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
월드시리즈 (10)
[최강남이 클레이튼 커쇼의 5구를 타격! 우측을 향해 쭉쭉 날아가는 타구는 여유롭게 담장을 넘어갑니다! 오늘 선두 타자로 출장한 최강남의 솔로 홈런! 1회 말부터 양키스에게 귀중한 1점을 선사하는 16세의 에이스!]
[지금 5구는 존에서 상당히 빠진 커브였거든요? 그리고 저 위치의 커브를 던진 커쇼는 이번 시즌 피홈런이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커쇼의 위닝샷을 우측 담장으로 밀어 쳐낸 최강남의 타격! 역시 너무나 대단한 선수네요.]
[그렇습니다! 이 완벽한 스윙 자세를 보세요. 1번 타자로 출전해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최강남! 오늘 애런 분 감독의 타순 변경은 1회부터 적중하는 모습입니다.]
월드시리즈 7차전 1회 말 선두 타자의 홈런.
이번 홈런은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나왔기에 특히나 더 임팩트가 컸다.
더군다나 오늘 YES Network의 인터넷 방송 시청자는 무려 700만 명.
그마저도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 캬 이게 양키스의 미래지
ㄴ 진짜 저 선수가 16살 맞아? 체격도 되게 좋은데?
ㄴ 와 거기다가 스윙 자세 대박이야 무슨 16살이 완성된 선수 같은 느낌이 들지
ㄴ 그러니까 이 어린 나이에 후반기 주전 선수로 뛰었지
ㄴ 부럽다 양키스 저 유망주 얼마면 다저스에 파냐?
ㄴ 커쇼에 벨린저에 켄리 잰슨까지 줘야지
ㄴ 그 선수들이면 레드삭스도 월드시리즈 오겠는데?
ㄴ 레드삭스는 그래도 못 오지~ 어딜 AL에서 양키스보다 위로 올라가려고 해
ㄴ 알겠으니까 그만 좀 패라...
ㄴ 레드삭스 팬들 월드시리즈 7차전이니까 오늘만 경기 관람 특별히 허용한다
― 진짜 22년도의 최강남은 전설이다
ㄴ 솔직히 23년도에 더 잘하지 않을까?
ㄴ 그냥 최강남은 전설이다...
ㄴ 진짜 우리 스카우트들은 뭐하냐? 저런 유망주 안 데려오고
ㄴ 저런 유망주 데려올 능력이면 뭘 해도 성공할 듯
ㄴ 인정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아니던데
ㄴ 그 사람도 이번 월드시리즈 끝나고 유명해지겠네
전 세계 야구팬들의 시선이 모인 월드시리즈 7차전.
그곳에서 솔로 홈런으로 그들의 머릿속에 최강남이라는 이름이 각인됐다.
***
와아아―
당연하게도 오늘 양키 스타디움은 47,000여 명의 관객들로 만석.
난 그런 관객들의 환호 소리를 만끽하며 베이스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나이스 홈런!”
“역시 슈퍼 루키! 1회부터 뭐냐고!”
“이게 최강남이지!”
들어옴과 동시에 선수들의 손이 헬멧과 등에 쏟아졌다.
단순히 1점의 의미가 아닌 경기의 선취점.
그것은 선수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따아악―!
포스트시즌 내내 1번 타자였지만, 오늘은 2번 타자로 출장한 DJ 르메이휴.
그는 그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초구부터 타격했다.
바깥쪽 높은 포심을 결대로 밀어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낸 르메이휴.
그렇게 노아웃 1루의 찬스에 오늘 3번 타자로 출전하는 지안 카를로 스탠튼이 올라왔다.
오늘 양키스의 3, 4, 5번은 스탠튼, 산체스, 저지.
세 타자 모두 강력한 한방이 있는 선수로 상대 선발 투수인 커쇼 입장에서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세 번의 파울 이후 끈질긴 승부 끝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에게 던진 공은 무려 9개.
아쉽지만 나름의 소득이 있는 아웃이었다.
따아아아악―!
게리 산체스는 3구에 들어온 커브를 그대로 잡아 당겼다.
펜스를 직격하는 대형 타구.
DJ 르메이휴는 3루에, 산체스는 2루에 안착했다.
1아웃 2, 3루 절호의 기회를 1회 말에 맞이한 뉴욕 양키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최근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애런 저지는 6구의 승부 끝에 삼진을 당했다.
따악―!
