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챔피언십 시리즈 (3)
따악―!
두 타자를 아웃시킨 후에 맞이한 레드삭스의 3번 타자 J.D. 마르티네즈.
0.326의 타율에 40홈런을 때려낸 그는 코리 클루버의 투심을 있는 힘껏 쳐냈다.
타구는 2유간으로 향했고 난 타격과 동시에 소리를 듣고 예상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워낙 타구가 빨랐기에, 안정적으로 공을 잡을 수는 없는 상황.
슬라이딩해서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글러브에 느껴지는 익숙한 감각.
타자는 주루가 느린 편이니 여유롭게 일어나서 글러브 안 공의 실밥을 다시 쥐어 잡았다.
그리고 1루로 송구.
“아웃!”
그렇게 2차전 1회 초 보스턴 레드삭스의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이 났다.
1회 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
어제와 동일한 선두 타자 DJ 르메이휴.
그리고 상대 마운드 위에는 네이선 이볼디가 올라왔다.
평균 98마일(157km/h), 최대 102마일(164km/h)의 포심에 세컨드 피치로 93마일(149km/h)의 커터를 던지는 네이선 이볼디.
강력한 우완 파이어볼러의 스타일이었다.
스플리터, 슬라이더, 커브도 던지지만 카운트를 쌓기 위한 구종.
결정구가 아닌 만큼 궤적이 밋밋하고 제구또한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방어율 3.13에 14승 7패를 기록한 레드삭스의 2선발.
그것은 포심과 커터만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기록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1번 타자 DJ 르메이휴는 7구로 던진 100마일(160km/h)의 포심에 삼진.
1회부터 100마일까지 올라가며 컨디션이 유독 좋아 보이는 상대 투수 네이선 이볼디였다.
“오늘 유독 포심 움직임이 좋네. 투심이나 커터처럼 보일 정도야.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컨디션도 좋고 몸을 평소보다 더 풀고 왔겠죠. 포스트시즌이니까.”
“하··· 어쨌든 미안하다. 내가 출루해야 상대 투수가 너랑 승부를 할 텐데.”
“괜찮아요. 제 뒤에도 좋은 타자들이 많고, 애런 저지가 보여주겠죠. 르메이휴가 공 많이 보면서 체크해줬으니까.”
미안해하는 1번 타자 DJ 르메이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줬다.
정규 리그였다면 하지 않았을 말들.
그것은 포스트시즌이 주는 압박감과 더불어 승부욕에 의한 것이었다.
따악―!
1번 타자가 공을 많이 본 것이 정말 도움이 된 것일까?
2번 타자로 나선 애런 저지는 좌익수 앞 안타를 쳐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오늘도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
당연하게 내 응원가와 내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의 환호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1아웃 1루의 상황.
상대 투수는 우타자에게 몸쪽 투구를 즐겨하는 전형적인 파이어볼러 우투수.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난 빠른 공에도 좋은 기록을 갖고 있으니까.
“볼!”
“볼!”
최근 나와 승부하면서 초구를 유인구로 던지는 투수들이 늘어났다.
장타를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투수.
그것은 이미 타자가 한 수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 2구로 들어온 슬라이더와 커브를 골라냈다.
“스트라이크!”
3구로 들어온 몸쪽 낮은 커터.
아직 스트라이크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기에, 굳이 배트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어제 1차전과는 다르게 오늘은 아무 말이 없는 상대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아무래도 어제 나와 말다툼 후 내가 쳐낸 홈런이 본인의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는 듯 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포수의 오해.
난 언제나 내가 연습한 스윙을 실전에서 보여줄 뿐이다.
따아아아아악―!
바로 지금과 같은 스윙.
4구 역시 3구와 같은 코스로 들어오는 커터.
몸쪽 낮은 커터를 오른쪽 팔꿈치를 최대한 몸쪽으로 당기며 걷어냈다.
허리 회전은 바깥쪽 코스보다 빠르고 몸을 지탱해주는 뒷발은 팔로우 스윙까지 버텨내는 것.
