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06화 (106/126)

# 106

월드시리즈 (2)

객관적인 전력은 뉴욕 양키스 역시 LA 다저스에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투수진은 양키스가 낫다는 의견까지 존재했다.

하지만 두 팀의 가장 큰 차이는 타자들.

특히 LA 다저스의 1번부터 5번까지의 상위 타선은 메이저리그 최고를 자랑했다.

“제대로 보여주라고!”

“게릿 콜! 믿는다!”

“월드시리즈의 양키스는 무적이지!”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답게 관중의 대부분은 뉴욕 양키스의 팬이었다.

그들의 환호와 함께 경기 준비가 모두 끝이 났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과 함께 시작된 1차전.

마운드에는 뉴욕 양키스의 1선발 게릿 콜.

타석에는 LA 다저스의 1번 타자 무키 베츠가 들어섰다.

올 시즌 정규 리그 기록은 31홈런에 타/출/장 0.352/0.438/0.642.

거기에 32도루를 달성하며 30-30의 반열에까지 오른 무키 베츠.

홈런을 제외하고는 올해 커리어 하이를 새롭게 찍은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양키 스타디움에는 적막이 잠시 흘렀다.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

하지만 1-2의 카운트에서 4구를 몸쪽 삼진으로 잡아내자, 경기장은 다시 환호로 가득 찬 양키 스타디움이었다.

무키 베츠도 대단한 선수였지만, 게릿 콜도 만만한 투수는 아니었다.

역대 투수 FA 최고액 계약.

그는 오늘도 선두 타자에게 받는 돈에 걸맞은 투구를 보여줬다.

LA 다저스의 2번 타자는 코리 시거.

나와 같은 유격수 포지션으로 좋은 코스의 공만 치는 선구안이 좋은 스프레이 히터.

말 그대로 약점이 없는 고루 치는 타자였다.

따악―!

그는 1-3의 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결대로 쳐냈다.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3유간으로 충분히 빠질만한 타구.

하지만 난 정상적인 수비 포지션에 있지 않았다.

분석에 따르면 타구가 우측과 좌측에 몰리는 성향의 타자.

평소보다 3루에 치우쳐서 수비하던 나는 타구를 리버스 캐치로 잡아냈다.

주루가 느린 코리 시거였지만, 타구 역시 상당히 느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서 1루로 공을 던졌다.

그리고 내 송구는 히오 우르셸라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아웃!”

리버스 캐치 후에 점프 송구.

내 환상적인 수비에 관중들은 열광했고, 초반 경기의 분위기는 양키스 쪽으로 넘어왔다.

그런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3번 타자 저스틴 터너.

올해 한국 나이로 39살이 된 그는 여전히 LA의 3루수와 3번 타자를 맡고 있었다.

따악―!

2구로 들어온 몸쪽 높은 슬라이더를 쳐낸 저스틴 터너.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유격수였다면 잡아내지 못할 공.

하지만 난 수비가 좋은 유격수였고, 분석 또한 여느 투수 못지않게 꼼꼼하게 하는 성격이었다.

평소보다 살짝 뒤로 빠져서 수비를 하던 나는 그의 타격음이 들림과 동시에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최대한 뒤로 달려간 후에 예상 지점에서 뛰어올라서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아웃!”

내가 다시 경기장에 착지하고 난 후에 글러브에 든 공을 심판에게 보여주자, 아웃 사인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은 한 번 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나이스 수비. 1회에만 안타 두 개나 막았는데?”

“오늘 게릿 콜의 공이 평소보다 좋아서죠.”

“이제 립 서비스까지 잘하네. 메이저리거 다 됐는데? 오늘 타격에서도 기대할게.”

“평소처럼만 할게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네 포스트시즌 기록은 역사에 쓰일 정도니까.”

게릿 콜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중에 웃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선발 투수로 등판 시에는 예민해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 게릿 콜.

그런 게릿 콜도 말을 걸 수밖에 없는 내 1회 초 수비였다.

기분 좋은 삼자 범퇴.

그렇게 뉴욕 양키스의 1회 말 공격이 시작됐다.

마운드 위의 투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클레이튼 커쇼.

LA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커쇼가 1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압도적인 정규 리그 커리어에 비해서 포스트시즌만 오면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던 클레이튼 커쇼.

그런 커쇼에게 언론은 스타성이 부족하다, 승부처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하곤 했다.

하지만 20년도, 21년도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연속 우승.

2년 동안 포스트시즌 방어율 2.36에 7승 2패.

그것은 2019년까지 10승 11패 4.32의 방어율을 기록한 커쇼의 징크스를 다 깨부수고도 남는 기록이었다.

물론 야구 선수에게 우승이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투수의 승리라는 것도 방어율에 비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까지도 있었으니.

