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104화 (104/126)

# 104

챔피언십 시리즈 (5)

내 3점 홈런 이후로 추가 득점은 하지 못하며 3회 초 공격도 끝이 났다.

하지만 점수는 5:3.

이미 역전에 성공한 뉴욕 양키스였다.

따아아아악―!

보스턴 레드삭스의 3회 말 공격.

마운드 위의 투수는 여전히 조던 몽고메리였다.

선두 타자에게 담장을 직격하는 장타를 맞은 몽고메리.

타자의 발이 느렸기에 2루에 멈춰 섰다.

2루에 주자가 생기면 아무래도 2루수와 유격수의 수비 범위에 제한이 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달리기가 느린 주자이기에, 특별한 견제 사인은 없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약간 2루 베이스에 붙어서 수비를 시작했다.

도루를 하듯이 투수의 앞발이 움찔거림과 동시에 평소 수비 포지션으로 돌아가면 되니까.

“스트라이크!”

다음 타자는 초구로 들어온 낙차 큰 커브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맞추지는 못했다.

범타를 유도해서 아웃을 잡아내는 스타일의 투수.

이런 스타일은 특히나 내야수에게 큰 수비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따아아악―!

아까 포지션에서 수비를 시작했다면 도전조차 못할만한 타구.

3유간을 꿰뚫고 좌익수 앞에 여유롭게 떨어질 코스였다.

하지만 평소 수비로 돌아가는 가속도가 붙었고, 충분히 다이빙 캐치를 시도해볼 만한 타구다.

수비 포지션을 넘어서 타구를 향해 계속 달려갔고,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완벽한 캐치.

공을 잡음과 동시에 고개를 돌리니 2루수 오도어가 베이스 커버를 위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급하게 2루 베이스로 귀루하는 주자의 위로 공을 던졌다.

태그였다면 아웃시키지 못했을 타이밍.

하지만 뜬공 아웃은 베이스를 밟고 공만 잡으면 된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심판은 오른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아웃!”

완벽한 수비.

노아웃 2루의 위기는 순식간에 주자 없는 2아웃이 되었다.

“아웃!”

조던 몽고메리는 다음 타자를 우익수 뜬공 아웃으로 잡아내며, 1회에 이어서 3회에도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나이스 수비.”

“오늘 공 좋은데요?”

“너 같은 수비가 없으면 나 같은 스타일은 공이 좋을 때 오히려 더 위험하지.”

“끝까지 집중하라는 뜻으로 알게요.”

“바로 그거야. 오늘도 기대할게. 슈퍼 루키.”

더그아웃으로 바로 가지 않고, 날 기다린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 조던 몽고메리.

그가 뻗은 글러브에 내 글러브를 맞대고 웃으며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오늘 몽고메리의 공은 확실히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디비전 시리즈를 3전 전승으로 이겼기에, 4선발 투수였던 몽고메리는 나오지 않았다.

1주일이 넘도록 휴식을 취한 몽고메리.

그의 공은 무브먼트가 정규 시즌보다 더 날카로웠고, 수많은 범타를 만들어냈다.

최종 기록은 7이닝 4실점.

퀄리티 스타트에는 실패했지만, 모든 총력을 다 쏟는 포스트시즌에 4선발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했다.

그 예시로 상대 선발 투수인 개럿 리처즈는 5이닝 6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으니 말이다.

경기 최종 스코어는 8:5 뉴욕 양키스의 승리.

벌써 3승 1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거의 확정 지은 것이나 다름없게 된 양키스였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우리의 목표인 우승. 그곳으로 향하는 월드시리즈까지 단 한걸음 남았다. 내일 선발 투수는 고민이 많았는데, 5선발 도밍고 헤르만을 내보내기로 했다. 다들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좋은 결과 만들어보자고.”

“알겠습니다!”

애런 분 감독의 칭찬에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사기가 불타올랐다.

얼핏 보면 스쳐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워낙 칭찬을 하지 않는 감독.

그런 감독의 담백한 칭찬은 때때로 감동을 주려는 평범한 감독의 찬사보다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오늘도 가벼운 웨이트 하고 숙소로 갈 거지?”

“그럼요. 늘 하는 루틴처럼 가볍게 하려고요.”

“오늘은 나도 같이 하자. 어떻게 7경기 연속 홈런을 친 거야?”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죠.”

“가끔은 네가 나보다 더 어른스럽다니까. 어쨌든 오늘 같이 가자고.”

“알겠어요.”

2루수 오도어가 트레이닝 센터로 향하는 내게 말을 걸었다.

