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
챔피언십 시리즈 (4)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은 쉬는 날이 없다.
그 말은 레드삭스의 경우에는 정규 시즌 마지막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뜻.
와일드카드가 끝나고 다음 날 디비전 시리즈가 열린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날 열린 챔피언십 시리즈.
반면에 양키스는 비교적 여유로운 일정을 보냈고 선수들의 체력 또한 훨씬 앞서있는 상황.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야구와 인생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3차전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 루이스 세베리노.
시즌 막바지부터 계속해서 애매한 피칭을 했던 세베리노였지만, 시즌 중반에 15일의 부상 기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 선발 출장을 한 투수.
그는 디비전 시리즈에 이어서 이번에도 3선발로 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난타를 얻어맞으며 4이닝 6실점으로 빠르게 강판되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시즌에 첫 등판하게 된 스티브.
나와 루키 어드밴스드 리그부터 같이 시작한 스티브는 꽤 괜찮은 싱커를 가지고 있는 투수였다.
그는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큰 경기에서도 괜찮은 구위를 가진 투수임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경기는 초반부터 너무 기울었다.
반면에 레드삭스는 초반부터 터진 타선을 등에 업은 선발 투수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레드삭스의 3선발 투수인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그는 7이닝 2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2:7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8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선두 타자로 내가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타석에서 볼넷 하나와 땅볼, 안타 하나를 때려냈다.
5점 차이로 앞서고 있는 여유로운 상황에서 레드삭스는 필승조 투수가 아닌 다른 투수를 내보냈다.
따아아아아악―!
난 그런 투수의 몸쪽 낮은 커브를 그대로 당겨 쳤다.
내 타구는 11m의 높은 좌측 외야 펜스인 ‘그린 몬스터’를 그대로 넘기는 솔로 홈런.
5점 차이와 4점 차이는 앞서가는 팀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레드삭스는 필승조까지는 아니지만, 괜찮은 투수 자원을 내보냈고, 양 팀은 추가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괜찮은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리며 나쁘지만은 않은 패배.
그렇게 2승 1패가 된 뉴욕 양키스였다.
***
[6경기 연속 홈런 양키스의 최강남.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역사를 새롭게 쓰다!]
[뉴욕 양키스의 포스트시즌 첫 패배, 앞으로의 행방은?]
[포스트시즌의 좀비. 보스턴 레드삭스의 반란!]
[열기가 더해지는 양키스-레드삭스 라이벌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10대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
그가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기사들을 읽고 미소를 지었다.
양키스의 홈구장인 뉴욕뿐만 아니라, 현재 상대 팀인 보스턴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언론들이 최강남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사실 롭 맨프레드는 어떤 팀이 우승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다시 메이저리그의 부흥기를 만들어내는 것.
그런 면에서 16살, 최연소 데뷔에 성공한 최강남의 활약은 최고의 소식이었다.
“피터!”
“예. 부르셨습니까.”
“최강남이 이번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연속 경기 홈런 최고 기록을 세운 거지?”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기록은 어떻게 되지?”
“8경기 연속 홈런이 최고 기록입니다. 총 세 명의 선수가 그 기록 달성에 성공했고, 가장 최근 기록이 1987년 돈 매팅리의 기록입니다.”
수석 비서인 피터의 이야기를 들은 맨프레드는 잠시 턱을 만지며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양키스가 2승 1패니까 기록 도전에 있어서는 전혀 지장이 없네. 그렇지?”
“그렇습니다.”
“자네 생각에 LA 다저스가 이번에도 월드시리즈에 올라올 확률이 어떻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올해의 다저스가 워싱턴 내셔널스에게 질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사실상 90%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팬들의 생각도 그렇겠네. 그렇다면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 주인공은 최강남으로 하자고.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에 도전하는 초특급 유망주 느낌으로. 무슨 소리인지 알지?”
“여러 매스컴에 최강남의 기록 도전에 대한 언질 넣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그거지. 일 시작 하자고.”
“예. 고생하십시오.”
변호사 출신의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
하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운영 방식은 여느 사업가 못지않았다.
거기다가 최강남은 아시아인.
소수 인종에게도 야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선수였다.
그렇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챔피언십 시리즈, 아니 야구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
“플레이 볼!”
하루의 휴식 기간도 주어지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
어제의 패배에 대한 복기를 할 여유도 없이 4차전이 시작되었다.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타선은 어제와 똑같았다.
