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99화 (99/126)

# 99

디비전 시리즈 (3)

3:2로 이기고 있는 9회 초 노아웃 2루.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운드 위의 투수인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채프먼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거기에 지금부터 휴스턴의 타선은 7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선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손에서 미끄러져서 실투가 나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알겠어. 그러면 네 평소 플레이대로 하자고.”

마무리 투수에게 이런 상황이란 너무나 익숙했다.

아롤디스 채프먼은 마운드로 올라오는 게리 산체스에게 괜찮다는 대답을 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게리 산체스는 그런 채프먼을 잠시 바라보고 다시 포수석으로 향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삼진을 잡아내며 본인의 말을 입증했다.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2개.

충분히 무실점으로 막을만한 상황이었다.

“스트라이크!”

8번 타자인 마일스 스트로.

그는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을 맞춰내지는 못했다.

따악―!

2구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그대로 타격한 마일스 스트로.

그의 타구는 유격수 키를 넘겨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평범한 안타 코스로 향했다.

‘젠장. 동점이네.’

맞는 순간 안타임을 깨달은 채프먼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표정이 굳었다.

“아웃!”

“아웃!”

하지만 아웃이라는 뜻밖의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채프먼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2루 베이스를 밟으며 웃는 최강남.

그의 엄청난 수비 범위는 역시 언제 겪어도 예상 밖이었다.

“굿 디펜스.”

“안 보지 않았어요?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 널 믿고 쳐다보지 않은 거다.”

채프먼은 그런 최강남을 보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뉴욕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 최강남.

그가 2차전 위기에 빠진 양키스에게 좋은 수비로 승리를 안겨다 줬다.

***

“오늘도 홈런을 때려내며 2경기 연속 홈런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휴스턴에서 열리는 홈경기인데, 각오 들을 수 있을까요?”

“일단 브로디 해설위원님. 반갑습니다. 저번에 벤치 클리어링 때 하셨던 해설 재밌게 봤습니다.”

“하하. 보셨군요.”

디비전 시리즈는 MVP가 없다.

하지만 양키스의 유료 방송국인 Yes Network는 이번 홈 2연전에서 최고의 선수로 날 뽑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휴스턴에서 저와 양키스의 목표는 당연히 하나죠. 디비전 시리즈를 뉴욕이 아닌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마무리 짓고 AL 챔피언십 시리즈를 준비하는 거죠.”

“정말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네요. 역시 이게 양키스의 정신이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휴스턴에서 열리는 경기도 늘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디비전 시리즈는 양키 스타디움에서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브로디 해설위원의 말에 약간의 농담을 섞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 인터뷰는 생각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양키스 팬뿐만 아니라, 휴스턴의 팬들에게도.

당장 내일 열리는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이었기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전용기를 타고 텍사스로 향했다.

***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3차전은 다음날 그렇게 바로 진행됐다.

“플레이 볼!”

휴스턴의 선발은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어제 선발 투수로 등판했던 맥컬러스 주니어와 비교하자면 완전히 결이 다른 스타일이었다.

삼진을 노리는 파워 피처 스타일.

올해 기록은 9이닝당 11.2개의 삼진, 4.1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피홈런은 2.1개로 살짝 높은 수치였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구장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 구장이라고 불리는 휴스턴의 미닛 메이드 파크.

단편적인 예로 양키 스타디움이었으면 그는 이미 은퇴의 수순을 밟았을지도 모른다.

“스트라이크 아웃!”

1번 타자 DJ 르메이휴는 그런 하비에르의 슬라이더에 4구 만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따악―!

오늘 2번 타자로 출전한 애런 저지는 삼진을 의식했는지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왔다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슬라이더.

애런 저지의 타구는 1루수에게 향했고, 땅볼 아웃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우우―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내 첫 타석.

평소처럼 원정 경기에서 내 차례에 가장 야유가 컸다.

이것은 일종의 훈장, 내가 현재 양키스에서 가장 위협되는 선수라는 뜻이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초구는 바깥쪽에 꽉 차는 체인지업.

두 번째 공은 오늘 경기에서 처음 던지는 커브였다.

하비에르의 위닝 샷은 포심과 슬라이더.

특히 우타자에게 몸쪽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겨우 0.143.

슬라이더를 의식하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따악―!

따악―!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체인지업과 살짝 빠져나가는 커브를 연달아 커트해냈다.

그리고 이어서 들어오는 공은 예상대로 몸쪽 낮은 슬라이더.

따아아아아악―!

그대로 그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고 내 타구는 좌측 담장을 직격했다.

양키 스타디움이었다면 스탠드 중단에 떨어질 법한 타구.

하지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 구장다운 크기였다.

따아악―!

오늘도 4번 타자로 나선 게리 산체스의 타구는 우측 담장 앞에서 잡히며, 1회 초 양키스의 공격은 무실점으로 끝이 났다.

이번 타구도 뉴욕이었다면 스탠드 상단에 떨어지는 홈런.

하지만 미닛 메이드 파크는 너무나 큰 구장의 크기를 자랑했다.

오늘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루이스 세베리노.

최근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는 하비에르와 같은 전형적인 파워 피처.

평균 98마일(157km/h)의 포심과 90마일 초반대의 고속 슬라이더는 이런 구장에서 특히나 강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두 파워 피처의 힘겨루기 싸움으로 진행됐다.

5회까지 0:0.

난 두 번째 타석에선 볼넷을 얻어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돌아온 6회 초 뉴욕 양키스의 공격.

다시 선두 타자인 1번 DJ 르메이휴부터 시작되는 타순이었다.

휴스턴의 투수는 여전히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꽤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였지만, 세 번째 타순에 들어서는 양키스의 타자들을 완벽하게 막아낼 만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1선발이었겠지.