이것이 몸쪽 낮은 코스의 공을 장타로 만들어내는 기본적이며 최고의 스윙이다.
“최! 최! 최!”
“Strong Man(독재자)! 나이스 홈런!”
타격과 동시에 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마운드 위의 투수는 여느 때와 같이 고개를 푹 숙였다.
중견수와 좌익수는 타구의 방향으로 뛸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모습이었다.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기고 스탠드 상단에 떨어지는 타구.
양키스가 1회 말부터 2:0으로 앞서가는 순간이었다.
***
[쳤어요!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양키스의 팬들은 타격과 동시에 깨달았을 겁니다! 이건 넘어갔다는 사실을 말이죠!]
[세상에··· 작년까지만 야구를 봤던 양키스의 팬들이라면 지금 제가 하는 말을 믿지 못할 겁니다. 16살의 선수가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에 3번 타자! 그것도 포스트시즌 5경기 연속 홈런을 쳐냈다는 사실을 말이죠!]
[최연소 메이저리그 데뷔에 이어서 최연소 신인왕을 노리는 최강남! 그가 포스트시즌 연속 경기 홈런 최고 기록과 타이기록을 오늘 달성해냅니다! 2:0으로 앞서가는 뉴욕 양키스! 2차전에도 레드삭스는 양키스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바로 양키스죠.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만나게 된 레드삭스에게 양키스의 위엄을 보여주는 최강남! 캡틴 이후로 최고의 유격수가 또 탄생하며 양키스의 미래는 여전히 밝습니다!]
YES Network의 해설진들은 평소처럼 환호했다.
하지만 그들의 표현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하나의 단어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캡틴.
양키스의 마지막 주장이었던 데릭 지터.
그의 후계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
그런 자리를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이목은 집중되기 충분했다.
― 아니 1년 만에 경기 켰는데 16살이라고? 거기에다가 챔피언십 양키스-레드삭스?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냐?
ㄴ 거기다 데릭 지터까지 언급하네. 타격은 둘째 치고 수비는 좀 하냐?
ㄴ 정규 시즌에 에러 하나 없고 승부처에서 좋은 수비로 이긴 경기만 내 기억으로 3경기
ㄴ 4경기 일 걸? 타격도 타격인데 수비가 진짜 완벽한 선수임
ㄴ 수비까지 완벽하면 진짜 오랜만에 양키스에도 제대로 된 물건 하나 나왔네
― 그래도 아직 캡틴은 좀 그렇지 이제 1년 차인데
ㄴ 캡틴 이후로 최고의 유격수가 탄생했다잖아
ㄴ 아니 데릭 지터 광팬들은 10년 가까이 지나도 여전하네
ㄴ 100년 후에도 이름이 남을 21세기 양키스의 선수는 데릭 지터가 유일하다고
ㄴ 냅둬 쟤네는 지터가 레드삭스가도 따라갈 놈들임
ㄴ 그냥 최강남 이름이나 외치라고!
ㄴ 최강남... 그는 무적이다.
1회부터 최강남의 2점 홈런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한 뉴욕 양키스.
당연하게도 그것을 지켜보는 팬들의 기분 역시 한결 좋아졌다.
***
따아아아아악―!
게리 산체스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
그는 어제에 이어서 또 솔로 홈런을 쳐내며 1회에만 3점을 추가하게 된 뉴욕 양키스였다.
이후로 추가점을 내지는 못했지만, 코리 클루버에게 3점은 너무나도 큰 점수 차이였다.
올해 최악의 기록이 5이닝 4실점.
거기다가 포스트시즌임에도 5일의 휴식을 취한 코리 클루버의 공은 오늘 레드삭스의 타자들에게 그 무게감이 달랐다.
5회 초까지 무실점.
양키스의 타선도 추가 점수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양 팀의 타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차원이 달랐다.
시즌 마지막까지 달리고 포스트시즌의 모든 경기를 치른 레드삭스의 불펜.
시즌 마지막을 여유롭게 보내고 포스트시즌 최소 경기를 치른 양키스의 불펜.
