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
월드시리즈 (8)
[최연소 메이저리거 최강남이 이끄는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에게 2연패.]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의 질주는 여기까지인가?]
[최강남의 질주는 11경기 연속 홈런에서 정지.]
[LA 다저스의 최강 타선이 다시 돌아오다!]
[5차전 선발 투수는 커쇼 vs 게릿 콜. 올 시즌 최고의 선발 투수를 가린다.]
MBS 스포츠국 스포츠 기획부 부국장이 된 박민철.
그는 한국에서 연일 쏟아내는 기사의 제목들을 보고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관심사가 이쪽으로 완벽하게 쏠렸네.’
2일 전 KBO의 한국시리즈까지 끝난 상황.
이제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사는 월드시리즈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 예시로 어제 열렸던 경기는 오전 9시 경기였음에도 시청률이 상상을 초월했다.
무려 32.8%.
이 독보적인 질주에는 단연코 한국인 최강남의 활약이 컸다.
최연소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하더니, 포스트시즌에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최강남.
박민철 부국장 입장에서는 그런 최강남에게 술이라도 한잔 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미성년자인 최강남은 마실 수 없기는 했지만.
“부국장님! 최강남 선수 특집 다큐멘터리 완성했습니다. 당초 계획대로 오후 8시에 진행하면 될까요?”
“그렇게 하자고. 1시간 분량 맞지?”
“예. 그러면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래. 계획대로 진행 안 되고 차질 생기면 이야기하고.”
“알겠습니다.”
MBS에서는 그런 최강남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
무려 평일 8시 뉴스 대신에 편성된 황금 시간대 방영.
그것은 MBS에서도 이번 월드시리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미국에 이어서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최강남.
그렇게 2승 2패의 상황에서 맞이하는 5차전에 모두의 관심사가 몰렸다.
***
2승 0패의 경기가 2승 2패까지 따라잡혔다.
오늘 경기까지 패배한다면 이제 역전이 되는 상황.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오늘, 1선발 투수를 등판시켰다.
양 팀의 대표 투수인 게릿 콜과 클레이튼 커쇼.
“플레이 볼!”
그렇게 2승 2패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인 월드시리즈 5차전이 시작됐다.
1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선두 타자는 포스트시즌 내내 1번으로 출전했던 DJ 르메이휴.
따악―!
2구로 들어온 커쇼의 낙차 큰 커브를 그대로 밀어 쳐낸 르메이휴.
그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었고, 여유롭게 1루에 안착하는 모습이었다.
“1회부터 고의사구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네 발목은 안 잡을 테니까.”
“발목이라니요. 야구가 원래 그런 거죠.”
“무슨 일이 있어도 출루할 테니까, 뒤를 부탁한다.”
2번 타자 애런 저지는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타석으로 걸어갔다.
“볼! 포볼!”
그리고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파울 커트를 무려 4개나 하는 모습.
메이저리거의 끈질긴 승부욕이 돋보였다.
그렇게 노아웃 1, 2루의 상황을 만들어준 팀원들이었다.
나는 대기 타석에서 스윙 연습을 끝내고 타석에 들어섰다.
당연하게도 내 첫 타석은 자동 고의사구를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노아웃 만루가 되니, 부담이 컸을 것이다.
클레이튼 커쇼.
그는 포심,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 쓰리 피치 스타일의 투수였다.
단 세 가지의 구종만으로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클레이튼 커쇼.
그의 슬라이더와 커브는 당연히 남들과 다른 점이 분명했다.
각이 예리하게 들어오는 완벽한 제구에 남다른 무브먼트.
특히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떨어지는 낙폭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커브의 경우에는 25인치(63cm)까지 떨어지는 구종이었다.
다행히 나는 우타자였고, 커쇼는 좌투수이기에 슬라이더의 부담감은 적다.
그렇다면 저 낙차 큰 커브의 궤적에만 집중하면 된다.
“스트라이크!”
그런 내 생각을 읽어서일까?
초구는 92마일(148km/h)의 포심이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에 완벽하게 걸치는 코스로 들어오는 공.