하지만 2년 연속 우승은 커쇼가 10년 넘게 갖고 있던 부담감을 다 지우고도 남는 결과물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부담감이 없는 플레이오프의 클레이튼 커쇼.

그것은 분명 전까지와 다른 의미였다.

그런 그는 르메이휴와 애런 저지를 삼진과 땅볼로 순식간에 아웃을 잡아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

야구팬들이라면 잠깐 경기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음식에 집중할만한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오늘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의 반응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노아웃 만루라도 되는 듯이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

그것은 1회 초에 내가 보여줬던 수비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그렇게 내 인생 첫 월드시리즈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서게 되었다.

***

[애런 저지의 타격! 하지만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2아웃이 됩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 하지만 경기장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3번 타자 최강남 선수의 등장! 양키 스타디움의 팬들이 일제히 그의 응원가를 연호하는 모습입니다.]

[앞선 1회 초에도 좋은 수비를 연달아서 보여줬던 최강남 선수거든요. 거기다가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친다면 무려 9경기 연속 홈런. 메이저리그에 현재까지 9경기 연속 홈런을 쳤던 선수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MLB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될 16살 선수의 도전! 여러분은 역사적인 기록의 순간을 함께 시청하고 계십니다!]

YES Network의 해설진들.

이제 경기는 1회 말이었지만, 그들은 평소보다 훨씬 높은 텐션으로 해설을 이어갔다.

당연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바뀐 지 어느덧 7년.

양키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진출이 13년 전이었다.

해설을 하게 된 후에 처음으로 맞이한 월드시리즈.

뉴욕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높이 올라갈수록 받는 돈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그들은 양키스의 오랜 팬.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진출에 저절로 흥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스트라이크! 최강남에게 3볼을 연속으로 던진 커쇼가 네 번째 공을 존 바깥에 걸치는 스트라이크로 잡아냅니다.]

[앞선 1, 2번 타자와는 다르게 신중하게 승부하는 모습이네요. 5구는 볼.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가게 되는 최강남입니다.]

[최강남 선수가 정말 좋은 타격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정규 시즌 하반기와 포스트시즌에 팀 내 최고 OPS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4번이 아닌 3번 타자로 경기에 뛰는 것은 타격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주루 센스도 정말 훌륭한 선수입니다.]

[그렇습니다. 거기에 4번 게리 산체스와 5번 지안 카를로 스탠튼이 타격감이 완전히 되살아났거든요. 장타 하나면 최강남 선수가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올 주루까지 갖추고 있기에, 오늘도 3번 타자로 나선 최강남 선수고요.]

[초구에 2루 도루 시도! 가볍게 성공하면서 이제 안타 하나면 득점권에 들어서게 된 뉴욕 양키스!]

[방금 도루는 타이밍을 완전히 뺏었어요. 연이은 두 개의 견제 후에 초구부터 바로 도루를 시도한 최강남! 출발 타이밍이 정말 좋았죠?]

[그렇습니다. 도루는 단순하게 속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출발하는 타이밍이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최강남 선수는 타이밍은 물론이고 속도도 빠른 선수죠.]

[게리 산체스는 3구를 타격!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냅니다. 2아웃에 빠른 스타트를 끊은 최강남은 여유롭게 홈인! 1:0으로 앞서가게 된 뉴욕 양키스입니다!]

[지금은 최강남 선수의 선구안과 주루가 만들어낸 1점이죠. 오늘도 16살의 해결사가 1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선취점 득점에 성공한 뉴욕 양키스!]

YES Network 해설진은 계속해서 최강남의 플레이에 중점을 두고 해설을 진행했다.

16살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활약.

아니, 최강남의 플레이는 이미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모습이었다.

파워, 수비, 컨택트, 스피드, 어깨.

모두가 완벽한 최고 수준의 5툴 플레이어.

그것은 최강남의 경기를 지켜본 자들은 모두 깨달을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 캬 오늘도 최 덕분에 1점 냈네

ㄴ 게리 산체스 안타 덕분에 1점 낸 거지

ㄴ 지금은 주자 없었으면 안타도 못 쳤지

ㄴ 왜?

ㄴ 원래 아는 만큼 보인다. 최강남이 베이스에 나가서 계속 투수 시선을 끌어줬잖아

ㄴ 맞지 3구는 완전 실투였으니까

ㄴ 거기에 르메이휴나 애런 저지였으면 방금 안타에 홈 못 들어오는 타이밍이었어

― 뭘 그런 거 가지고 싸우냐 둘 다 잘했어

ㄴ 난 그냥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경기하는 게 너무 좋다

ㄴ 언제 양키스가 이렇게 강해졌냐

ㄴ 예전에는 월드시리즈가 당연했는데 약해진 거지

ㄴ 그냥 너무 좋다 가을에도 퇴근하고 돌아오면 내 팀이 야구를 한다는 사실이

ㄴ 인정 최강남 사랑한다!!!

