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디비전 시리즈 (2)
내 만루 홈런으로 재역전에 성공하며 5:2로 다시 앞서게 된 뉴욕 양키스.
4회 초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게릿 콜은 이후로 에이스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7이닝까지 추가 실점 없이 2실점으로 마무리했고, 타선은 2점을 추가로 득점했다.
8회 초 경기는 이제 7:2.
둥―
둥―
양키 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은 잔뜩 신이 나서 연신 쓰레기통을 두들겨댔다.
경기는 이후로 추가점 없이 그대로 끝이 났다.
뉴욕 양키스의 깔끔한 1차전 승리.
초반부터 많은 점수 차였기에, 휴스턴의 승리조 불펜들이 나오지 않은 것은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휴스턴의 어떤 투수가 나와도 체력이 충분한 양키스의 타선은 두들겨서 강판시킬 테니.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 중에 MVP를 뽑지 않는 와일드카드와 디비전 시리즈.
만약 디비전 시리즈에서 MVP를 뽑았다면 1차전부터 내 수상이 확정이라고 할 정도로 오늘 완벽한 활약을 보여줬다.
난 이후 타석에서도 볼넷 하나와 2루타, 안타를 추가했다.
5타석 3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
내일 경기에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들도 나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질 것이다.
벌써 도루만 3개.
나와의 승부를 피해서 볼넷으로 보내기도 껄끄러울 것이다.
“첫 경기부터 정말 깔끔했어. 오늘 반대쪽 디비전에서는 레드삭스가 이겼다는 소식이야.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디비전을 이기고 챔피언십으로 미리 가서 준비하자고.”
“알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난 후 피드백 시간.
애런 분 감독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선수들을 다독여줬다.
2경기도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렸기에, 선수들은 개인 숙소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다.
나 역시 가벼운 스트레칭 후에 오늘은 별다른 훈련 없이 숙소로 향했다.
***
다음 날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2차전.
“플레이 볼!”
오늘 뉴욕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부진 없이 늘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코리 클루버.
그는 안타 하나를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1회 초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1회 말 마운드 위에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가 올라왔다.
휴스턴은 평소 2선발인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대신에 3선발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가 선발로 나왔다.
삼진을 잡는 파워 피처가 아닌 범타를 유도하는 투수.
거기에 2017년에는 양키스 홈구장에서 열린 ALCS 7차전에서 24구 연속 너클 커브로 4이닝 6k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한 맥컬러스 주니어였다.
역사에 남을 기이한 투구로 양키스 팬에게 굴욕을 안겨줌과 동시에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휩싸인 휴스턴 애스트로스.
그 중에서도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는 특히나 가장 큰 미움을 받는 선수였다.
“은퇴해! 너 같은 새끼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수치라고!”
“또 사인 훔칠 생각이냐? 그럴까 봐 우리가 전부 쓰레기통을 들고 온 거야. 너희들 사인 훔치는 소리 전혀 못 듣게!”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양키스 팬들의 야유와 욕설.
하지만 1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맥컬러스의 표정은 침착했다.
‘이놈의 양키스는 몇 년째 이러네.’
사인 스틸 논란이 생겼던 2019년 첫해와 비슷한 반응.
하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스포츠 선수에게 비난은 고액 연봉자의 세금처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맥컬러스 주니어.
그는 좋게 말하면 멘탈이 강한 투수였다.
나쁘게 말하면 남 말은 전혀 안 듣는 인간.
그것은 오늘 선발로 마스크를 쓰게 된 마틴 말도나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요기 베라가 다시 마스크를 써도 그의 행동은 같았을 것이다.
고개를 두 번 저은 그는 포수의 고친 사인에 끄덕였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는 공인 너클 커브로 초구를 선택했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높은 코스에 꽉 차는 너클 커브.
연습구 때도 느꼈지만, 오늘 본인의 컨디션이 최상이라고 느끼는 맥컬러스 주니어였다.
따악―!
2구를 타격한 양키스의 1번 타자 DJ 르메이휴.
빗맞은 타구를 우익수가 여유롭게 잡아내며 뜬공으로 물러났다.
다음 타석은 2번 타자 루그네드 오도어.
우투수인 본인을 의식해서 어제와는 다르게 좌타자로 2번을 세운 양키스였다.
따악―!
하지만 컨디션이 좋은 날의 맥컬러스의 너클 커브는 알고도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유격수 정면 땅볼로 물러나게 된 루그네드 오도어.