따악―!

오늘 두 타석 연속 출루에 실패했던 르메이휴는 2구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쳐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확실히 슬라이더가 5회부터 밋밋하게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2번 타자는 두 번째 타석에서 3유간으로 빠지는 안타를 쳐낸 애런 저지.

“볼! 포볼!”

그는 이번에는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노아웃 1, 2루의 상황에서 내 세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타임!”

정규 시즌이라면 나와 승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디비전 시리즈이고 현재 휴스턴은 0승 2패.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휴스턴은 6회에 투수를 교체했다.

바뀐 투수는 라이언 프레슬리.

그와 함께 포수 역시 제이슨 카스트로로 교체됐다.

“이봐. 루키면 루키답게 인터뷰도 하라고. 어제 네가 했던 인터뷰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럼 왜 나한테 빈볼을 못 던졌는데? 너네도 휴스턴에서 디비전 시리즈가 끝날까 봐 두려운 거지?”

“야구 올해만 하고 말 거야? 내년 정규 시즌에서 어쩌려고 그딴 소리 하고 다니냐.”

“내년? 난 오늘 경기, 지금 타석에만 집중해. 그게 이기는 양키스와 지는 휴스턴의 차이기도 하지.”

“루키 주제에 잘난 척 하는 거냐?”

“빨리 왔다고 텃세는. 난 네 손자가 라이브로 보고 싶어 하는 그런 선수가 될 거다. 물론 그 친구는 늦게 태어나서 날 라이브로 볼 수는 없겠지. 그러니 지금 모습을 똑똑히 기억했다가 손자에게 이야기 해줘.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이번 디비전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트래시 토크를 걸어오는 휴스턴의 포수.

그에게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 별말 없이 마스크 포수를 쓰고 포수석에 주저앉는 모습이다.

포수와 타자 간의 기 싸움.

그것은 때론 누군가에게 최악의 결과를 도래하기도 한다.

본인의 30대 후반 커리어를 10대 천재에게 비난받은 포수.

그가 리드하는 공에는 당연히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인 피칭을 요구할 확률이 높다.

바로 지금처럼.

초구로 들어오는 몸쪽 높은 포심.

94마일(151km/h)의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악―!

19년도에 39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MLB 연속 경기 무실점 최다 기록을 가진 라이언 프레슬리.

그런 위대한 기록도, 이 광활한 경기장도 지금 내 타구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투수는 타구를 지켜볼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고, 외야수들은 쫓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멍하니 공을 바라봤다.

“선배님. 좋은 공 감사합니다.”

난 일어서서 멍하니 내 타구를 지켜보는 포수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

[프레슬리의 초구를 타격! 쭉쭉!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디비전 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 0:0의 균형을 깨는 최강남의 쓰리런!]

[오늘 경기에도 해결사 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최강남 선수입니다! 디비전 시리즈 3연전 내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터져주는 최강남의 홈런포! 오늘 경기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지금 비거리가 무려 131m로 나오죠? 정말 제대로 맞았습니다. 휴스턴 입장에서 이 3점은 너무나 뼈아픈 실점이죠.]

[그럼요. 감히 휴스턴이 양키스에게 도전하기에는 아직 10년은 이르죠. 양키스의 자존심을 지켜낸 최강남! 그의 홈런으로 3:0으로 앞서가게 된 6회 초 뉴욕 양키스입니다.]

YES Network 해설진들의 열광.

그것은 뉴욕 양키스의 디비전 시리즈 진출에 대한 함성이나 마찬가지였다.

― 최강남 사랑해!!!

ㄴ 역시 이번에도 보여주는구나

ㄴ 휴스턴은 당연히 이겨야지 17년도 그때 생각만 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ㄴ 최강남 지금 포스트시즌 타율 0.857이라고?

ㄴ 7타수 6안타 3홈런이잖아

ㄴ 와 아무리 단기전이어도 저런 기록이 나오는구나

― 배리 본즈 경기를 라이브로 챙겨보던 팬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ㄴ 진짜 쟤는 양키스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거 같음

ㄴ 양키스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꿀지도 모르겠네

ㄴ 다짐했다. AL 챔피언십은 무조건 표 구해서 꼭 사인받고 온다

ㄴ 인정 이 정도 활약 계속해 주면 아들, 손자한테 영원히 자랑거리지

ㄴ 액자에 박제하고 평생 가보로 물려준다

어떻게 보면 주접에 가까운 팬들의 구애.

하지만 지금은 정규 리그가 아닌 디비전 시리즈였고, 상대는 최근 뉴욕 양키스의 주적 휴스턴 애스트로스.

그들에게 당한 수모를 기억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경기는 양 팀 모두 추가 득점없이 이어지며 3:0 양키스의 승리.

그렇게 뉴욕 양키스는 디비전 시리즈 기록 3승 0패로 AL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상대는 반대편 디비전 시리즈의 승자.

언론과 팬들의 예상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압승이었지만, 야구는 인생처럼 늘 예측이 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에 강한 레드삭스는 원정 경기에서 1승 1패로 선방했다.

그리고 홈으로 불러들인 3차전에서 압승을 거두며 2승 1패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메이저리그의 많은 팬들을 더욱 흥분시키는 대진표였다.

양키스 ― 레드삭스 라이벌리.

포스트시즌 총 전적 12승 11패, 거기에 최근 5경기는 4승 1패로 앞서고 있는 뉴욕 양키스였다.

1920년에 베이브 루스의 양키스 이적 이후로 이어진 밤비노의 저주.

축구의 엘클라시코, 노스웨스트 더비 등에도 비유되는 미국 스포츠 최대의 라이벌리.

그들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맞붙기 직전의 상황에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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