이 한다더라.”
“아이고 높은 분들의 기대까지. 보답하려면 열심히 해야겠네요.”
“그래도 감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이건 비밀인데 시범 경기 개막전에 3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할걸.”
“비밀 맞죠? 7살짜리 양키스 팬도 알 것 같은데.”
“역시 웬만한 영어권 애들보다 유머 감각도 괜찮은 편이네. 시범 경기는 아무래도 교체 출장하는 주전들도 많으니까. 어쨌든 비밀은 꼭 지켜주고.”
“에이 그럼요. 이런 이야기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감사합니다.”
뉴욕 양키스의 타격 코치 마커스 탬즈.
그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타격 훈련을 끝냈다.
나와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 코치이기도 한 마커스 탬즈였다.
뭐··· 코치와 친밀한 관계를 가져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실전 타격은 하지 않았지만, 오프시즌에 몸을 관리하면서 밸런스를 잡는 것에는 집중했다.
내 목표는 더 좋은 타격과 올해 정규 리그 풀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
그리고 올해 첫 실전 타격에서 그러한 능력을 증명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내일부터 열리는 시범 경기 시즌.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대부분의 선수들의 목표는 리그 개막까지 컨디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시범 경기에 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쳤다.
***
“차장님! 아드님 광고 보셨어요?”
“그럼. 당연히 봤지.”
“진짜 어른스러운 것 같아요. 올해 18살 맞죠?”
“응. 만으로는 16세라서 미국에서는 16살로 표현하더라고. 한국 나이로는 18살 맞아.”
“자랑스러우시겠어요. 내일 아침 7시 중계이던데 저도 출근하면서 꼭 챙겨볼게요!”
“그래. 응원해줘서 고마워.”
최강남의 아버지 최일락.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아들로 인해서 사내 슈퍼스타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나이에 먼 타국에서 고생을 하는 최강남.
그 나이에 본인은 집에서 밥을 먹으며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올해 한국에 들리지 못하는 아들에게 서운한 점도 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고작 18살인 아들이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에서 본인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것에 방해를 할 수는 없었으니.
일주일에 한 두 번 하는 전화에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MBS의 광고에 아들의 얼굴이 나왔다.
[올해 메이저리그 중계도 역시나 MBS! MBS에서 저를 비롯한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늘 감사하고, 부모님! 사랑합니다!]
경직되어 보이는 표정이지만, 담담하게 본인의 말을 하는 아들의 모습이 TV에서 나왔다.
이것을 보고 그 어떤 아빠가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뛴 후로 한국 메이저리그 커뮤니티까지 챙겨보는 최일락.
그곳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에 본인의 일처럼 기뻐했었으니까.
그렇게 한국에서도 최강남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져가고 있었다.
***
“저기도 생각보다는 주전을 많이 내보냈네?”
“아무래도 의식한 게 아닐까요? 시범 경기여도 양키스-레드삭스 라이벌 구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나.”
“그게 아니면 시범 경기인데 이렇게 관중이 많이 온 이 양키 스타디움은 어떻게 설명하죠?”
“그건 원래 그래. 작년에는 탬파베이랑 시범 경기 개막전이었는데도 거의 비슷했어. 돈 내고 입장하는 관중이 이렇게 많다니. 정말 뉴욕은 야구에 미친 게 분명해.”
“덕분에 저희가 먹고 사는 거죠. 이제 일하러 갑시다.”
오늘 나와 선발 출장 명단에 오른 2루수 오도어.
작년에 양키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키스톤 콤비가 첫 경기부터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최! 최! 최!”
“오도어! 올해에도 좋은 모습 보여주라고!”
확실히 열정적인 뉴욕의 팬들.
그리고 마운드 위에 오늘의 선발 투수인 조던 몽고메리가 올라왔다.
정규 리그 개막전의 경우에는 팀내에서 가장 강한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은 시범 경기.
대부분의 에이스들은 나이가 많았기에, 겨울에 가라앉은 컨디션을 끌어올리기에 2월 말이나 3월 초는 너무 이르다.
그렇기에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4선발 조던 몽고메리.
그 역시 92년생으로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양키스의 다른 선발에 비해서는 어린 편이었으니.
