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우승 후보 양키스 (7)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난투극.]
[이례적인 난투극에도 퇴장 조치가 없었던 양키스와 애스트로스. 사무국의 선택은?]
[16세 메이저리그 진출 최강남의 두 번의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
[난투극에도 위닝 시리즈를 기록한 뉴욕 양키스. 앞으로의 행방은?]
최근에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
거기다가 17년 승부조작 문제로 이슈였던 애스트로스와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뉴욕 양키스였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하게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은 주요 선수들에게 5경기 출장 정지 징계 정도를 주면 괜찮겠죠?”
“뭐? 당연히 징계 없이 가야지.”
“괜찮으시겠습니까? 팬들의 반발이 꽤 클 텐데.”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10대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를 다시 부흥기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표정이 직원의 말에 일그러졌다.
“이봐. 우리가 애스트로스의 선수들에게 징계를 주지 않은 건 단지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야. 그 개자식들이 그딴 짓을 했었어도 휴스턴의 관객 유치를 위해서는 제명은 불가능했으니까.”
“그렇다면 이번 벤치 클리어링은 무 징계로 가도 괜찮겠습니까?”
“당연하지. 지금 뉴욕 양키스의 독보적 1위로 벌어줄 돈만 생각해. 불문율이니 고리타분한 규칙, 징계는 내가 커미셔너인 동안은 접어둬. 우리 돈만 보고 가자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언론에 사무국에서는 이번 사건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겠습니다.”
“그렇지. 우리는 리그 흥행에 대한 일만 분석하자고. 벤치 클리어링도 결국 따지면 흥행에 도움 되는 일이니까. 물론 이런 이해관계가 엮여있으면 더욱더 좋고.”
“알겠습니다. 첫 번째로 리그의 흥행과 팬들의 많은 관심. 이걸 머릿속에 넣어두고 가겠습니다.”
직원의 대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롭 맨프레드.
그렇게 사무국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번 벤치 클리어링에 대한 이슈는 끝나게 되었다.
***
8월도 어느덧 절반이 흘렀다.
뉴욕 양키스의 다음 상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작년에 한국에서 뛰던 김하선이 2루수로 뛰는 샌디에이고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꼴찌를 기록 중이었다.
최근 독보적인 기록으로 동부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뉴욕 양키스.
하지만 오늘 상대의 선발 투수는 1선발인 다르빗슈 유였고, 우리는 4선발 조던 몽고메리.
여유롭게 스쿼드를 구성할 상황은 아니었기에, 완벽한 주전 멤버로 1차전을 뛰게 되었다.
“플레이 볼!”
와아아―
오늘 경기는 평일에 열렸다.
하지만 47,000여 석의 양키 스타디움의 관중석은 만석.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예년보다 좋은 기록을 보여주는 야구팀은 마음이 떠난 야구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부르곤 하니까.
따악―!
샌디에이고의 1번 타자 토미 팸.
그가 당겨 친 빗맞은 타구는 내 정면으로 향했다.
느린 타구였고 타자는 빠른 주루를 갖고 있는 선수.
타구를 향해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맨손으로 공을 잡아서 앞으로 달려가며 1루로 던졌다.
“아웃!”
깔끔한 내 수비에 선발 투수인 조던 몽고메리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뉴욕 양키스 선발 투수 중에서 유일한 좌완 투수인 조던 몽고메리.
양키스에서 좌완 선발 투수라는 것은 다른 팀에서보다 그 부담감이 컸다.
좌측 담장보다 우측 담장이 10m나 가까운 양키 스타디움.
그렇기에 특히나 좌완 파이어볼러들이 고생하는 구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던 몽고메리는 전형적인 범타를 유도해내는 맞혀 잡는 투수.
포심보다 싱커, 커브,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지는 몽고메리의 공에 짧은 우측 담장을 의식하던 타자들은 대부분 범타로 물러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몽고메리의 선발 등판 날에는 평소보다 더 큰 집중력이 필요했다.
“아웃!”
3루수 땅볼과 중견수 뜬공.