거기에 다음 타자인 애런 힉스까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결국 내 홈런을 제외하고는 점수를 내지 못한 뉴욕 양키스였다.
하지만 상대 선발인 클레이튼 커쇼가 1회에 던진 공은 27구.
그것만으로도 1회 말 공격은 의미가 있었다.
월드시리즈 1, 4차전에서도 나왔던 커쇼였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상대의 에이스를 빨리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오늘 경기의 핵심이었다.
2회 초 LA 다저스의 공격은 5번 타자인 맥스 먼시부터 시작했다.
따악―!
좋은 선구안을 가지고 있는 맥스 먼시.
그는 3-1의 상황에서 게릿 콜의 체인지업을 타격했다.
2유간으로 빠질만한 코스의 강한 타구.
하지만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자리에는 내가 있었다.
난 타격음이 들림과 동시에 타구의 방향을 예측해서 2루 방향으로 달렸다.
안전하게 잡을 수 없는 빠른 타구.
슬라이딩 후에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글러브 안으로 공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고 나서 빠르게 일어났다.
느린 주루를 갖고 있는 맥스 먼시.
그렇기에 공의 그립을 안정적으로 잡은 후에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심판이 고민할 이유도 없는 느긋한 타이밍.
와아아―
그런 내 수비를 보고 관중들은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투수인 게릿 콜은 마운드 위에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내 좋은 수비로 만들어진 기세를 바탕으로 호투를 보여준 게릿 콜.
그는 6번 크리스 테일러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플레이에 이어서 7번 개빈 럭스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렇게 2회 말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오늘 뉴욕 양키스는 하위 타선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기존 8, 9번 타자였던 애런 힉스와 클린트 프레이저를 6, 7번에 배치시키는 강수를 둔 애런 분 감독.
그리고 8, 9번에는 히오 우르셸라와 루그네드 오도어가 배치됐다.
아무래도 내 타석에서 주자를 내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였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기대를 품고 있는 애런 분 감독.
그런 분위기는 경기장에서 관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17번 CHOI 유니폼을 입고 있는 관중들이 많이 보였다.
또한 내 활약을 지켜보는 한국인 팬들 역시 많을 것이다.
날 응원해주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운드 위의 클레이튼 커쇼는 만만한 투수가 아니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만 3번의 등판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주는 모습.
20, 21년도에 연속 우승으로 포스트시즌 징크스까지 완벽하게 깨부신 커쇼는 완벽한 투수였다.
그렇다고 양키스의 타자들이 아예 힘도 쓰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벌써 세 차례의 등판.
그것은 양키스의 타자들에게 커쇼의 공이 눈에 익기 충분한 기간이었다.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7번 타자 클린트 프레이저.
따악―!
그는 초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깔끔하게 타격해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노아웃 1루의 상황에 8번 타자 히오 우르셸라가 타석에 들어섰다.
따아아아아악―!
그는 초구로 들어오는 몸쪽 낮은 포심을 그대로 걷어 올렸다.
타구는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대형 장타.
상대의 수비 대처가 워낙 좋았기에, 클린트 프레이저는 3루에 멈춰 섰다.
“최. 나만 믿으라고. 2회에도 너에게 좋은 기회가 오게 할 테니까.”
“정말 믿어도 되죠?”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든 끈질기게 버텨볼게.”
오늘 9번 타자로 출장한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내게 씩 웃고 타석에 들어섰다.
따악―!
따악―!
“볼!”
따악―!
“볼!”
“볼!”
따악―!
“볼! 포볼!”
오도어는 정말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은 자세가 무너지면서까지 커트에만 집중하고 존에서 벗어나는 공은 참아낸 루그네드 오도어.
그의 볼넷으로 순식간에 노아웃 만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 타석이 돌아왔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양키 스타디움이 내 응원가와 함성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모든 베이스에 주자가 있는 상황.
거기다가 고작 2회였으니, 날 볼넷으로 피하기도 힘들 것이다.
내게 두 번의 홈런을 바깥쪽 커브로 맞았던 클레이튼 커쇼.
이번에는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해올 확률이 높았다.
일단은 몸쪽 포심을 생각하며, 커쇼의 첫 번째 공을 기다렸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예상 밖의 공이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휘어서 들어오는 바깥쪽 꽉 찬 슬라이더.
일단 카운트의 여유가 있었기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지켜봤다.
“볼!”
2구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한 개 정도 빠지는 바깥쪽 포심.