그와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3번 타자 최강남의 타석.
‘드디어 다시 붙게 되었네.’
저번 선발 등판 때 본인의 너클 커브를 담장 너머로 날렸던 최강남.
포수는 승부를 피하자는 사인을 보냈지만, 이번에도 고개를 젓는 맥컬러스 주니어였다.
오늘 본인의 컨디션은 평소보다 유독 좋았다.
마치 2017년 7차전 뉴욕 양키스에서 보여줬던 그 날처럼.
저 16살 꼬맹이가 어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금의 내 공은 칠 수 없을 것 이라는 자신감.
그는 몸쪽 높은 너클 커브를 요구하는 포수의 공에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오늘 최고 구속인 88마일(141km/h)에 가장 좋은 구위의 너클 커브.
손에서 떠남과 동시에 오늘 가장 완벽한 공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최강남은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아악―!
배트 정중앙에 정확하게 맞춰낸 타구.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홈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떨구는 것 뿐이었다.
***
[세상에! 지금 타구는 너무나 잘 맞았습니다!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는 공은 그대로 양키스에게 1점을 안겨줍니다! 최강남의 디비전 시리즈 2경기 연속 홈런!]
[시즌 데이터와는 다르게 어제와 오늘 홈런 모두 좌측 담장을 향해 당겨친 공이거든요. 몸쪽과 바깥쪽 공 모두에 완벽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최강남 선수입니다.]
[지금 공도 너무 제구가 잘 된 코스였어요. 이런 공에 저런 타격을 보여주면 휴스턴의 선수들은 양키스에게 기가 눌릴 수밖에 없거든요.]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마다 수당을 받는 해설진들.
하지만 그들은 해설 이전에 뉴욕 양키스의 팬이었고, 2경기 연속 홈런을 쳐낸 최강남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 캬 역시 양키스의 현재이자 미래이자 실링이 명예의 전당 그 이상인 선수답다
ㄴ 그 놈의 실링 드립은 언제까지 칠거냐?
ㄴ 레드삭스 팬 어서 꺼지고 오늘 경기 쳐 발리고 있던데
ㄴ 뭘 쳐 발려 겨우 1회에 1점 먹힌 건데
ㄴ 레드삭스 팬 적발 완료
― 아니 최강남 양키 스타디움에서 밀어치는 홈런이 더 많은 거 아니었냐? 몸쪽 타격도 잘하네
ㄴ 그냥 우리 경기장에서 뛸 때 특성인 듯. 원정 경기에서는 당겨친 홈런이 훨씬 많음
ㄴ 밀어치고 당겨치고 다 되는 타자가 있네
ㄴ 거기에 선구안 좋고 주루 센스 좋고 수비 완벽하고
ㄴ 진짜 양키스는 우승하면 최강남 굿즈라도 내야 된다
ㄴ 유니폼 안 샀냐? 난 벌써 3장 샀는데
ㄴ 유니폼 번호는 왜 17번이래?
ㄴ 한국에서는 17살이라서 17번으로 했대
ㄴ 크 번호 선택하는 센스도 타고났네
17년도 이후로 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증오해왔던 뉴욕 양키스의 팬들.
그들은 오늘 경기에서도 최강남의 활약을 보며 예전 패배에 대한 통쾌함을 느꼈다.
***
“나이스 홈런. 오늘은 세리머니가 없네?”
“2경기 연속으로 했다가 게리 산체스 허벅지에 멍들일 있나요.”
“하하. 나 덕분에 참았단 거지? 그래. 네 덕분에 빈볼 안 맞고 고맙네.”
홈 플레이트를 밟고 다음 타자인 게리 산체스와 하이 파이브를 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어제 만루 홈런을 치고 난 후에 내 세리머니.
타구를 지켜보고 오른손 검지를 번쩍 든 그 행동은 인터넷에서 많은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하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는 별다른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지금은 한 경기도 방심할 수 없는 포스트시즌이니까.
그래도 2연속 세리머니는 위험할 테니, 굳이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환호.
역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홈런의 매력이었다.
따아아아아악―!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게리 산체스.
그는 오늘 맥컬러스 주니어의 첫 실투를 그대로 밀어 쳐내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후로 추가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는 벌써 2:0.
거기다가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다른 팀에서는 1선발 에이스를 맡을만한 코리 클루버였다.
