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17화 (117/126)

# 117

월드시리즈 (13)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일제히 내 응원가를 제창하기 시작했다.

6회 말에 바뀐 LA 다저스의 투수.

마운드에는 워커 뷸러가 올라왔다.

포심과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아내고, 너클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유도하는 투수인 워커 뷸러.

그와의 싸움에서 카운트가 몰리게 되면 난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에 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초구를 기다렸다.

몸쪽으로 향하는 코스지만, 홈 플레이트 앞에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악―!

타이밍은 완벽했지만 무브먼트가 컸기에 살짝 빗맞은 타구.

좌익수가 타구를 끝까지 따라갔지만,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어가는 파울이 나왔다.

“볼!”

2구는 초구와 비슷하지만 존에서 공 하나는 빠지는 코스.

배트를 휘두르다가 일찍 멈췄고, 포수는 굳이 1루심에게 스윙 여부를 물어보지 않았다.

전 타석에서 내 기습 번트가 의식되었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후방 수비를 하고 있지 않는 LA 다저스의 내야수들.

‘그렇다면 최고의 선택은 이거지.’

3구로 들어온 몸쪽 낮은 포심.

그 공에 배트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따아아악―!

살짝 빗맞은 타구.

포심과 구속이 비슷했고, 슬라이더만큼의 변화는 없었으니 커터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있는 힘껏 휘두른 타구는 빠르게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향했고, 그들은 슬라이딩을 했지만 둘 모두 내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3유간을 꿰뚫는 안타.

나는 그 사이에 여유롭게 1루에 안착했다.

2번 타자는 DJ 르메이휴.

선구안이 좋고 커트에 능한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빠른 달리기는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볼!”

바로 지금처럼.

마운드 위의 투수인 워커 뷸러와 포수인 오스틴 반스는 그런 날 의식해서 초구를 밖으로 뺐다.

카운트를 하나 버리는 피치아웃.

그리고 예측 타격을 하는 타자가 아닌 르메이휴는 그런 공에 배트를 휘두르는 바보는 아니었다.

“볼!”

또 다시 존 밖으로 공을 빼는 다저스의 배터리.

하지만 난 1루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르메이휴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카운트는 이제 2-0.

더그아웃에 도루를 하겠다는 사인을 보내고 르메이휴 역시 내 사인을 확인했다.

“세이프!”

워커 뷸러의 기습 견제구.

1루 베이스에 슬라이딩으로 여유롭게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우투수의 경우에는 도루 타이밍을 잡기 훨씬 편할 수밖에 없다.

워커 뷸러의 왼쪽 발이 움찔거림과 동시에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2번 타자로 타석에 있는 DJ 르메이휴는 3구로 들어온 공에 스윙을 했다.

일종의 포수 시야 가리기.

하지만 스윙 후의 동작이 포수의 송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는다면 경고를 받지 않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암묵적인 룰.

“세이프!”

그렇게 나는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제 카운트는 2-1에 노아웃 2루.

스코어는 7:4로 3점의 여유가 있었지만, 평소보다 느긋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상대는 우승을 위해서 모든 힘을 다 쏟아부을 것이고, 양키스의 투수진은 많이 지쳤으니까.

따아악―!

DJ 르메이휴는 워커 뷸러의 4구로 들어온 너클 커브를 타격했다.

2루수에게 향하는 느린 땅볼.

“아웃!”

르메이휴는 아웃됐지만, 난 그 사이에 여유롭게 3루에 안착했다.

이제 1아웃에 주자는 3루.

외야로 향하는 희생 플라이 하나만 쳐도 충분히 득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 양키스의 3번 타자는 지안 카를로 스탠튼.

그는 BQ(야구 지능)가 높은 타자였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플레이가 팀을 위한 방법인지 잘 알고 있었다.

따아아악―!

있는 힘껏 당겨 친 타구.

좌익수가 상당히 뒤로 물러나서 펜스 근처에서 공을 잡아냈다.

그와 동시에 난 3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가, 홈으로 출발했다.

좌익수가 유격수에게 중계 플레이를 했지만 너무나 큰 타구였기에,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야구팬들은 3루 희생 플라이를 우스갯소리로 고급 야구라고 부른다.

“아웃!”

4번 타자 게리 산체스는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며, 6회 말 공격도 끝이 났다.

하지만 고급 야구로 또 추가 득점에 성공한 뉴욕 양키스.

이제 점수 차는 무려 4점.

만루 홈런을 맞아도 동점인 8:4의 리드를 지키게 된 뉴욕 양키스였다.