1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따악―!
DJ 르메이휴는 3구에 들어온 커브를 쳐내서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어냈다.
따악―!
“아웃!”
“아웃!”
하지만 2번 타자 애런 저지의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다.
643 병살타.
1회 내 첫 타석은 주자가 없는 2아웃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 레드삭스의 선발 투수는 개럿 리처즈.
4선발 투수로 방어율은 4.02로 낮았지만,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였다.
특히 91마일(146km/h)의 포심과 속도 차이가 거의 없는 슬라이더로 범타를 유도해내는 스타일.
거기에다가 싱커, 투심,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였다.
“볼! 포볼!”
그는 내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코스로 연속 4개.
볼넷이 아니면 범타로 아웃되라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공을 칠 필요는 없었다.
7경기 연속 홈런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키스의 우승.
“세이프!”
“세이프!”
투수의 연이은 견제에도 리드폭을 계속해서 넓게 유지했다.
날 계속해서 주시하던 리처즈의 왼발이 움찔거림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다.
“세이프!”
상대 포수의 송구가 좋았지만, 내 도루 타이밍은 더 완벽했다.
따악―!
오늘도 4번 타자로 나선 게리 산체스의 타구는 빠르게 3유간으로 향했다.
2아웃이었기에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나는 3루 주루 코치의 달리라는 사인을 확인한 후에 홈으로 질주했다.
좌익수는 날 잡기 위해 공을 홈으로 던졌고 포수는 잡자마자 날 태그했다.
하지만 내 손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홈 플레이트 위에 얹어져 있었다.
“세이프!”
우우―
펜웨이 파크에 야유가 울려 퍼졌지만 전혀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양키스의 선취점이니까.
거기에 좌익수의 홈 송구로 인해서 타자인 게리 산체스는 2루에 여유롭게 안착했다.
따악―!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나비효과가 되었다.
5번 타자 지안 카를로 스탠튼의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추가 득점.
“아웃!”
다음 타자가 아웃이 되며 1회 초 공격은 끝이 났다.
하지만 1회 초에만 2득점에 성공한 뉴욕 양키스.
2:0의 스코어로 1회 말 보스턴 레드삭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4선발 조던 몽고메리였다.
올 시즌 범타 유도에 도가 튼 몽고메리.
그는 종종 안타를 허용했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병살타 유도를 해낸 투수였다.
따악―!
2번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며 1아웃 2루의 상황.
따악―!
3번 타자의 타구는 내 정면으로 향했다.
난 그것을 안전하게 잡아내서 2루로 던졌다.
“아웃!”
2루수 오도어는 공을 잡아서 1루 송구.
“아웃!”
1회 말 조던 몽고메리는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하지만 2:0의 균형은 금방 깨졌다.
따아아아아악―!
2회 말 1아웃 1, 2루의 상황.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타자 친화적 구장인 펜웨이 파크가 레드삭스의 손을 들어준 순간이었다.
그래도 추가 실점은 하지 않으며 2:3으로 2회 말 수비를 마친 양키스의 선발이었다.
2회 초에 삼자범퇴를 당했기에, 3회 초 양키스의 타선은 다시 1번 타자부터 시작했다.
따악―!
따악―!
“볼! 포볼!”
양키스의 리드오프 DJ 르메이휴는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따악―!
2번 타자 애런 저지는 전 타석에서 병살타를 만회하는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려냈다.
워낙 타구가 빨랐고, 르메이휴의 달리기는 느린 편이어서 3루로 가지는 못한 1루 주자.
노아웃 1, 2루에 내 두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7경기 연속 홈런 노린다고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는 거 아니야?”
“아까 홈런 치더니 드디어 입 풀렸네. 또 시작이야?”
“내가 그런 속 좁은 남자처럼 보여?”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고 타석에 집중했다.
상대 투수는 무브먼트가 좋기 때문에, 큰 스윙보다는 정확한 컨택이 필요하다.
홈런이면 좋겠지만, 일단 장타를 노리는 스윙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오늘 경기가 열리는 펜웨이 파크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어서 부담감은 적었다.
“볼!”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
커브만 파워 커브와 슬로우 커브 두 가지를 던지는 상대 선발 투수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이기에, 게스 히팅(예측 타격)은 의미가 없다.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감각적으로 쳐내야 한다.