반대편 보스턴 역시 그러한 이유로 오늘 선발 투수를 3선발인 태너 하우크를 내보낸 모습이었다.
따아악―!
양키스 선발 투수 중에서 유일하게 좌완인 조던 몽고메리.
토미 존 서저리 수술 이후에 구속이 올라가고 싱커의 무브먼트가 좋아진 것이 그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한 공을 바탕으로 1번 타자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스트라이크 아웃!”
거기에 2번 타자는 삼진 아웃.
아무리 레드삭스의 2번 타자가 메이저리그 기록이 없다고는 하지만, 몽고메리 역시 올해 첫 실전 투구.
그러한 상황에서 삼진은 뉴욕 양키스의 팬들 입장에서는 올해에도 밝은 결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와아아―
그리고 그것은 첫 경기 1회 초부터 양키 스타디움을 함성으로 가득 채우게 만들었다.
3번 타자는 작년에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MLB 최정상급 타자인 J. D. 마르티네즈.
따아아아악―!
초구에 들어온 싱커를 그대로 당겨 쳤지만, 살짝 폴대를 빗나가는 타구가 나왔다.
초대형 파울홈런.
야구에는 이런 말이 있다.
파울홈런 후에는 아웃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
아쉬운 파울은 타자의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따악―!
2구로 들어온 볼을 참아내고 다시 3구에 들어온 싱커를 타격한 마르티네즈.
아까와 타이밍은 비슷했지만, 타점은 전혀 달랐다.
빗맞은 타구가 애매한 소리를 내며, 나에게 향했다.
달리기가 빠른 선수였다면 앞으로 달려가서 맨손으로 잡아 던져야 아웃 타이밍.
하지만 마르티네즈는 달리기가 느린 선수였기에, 살짝 앞으로 달려 나와 여유롭게 글러브로 잡아낸 후에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너무나도 여유로운 타이밍의 아웃.
그리고 이것은 호수비라기보다는 유격수라면 당연한 수비에 가까웠다.
와아아―
“나이스 수비! 그게 유격수지!”
“최! 사랑해!”
“올해의 양키스는 작년과 같다!”
하지만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그런 내 평범한 수비에도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작년에 얻어낸 13년 만의 우승.
그리고 올해는 연속 우승에 대한 기대감.
그들의 기대치가 시범 경기에서부터 물씬 풍기는 느낌이었다.
“기대하라고. 올해 내 타격은 작년보다 훨씬 대단할 테니까.”
오늘 뉴욕 양키스의 1번 타자는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
오도어는 작년에 평소와는 다르게 선구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노력으로 출루율은 높아졌지만, 홈런과 장타율은 오히려 떨어진 기록.
그리고 그는 23년도 시즌을 위해서 벌크업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무려 11kg이나 몸을 키웠다.
부웅―
부웅―
하지만 과도한 벌크업은 때로는 타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엄청난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것은 현실에서도 비참했지만, 야구에서는 특히나 더 비참한 상황이었다.
“볼!”
“볼!”
그래도 초창기 그에 비해서 일취월장한 눈 야구는 여전했다.
텍사스에서 뛰는 추진수 선수에게 배운 눈 야구를 보여주는 루그네드 오도어.
0-2의 카운트에서 유인구 2개를 연속으로 참아내서 카운트는 이제 2-2.
따아아아악―!
그리고 그는 2-2에서 이번 겨울 노력의 결실을 보여줬다.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로 여유롭게 2루에 안착하는 루그네드 오도어였다.
2번 타자는 지안 카를로 스탠튼.
힘 하나는 메이저리그에서 손에 꼽는 초장거리 타자가 노아웃 2루에 타석에 들어섰다.
“볼!”
그런 타자에게 투수는 어려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주자 상황.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고 3연속 유인구를 던졌지만, 속지 않는 지안 카를로 스탠튼이었다.
“볼! 포볼!”
마지막 공은 존에서 반개 차이로 빠지는 볼.
그렇게 스탠튼이 1루로 걸어가면서 노아웃 1, 2루의 상황에 내 첫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그와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은 아까보다 몇 배는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올해에는 내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초구부터 노린다.’
앞선 타자에게 유인구 승부를 했지만, 카운트에 몰려서 안타와 볼넷을 맞은 상대 투수 태너 하우크.