몽고메리는 오늘도 범타를 이끌어내며 삼자범퇴로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 샌디에이고의 새로운 에이스.
다르빗슈 유가 모습을 드러냈다.
MLB 최상위권의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토미 존 수술 이후로는 제 1구종이 커터인 다르빗슈.
커브만 3종류를 던질 수 있는 그는 총 10가지 구종을 던지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구종을 던지는 투수였다.
따악―!
오늘의 1번 타자 DJ 르메이휴.
그는 1-2의 카운트에서 커터를 타격했지만,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2번 타자는 최근 완벽하게 부진에서 벗어난 애런 저지.
따악―!
그는 초구로 들어온 커브에 배트를 휘둘렀고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여유롭게 1루에 안착했다.
“Strong Man! The Strongest Man! Choi! Gang! Nam!”
1아웃 1루의 상황.
평일에도 양키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팬들이 내 응원가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하는 투수.
사실 난 이런 부류의 스타일에게 특히나 강했다.
거기다가 10대의 눈과 반응속도는 내 유일한 단점이라고 불리던 강속구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거기에는 매일같이 포심 타격을 연습하는 내 노력도 한몫했고.
단점이 없는 타자.
상대 투수 입장에서 이보다 까다로운 스타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유인구를 던지며 내 스윙을 유도하는 모습이었다.
“볼!”
“볼!”
슬로우 커브와 스플리터.
존을 아주 살짝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다르빗슈의 결정구는 늘 커터.
어제 영상으로 몇 번을 확인한 그 공의 궤적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2-0에서 세 번째 공은 몸쪽 낮은 커터.
난 그 공에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아악―!
좌익수가 잡을 수 없는 코스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
담장까지 굴러간 공에 난 여유롭게 2루에 슬라이딩 없이 들어왔고, 1루 주자인 애런 저지는 홈을 밟았다.
1:0 뉴욕 양키스의 선취점.
팬들의 함성이 양키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다.
“나이스 타격. 확실히 폼이 좋은데? 요즘 한국에서 네 얘기가 많더라.”
“감사합니다.”
오늘 2루수로 선발 출장한 김하선 선수.
그의 칭찬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다르빗슈 커터는 뒤에서 봐도 궤적이 크고 좋은데. 특히 넌 변화구에 강하더라. 비결이 뭐야?”
“변화구는 고르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거죠.”
“천재의 답변이다 이건가? 어쨌든 오늘 좋은 경기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선배는 무슨. 그냥 형이라고 불러.”
“예. 하선이형.”
김하선은 누구보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 대답에 어깨를 두드려줬다.
따아악―!
게리 산체스의 우중간을 가르는 장타.
그 타구에 내가 홈으로 들어오며 득점에도 성공했다.
양키스는 1점을 추가로 획득하며 1회 말에 3:0으로 초반부터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오늘 조던 몽고메리는 평소보다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1실점.
1실점도 좌타자에게 솔로 홈런이었기에, 사실상 양키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는 좌투수 입장에서는 세금이나 다름없었다.
양키스의 타선은 최근 좋은 모습을 계속 이어가며 다르빗슈를 5회에 마운드에서 끌어냈다.
난 오늘 경기에서 우익수 뜬공을 하나 쳤지만, 볼넷을 두 개나 얻어냈다.
그리고 도루도 하나 추가했다.
7:1로 앞서는 7회 말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대타와 교체됐다.
내 체력을 배려한 애런 분 감독의 교체였다.
1차전은 결국 뉴욕 양키스가 8:2로 승리했다.
다음날 역시 평일에 치러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차전.
2차전은 5선발 도밍고 헤르만이 평소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5이닝 4실점.
하지만 양키스의 타선 역시 5회까지 3점을 뽑아내며 3:4의 아슬아슬한 승부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3:4로 지고 있는 6회 말 노아웃 1, 2루에 내 타석이 다시 돌아왔다.
“타임!”
2루타와 볼넷을 허용했던 선발 투수가 교체되고 키오니 켈라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심을 던지는 쓰리 피치 스타일의 투수로 필승조 계투인 키오니 켈라.
