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16화 (116/126)

# 116

월드시리즈 (12)

[세상에! 최강남의 기가 막힌 슬라이딩! 완벽한 주루로 1점을 추가 획득하며 7:4로 앞서나가는 뉴욕 양키스!]

[지금 슬라이딩은 정말 기가 막히네요. 사실 슬라이딩이라기보다는 전방낙법에 더 가까운 것 같거든요? 정말 놀라운 플레이입니다!]

[오늘 연타석 홈런에 이어서 완벽한 주루까지 보여주는 최강남! 누가 이 선수를 16살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거기에 오늘 완벽한 수비도 여러 번 보여준 최강남 선수거든요. 정규 리그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월드시리즈의 최강남은 너무나 완벽 그 자체입니다!]

[양키스의 새로운 가을 야구의 사나이! 최강남의 활약이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진 팀을 살려냅니다!]

오늘 최강남이 공수에서 보여준 활약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타격에서는 두 번의 홈런과 번트 안타.

수비에서는 실점 상황을 넘기는 광범위한 수비 범위까지.

거기에 지금은 완벽한 주루 후에 태그를 피하는 전방낙법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또 성공한 모습이었다.

그런 최강남을 보고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감탄을 하는 것은 해설진만이 아니었다.

― 와 무슨 스파이 영화 찍는 것 같네 저 낙법은 뭐야

ㄴ 10년에 한번 나오기도 힘든 장면이네 이게 오늘 경기 베스트 장면이려나?

ㄴ 2회 말에 나왔던 만루 홈런도 대박이었지

ㄴ 2회랑 3회에 나왔던 최강남 슬라이딩 수비가 더 대단하지 않았냐?

ㄴ 그냥 공수주 다 완벽하네 5툴 플레이어는 이런 선수를 두고 하는 말이었구나

ㄴ 진짜 양키스에 이런 신인이 들어오다니 다저스 무키 베츠가 전혀 부럽지 않네

― 거기에 유격수라는 사실이 훨씬 고평가 받는 거지

ㄴ 수비 잘하는 외야수는 많아도 유격수는 흔하지 않지

ㄴ 거기에 타격 완벽하고 주루 센스 좋고 BQ(야구 지능)은 최상이잖아

ㄴ 만화 주인공도 이렇게 만들면 현실성 떨어진다고 욕먹을 듯

ㄴ 진짜 최강남이 메이저리그 기록 다 갈아치울 것 같은데

ㄴ 딱 한 명만 더 있으면 10년 연속 우승도 가능할 듯

ㄴ 야구를 보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오랜만에 깨닫고 간다

ㄴ TT 이기는 야구만큼 즐거운 건 없지

ㄴ 그것도 그렇지만 뭔가 평소보다 더 흥미진진해

ㄴ 월드시리즈라서 그런가?

이미 최고 기록 시청자 수치는 훌쩍 넘기고, 900만 명에 가까워진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

그들도 최강남에 대한, 그리고 오늘 경기에 대한 감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따악―!

“아웃!”

7:4로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애런 저지.

그는 트레버 바우어의 커브를 쳐냈지만, 아쉽게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다.

LA 다저스의 유격수 코리 시거는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냈고, 1루로 공을 던져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끝난 4회 말 양키스의 공격.

하지만 2점을 추가로 획득했기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뉴욕 양키스였다.

5회 초 LA 다저스의 공격.

마운드에는 3회 2아웃에 올라와서 4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알렉스 콜로메 대신에 조던 몽고메리가 올라왔다.

최근 1이닝씩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양키스의 선발 좌완 투수 조던 몽고메리.

LA 다저스의 4번과 5번이 좌타였기에, 두 타자를 상대하고 내려갈 확률이 높아 보였다.

따아아아악―!

전 타석에서 2점 홈런을 쳐낸 다저스의 4번 타자 코디 벨린저.

그는 1-1 상황에서 바깥쪽으로 꽉 차는 싱커를 밀어서 쳐냈다.

타이밍은 완벽했지만 무브먼트가 좋은 몽고메리의 싱커에 살짝 빗맞은 타구.

좌익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좋은 스타트를 끊은 5회 양키스의 수비였다.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5번 타자 맥스 먼시.

그 역시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2개의 홈런을 기록한 중장거리 타자였다.

“스트라이크!”

조던 몽고메리는 연이어서 나온 좌타자 거포에게 끈질기게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만을 던지며 승부하고 있었다.

따아악―!

2-2의 카운트.

