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09화 (109/126)

# 109

월드시리즈 (5)

[세상에! 최강남의 타구가 또 다시 외야를 향해 쭉쭉 날아갑니다! 맞는 순간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대형 타구! 여유롭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입니다!]

[3회 말 최강남의 3점 홈런으로 3:0으로 앞서게 되는 뉴욕 양키스! 거기다가 최강남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10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것도 바로 오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말이죠!]

[1차전에 이어서 2차전에도 최강남이 눈부신 활약을 보여줍니다! 좋은 분위기에 타석에 들어서는 4번 타자 게리 산체스!]

0:0의 균형을 깨는 최강남의 3점 홈런.

그 홈런에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찬사를 보냈다.

당연하게도 그의 플레이에 감탄하는 것은 해설진만이 아니었다.

― 와 저 고속 슬라이더를 우타자인 최강남이 넘기네

ㄴ 속도도 속도인데 제구도 진짜 완벽했음 존에 완전 걸치는 공;

ㄴ 언제 봐도 하체 고정된 저 스윙 폼은 진짜 깔끔하다

ㄴ 진짜 최강남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ㄴ 최강남 없으면 22년도 양키스도 없다

ㄴ 올해의 양키스는 최강남이 있어서 다르다!

ㄴ 16살 초특급 루키는 인정이지

경기장을 찾은 47,000여 명의 관중과 YES Network를 통해서 경기를 지켜보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들.

그들 역시 최강남의 플레이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경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3:0으로 기세를 찾은 뉴욕 양키스.

거기에 노아웃 상황에서 4번 타자 게리 산체스부터 다시 시작하는 타순이었다.

따악―!

“아웃!”

하지만 보더라인 피칭에 RPM(공 회전수)이 높은 트레버 바우어의 공을 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실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활용한 보더라인 피칭이 아닌, 정가운데 투구만 했어도 쉽게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트레버 바우어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으로 던질 수 있는 커맨드까지 가지고 있는 트레버 바우어.

그런 바우어에게 양키스의 4, 5, 6번 타자는 삼자범퇴를 당하며 3회 말 공격은 끝이 났다.

하지만 3회 말에 내 홈런으로 뽑은 점수는 무려 3점.

그것은 4회 초 코리 클루버의 어깨를 누구보다 가볍게 만들어줬다.

“스트라이크 아웃!”

4회 초에 안타 하나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아낸 코리 클루버.

1회와 2회에 보여줬던 양 팀의 투수전이 다시 시작됐다.

4회 말에 다시 올라온 트레버 바우어.

따악―!

오늘 7번 타자로 출전한 오도어.

그는 2구로 들어온 저속 슬라이더를 당겨 쳤지만, 멀리 뻗지 못하고 2루수에게 잡히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서 애런 힉스와 프레이저도 땅볼, 뜬공 아웃으로 또 다시 삼자범퇴.

바우어는 확실히 오늘이 잘 긁히는 날인 듯, 양키스 타자들의 타구가 멀리 뻗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5회 초 LA 다저스의 하위 타순은 이번에는 삼자범퇴.

“볼! 포볼!”

5회 말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 내 타석이 돌아왔지만, 볼넷으로 1루에 걸어 나갔다.

따아악―!

4번 타자 게리 산체스는 초구를 타격했지만, 아쉽게 펜스 앞에서 잡히는 플라이 아웃.

타구들이 좀처럼 홈런이 되지 않는 느낌이 양키스의 더그아웃에 만연했다.

3:0이지만 강력한 LA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쫓기는 느낌을 받는 뉴욕 양키스.

사고는 6회 초에 일어났다.

따아아악―!

선두 타자로 나온 LA 다저스의 1번 타자 무키 베츠.

그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내며, 오늘 줄곧 침묵했던 다저스 타선의 무서움을 일깨워줬다.

따아악―!

2번 타자 코리 시거는 클루버의 2구를 타격했고,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빠른 타구였기에,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노아웃 1, 3루 상황.

“타임!”

양키스의 더그아웃은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좋았다!”

“나이스 투구!”

양키 스타디움의 팬들은 그런 코리 클루버에게 기립박수를 쳐주는 모습이었다.

바뀐 투수는 양키스 필승조, 잭 브리튼과 볼티모어에서 호흡을 맞췄던 대런 오데이.

우완 잠수함 투수인 대런 오데이는 특이한 투구폼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인정받는 투수였다.

3,000여 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폭투가 단 3번뿐인 대런 오데이.

그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우타자에게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우타자 상대로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슬라이더와 몸쪽으로 파고드는 싱커가 결정구.

따아아악―!

그런 오데이는 3번 타자 저스틴 터너에게 2구로 싱커를 던졌고, 타구는 우익수 방향으로 높이 떴다.

담장 앞에서 겨우 잡는 공이었기에, 3루 주자는 물론이고 1루 주자의 2루 쇄도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노아웃 1, 3루를 고작 1실점 한 것은 최고의 판단이었다.

3:1의 상황에서 1아웃 2루.

타석에는 올해 내셔널리그 최고의 타자인 4번 코디 벨린저가 들어섰다.