그렇기에 이번에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승부를 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가 던지는 공은 주로 포심과 슬라이더.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감을 잃은 투수가 포심을 던질 확률은 너무나도 낮았다.
‘역시 예상대로 슬라이더네.’
몸쪽에 붙어서 들어오는 슬라이더.
포심이었다면 몸에 맞을만한 코스였다.
하지만 역시나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하는 공.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아악―!
타격과 동시에 모두 일어나서 미친 듯이 함성을 질러대는 관중들.
그렇게 2023년도 시범 경기가 시작됐다.
***
[안녕하십니까! 작년에 이어서 이번에도 YES Network의 중계를 맡은 크랙슨!]
[브로디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뉴욕 양키스의 팬분들은 시범 경기부터 정말 기대가 클 것입니다. 그렇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죠! 양키스의 13년 만의 우승! 그리고 마지막 연속 우승은 2000년도 3연속 우승이 끝이거든요! 23년 만에 대기록에 도전하게 되는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50년도부터 4연속 우승을 성공했던 그 기록을 한번 깨줬으면 싶네요.]
[그것이야말로 양키스 팬들에게는 진정한 선물이죠. 몽고 메리가 세 번째 타자인 마르티네즈에게 땅볼을 유도! 최강남 선수가 여유롭게 잡아냅니다!]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시즌.
당연하게도 시범 경기부터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이 등장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는 무려 150만.
작년 시범 경기 시청자가 50만이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였다.
확실히 작년 우승 이후로 양키스의 팬들이 많이 돌아온 듯, 뉴욕에서 양키스 로고가 있는 옷과 모자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상황이기에 해설진들은 더 열정적으로 해설을 이어갔다.
[오도어의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 담장까지 굴러가는 사이에 오도어는 여유롭게 2루에 안착합니다. 아무래도 벌크업이 지금 타구를 만드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스탠튼이 이걸 참아내네요! 올해는 선구안까지 갖춘 지안 카를로 스탠튼! 누가 그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은 1회 초 선발 투수인 조던 몽고메리의 찬양에 이어서 타자들에게도 장점만을 읊어놓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시범 경기는 비공식 기록이니 작년에 비해서 올해 선수들의 기대치를 말하는 것은.
그리고 모두가 기대하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1회 말부터 맞이한 노아웃 1, 2루의 찬스! 그리고 타석에는 그가 등장합니다.]
[양키 스타디움이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네요. 작년에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신인왕에다가 월드시리즈 MVP까지 받아낸 최강남! 그가 23년도 시범 경기 첫 타석에 들어섭니다!]
[초구부터 쳐냈어요!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타구!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그대로 걷어 올리면서 1회 말에 3점 홈런을 쳐내는 최강남! 올해에도 작년의 기적은 계속됩니다!]
[최강남 선수가 정말 피지컬이 좋아졌네요. 눈으로 보기에도 차이가 커 보이는데, 190cm에 93kg거든요? 월드시리즈 당시에 188cm에 86kg인 거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성장을 했네요.]
[최강남 선수의 생일이 3월 10일. 아직도 16세거든요? 피지컬, 멘탈의 성장 가능성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선수입니다! 올해에도 양키스의 해결사는 최강남! 그가 1회부터 엄청난 타격을 보여줍니다!]
해설진들의 찬양 일색.
그것은 이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와 아직도 16살이라고?
ㄴ 아니 190에 93이면 거의 데릭 지터 전성기 피지컬인데?
ㄴ 부럽다 얼굴도 저렇게 잘생겼으니, 캡틴처럼 여자 골라서 만나고 다니겠네
ㄴ 근데 진짜 스윙 깔끔하다 작년보다 더 깔끔해진 듯?
ㄴ 그때는 미성년자인데 당연하지
ㄴ 아직도 미성년자잖아
ㄴ 그럼 더 성장하겠지!
ㄴ 당장 최강남 유니폼 사러 간다
ㄴ 아까 검색해봤는데 이미 매진이더라
ㄴ 그걸 아직도 안 산 사람이 있네
1회에 나온 최강남의 3점 홈런.
비록 그것이 비공식 경기일지라도, 팬들에게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의 왕조.
그 자리에 뉴욕 양키스가 다시 부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최강남이 올해에도 많은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