변화구는 고르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
심호흡을 두 번 하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볼!”
“스트라이크!”
체인지업과 투심이 연달아 들어왔다.
확실히 무브먼트가 좋은 상대 투수였다.
따아아아아악―!
그렇지만 못 칠만한 공은 전혀 아니었다.
2-1에서 맞이한 네 번째 공.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개정도 빠지는 바깥쪽 코스에 감각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내 타구는 우측으로 쭉쭉 뻗어 나갔고,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 되었다.
“굿 히팅!”
1루 주루 코치가 소리를 지르며 손을 뻗었다.
난 거기에 하이 파이브를 치고 여유롭게 베이스를 돌았다.
“그 타이밍에 슬라이더가 올지 어떻게 알았지? 예전부터 느꼈지만 확실히 상대 투수의 심리를 잘 읽는 스타일인가 보네.”
“내가 슬라이더를 쳤던가?”
“뭐? 그러면··· 그냥 휘둘렀다는 건가?”
홈 플레이트를 밟자 상대 포수인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난 거기에 대답해줬고, 포수의 당혹감이 가득한 표정은 살짝 우스웠다.
“나이스 홈런!”
“역전에 재역전이야! 이 점수 확실히 지켜서 가보자고!”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선수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웃으며 답해주고 벤치에 앉아 전광판을 바라봤다.
5:3으로 다시 앞서게 된 뉴욕 양키스.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최강남의 타구는 쭉쭉 뻗어 나갑니다! J.D. 마르티네즈가 담장 끝까지 따라가서 뛰어 오르지만, 공은 여유롭게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최강남의 역전 쓰리런!]
[이 홈런으로 최강남 선수의 포스트시즌 7경기 연속 홈런에 성공하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최고 기록인 8경기 연속 홈런에 도전하게 되는 최!강!남!]
[지금은 존 바깥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 쳤거든요. 그런데 경기장의 가장 먼 깊은 우중간 128m의 담장을 넘어갔어요. 비거리가 무려 133m! 정말 천부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타자입니다!]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평가는 경기장이 작아서가 아니거든요. 외야가 큰 경기장이기에 장타가 많이 나와서죠. 하지만 그 큰 경기장을 넘겨내는 홈런을 쳐내는 최강남입니다!]
[양키스 입장에서 지금 공격은 정말 경기의 키포인트였거든요. 16살의 해결사가 또 한 번 해내는 모습입니다!]
3회 초에 벌써 역전에 재역전.
극적인 최강남의 3점 홈런에 해설진은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 와 존 바깥으로 들어오는 공을 133m까지 날렸다고?
ㄴ 다른 홈런 타자들보다 왜소한 편인데 비거리가 많이 찍히네
ㄴ 스윙 속도가 빠르잖아
ㄴ 거기다가 발사 각도도 완벽하고 늘 스윗 스팟에 정확하게 맞추는 타격을 하는 편
ㄴ 진짜 무슨 야구 기계 같네
ㄴ 수비 할 때는 진짜 무슨 기계 같더라
ㄴ 인정 16살이 아니라 36살의 노련함이 종종 보인다니까
― 진짜 너무 사랑스럽다
ㄴ 난 한국이 너무 좋아 저런 선수 또 없나?
ㄴ 솔직히 저렇게 치면 달에서 왔어도 사랑할 수밖에 없지
ㄴ 거의 최강남 양키스 아니냐?
ㄴ 정규 리그도 잘했지만 진짜 포스트시즌은 최강남이 너무 크다
ㄴ 내일 또 홈런 치면 8연속 홈런이야;
ㄴ 9경기 연속 홈런 쳤던 선수도 있나?
ㄴ 메이저리그는 없고 한국에는 있다던데
ㄴ 한국은 홈런타자의 나라인가?
― 너네 그 기사 기억나냐? 예전에 최강남 실링이 명예의 전당 그 이상이라고 했던 거
ㄴ 진짜 뉴욕의 기자가 맞는 말을 하는 날도 오는구만
ㄴ 뉴욕 타임스 구독 1년 연장했다
ㄴ 야구 잘 아는 기자는 언제나 환영이지
ㄴ 이렇게 계속해주면 영구결번에 명예의 전당 다 확정이지
2승 1패에서 맞이하는 4차전에서 또다시 홈런을 쳐낸 최강남.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회 초 뉴욕 양키스는 5:3 재역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