“타임!”

한 타자를 상대하고 양키스의 코치진은 이번에도 빠르게 움직였다.

4번 벨린저를 고의사구로 거르더라도 5번 맥스 먼시까지 좌타자인 LA 다저스.

오늘 공이 유독 좋은 것은 아쉬웠지만, 대런 오데이의 할 일은 여기까지였다.

바뀐 투수는 잭 브리튼.

평균 95마일(152km/h)의 싱커를 던지는 잭 브리튼.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스플리터마냥 떨어지는 싱커는 80%의 그라운드볼을 만들어내는 위닝샷이기도 했다.

어제 경기에서도 1이닝을 안타 없이 막아냈던 그는 명실상부 양키스 최고의 필승조 카드였다.

따아아아아아악―!

상대가 코디 벨린저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코디 벨린저는 그런 브리튼의 싱커를 당겨 쳤고,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동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양키스의 더그아웃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나오지는 않았다.

방금 그 타구는 양키 스타디움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

작은 경기장을 쓰는 선수들에게 세금과도 같은 홈런이었으니.

물론 그 세금이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나왔다는 것은 뼈아팠지만.

따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지금 이건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5번 타자 맥스 먼시의 백투백홈런.

5회까지 3:0으로 잘 지켜낸 스코어는 6회 초에 순식간에 3:4이 되었다.

역전된 양키 스타디움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타임!”

그렇게 바뀐 투수는 제임슨 타이욘.

올해 4.12의 방어율로 예비 5선발과 불펜을 번갈아 가며 뛴 타이욘.

“스트라이크 아웃!”

그는 주자 없는 1아웃에 올라온 6번 타자 크리스 테일러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따악―!

7번 타자 개빈 럭스는 초구를 타격했다.

2유간으로 빠질만한 코스.

난 슬라이딩해서 공을 잡아낸 후에 여유롭게 1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길고 길었던 6회 초 수비는 그렇게 끝이 났다.

6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LA 다저스의 투수는 트레버 바우어.

“스트라이크 아웃!”

그는 볼넷 하나를 허용했지만, 이번에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나에게 맞은 3점 홈런을 제외하면 단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던 트레버 바우어.

확실히 오늘 평소보다 공의 무브먼트가 큰 모습이었다.

7회 초 LA 다저스의 공격.

6회에 교체된 제임슨 타이욘은 7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볼넷 하나를 제외하면 출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이번에도 무실점으로 막아낸 타이욘.

덕분에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양키스 더그아웃의 분위기도 조금씩 올라왔다.

7회 말 양키스의 공격은 9번 타자인 클린트 프레이저부터 시작했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는 트레버 바우어.

“스트라이크 아웃!”

그는 프레이저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7회에도 위엄을 드러냈다.

따악―!

따악―!

하지만 양키스의 타선도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다.

1번 DJ 르메이휴와 2번 애런 저지의 연속 안타.

1아웃 1, 2루의 상황에서 내 네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환호가 터져 나오던 경기장이 몇 초 만에 야유로 가득 메워졌다.

“장난하냐? 그게 야구냐?”

“계속 도망갈 거면 술래잡기를 해라!”

“너네가 그러고도 프로냐!”

자동 고의사구.

하지만 이것도 전략 중 일부였기에, 항의조차 할 수 없다.

“타임!”

그와 동시에 LA 다저스의 코치진은 투수를 교체했다.

어제 내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켄리 잰슨.

마무리 투수인 그가 평소보다 이른 7회에 등판했다.

1아웃 만루.

오늘 경기 최대의 승부처.

4번 타자인 게리 산체스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2, 3루도 아닌 1, 2루에서 나온 볼넷.

그것은 자기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하지만 켄리 잰슨의 커터는 알고도 치기 어려운 공.

게리 산체스는 그런 커터에 두 번의 헛스윙을 하며 카운트가 몰렸다.

따악―!

네 번째 공을 타격했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공.

타구가 빠른 편이었지만, 1루 주자는 나였다.

리드폭을 최대한 넓게 벌리고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나는 2루 베이스를 바라봤다.

절대 내가 세이프 판정을 받을 수는 없는 타이밍.

그렇다면 지금 내가 노릴 목표는 하나다.

병살을 당하지 않는 것.

다리부터 들어가는 스탠드 업 슬라이딩.

하지만 평소보다 발을 훨씬 높게 들었다.

여차하면 상대 허벅지를 찍어버리겠다는 마음.

참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유동기 감독에게 배웠던 것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사용하게 될지는 전혀 몰랐으니.

내 높은 발에 타이밍을 뺏긴 2루수 개빈 럭스.

그는 1루로 공을 던지지 못했고, 게리 산체스는 그 틈에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4:4 동점이 된 뉴욕 양키스.

그때 개빈 럭스가 내 어깨를 밀치며 소리쳤다.

“야! 미쳤어? 누가 슬라이딩을 이렇게 해?”

“심판이 경고를 안주는데 네가 뭔데 따져? 꼬우면 선수 관두고 심판하던가.”