확실히 보더라인 피칭에 능숙한 투수다운 초구였다.
따악―!
2구로 들어온 슬라이더에 배트를 휘둘렀다.
몸쪽으로 파고들면서 떨어지는 커쇼의 슬라이더.
아쉽게 빗맞으며, 내 타구는 3루 쪽 관중석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0-2로 몰리는 카운트.
이제는 커쇼의 위닝샷인 커브를 꺼낼 차례였다.
‘와라.’
커쇼는 2루 주자를 흘끗 살피더니, 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투구 인터벌이 짧은 슬라이드 스텝으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커브가 아닌 포심을 던지는 커쇼.
그것도 몸쪽 높은 코스였다.
커브 타이밍에 맞춘 나는 배트를 최대한 빠르게 휘두르며 포심을 타격했다.
따악―!
내야 높이 뜬 플라이.
1루수가 끝까지 따라갔지만, 다행히 관중석을 넘는 파울이 나왔다.
올해 한국 나이로 35세가 된 클레이튼 커쇼.
노후화된 그의 몸에서 나오는 포심은 커브에 타이밍을 맞춰도 커트를 해낼 정도의 속도밖에 나오지 않는 모습.
처음 계획대로 계속해서 커브 타이밍에 맞춰서 다음 공을 기다렸다.
따악―!
따악―!
“볼!”
4구와 5구로 들어온 포심과 슬라이더를 커트해냈다.
그리고 이어서 들어오는 여섯 번째 공은 커브.
하지만 존 밖으로 빠지는 커브이기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지켜봤다.
‘드디어 왔다.’
7구는 내가 기다리던 코스로 커브가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존 하단, 무릎에 완벽하게 걸치는 코스의 커브.
난 그 공을 그대로 걷어 올렸고, 내 타구는 중견수 쪽으로 향했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확신이 드는 타격감.
거기에 3, 4차전과는 다르게 5차전은 낮에 열리는 경기.
다저 스타디움에서 홈런을 막아내 주던 무거운 밤공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 타구는 중견수를 지나쳐서 여유롭게 담장을 넘어갔다.
우우―
다저 스타디움을 꽉 채운 56,000여 명의 팬들이 야유를 날렸지만, 오히려 기뻤다.
원정에서 홈런을 맞고 받는 야유는 환호보다 더 짜릿하기 마련이니까.
여유롭게 베이스를 돌아서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내가 말했지? 무슨 일이 있어도 출루한다고. 이 큰 한방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 정도면 기대에 부흥했죠?”
“평소의 너라면 장외 홈런이었을 텐데, 조금 아쉽네. 다음 타석에는 장외 홈런으로 부탁한다.”
“그때도 출루에 성공해서 고의사구를 막아준다면 해내볼게요.”
“진짜 부탁한다. 우승 반지 끼는 게 소원이거든.”
볼넷으로 출루한 1루 주자 애런 저지.
그가 홈 플레이트에서 두 손을 번쩍 들며 농담을 던졌다.
난 그런 애런 저지의 양손에 하이파이브를 치며 대답해줬다.
1회 초부터 3:0으로 앞서게 된 뉴욕 양키스.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1회 초였다.
1회 말 LA 다저스의 공격.
양키스의 선발 투수인 게릿 콜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1번 타자 무키 베츠부터 삼진을 잡아낸 게릿 콜.
좋은 스타트를 끊는 모습이었다.
따악―!
2번 타자 코리 시거는 그런 게릿 콜이 3구로 던진 슬라이더를 타격했다.
2유간으로 빠질법한 코스로 향하는 타구.
타격과 동시에 빠르게 타구 지점을 파악한 나는 슬라이딩으로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1루로 송구.
“아웃!”
내 좋은 수비가 안타를 땅볼로 둔갑시켰다.
따악―!
3번 타자 저스틴 터너의 빗맞은 타구는 2루수 오도어에게 향했다.
오도어는 콜 플레이를 한 후에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내며, 마지막 아웃 카운트 획득에 성공한 뉴욕 양키스.
그렇게 LA 다저스의 1회 말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이 났다.
2회에는 양 팀의 선발 투수의 호투가 돋보였다.