또한 야수들의 체력 역시 양키스가 월등히 앞섰기에, 레드삭스에 비해서 깔끔하고 완벽한 수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5회 말 양키스의 공격은 또다시 1번 타자인 DJ 르메이휴부터 시작했다.
따아아악―!
첫 타석에 삼진, 두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을 쳐냈던 르메이휴는 오늘 경기 첫 출루에 성공했다.
그것도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볼! 포볼!”
오늘 2타수 2안타의 애런 저지.
그는 5구만에 볼넷으로 1루를 채웠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최! 보여줘!”
“믿는다!”
노아웃 1, 2루의 상황에 내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타임!”
그와 동시에 레드삭스의 투수 코치는 평소보다 빠른 교체를 지시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난 볼넷을 얻었다.
4번 타자 게리 산체스의 병살타로 추가점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잘 맞은 타구가 운이 안 좋았을 뿐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날 거르고 노아웃 만루에서 게리 산체스와 붙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뀐 투수는 올 시즌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인 맷 반스.
아무래도 오늘 경기에서 중요한 상황이다 보니 마무리 투수를 먼저 내보낸 레드삭스의 감독이었다.
2.56의 방어율과 포심, 너클 커브, 슬라이더 세 구종을 가지고 있는 투수.
카운트가 몰리면 리그 최고 수준의 너클 커브로 범타를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초반부터 빠르게 승부를 할 생각을 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볼!”
초구로 들어온 공은 슬라이더.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향하다가 홈플레이트 코앞에서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는 공에 배트를 휘두르다가 멈췄다.
포수는 1루를 가리키며 배트가 돌았는지 물었지만, 심판은 양손을 좌우로 뻗으며 노스윙을 선언했다.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바깥쪽 존에 꽉 차는 커터.
슬라이더보다 작은 궤적의 공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따아아아악―!
1-1의 상황에서 3구로 들어온 몸쪽 슬라이더를 그대로 당겨 쳤다.
바로 전에 머릿속에 각인한 커터보다 큰 궤적의 슬라이더가 살짝 빗맞으며 3루 관중석으로 향하는 파울.
1-2로 순식간에 몰리는 카운트가 됐다.
‘이제는 너클 커브가 오겠네.’
너클볼보다 궤적이 크지는 않지만, 훨씬 컨트롤이 쉬운 구종.
매 공마다 바뀌는 궤적은 대부분의 타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하지만 난 게스 히터가 아니다.
어느 정도 구종을 예상하기는 하지만 감각적으로 쳐내는 스타일.
나 같은 선수에게는 너클 커브의 장점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따악―!
따악―!
“볼!”
두 개의 너클 커브를 커트해내고 빠지는 코스의 커브를 하나 걸러냈다.
2-2의 상황에서 맞이하는 7구.
따아아아아아악―!
바깥쪽 높은 코스로 향하는 너클 커브를 결대로 밀어 쳤다.
배트의 스윗 스팟에 정확하게 맞으며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홈런을 쳤을 때의 짜릿한 손맛이 이번 타구에도 느껴졌다.
와아아―
“최! 최! 최!”
“진짜 사랑한다! 이게 뉴욕 양키스지!”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여유롭게 1루로 향하며 타구를 바라봤다.
역시나 우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가는 타구.
3:0의 경기를 6:0으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3점 홈런으로 경기의 승부는 완전히 기울게 됐다.
홈런을 맞자마자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인 맷 반스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레드삭스의 코치진은 패전처리투수를 내보냈고, 코리 클루버는 6회 초까지 무실점의 호투를 이어갔다.
뉴욕 양키스 역시 필승조 대신에 승부가 완전히 기울었을 때 내보내는 투수들이 나왔다.
4명의 투수가 3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냈다.
양키스의 타선은 레드삭스의 애매한 레벨의 투수들을 상대로 3점을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9:2 뉴욕 양키스의 승리.
1차전에 이어서 2차전에도 양키스는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3, 4, 5차전은 레드삭스의 홈구장에서 열리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2승 0패로 보스턴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