ㄴ 진짜 22 포스트시즌 최강남은 전설이다...

뉴욕 양키스의 선취 득점.

그걸 지켜본 양키스의 모든 팬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

“스트라이크 아웃!”

5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이 아웃되며, 1회 말 양키스의 공격도 끝이 났다.

2회 초 LA 다저스의 공격은 4번 타자 코디 벨린저부터 시작했다.

LA 다저스의 간판타자이자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불리는 코디 벨린저.

그는 이번 시즌에 5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NL 홈런왕에 등극했다.

가을 야구에 약하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만 벌써 7개의 홈런을 쳐낸 코디 벨린저.

거기다가 95년생, 어린 나이의 그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었다.

현재와 향후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코디 벨린저였다.

1-1의 상황.

세 번째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는 빠지는 몸쪽 낮은 코스의 포심이었다.

따아아아아악―!

말 그대로 안 좋은 공.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특유의 극단적으로 몸통을 뒤트는 어퍼 스윙을 선보였다.

타구는 우측으로 향했고, 좌측에 비해서 짧은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그 홈런으로 2회 초 경기는 1:1.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볼! 포볼!”

5번 타자 맥스 먼시.

좋은 선구안을 가진 그는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다시 노아웃 1루.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다행히도 게릿 콜은 6번 타자 크리스 테일러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따악―!

1아웃 1루의 상황.

7번 타자 개빈 럭스가 밀어친 공은 나에게 향했다.

정말 빠른 타구였기에, 몸을 최대한 낮춰서 안정적으로 잡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2루 베이스로 달려오는 오도어에게 공을 던졌다.

“아웃!”

“아웃!”

공을 잡아낸 2루수 오도어.

그는 곧바로 1루수 히오 우르셸라를 향해 공을 던졌고, 병살타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나이스 수비!”

“좋은 송구였어요.”

“잘 봐. 이번 타석에서도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오도어는 내 글러브에 자기 글러브를 맞대더니,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갔다.

1:1 동점 상황에서 2회 말 양키스의 공격.

선두 타자는 방금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6번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커쇼의 공은 쉽게 칠 수 있는 공은 아니었다.

2회 말 양키스의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이 났다.

“아웃!”

“아웃!”

8, 9번 타자를 범타로 잡아낸 게릿 콜.

다시 1번 타자인 무키 베츠의 타순으로 돌아왔다.

확실히 위협적인 LA 다저스의 상위 타선이었다.

1번부터 5번까지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타자들.

거기다가 오늘 경기가 열리는 양키 스타디움은 작은 경기장.

양키스의 선발 투수인 게릿 콜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아아아악―!

이번에도 상당히 큰 타구.

하지만 좌익수 클린트 프레이저가 담장 앞에서 공을 잡아냈다.

3회 초 무실점으로 끝난 LA 다저스의 공격.

아무래도 4회 초 다저스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늘 경기의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3회 말 양키스의 공격은 방금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클린트 프레이저부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타석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4구 만에 삼진.

따악―!

1번 타자 DJ 르메이휴의 잘 맞은 타구는 3루수 직선타.

순식간에 2아웃이 된 양키스의 공격이었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애런 저지.

따악―!

그는 3구로 들어온 실투성 포심을 쳐냈고,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었다.

이번 타석은 전 타석과는 다르게 나와 승부를 할 것이다.

날 이번에도 볼넷으로 거르면 1, 2루.

거기에 다음 타석은 전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게리 산체스.

장타 하나면 2실점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굳이 나와의 싸움을 피할 필요는 없다.

‘초구에 들어오는 커브를 노린다.’

나와 확실한 승부를 할 생각이라면 초구부터 카운트를 잡을 확률이 높았다.

아까 볼넷으로 1루에 나갔을 때 나에게 던진 커브는 2개.

그 궤적과 타이밍을 머릿속으로 복기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커쇼가 1루 주자를 힐끗 살피고, 나에게 초구를 던졌다.

예상대로 구종은 커브. 아까의 궤적이라면 바깥쪽에 꽉 차는 코스의 커브였다.

따아아아아아악―!

난 그 공을 놓치지 않고 타격했고, 그와 동시에 손에서 홈런의 감각이 느껴졌다.

타구를 지켜보지 않아도 홈런임을 직감하는 짜릿한 손맛.

내 타구는 여유롭게 우측 펜스를 넘어 스탠드 상단에 떨어졌다.

“나이스! 슈퍼 루키!”

“최! 사랑한다!”

“바로 그거지! 그게 양키스지!”

배트를 내려놓고 베이스를 돌자 47,000여 명의 환호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중요한 상황에서 2점 홈런.

그렇게 뉴욕 양키스가 LA 다저스를 상대로 3:1 리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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