그는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상대 투수 역시 1회에 나왔던 2점을 제외하고는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피칭을 이어갔다.
7회 초에는 알렉스 콜로메가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양키스의 엄청난 페이롤(급여 지불 총액)은 선발 투수도 그러했지만, 특히나 강력한 불펜을 자랑했다.
각 팀들의 세이브 왕을 올해 전부 데려온 뉴욕 양키스.
“스트라이크 아웃!”
지금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인 알렉스 콜로메 역시 세이브 왕 출신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7회 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은 나부터 시작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하나만 더 쳐달라고! 믿는다!”
내 타석이 돌아오자 팬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전 타석에서는 아쉽게 우측 담장 앞에서 잡힌 뜬공으로 물러났다.
문제는 지금 마운드 위의 투수가 1회에 2실점 후에 출루 하나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
거기에 투구 수도 잘 조절해서 이제 겨우 83구였다.
일단은 투구 수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볼!”
“볼!”
“스트라이크!”
저번 타석에서는 존을 벗어난 바깥쪽 공을 타격했다.
확실히 내 타석에서는 좋은 공을 전혀 주지 않는 맥컬러스 주니어였다.
따악―!
따악―!
“볼!”
“따악―!
상관없다.
최대한 커트에 집중하면서 3-2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끌고 왔다.
대망의 8구는 그의 위닝 샷인 너클 커브.
전 타석에 타격했던 코스로, 존을 살짝 빠져나간 타구에 배트를 휘두르다가 멈췄다.
포수는 마스크를 벗고 일어서서 1루심을 가리켰다.
1루심은 양팔을 쭉 뻗었다.
배트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인.
“볼! 포볼!”
난 그렇게 1루로 걸어가며, 길었던 양키스의 무출루를 깼다.
“세이프!”
마운드 위의 투수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는 그런 내게 견제구를 던졌다.
그와 동시에 양키 스타디움에 쏟아지는 야유.
맥컬러스 주니어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퀵 모션으로 던질 때 피안타율이 훨씬 높은 투수.
굳이 도루를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큰 리드폭으로 상대 투수를 흔든다면 예상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볼!”
“볼!”
연이은 볼을 던지는 걸 지켜본 후에 더그아웃에 도루 사인을 보냈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꽉 차는 포심이었지만, 워낙 빠른 출발이었다.
거기에 포수가 공을 더듬으며 2루에 던지지 못하는 모습.
여유롭게 2루 베이스를 밟고 유니폼에 묻은 흙을 탈탈 털었다.
따악―!
게리 산체스는 전 타석에서의 삼진을 만회하듯이 이번에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빗맞은 느린 타구였기에,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오며 경기는 3:0이 되었다.
“나이스 주루!”
“좋았어! 오늘 경기까지 잡고 휴스턴 놈들한테 복수 제대로 하자고!”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 모습.
이후로 추가점은 나오지 않았고, 8회 말 마운드 위에는 역시나 16년도 세이브 왕이었던 잭 브리튼이 올라왔다.
2아웃을 잘 잡아낸 그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하나 허용했다.
경기는 3:0으로 3점 차로 앞서고 있고, 1루 주자는 발이 느린 타자였기에 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4번 타자 쿠바산 괴물이라고 불리는 요르단 알바레즈가 타석에 들어섰다는 것.
이번 시즌 38개의 홈런을 쳐낸 그는 연달아 들어온 볼 2개를 여유롭게 골라냈다.
따아아아아악―!
그리고 몸쪽 공을 그대로 당겨 치며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쳐냈다.
8회 초에 3:2로 바짝 쫓아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그 상황에서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강심장을 가진 그는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8회를 마무리했다.
8회 말 뉴욕 양키스의 타선은 하위 타선.
안타를 하나 쳐냈지만, 점수는 내지 못하며 마지막 정규 이닝인 9회 초 휴스턴의 공격이 돌아왔다.
따아아아악―!
초구로 들어온 몸쪽 낮은 공을 당겨 쳐낸 6번 타자 카일 터커.
골프에 가까운 그 스윙에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쭉쭉 날아갔다.
다행히 담장 위쪽을 맞고 공은 그라운드로 떨어졌고 터커는 2루에 멈춰 섰다.
3:2로 앞서는 뉴욕 양키스의 9회 초 수비.
노아웃 2루로 위기를 맞이하며 오늘 경기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렇게 2차전은 마지막까지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