방금 슬라이더와 구분이 되지 않는 비슷한 구속의 포심이었다.
헛스윙을 유도하는 코스의 좋은 공.
하지만 난 그 공을 참아냈다.
1-1의 상황.
클레이튼 커쇼의 구종은 사실상 세 개뿐.
포심, 슬라이더, 커브.
그 3가지 구종을 머리에 담아두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볼!”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커브.
첫 번째 타석에서 내가 홈런을 쳐냈던 바로 그 코스였다.
일단 2스트라이크 전까지는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고 내가 원하는 공 위주로 치면 된다.
그렇기에 애매한 공에는 굳이 승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만루에서 카운트가 몰린다면 언제나 부담이 되는 것은 투수였으니.
“볼!”
2-1에서 4구는 존 안으로 들어오다가 몸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난 포심 타이밍에 맞춰 배트를 휘두르다가 슬라이더의 궤적을 보고 바로 배트를 멈췄다.
포수는 내 배트가 돌아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1루심을 가리켰지만, 1루심은 양팔을 쭉 뻗었다.
노 스윙.
이제 카운트는 3-1이 되었다.
“타임!”
LA 다저스의 투수 코치는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오늘 경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승부처에서 투수를 다독여주고 다시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볼 하나만 더 던진다면 이제 볼넷이 되는 상황.
투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스윙을 유도하는 유인구를 던질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마운드 위의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는 타석에 있는 내가 보일 정도로 크게 숨을 내쉬고 다섯 번째 공을 던졌다.
‘왔다.’
3-1에서 던지는 다섯 번째 공은 몸쪽 낮은 포심.
하지만 볼넷이 우려가 됐는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살짝 몰리는 코스였다.
난 그 공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아악―!
타격과 동시에 느껴지는 손맛.
지금 타구는 타자인 나뿐만아니라 경기장의 모든 선수들이 홈런임을 알았을 것이다.
물론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 해설위원, 인터넷 시청자들까지도.
난 배트를 가볍게 던지고 타구를 바라보며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서 스탠드 최상단에 떨어졌다.
와아아―
“최! 최! 최!”
“사랑한다! 이게 바로 야구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베이스를 돌면서 귓가에 들리는 팬들의 환호.
만루 홈런보다 더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오 마이 갓! 지금 이 타구는 너무나도 큽니다!]
[당연하게도 넘어가겠죠! 펜스를 여유롭게 넘어가는 최강남의 그랜드 슬램! 이렇게 5:0으로 앞서가게 되는 뉴욕 양키스입니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2회에 무려 5타점을 뽑아내는 최강남! 누가 그를 루키라고 부릅니까! 지금 이 순간 최강남은 양키스의 코어, 핵심, 해결사, 그 어떤 칭호를 붙여도 그보다 더 대단한 모습입니다! 2회 말 최강남의 연타석 홈런으로 월드시리즈 7차전의 기세가 완벽하게 뉴욕 양키스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완벽한 스윙이었어요. 첫 타석에서의 홈런이 정석적인 밀어친 타격이었다면, 두 번째 타석에서 보여준 스윙은 정석적인 당겨 치는 타격이거든요!]
[정말 완벽한 타격! 저희가 어떤 표현을 해도 이 타격보다 완벽한 문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예술적인 아치를 그리며 최강남이 월드시리즈에서 또 다시 그랜드 슬램을 만들어내는 모습입니다!]
[아. 지금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모습이네요.]
[최강남 선수의 타격을 봤다면 그 누구라도 이 선택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21세기 최고라고 평가받는 투수를 2회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최강남의 연타석 홈런! 그가 뉴욕 양키스의 팬들에게 홈런 두 방을 선사합니다!]
어느덧 800만 명이 넘어버린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
그런 시청자들에게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은 최강남의 활약에 대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는 모습이었다.
― 캬 이게 야구지 TT
ㄴ 드디어 양키스가 우승하는 거냐?
ㄴ 진짜 최강남 없었으면 월드시리즈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ㄴ 그랬으면 월드시리즈 오지도 못 했을걸?
ㄴ 방금 인터넷으로 최강남 유니폼 주문했다
ㄴ 하나씩만 사라 다른 사람들도 사야지
팬들 역시 최강남의 활약에 찬양 일색 하는 모습.
그렇게 3승 3패의 상황에서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7차전 2회 말 뉴욕 양키스가 5: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