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대급 홈런왕의 탄생-96화 (96/126)

# 96

우승 후보 양키스 (9)

하루를 쉬고 쉬는 날 없이 연속으로 치러진 원정 9경기에서 7승 2패.

난 그 중에서 6경기에 선발로 출장해서 5승 1패의 성적을 도왔다.

패배를 했던 한 경기에서는 대타로 출전했지만, 3점 차이의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패배했다.

총 7경기 31타석에서 홈런 두 개와 세 개의 도루를 추가했다.

20홈런 24도루.

이것은 보이는 기록에 집중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눈에 들기 충분했고, 8월의 신인과 선수상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연속 9경기 이후에 하루를 쉬고 9월 초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6경기의 홈경기.

우리는 이 6연전에서도 5승 1패를 기록하며 AL 동부 지구 압도적 1위의 기록을 굳히게 되었다.

9월 말에 끝이 나는 메이저리그의 시즌.

어느덧 날짜는 9월 초였다.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고 뉴욕의 언론은 우승을 확정짓는 ‘매직 넘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구 1위를 빠르게 확정짓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

지구 우승을 하지 못한 팀 중에서 성적이 좋은 두 팀을 뽑는 와일드카드 제도.

여기서 중요한 건 지구 2위를 차지한 3팀 중에서 상위 두 팀을 뽑는 것이 아니었다.

지구 우승 팀 중에서 승률이 높은 두 팀을 고르는 제도인 와일드카드.

그러므로 와일드카드를 노리는 상위권 팀들은 막바지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반면에 일찌감치 동부 지구 1위를 확정 짓게 된 뉴욕 양키스는 비교적 여유롭게 스쿼드를 꾸릴 수 있었다.

이것은 다른 팀에 비해서 특히나 평균 연령이 높은 뉴욕 양키스에게는 최고의 호재였다.

그리고 야수들 중에서 가장 체력 소모가 많은 유격수를 뛰고 있는 나에게도 이 호재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 나이로 17살.

젊다 못해 너무나도 어린 17살의 몸은 터프한 메이저리그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아직 덜 여물었다.

그런 나는 양키스의 압도적인 순위 덕분에 최근 경기에서 연속 선발 출장을 하지 않으며, 여유롭게 주전 유격수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번이 정규 시즌 레드삭스와 마지막 3연전이 되겠네. 이제 우승을 확정짓기까지는 단 2승만이 남았어. 다들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좋은 모습으로 끝내자고.”

“알겠습니다!”

“올해의 양키스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여기 있는 모두가 느끼고 있을 테니, 더 말은 하지 않도록 하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예스!”

정규 시즌에서 레드삭스와 붙는 마지막 3연전.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에 애런 분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것은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

[뉴욕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3차전이 시작됩니다. 앞선 이틀간의 경기에서 1승 1패를 하고 있는 양 팀이죠.]

[뉴욕 양키스의 동부 지구 우승을 확정 짓는 매직 넘버가 단 하나만 남은 상황입니다. 남은 정규 경기가 10경기가 넘으니, 오늘 경기에서 리그 우승이 결정된다면 차후 있을 포스트시즌에 정말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에 투수들의 체력 문제가 컸거든요. 그런 면에서 올해의 양키스는 체력을 비축할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YES Network의 해설진은 요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양키스의 성적에 따라서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 해설진.

요즘 양키스의 기록을 보면 없던 흥이 저절로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게릿 콜이 두 타자 연속으로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기분 좋은 피칭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부상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돌아온 양키스의 1선발 게릿 콜! 최근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콜의 완벽한 플레이로 1회 초 삼자범퇴에 성공하는 모습입니다!]

[이어지는 1회 말 뉴욕 양키스의 공격은 선두 타자 DJ 르메이휴부터 시작합니다.]

[3구를 타격하지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는 르메이휴. 다음 타자는 2번 애런 저지. 부진을 완벽하게 이겨내고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타자죠?]

[최근 선발 출장했던 10경기 타율이 0.382. 확실히 최근 양키스의 투타 모두가 적절한 휴식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런 저지는 3구를 타격!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1아웃 1루에 타석에는 최근 양키스의 핵심 코어라고 평가받는 최강남 선수가 들어섭니다.]