1선발 투수의 자존심을 지켜낸 게릿 콜과 클레이튼 커쇼.
둘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난 3회 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로 나섰지만, 자동 고의사구로 1루로 걸어 나갔다.
솔로 홈런을 걱정했는지, 웬만하면 나와 승부를 더 이상 하지 않는 다저스의 투수진이었다.
“세이프!”
난 커쇼의 2구째에 도루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노아웃 2루 득점권 상황.
하지만 커쇼는 이후 안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3회 초를 또다시 막아냈다.
3회 말 LA 다저스의 공격은 2번 타자 코리 시거부터 시작했다.
따악―!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안타를 만들어낸 코리 시거.
그렇게 노아웃 1루의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선이라고 불리는 클린업 트리오의 타순이 돌아왔다.
따아아아악―!
3번 타자 저스틴 터너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쳐냈다.
1루 주자인 코리 시거는 3루에서 멈추며, 순식간에 노아웃 2, 3루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뉴욕 양키스.
거기에 다음 타자는 NL의 홈런왕 4번 타자 코디 벨린저였다.
우우우―
더그아웃의 선택은 자동 고의사구.
다저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그런 양키스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런 야유를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양키스 선수들이었다.
이제 노아웃 만루.
아무리 3:0으로 앞서고 있지만, 최소 2점은 내줄 각오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타석에는 5번 좌타자 맥스 먼시가 올라왔다.
포스트시즌에서 밀어 쳐낸 타구가 많은 맥스 먼시.
그렇기에 자세를 낮추고 더욱 경기에 집중했다.
“스트라이크!”
게릿 콜은 그런 맥스 먼시에게 초구로 높은 포심을 던졌다.
홈런 한방이면 역전이 되는 상황이지만, 개의치 않는 공격적인 피칭.
게릿 콜다운 모습이었다.
따아악―!
맥스 먼시는 그런 게릿 콜이 2구로 던진 체인지업을 쳐냈다.
역시나 밀어서 쳐낸 타구.
좌익수 앞에 떨어질 만한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서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투욱―
글러브로 공이 들어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공을 잡음과 동시에 2루로 공을 던졌지만, 2루 주자의 귀루가 빨랐다.
“세이프!”
노아웃 만루는 이제 1아웃 만루가 되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6번 타자 크리스 테일러.
따악―!
그는 초구를 타격했고, 2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
난 2루 커버를 위해 빠르게 베이스로 달려간 후에 오도어가 던진 공을 잡았다.
1루 주자의 허벅지 가까이 오는 높은 태클.
난 제자리에서 뛰어 올라서 그 거친 태클을 피한 후에 1루수 히오 우르셸라에게 공을 던졌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심판은 거칠게 오른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아웃!”
노아웃 만루에서 1점도 뽑아내지 못한 LA 다저스.
당연하게도 경기장의 분위기는 침묵 그 자체였다.
따아아아아악―!
도서관과도 같은 그 분위기에 한 번 더 찬물을 끼얹은 7번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
그는 딸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솔로 홈런을 쳐냈다.
4:0 큰 점수 차로 앞서게 된 뉴욕 양키스.
밤이 아닌 낮에 열린 경기였기에, 많은 홈런을 기대한 다저스의 팬들.
하지만 그들의 염원과는 다르게 이후로는 게릿 콜의 공을 쳐내지 못했다.
게릿 콜은 7이닝 무실점 최고의 호투를 보여주며, 팀의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반면에 클레이튼 커쇼는 5이닝 4실점으로 빠르게 강판했다.
거기에 이어서 나온 불펜 둘이서 2이닝 동안 2실점을 추가하며, 경기는 어느새 6:0.
8회와 9회에는 선발 투수였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불펜으로 뛰고 있는 제임슨 타이욘이 맡았다.
2이닝 2실점의 나쁘지 않은 호투.
그렇게 뉴욕 양키스는 6:2로 5차전을 승리로 가져왔다.
이제 하루를 쉬고 경기가 열리는 곳은 다시 양키 스타디움.
우리는 뉴욕에서 승부를 결정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