난 그와 가볍게 한 시간 정도의 스트레칭과 운동을 마쳤고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대부분의 스포츠 뉴스는 내일 내가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과 타이기록인, 8경기 연속 홈런의 가능성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8경기 연속 홈런.

물론 의미가 있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난 전생에서 이미 운동선수가 이룰만한 대부분을 이뤘다.

수많은 개인 최고 기록과 평생 다 쓰지 못할 연봉.

배우, 아이돌, 스포츠 선수 등 다양한 사람과의 연애.

하지만 늘 뭔가 공허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데뷔 9년 만에 KBO 첫 우승 야구 반지를 끼면서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한국 야구도 이러한데 세계 최고의 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는 어떨까.

이 생각 하나만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반지를 끼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데뷔는 좋은 기록과 연결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후회를 뒤집을만한 기회를 데뷔 첫해인 이번에 잡게 되었다.

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

3승 1패의 상황에서 맞이한 5차전.

상당히 여유가 있는 뉴욕 양키스와는 다르게 보스턴 레드삭스는 벼랑 끝에 매달린 상황이었다.

“플레이 볼!”

그러한 상황은 두 팀의 선발 투수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레드삭스의 선발 투수는 1차전에서도 나왔던 크리스 세일.

팀의 에이스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반면에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5선발 도밍고 헤르만.

방어율 3.98을 기록한 투수였지만, 양키 스타디움에서 피홈런이 많은 게 주원인이었다.

양키 스타디움에 비해서 훨씬 큰 구장인 펜웨이 파크.

충분히 이해가 되는 기용이었다.

“볼! 포볼!”

1번 타자 DJ 르메이휴는 그런 크리스 세일에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얻어낸 볼넷.

이것은 리드오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였다.

아무리 크리스 세일이 보스턴 최고의 에이스라고는 하지만, 1차전에 던진 116구의 피로가 다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잦은 피로 누적으로 과로가 쌓인 레드삭스의 불펜진.

그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양키스의 타선을 5차전까지 버텨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의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선발 투수인 크리스 세일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것.

따아아아악―!

그리고 양키스의 타자들은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모습이었다.

오늘도 2번 타자로 출전한 애런 저지.

그는 2구로 들어온 서클 체인지업을 밀어서 우중간으로 날렸다.

타구는 굴러서 펜스까지 간 사이에 1루 주자 DJ 르메이휴는 홈을 밟았다.

거기에 타자인 애런 저지는 3루 까지.

내 첫 타석은 노아웃 3루에서 찾아왔다.

하지만 크리스 세일의 공을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자동 고의사구.

노아웃 3루의 상황이 노아웃 1, 3루가 되었다.

만약 이곳이 양키 스타디움이었다면 경기장이 야유로 가득 찼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

당연하게도 별 반응은 없었다.

게리 산체스는 3번 타자인 날 고의사구로 보내고 본인과 승부하는 것이 분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초구부터 바로 쳐낼 듯한 거친 자세로 투수를 노려보는 게리 산체스.

“스트라이크!”

하지만 게리 산체스는 몸쪽 높은 공을 참아냈다.

이유는 내 도루를 위해서.

더그아웃에서 나온 도루 사인에 난 초구에 2루를 훔치는데 성공했다.

타이밍이 늦은 포수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공을 던지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따악―!

크리스 세일의 두 번째 공은 94마일(151km/h).

아무래도 휴식 기간이 짧다 보니, 평소의 구속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뉴욕 양키스의 4번 타자 게리 산체스는 놓치지 않았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애런 저지는 여유롭게 홈을 밟았고, 난 3루를 밟고 홈으로 질주했다.

느린 타구였기에, 우익수는 홈 승부 대신에 2루수에게 공을 던지는 중계 플레이로 게리 산체스를 1루에 묶었다.

1회 초부터 3:0의 득점에 성공한 양키스.

하지만 아직 노아웃, 우리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따아아아아아악―!

5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은 4구에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경기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레드삭스의 투수 코치는 마운드로 올라왔다.

그렇게 레드삭스의 에이스가 1아웃도 잡아내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추가 점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1회에 얻어낸 점수는 무려 5점.

1회 말 마운드에 오르는 도밍고 헤르만에게 이보다 든든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경기는 이후로 별 사고 없이 이어졌다.

양키스는 6회까지 1점을 추가했고, 도밍고 헤르만은 6이닝 4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5선발로서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준 도밍고 헤르만.

그렇게 7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은 6:4에서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네 번째 투수로 올라온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인 맷 반스.

그는 2아웃에 8번 타자 애런 힉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를 만들어냈다.

양키스에게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레드삭스는 오늘 지면 올해의 경기가 끝나는 상황.

어제의 선발 투수였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펜에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7회 말 마운드를 이어 받은 양키스의 두 번째 투수는 스티브.