위닝 샷은 99마일(159km/h)의 포심.
특히 무브먼트도 좋아서 플라이 볼을 많이 만들어내는 스타일의 투수였다.
이런 투수에게는 빠른 스윙보다는 정확한 컨택이 중요했다.
따아아아아악―!
초구로 들어온 바깥쪽 높은 코스의 포심.
결대로 밀어 쳐낸 타구는 짧은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서 스탠드 상단에 떨어졌다.
6회 말 6:4로 역전에 성공.
2차전도 승기를 잡게 된 뉴욕 양키스였다.
***
[최강남 선수가 바깥쪽 높은 코스의 공을 쳐 냅니다! 쭉쭉! 쭉쭉 뻗어 나가는 타구는 우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갑니다!]
[방금 쳐낸 공이 전광판에 99마일을 찍었거든요. 변화구는 물론이고 빠른 강속구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최강남 선수입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최근 뉴욕 양키스의 단독 선두 질주에 최강남 선수의 몫이 크다는 사실은 팬들도 모두 인정한 사실이거든요. 이번 홈런으로 어느덧 1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최강남!]
[6:4로 앞서는 뉴욕 양키스! 불펜진에 있어서 훨씬 앞서고 있는 뉴욕 양키스이기에, 샌디에이고는 오늘 경기를 이길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YES Network 해설진.
그들은 오늘도 높은 텐션으로 해설을 이어나갔다.
올해의 양키스는 최근 몇 년과는 완전히 그 기세가 달랐다.
마지막 우승이었던 2009년.
코어4라고 불리던 그때의 핵심 선수들의 이탈 후에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뉴욕 양키스였다.
그리고 팬들은 그 감정을 선수들보다 해설진보다 빠르게 느끼고 있었다.
― 올해 양키스는 진짜 다른데?
ㄴ 진짜 드디어 우리도 우승해보냐
ㄴ 올해 스토브리그도 좋았지
ㄴ 그래도 올해 초에는 분위기 애매하지 않았나
ㄴ 그치 7월 즈음부터 확실히 기세가 올라왔지
― 솔직히 최강남이 메이저 승격 후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지
ㄴ 인정 수비랑 타격에서 중심을 잡아줬는데
ㄴ 아무리 그래도 16살 선수 한 명으로 그렇게 될 수가 있나?
ㄴ 천재는 다르지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ㄴ 데뷔 연도부터 날뛰는 천재들이야 많긴 하지 최는 16살이라 더 특이할 뿐인 거고
ㄴ 16살이든 26살이든 무슨 상관이야 요즘 야구 덕분에 살맛이 나는데
ㄴ 인정 나도 퇴근하면 옷도 안 갈아입고 티비틀고 맥주부터 깐다
애초에 설레발이 전 세계 야구팬들의 공통점이기에, 시범경기부터 이 감정을 느꼈던 사람도 존재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모든 분위기의 핵심에는 최강남의 합류가 컸고, 대부분이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페이롤(급여 총액) 압도적인 1위 팀이지만, 13년 동안 우승의 문턱에서 늘 넘어졌던 뉴욕 양키스의 팬들.
올해는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에 조금씩 각인되기 시작했다.
***
2차전은 내 홈런으로 역전했던 양키스가 점수를 끝까지 지켜내며 승리를 추가했다.
위닝 시리즈 확정에 스윕 시리즈 도전.
내일 경기인 3차전 선발은 게릿 콜이었다.
시즌 초반 부상과 슬럼프로 1선발을 코리 클루버에게 잠시 내주었던 게릿 콜.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FA 최고액 계약이었던 9년 3억 2천 4백만 달러의 값어치를 증명해낸 게릿 콜은 다시 1선발 복귀에 성공했다.
그리고 3차전에서도 이를 증명했다.
8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0실점.
리그 개막 후에 1달을 쉬었지만, 3,600만 달러(406억)의 연봉을 받아낼 가치가 있는 선수.
그의 완벽한 부활은 불펜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3연전을 스윕한 뉴욕 양키스.
내일부터 이곳 양키 스타디움에서 LA 에인절스와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