맥스 먼시는 또 다시 바깥쪽 존에 걸치는 싱커에 배트를 휘둘렀다.

결대로 깔끔하게 밀어친 타격.

평범한 유격수였다면 안타였을 타구였다.

하지만 난 평소보다 살짝 후방 수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몸쪽 타구는 어퍼 스윙을 하지만 바깥쪽은 수평 스윙을 주로 하는 맥스 먼시.

타격과 동시에 타구음을 듣고 몸을 돌려 뒤쪽으로 달렸다.

계속해서 공을 주시하며 내 위를 넘어가는 상황에 자리에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두 발로 안정적인 착지 후에 글러브 안에 쏙 들어온 공을 들어서 심판에게 보여줬다.

“아웃!”

와아아―

안타성 타구를 또 아웃으로 둔갑시킨 내 호수비에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떠나갈 듯 함성을 지르는 모습이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

양키스의 더그아웃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5회까지는 몽고메리에게 맡겨보겠다는 생각.

그렇게 조던 몽고메리는 6번 타자 크리스 테일러와 붙게 되었다.

예측 타격을 하는 게스 히팅 타자로 타율은 낮지만, OPS가 높은 전형적인 거포의 스탯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 테일러.

“스트라이크 아웃!”

조던 몽고메리는 그런 테일러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내며, LA 다저스의 5회 초 공격을 끝냈다.

***

5회 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은 6번 타자부터 시작했다.

평소라면 하위 타선이었기에, 큰 득점을 기대하지 않는 상황.

하지만 오늘 애런 분 감독은 독특한 타순을 들고 왔기에, 팬들의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오늘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하는 최강남.

그의 존재가 다저스 투수 입장에서는 하위 타선에도 부담을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이봐. 지금 이 상황 어떻게 생각하나?”

“애런 분 감독의 선택이 놀랍네요. 다저스의 강력한 1번 타자 무키 베츠로 인해서 9명의 타순이 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인데, 그것을 양키스의 타순에 활용하는 전략이요. 역시 명장이라고 불리는 감독답네요. 양키스 팬들 입장에서는 혁신적인 감독입니다.”

“그거 말고 다른 의견은?”

“당연하게도 다저스가 가볍게 양키스를 꺾고 3연속 우승을 확정 지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강남이라는 신인의 등장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네요. 언론에서 최강남과 벨린저를 이번 월드시리즈 라이벌 구도로 만들자는 커미셔너님의 선택이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사무국에서 상업적인 면에서는 최고 엘리트라고 불리는 지미.

그의 말에 10대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는 살짝 웃었다.

그렇지만 지금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자네를 왜 부른지 알잖나? 최고 인기 팀의 대결 말고 전략이나 언론 이야기도 됐어. 자네가 잘하는 이야기로 하지.”

“음··· 커미셔너님 생각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없는 것은 NBA의 성장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야구가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가 없다? 어떤 부분이.”

“커미셔너님도 다 알고 이야기하시는 거겠지만, 현재 메이저리그는 너무나 극심한 투고타저입니다. 쉽게 말해서 여러 방면에서 썩었다고 생각합니다.”

윗사람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유능한 부하.

그의 직속 선임은 지미가 눈엣가시였겠지만, 커미셔너 입장에서는 최고의 직원이었다.

롭 맨프레드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지미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썩었다고? 어떤 방면에서?”

“투수가 엄청난 기록들을 만들고 있고, 타격에서는 0.250만 쳐도 주전, 심지어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한 명도 없는 팀도 있습니다. 그런데 홈런의 개수는 별로 차이가 없죠. 이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은 최근에 건드린 적이 없으니까, 코칭스태프들의 전략 변경이겠지?”

“그렇습니다. 안타를 막으려는 극한의 수비 시프트, 짧은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 확률이 적다는 판단에 큰 스윙으로 대부분 바뀌었죠. 그렇게 홈런의 개수는 오히려 살짝 늘었습니다. 삼진이 정말 역대급으로 늘어났지만요. 그리고 이러한 이유가 MLB의 인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꽤나 무례할 수 있는 발언.

하지만 롭 맨프레드는 유능한 리더였고, 불쾌하다고 귀를 막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는 전혀 불쾌한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지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리 있는 의견이네. 해결 방안은?”

“수비 시프트나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압박은 말도 안 됩니다. 그러한 사실이 공론화 되기라도 한다면 메이저리그는 여기서 끝입니다. 투고타저에 있어서 현실적인 방안은 공인구 변경과 심판 재교육입니다.”