첫 타자를 주특기인 싱커로 유도해냈지만, 다음 두 타자에게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다.

1아웃 1, 2루의 상황에서 강판.

다음 투수로는 알렉스 콜로메가 올라왔다.

그리고 양키스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볼! 포볼!”

풀 카운트에서 2연속 파울 후에 볼넷.

순식간에 1아웃 만루가 되었다.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상대 타자는 4번 타자 잰더 보가츠.

올해 39개의 홈런으로 아쉽게 홈런왕을 놓쳤던 그 타자의 등장.

“양키스 놈들을 무너뜨리라고! 보가츠!”

“이곳에서 챔피언십을 끝낼 수는 없지! 6차전으로 가자!”

“믿는다! 보가츠!”

경기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

펜웨이 파크의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따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보가츠는 팬들의 기대에 부흥했다.

3구로 들어온 몸쪽 높은 포심을 그대로 걷어 올렸고, 타구는 좌측을 향해 쭉쭉 날아갔다.

맞는 순간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홈런임을 직감했다.

야수들은 고개를 돌려서 타구를 바라보지 않았고, 마운드 위의 알렉스 콜로메는 고개를 떨궜다.

6:4의 스코어가 순식간에 6:8로 바뀌었다.

양키스의 투수는 잭 브리튼으로 교체됐고, 그는 남은 2아웃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다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8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선두 타자는 9번 클린트 프레이저였다.

따악―!

그는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보여줬고, 타구는 3유간을 빠져나가는 안타.

우우―

레드삭스의 팬들이 야유를 보냈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런 것은 들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

따악―!

최근 많은 공을 지켜본 1번 타자 DJ 르메이휴.

그는 이번에는 초구로 들어온 커브를 밀어 쳤고, 2루수는 슬라이딩을 했지만 잡지 못했다.

두 타자 연속 출루.

순식간에 분위기는 역전되었다.

“볼! 포볼!”

거기에 2번 타자 애런 저지는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노아웃 만루의 상황에서 돌아온 내 타석.

두 번의 전 타석에서는 볼넷 하나와 중견수 뜬공을 기록했다.

이번에는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타임!”

레드삭스는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다.

바뀐 투수는 2차전에서 선발로 나왔던 네이스 이볼디.

포심과 커터를 던지는 투수로 카운트가 몰리면 범타의 위험성이 큰 스타일이었다.

포심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초구를 맞이했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초구는 너무나도 느린 슬로우 커브.

거기에 코스도 좋았기에, 타이밍을 놓친 난 초구에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따아아아아악―!

2구로 들어온 몸쪽 낮은 슬라이더.

포심 타이밍에 맞춰서 배트를 휘둘렀기에, 살짝 빠른 타이밍의 타구는 파울존으로 향했다.

좌익수가 따라갔지만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파울.

순식간에 카운트는 0-2가 되었다.

“볼!”

3구로 들어온 공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커터.

휘두르던 배트를 멈췄고 1루심은 노스윙을 선언했다.

1-2의 상황에서 맞이한 네 번째 공.

몸쪽 높은 포심이 들어왔지만,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는 빠지는 코스.

타격한다면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욕심을 참았다.

“볼!”

방금 공은 102마일(164km/h)의 포심이 찍혔고, 관중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2스트라이크의 상황이기에, 조금은 존을 넓혀서 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 0-2의 카운트에서 2-2의 카운트까지 끌어냈으니, 이제 조급한 것은 투수일 것이다.

지금은 만루.

볼넷은 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니까.

2-2의 상황에서 다섯 번째 공은 높은 포심.

하지만 바로 전의 공과는 다르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머리보다 허리와 무릎이 먼저 반응했다.

그와 동시에 배트를 잡은 왼쪽 팔은 쭉 뻗었고, 오른쪽 팔꿈치는 몸쪽으로 당기며 스윙.

완벽한 자세의 스윙으로 배트의 정중앙에 공을 맞춰냈다.

따아아아아아악―!

타구는 쭉쭉 뻗었고 스탠드 상단을 넘어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6:8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외 만루 홈런.

그것은 레드삭스 선수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그랜드 슬램이었다.

순식간에 경기는 10:8.

8회 말 잭 브리튼은 1실점을 허용하며 1이닝을 막아냈다.

양키스는 추가점을 내지 못했고, 경기는 9회 말.

“스트라이크 아웃!”

10:9의 상황에서 올라온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

그는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가만히 선 채 노려보는 시그니처를 보여줬다.

경기장에는 더 이상 야유 소리가 나지 않았다.

마치 도서관과 같은 적막.

그렇게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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