[최근 양키스의 독보적인 질주에는 이 선수가 핵심이죠. 2달 만에 양키스에 없어서는 안 될 팀의 중심이 된 최강남 선수가 초구를 걸러냅니다.]

[2구로 들어온 바깥쪽 체인지업을 타격!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는 우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가며 오늘도 홈런을 하나 추가하는 최강남!]

[벌써 21번째 홈런을 기록하는 최강남! 오늘도 양키스에게 선취점을 안겨주며 2:0 리드를 시작하게 된 뉴욕 양키스입니다.]

동부 지구 1위를 달성하면 10%의 인센티브.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달성할 때마다 추가 급여를 지급받는 YES Network의 해설진들.

거기에 어릴 때부터 양키스의 부활을 꿈꾸던 광팬이었던 그들은 당연히 최강남의 이름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 캬 오늘도 스윙 완벽한 거 봐라

ㄴ 스윙폼이 안 무너지잖아 저게 16살 선수 맞냐?

ㄴ 이게 뉴욕 양키스지 오늘 경기 이기면 벌써 동부 지구 1위 확정이네

ㄴ 평균 연령이 높아서 늘 가을 야구에서 죽 쒔는데 충분한 휴식 기간 주면 우승 확정이나 다름없지

ㄴ 그냥 최강남 이름만 외치라고!

뉴욕 양키스의 일정이 아직 10경기 정도가 남아있었지만, 우승을 오늘 확정 지을 수도 있는 상황.

시청자들은 레드삭스와의 세 번째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따아아아악―!

배트 정중앙에 정확하게 맞춰낸 완벽한 타격.

이 짜릿한 손맛은 타구를 보지 않아도 홈런임을 언제나 확신하게 만들었다.

와아아―

뉴욕 양키스의 정규 리그 우승까지 남은 한 경기이자, 주말에 열리는 홈경기.

거기다가 상대는 양키스의 영원한 라이벌 레드삭스였으니, 오늘 경기장은 당연하게도 만석이었다.

“최강남! 최강남! 최강남!”

“바로 그거다!”

“양키스! 양키스! 양키스!”

그리고 그들은 1회 말에 터진 내 2점 홈런에 일제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나이스 홈런!”

“좋아! 오늘 우승을 확정 짓자고!”

“레드삭스는 양키스의 우승을 위한 영원한 먹잇감이지!”

더그아웃으로 들어와서는 선수들의 환호까지 쏟아졌다.

헬멧과 등으로 쏟아지는 손바닥을 느끼며 같이 기뻐했고, 벤치에 앉았다.

1회부터 2:0으로 앞서 나가게 된 뉴욕 양키스.

오늘은 최근 몇 경기 만에 완벽하게 선발로 채워진 스쿼드였다.

따아아아아악―!

그리고 오랜만에 모인 완전체는 평소보다 더 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4번 타자 게리 산체스의 백투백홈런.

이후로도 타선은 볼넷 하나와 안타 두 개를 쳐내며 1점을 추가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4:0의 스코어와 함께 2회 초에 돌입했다.

오늘 양키스의 선발 투수는 지옥에서 돌아온 1선발 게릿 콜.

압도적인 1위의 기록과 함께 8월 중순부터 양키스의 스쿼드는 여유로워졌다.

불펜으로 뛰던 스티브까지 합류하며 7선발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는 상황.

일주일 만에 경기에 뛴 게릿 콜의 어깨는 올 시즌 가장 가벼웠고, 그것은 곧 기록으로 이어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5회까지 아무도 1루에 출루시키지 않고 삼진만 벌써 8개.

타선은 2점을 추가하며 6:0으로 앞서나가는 상황이었다.

6회 초 보스턴 레드삭스의 공격.

따악―!

선두 타자로 나선 7번 타자가 초구를 때려냈다.

아무도 잡을 수 없는 코스로 떨어진 우익수 앞의 텍사스안타.

5회까지 이어진 게릿 콜의 퍼펙트가 깨진 순간이었다.

“타임!”

그와 동시에 더그아웃에서는 투수를 교체했다.

대기록이 깨졌고 점수 차이가 큰 경기.

굳이 게릿 콜에게 체력적 부담을 줄 필요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결과는 이후로도 일방적이었다.

2군에서 올라온 투수의 3이닝 2실점.