“공인구는 계속 고민 중이었고, 심판?”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불분명합니다. 최근 통계가 그걸 말해주고 있죠. AI 도입을 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좁히고 심판의 확실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 공인구 변경까지 채택된다면 더 이상 타율이 낮고 홈런만 노리는 타자들이 없어지겠죠.”

“진정한 야구팬들은 삼진과 홈런을 야구의 미덕으로 보잖아.”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결국은 라이트 팬들을 잡아야 합니다. 그들 입장에서 야구는 축구나 농구에 비해서 지루하고 긴 스포츠거든요. 실제로 제 아들은 축구랑 미식축구는 봐도 야구는 보지 않거든요. 친구 또래들도 대부분 마찬가지고요. 홈런과 삼진 말고도 안타, 도루 등 야구에 흥미로운 점들은 이미 충분하고요.”

흥미롭고 일리가 있는 이야기에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의 눈썹이 올라갔다.

잠깐 고민을 하던 맨프레드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변경된다면 올드팬들의 반발은?”

“잠시일 겁니다. 결국 바뀐다면 더 흥미롭고 역전이 잘 나오는 스포츠가 될 거니까요. 그렇다면 올드팬들도 결국은 더 재밌는 스포츠를 매일 볼 수 있다는 이야기고요.”

“그것 말고는 없나?”

“약물을 허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되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은 투수의 스핏볼 억제 정도가 있겠네요.”

“안 그래도 스파이더 택이 나온 후로 우리도 머리 아파. 무슨 RPM(볼 회전수)이 500씩 올라가니까 말이야. 파인타르, 선크림만으로도 골치 아팠는데.”

“10경기 출장 정지로는 눈도 깜빡 안 할 겁니다. 최소 반년은 줘야죠. 사실 약물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팬들이 바라는 것은 떳떳한 우승이거든요. 사인 훔치기, 약물, 타르 같은 비겁한 방법이 아니고요. 투수의 반칙을 막고, 심판의 오심을 줄이고, 타자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야구의 흥행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하고 짜릿하면서 매일 열리는 스포츠. 이것이야말로 야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요?”

“오늘 의견 고마웠네. 참고하도록 하지. 이제 나가서 일 봐도 돼.”

“예.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로는 건방지지만 깍듯하면서 할 말은 하는 지미.

어쩌면 그것은 정말로 야구를 사랑했던 롭 맨프레드, 본인의 변호사 시절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2아웃 1루의 상황에서 9번 타자 오도어가 삼진을 당하는 모습이 TV에서 나왔다.

‘라이트 팬을 잡기 위해서 투고타저를 버리고 타고투저를 선택한다라. 완전 상업적이긴 해도 보는 눈 하나는 탁월하네.’

롭 맨프레드의 야구에 대한 생각이 변환점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최강남이 돌아오기 전의 삶에서보다 몇 년은 더 빠르게.

***

11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오도어의 삼진 아웃.

난 더그아웃에서 그런 오도어의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미안하다. 이번에도 꼭 살아남아서 너에게 기회를 연결해 주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솔직히 마지막 공은 존에서 살짝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그랬어? 나도 강력하게 어필 하려다가 무슨 의미가 있나 했지. 바꿀 리가 없잖아. 괜히 퇴장이나 당하기만 하지.”

“언젠가 스트라이크 볼도 비디오 판독이 가능한 날이 오겠죠. 정말 먼 미래에는 어쩌면 AI가 심판이 가능한 날이 올지도?”

“정말 꿈같은 이야기네. 10년은 더 걸릴 텐데, 그때도 내가 선수로 뛸 수 있으려나.”

“매일 오늘 경기를 최선을 다해서 뛰는 거죠. 장비 다 벗었으면 이거 들어요. 수비하러 갑시다.”

“고맙다. 수비로 꼭 보답하마.”

루그네드 오도어의 진지한 눈빛에 난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유격수 포지션으로 향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비디오 판독은 나오긴 했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지만.

하지만 AI 심판은 내가 은퇴하는 현재로부터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나오지 않았었다.

뭐··· 내 등장으로 미래가 바뀔 수도 있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니까.

“스트라이크 아웃!”

6회 초에 올라온 양키스의 투수는 도밍고 헤르만.

그는 7번 개빈 럭스부터 시작하는 하위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범타 2개와 삼진 하나.

와아아―

그리고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또 한 번 열광하기 시작했다.

6회 말 양키스의 공격.

선두 타자는 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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