이런 상황에서는 기가 눌리면 안 된다.

오히려 기가 눌려서 만만하게 보이면 데드볼이나 위험한 플레이를 당할 확률이 높기도 했다.

나도 개빈 럭스의 어깨를 밀치며 대답했다.

그러자 멱살을 잡으려는 개빈 럭스.

그의 손을 왼손으로 쳐내고, 다시 오른손으로 힘껏 그의 가슴을 밀었다.

그와 동시에 양 팀의 더그아웃에서 경기장으로 뛰쳐나오는 선수들.

나와 개빈 럭스는 잠깐 몸싸움이 있었지만, 선수들의 만류로 일단락되었다.

LA 다저스의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가 직접 심판에게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득점이 인정되며 4:4 동점이 되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5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은 켄리 잰슨의 커터에 삼진당하며 추가 득점 없이 7회 말 공격도 끝이 났다.

8회 초 LA 다저스의 공격은 핵심 타선인 3번 타자 저스틴 터너부터 시작했다.

뉴욕 양키스의 투수는 아롤디스 채프먼.

역시나 가장 중요한 상황에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는 삼진 하나와 땅볼, 뜬공으로 범타를 유도하며 최고의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LA 다저스 역시 8회 말에도 켄리 잰슨이 마운드에 올랐고, 삼진 두 개와 뜬공 하나로 삼자범퇴로 끝이 났다.

9회 초 LA 다저스의 공격.

양키스의 바뀐 투수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알렉스 콜로메.

그는 6번 크리스 테일러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하위 타선에게 추가 실점 없이 9회 초를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정규이닝인 9회 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만이 남아있었다.

LA의 바뀐 투수는 미치 화이트.

한국계 미국인인 미치 화이트는 20년도에 데뷔한 루키.

올해인 22년도에 2.48의 방어율로 다저스의 필승조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커터와 싱커의 비율이 높은 미치 화이트.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는 유형의 투수였다.

선두 타자는 오늘 안타가 하나도 없는 9번 타자 클린트 프레이저.

따아아악―!

하지만 야구는 언제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초구를 그대로 쳐낸 프레이저의 타구는 좌중간을 갈랐고, 2루에 여유롭게 안착했다.

안타 하나면 끝내기 상황.

노아웃 2루에서 DJ 르메이휴는 본인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볼! 포볼!”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낸 르메이휴.

노아웃 1, 2루의 상황에서 더그아웃에서는 2번 타자 애런 저지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보냈다.

1구와 2구는 존에서 살짝 빠지는 공.

그리고 3구에 들어온 싱커에 배트를 갖다 댄 애런 저지.

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은 공은 애런 저지의 팔목에 맞았다.

“히트 바이 피치!”

LA 다저스 더그아웃 측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지만, 판독 결과도 데드볼.

4:4로 동점인 9회 말 노아웃 만루에 영화처럼 내 다섯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타임!”

다저스는 황급히 투수를 블레이크 트라이넨으로 교체했다.

1차전에서 나왔지만 나와는 승부를 하지 않았던 트라이넨.

그가 주자로 꽉 찬 베이스들을 한번 훑어보더니 초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100마일(160km/h)의 싱커.

그것도 바깥쪽 낮은 곳에 꽉 찬 배트를 갖다 대기도 어려운 코스였다.

커터와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쌓아 올리는 투수인 블레이크 트라이넨.

하지만 지금은 2차전 최대 위기 상황이니, 본인의 위닝샷 싱커로 승부할 것이다.

“타임.”

난 심판에게 잠시 타임을 외쳤고, 배팅 장갑을 가다듬었다.

160km/h의 싱커는 쉬운 공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희생플라이 하나만으로도 경기가 끝나는 상황.

힘을 빼고 컨택에만 집중하면 된다.

잠시 생각을 끝낸 난 다시 타석에 들어섰고 트라이넨은 2구를 던졌다.

이번에는 몸쪽 낮은 코스의 싱커.

무릎과 허리가 먼저 반응했고, 배트를 정자세로 휘둘러서 100마일의 싱커를 걷어 올렸다.

경기장이 조용해졌고, 모두가 타구를 바라봤다.

투수인 트라이넨은 커버를 위해서 포수 뒤쪽으로 달려갔고, 3루 주자 프레이저는 좌익수가 공을 잡은 후에 홈으로 뛰기 위해 베이스를 밟고 공을 지켜봤다.

하지만 프레이저가 태그업 후에 홈으로 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힘을 빼고 정확하게 맞추는 것에 집중한 내 타구가 좌익수의 글러브에 닿지 못하고, 담장으로 넘어갔으니.

이런 순간에 그 누가 세리머니를 참을 수 있을까.

난 만석인 47,000여 명의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오른손 검지를 쭉 피고 베이스를 돌았고, 홈 플레이트를 밟자 선수들은 내게 물통의 물을 다 쏟기 시작했다.

“나이스 홈런!”

“오늘은 네가 다 했다!”

“역시 양키스의 클러치히터!”

“끝내기 그랜드 슬램!”

그렇게 뉴욕 양키스는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