그리고 오랜만에 경기에 출전한 알렉스 콜로메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선은 2점을 추가하며 8:2로 레드삭스와 3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펑―!

뉴욕 양키스의 정규 리그 1위 확정의 순간.

양키 스타디움에서는 하늘에 폭죽이 쏟아졌고 선수와 감독, 코치를 비롯한 관중들은 모두 이 순간을 만끽했다.

이제 남은 정규 리그 일정은 11경기.

“드디어 뉴욕 양키스가 AL 동부 지구 1위를 확정 지었다! 다들 오늘까지 긴 리그 일정을 내 지휘 아래에 따라와 준 것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내일은 푹 쉬고 저녁에 원정 경기로 이동하자고. 당연히 스쿼드는 후보 위주로 짤 테니, 오늘 출장했던 주전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 철저하게 해서 포스트시즌에 좋은 모습 보여주도록!”

“고생하셨습니다!”

“아. 그렇다고 다음 경기에 나오는 선수들도 애매한 플레이를 보여주면 곤란해. 이번 원정 경기에서 25인 로스터를 확정 지을 계획이니까.”

“알겠습니다!”

당연하게도 주전 선수들이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모든 체력을 쏟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선수들 개개인의 기록 역시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의 포스트시즌 좋은 성적.

단편적인 예로 사이 영 상을 몇 번이나 수상한 선수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는 많았다.

본인의 실력은 물론이고 행운까지 따라줘야만 할 수 있는 월드시리즈 우승.

그 첫걸음을 뉴욕 양키스가 가장 먼저 걷기 시작했다.

“다들 고생 많았어! 오늘은 푹 쉬자고!”

시즌 초반에 가장 많이 고생했던 양키스의 선발 투수 코리 클루버.

그는 어디서 얻어왔는지 샴페인 하나를 터트리며 소리를 질렀고, 이어서 샴페인을 가득 채운 박스가 들어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샴페인으로 샤워를 하듯 몸이 흠뻑 젖었고, 나 역시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이 순간을 마음껏 만끽했다.

***

“부국장님! 이번에 최강남 선수가 소속된 뉴욕 양키스가 동부 지구 우승을 확정 지었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경기를 지상파 편성으로 하면 될까요?”

“김 과장! 나만 믿어. 이번에 20-20 기록까지 갈아 치운 최강남인데. 이미 국장님이랑 이사님 확인까지는 승인됐어. 부사장님 승인만 받으면 지상파 편성 완료야.”

“20-20도 아시네요? 요즘 야구 많이 챙겨 보시나 봐요.”

“내가 부장만 몇 년째였니? 최강남 덕분에 부국장까지 달았는데. 공부 좀 했지. 자네도 덕분에 과장 자리 달았잖아?”

“어휴. 저는 요즘 자기 전에 뉴욕 방향으로 매일 절 한 번씩 올리고 잡니다.”

MBS 스포츠국 스포츠 기획부 부장 박민철과 대리 김동환.

다른 직원들의 반대에도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둘은 한 계급 승진에 성공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볼거리가 많았고, 작년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들을 데려오는 것에 성공했다.

토론토의 1선발 류현신은 팀 내 최고 에이스 투수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샌디에이고의 김하선은 작년에 비해 올해 타격감을 완전히 끌어올리며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탬파베이의 최지혁 역시 1루수로 거의 풀시즌을 치렀다.

거기에 늦은 나이에 도전한 투수 둘 역시 좋은 기록을 보여준 한 해였다.

세인트루이스의 김광연과 텍사스의 양연종.

그들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5선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MBS의 시청률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도왔다.

이렇게 작년에 비해 훨씬 높아진 시청률은 이 둘의 승진에 크게 관여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약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

비교적 강팀이라고 불리는 NL 중부 지구의 세인트루이스도 올해에는 3위로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은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운이 따라줬다.

17살 선수의 믿기지 않는 대활약.

거기에 한국에서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빅리그 그 자체인 뉴욕 양키스.

이것은 MBS 스포츠 입장에서는 하늘이 내린 기회였고, 이걸 놓칠 만큼 MBS는 작은 방송국이 아니었다.

[17살 슈퍼 루키 최강남의 뉴욕 양키스 포스트시즌 전 경기 MBS에서 독점 중계.]

그렇게 한국에서도 뉴욕 양키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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