문제는 7회 초 LA 다저스의 공격이었다.

1회와 4회에 이어서 세 번째 겪는 1번 무키 베츠부터 시작하는 타선.

다저스의 상위 타선은 7경기 째 경험하지만, 여전히 매서운 존재였다.

그런 다저스의 타선을 상대로 양키스의 투수도 바뀌었다.

제임슨 타이욘.

예비 5선발의 투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불펜 투수로 톡톡히 자기 몫을 하고 있는 선수였다.

따아아아악―!

그런 타이욘의 공을 초구부터 때려낸 무키 베츠.

좌중간을 가른 그의 타구는 펜스까지 굴러갔고 무키 베츠는 여유롭게 3루에 걸어 들어갔다.

순식간에 노아웃 3루의 상황.

경기장을 찾은 소규모의 다저스 팬들이 열광했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울 정도의 인원은 아니었다.

타석에 들어선 다저스의 2번 타자 코리 시거.

그는 1-1의 상황에서 3구로 들어온 커브를 깔끔하게 타격해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제 점수는 8:5.

아직 3점 차였지만, 7회 초 다저스의 아웃 카운트는 여전히 0이었다.

“볼! 포볼!”

3번 타자 저스틴 터너는 그런 타이욘에게 세 번의 커트를 쳐낸 후에 볼넷으로 1루로 걸어갔다.

“타임!”

노아웃 1, 2루의 위기 상황.

양키스의 더그아웃은 타임을 외치고 투수를 교체했다.

바뀐 투수는 네스터 코르테스 주니어.

따아아아악―!

다저스의 4번 타자 코디 벨린저는 그런 코르테스 주니어의 2구로 들어온 체인지업을 당겨서 걷어 올렸다.

우익수 애런 저지는 그 타구를 향해 계속 뒤로 달려갔고, 펜스에 부딪혔다.

그리고 펜스 앞에서 뛰어 올랐다.

아슬아슬하게 넘어갈 법한 타구는 애런 저지의 글러브 안으로 쏙 들어왔다.

홈런을 아웃으로 둔갑시키는 완벽한 수비.

최근 타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던 애런 저지가 수비에서 본인의 가치를 입증한 순간이었다.

많은 거리를 뛰었던 주자들은 황급히 본인의 베이스로 돌아오며, 더블 아웃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고의 호수비, 그것만으로도 양키 스타디움의 기세는 최고조로 올라왔다.

관중들이 열광하는 사이에, LA 다저스의 5번 타자 맥스 먼시가 타석에 들어섰다.

따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는 초구로 들어온 포심을 그대로 걷어 올렸다.

타격과 동시에 모두가 깨달을 수 있는 상황.

방금 전에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애런 저지는 이번에 타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맥스 먼시의 3점 홈런으로 점수는 8:8.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월드시리즈 7차전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3점 홈런 이후 강판된 코르테스 주니어 다음으로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마이클 킹.

그는 땅볼과 삼진으로 7회 초 다저스의 공격을 끝냈다.

7회 말 양키스의 공격은 7회 초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애런 저지부터 시작했다.

따아아아악―!

호수비 후에 좋은 타격.

하나의 야구 공식이 되어버린 플레이를 애런 저지가 보여줬다.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볼! 포볼!”

거기에 6번 타자인 애런 힉스는 볼넷을 얻어냈다.

노아웃 1, 2루의 상황에 올라온 7번 타자 클린트 프레이저.

따악―!

그의 타구는 유격수 방향으로 느리게 흘러갔다.

더블 아웃을 시키기에는 늦은 타이밍.

다저스의 유격수 코리 시거는 1루로 공을 던졌고, 아웃을 잡아냈다.

진루타가 되면서 이제 1아웃 2, 3루의 상황.

외야 플라이만 쳐내도 1점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는 상황.

따아악―!

하지만 8번 타자 히오 우르셸라의 타격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2루수 개빈 럭스에게 잡히는 내야 뜬공.

당연하게도 주자들은 움직이지 못하며, 2아웃 2, 3루가 된 양키스의 공격이었다.

9번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

“부탁한다.”

그는 나에게 담담히 말한 후에 타석으로 걸어갔다.

평소보다 훨씬 짧게 쥐어진 배트.

따악―!

따악―!

따악―!

풀 카운트에서 3연속 커트.

끝까지 끈질긴 승부를 하는 루그네드 오도어였다.

“볼! 포볼!”

그리고 9구에 들어온 체인지업을 골라내며 결국 볼넷으로 살아 나가는 루그네드 오도어.

그렇게 2아웃 만루의 상황에 내 타석이 다시 돌아왔다.

응원가와 더불어 내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로 순식간에 뜨거워진 양키 스타디움.

하지만 그 열기가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차가워졌다.

우우―

“야! 그게 말이 되냐!”

“니들이 그러고도 선수냐?”

자동 고의사구.

LA 다저스 더그아웃에서 2아웃 만루에 나와의 승부를 피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워커 뷸러는 담담하게 2번 타자 DJ 르메이휴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양키스의 7회 말 공격을 마무리했다.

아쉽긴 했지만 9:8로 다시 양키스가 다저스를 앞서나가게 되었다.

8회 초 다저스의 공격은 부담감이 적은 하위 타선인 8번 오스틴 반스부터 시작했다.

“아웃!”

7회에 이어서 8회에도 올라온 마이클 킹.

양키스가 아닌 하위권 팀이었다면 충분히 선발 투수로 활약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이클 킹.

그는 오스틴 반스에 이어서 여유롭게 9번 스티븐 수자 주니어까지 아웃을 잡아냈다.

따아악―!

하지만 다시 돌아온 1번 무키 베츠에게 안타를 맞았고, 양키스의 더그아웃은 이번에도 빠르게 움직였다.

와아아―

양키스의 든든한 수문장.

마무리 투수인 아롤디스 채프먼.

그는 2번 타자인 코리 시거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8회 초 공격을 무실점으로 끝냈다.

8회 말 양키스의 공격은 3번 타자인 지안 카를로 스탠튼부터 시작됐다.

따아아악―!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낸 지안 카를로 스탠튼.

7회에 이어서 8회에도 좋은 기회를 맞이한 뉴욕 양키스의 공격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4번 게리 산체스의 삼진 아웃.

“아웃!”

거기에다가 5번 타자인 애런 저지의 타구는 중견수에게 잡히며, 노아웃 2루의 찬스가 순식간에 2아웃 2루가 되었다.

거기에 6번 타자는 포스트시즌 내내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던 애런 힉스.

하지만 야구란 언제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따악―!

그는 2구로 들어온 포심을 그대로 밀어 쳐서, 2유간을 가르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워낙 타구가 빨랐기에, 2루 주자였던 지안 카를로 스탠튼이 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2아웃 1, 3루의 좋은 찬스 상황.

“타임!”

이런 상황에서 LA 다저스는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을 내보냈다.

커터의 구사 비율이 무려 80%가 넘는 켄리 잰슨.

“스트라이크 아웃!”

슬라이더와 유사한 그의 공에 우타자 클린트 프레이저는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차피 점수는 9:8.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인 채프먼이 9회 초를 안정적으로 막아낸다면, 경기는 끝나는 상황이었으니.

“스트라이크 아웃!”

구속은 떨어졌지만, 무브먼트가 많은 구위와 훌륭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된 아롤디스 채프먼.

그는 다저스의 3번 타자 저스틴 터너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제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2개.

다음 타자가 4번 코디 벨린저였지만, 채프먼은 그런 상황에서도 믿음직한 투수였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초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흘려 보낸 코디 벨린저.

그는 2구로 들어온 싱커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에 맞추지 못하며 헛스윙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카운트는 0-2.

투수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카운트였다.

아롤디스 채프먼은 크게 와인드업을 한 후에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초구와 똑같은 코스의 슬라이더.

타석에 바짝 붙는 타자라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빠질법한 코스에서 휘어서 존으로 들어오는 채프먼의 완벽한 궤적을 그리는 슬라이더였다.

그 슬라이더에 NL의 홈런왕이자, LA 다저스의 에이스 코디 벨린저는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악―!

유격수인 나는 뒤에서 지켜보며 알 수 있었다.

오늘 채프먼이 등판해서 최고의 공을 던졌다는 사실을.

그리고 벨린저는 그 공을 완벽하게 당겨 쳐내서 양키 스타디움의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만들어냈다.

정적이 흐르는 양키 스타디움에서 아주 조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다저스의 팬들만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스코어는 9:9.

9회 초에 또 원점으로 돌아온 경기였다.

“타임!”

양키스의 투수 코치가 뛰어서 마운드에 올라왔다.

지금은 교체라기보다는 투수의 멘탈 체크를 위한 것.

하지만 채프먼은 이런 상황에서 멘탈이 흔들릴 투수는 아니었다.

방금 공을 쳐낸 것은 정말 코디 벨린저의 어이가 없는 활약이었으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괜찮다며 코치를 내려보낸 아롤디스 채프먼.

그는 5번 타자 맥스 먼시와 6번 타자 크리스 테일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8회 말 2아웃에 올라와서 아웃 카운트 4개를 전부 삼진으로 만들어낸 채프먼.

하지만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솔로 홈런은 너무나도 뼈아픈 실점이었다.

그렇게 양키스의 타자들은 마지막 정규 이닝 공격인 9회 말을 맞이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9회 말 선두 타자인 8번 히오 우르셸라는 켄리 잰슨의 커터에 삼진을 당했다.

마치 양 팀의 마무리 투수가 삼진 경쟁을 다투는 듯한 모습.

“스트라이크 아웃!”

좌타자인 9번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

하지만 좌타자에게도 켄리 잰슨의 커터는 치기 쉬운 공이 아니었다.

오도어까지 삼진을 당하며,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내 타석이 다시 돌아왔다.

2아웃 만루에서도 자동 고의사구를 했던 LA 다저스의 더그아웃.

당연하게도 이번 타석에서도 고의사구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다저스의 감독은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켄리 잰슨의 공은 정말 완벽했고, 그런 켄리 잰슨을 신뢰하는 데이브 로버츠의 선택이었다.

켄리 잰슨은 와인드업 후에 초구를 힘차게 던졌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에 배트를 힘차게 휘둘렀다.

하지만 손에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배트에 공이 스치지도 않으며 헛스윙.

확실히 잘 긁히는 날 켄리 잰슨의 커터는 흡사 너클볼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번에 홈런을 쳤던 그 커터와는 전혀 다른 공.

다저스 더그아웃에서 나에게 강공을 요구한 것이 이해가 갔다.

나까지 삼진을 잡고 기세를 타서 10회 초에 점수를 내고 경기를 끝내겠다는 계획.

“타임!”

심판에게 타임을 외치고 배팅 장갑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했다.

타석 위의 타자는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

날아오는 공을 치는 것.

그것에만 집중해도 10타석 중 6타석은 놓치는 것이 야구였으니까.

다시 타석에 들어선 나는 켄리 잰슨의 두 번째 공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커터.

배트를 크게 휘둘렀지만, 빗맞은 타구는 위로 높이 떠올랐다.

포수가 마스크를 벗고 달려갔지만, 다행히 그물 뒤쪽으로 넘어가는 타구.

하지만 카운트는 0-2로 완벽하게 몰린 상황이었다.

켄리 잰슨의 세 번째 공.

이번에도 존으로 들어오다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요동치며, 존 밖으로 빠져나가는 커터.

빠른 속도로 휘두르던 배트를 황급히 멈췄다.

‘휘둘렀나?’

배트를 들고 있는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순간적인 판단.

다저스의 포수인 오스틴 반스는 1루심을 가리키며, 스윙 여부를 확인했다.

1루심은 양팔을 쭉 뻗으며 노스윙을 선언했다.

1-2의 카운트.

여전히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볼!”

이번에는 초구부터 상당히 빠져서 들어온 공.

변화하는 시기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서 늦지만, 제구가 불안정한 켄리 잰슨.

하지만 이런 공을 매일 던질 수 있다면 그의 방어율은 0에 수렴할 것이다.

‘생각을 비우자. 반사적으로 반응하자.’

심호흡을 두 번 하고 맞이하는 켄리 잰슨의 다섯 번째 공.

당연하게도 다섯 번째 공도 커터였고, 난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배트 정중앙에 완벽하게 맞은 타구.

타격과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난 배트를 던질 생각도, 1루에 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타구를 바라봤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내 타구는 중견수를 훌쩍 넘기고, 펜스도 훌쩍 넘겼다.

그리고도 한참을 날아간 타구는 양키 스타디움의 전광판에 부딪히고 나서야 힘없이 떨어졌다.

그제야 달려야 된다는 생각이 떠오른 난 배트를 던지고 1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1루 베이스, 2루 베이스, 3루 베이스를 밟을 때까지 양키 스타디움에서 들리는 함성이 계속 내 귀를 울렸다.

3루 베이스를 밟고 홈으로 향하는 순간, 많은 선수들이 눈에 보였다.

내가 홈 플레이트를 밟자 그 선수들은 일제히 내게 물을 뿌리기 시작했고, 곧 나를 들어 올리고 헹가래를 시작했다.

9회 말에 나온 양키스의 끝내기 홈런.

10:9 승리.

그렇게 2022년도 월드시리즈 우승 팀은 뉴욕 양키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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